‘판다 이제 못 봐’ 미-중 갈등에 징벌외교? [친절한 뉴스K]

입력 2023.10.05 (12:41) 수정 2023.10.0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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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큰 몸집, 흰털로 뒤덮인 얼굴에 눈 주위만 동그랗게 검은 '판다'.

세계 곳곳 동물원에서 큰 인기를 끌죠.

모두 중국이 빌려준 거라 때가 되면 돌아가야 하는데, 미국에는 이제 판다가 한 마리도 없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일까요?

친절한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판다, '푸바오'.

내년이면 중국으로 돌아가죠.

일본에 살던 판다 '샹샹', 프랑스에 살던 판다 '위안멍',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올 연말에는 영국에 살던 판다 '톈톈'과 '양광'도 중국으로 돌아갑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인기가 많은 판다들, 모두 임대 기간이 끝나면 중국으로 돌아가는데, 이번엔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판다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D.C, 스미소니언 동물원 판다 우리 앞에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오는 12월 초 중국으로 돌아갈 판다 3마리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관람객 : "마지막이네요. 잘 가요. 고마웠어요. 더 많은 판다를 만나길 바랍니다."]

워싱턴DC의 판다들이 돌아가면, 미국에 사는 판다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동물원에 있는 4마리뿐입니다.

이 판다들도 내년 말이면 모두 중국으로 돌아가지만, 중국이 미국에 새 판다를 보낸다는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데이스 와일더/미국 조지타운대 선임연구원 : "중국은 우리에게 화가 나 있습니다. 그들은 반도체 규제에 분노합니다. 중국이 신호를 보내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요.

미국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등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판다를 더 이상 보내주지 않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이른바 '징벌적 판다 외교'라는 지적입니다.

이에 중국은 "앞으로도 미국을 비롯한 나라들과 함께 멸종 위기종 보호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는데요.

1983년부터 '워싱턴 조약'에 따라 희귀 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하는 것이 금지됐습니다.

때문에 중국이 다른 나라와의 친선을 위해 인기가 많은 판다를 임대 형식으로 보내온 것이죠.

이를 놓고 '판다 외교'라는 말이 나왔죠.

미국의 경우, 중국과 서로 냉랭하던 1972년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계기로, 중국이 판다 2마리를 선물하면서 판다는 두 나라 우호의 상징이 됐습니다.

이후 세계 곳곳에 본격적으로 '판다 외교'가 펼쳐졌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판다 보호 시설도 늘리며 중국이라는 나라가 동물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을 중요시한다는 이미지도 확산시켰습니다.

그래서 '판다 외교'가 중국의 가장 성공적인 외교 수단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판다가 "중국의 강성외교를 완화하는 보조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평가도 나오는데요.

중국은 판다를 대여해주고 해마다 10억여 원을 '판다 보호기금' 명목으로 받습니다.

또 10년에서 15년의 대여 기간 판다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각종 비용은 대여한 쪽에서 해결해야 하죠.

그러다 보니 중국이 '판다 외교'가 아닌, '판다 대여사업'을 할 뿐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가족과 유대 관계가 돈독한 판다를 분리시켜, 주고 받아선 안 된다며 판다 외교 자체를 비판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미국 의회에서는 새끼 판다 송환 합의를 폐기하자는 법안도 제출됐습니다.

[낸시 메이스/미국 하원의원/지난해 : "해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판다의 짧은 체류 이면에 감춰진 사악한 음모를 알지 못한 채 판다를 즐깁니다. 우리는 중국의 선전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

또 판다가 세계 곳곳의 동물원에서 '흥행 보증 수표'로 귀한 대접을 받는 만큼, 신장·위구르와 같이 중국의 인권 문제 등 부정적 이미지를 '판다 외교'로 희석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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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다 이제 못 봐’ 미-중 갈등에 징벌외교? [친절한 뉴스K]
    • 입력 2023-10-05 12:41:15
    • 수정2023-10-05 14: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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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큰 몸집, 흰털로 뒤덮인 얼굴에 눈 주위만 동그랗게 검은 '판다'.

세계 곳곳 동물원에서 큰 인기를 끌죠.

모두 중국이 빌려준 거라 때가 되면 돌아가야 하는데, 미국에는 이제 판다가 한 마리도 없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일까요?

친절한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판다, '푸바오'.

내년이면 중국으로 돌아가죠.

일본에 살던 판다 '샹샹', 프랑스에 살던 판다 '위안멍',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올 연말에는 영국에 살던 판다 '톈톈'과 '양광'도 중국으로 돌아갑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인기가 많은 판다들, 모두 임대 기간이 끝나면 중국으로 돌아가는데, 이번엔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판다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D.C, 스미소니언 동물원 판다 우리 앞에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오는 12월 초 중국으로 돌아갈 판다 3마리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관람객 : "마지막이네요. 잘 가요. 고마웠어요. 더 많은 판다를 만나길 바랍니다."]

워싱턴DC의 판다들이 돌아가면, 미국에 사는 판다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동물원에 있는 4마리뿐입니다.

이 판다들도 내년 말이면 모두 중국으로 돌아가지만, 중국이 미국에 새 판다를 보낸다는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데이스 와일더/미국 조지타운대 선임연구원 : "중국은 우리에게 화가 나 있습니다. 그들은 반도체 규제에 분노합니다. 중국이 신호를 보내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요.

미국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등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판다를 더 이상 보내주지 않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이른바 '징벌적 판다 외교'라는 지적입니다.

이에 중국은 "앞으로도 미국을 비롯한 나라들과 함께 멸종 위기종 보호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는데요.

1983년부터 '워싱턴 조약'에 따라 희귀 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하는 것이 금지됐습니다.

때문에 중국이 다른 나라와의 친선을 위해 인기가 많은 판다를 임대 형식으로 보내온 것이죠.

이를 놓고 '판다 외교'라는 말이 나왔죠.

미국의 경우, 중국과 서로 냉랭하던 1972년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계기로, 중국이 판다 2마리를 선물하면서 판다는 두 나라 우호의 상징이 됐습니다.

이후 세계 곳곳에 본격적으로 '판다 외교'가 펼쳐졌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판다 보호 시설도 늘리며 중국이라는 나라가 동물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을 중요시한다는 이미지도 확산시켰습니다.

그래서 '판다 외교'가 중국의 가장 성공적인 외교 수단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판다가 "중국의 강성외교를 완화하는 보조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평가도 나오는데요.

중국은 판다를 대여해주고 해마다 10억여 원을 '판다 보호기금' 명목으로 받습니다.

또 10년에서 15년의 대여 기간 판다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각종 비용은 대여한 쪽에서 해결해야 하죠.

그러다 보니 중국이 '판다 외교'가 아닌, '판다 대여사업'을 할 뿐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가족과 유대 관계가 돈독한 판다를 분리시켜, 주고 받아선 안 된다며 판다 외교 자체를 비판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미국 의회에서는 새끼 판다 송환 합의를 폐기하자는 법안도 제출됐습니다.

[낸시 메이스/미국 하원의원/지난해 : "해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판다의 짧은 체류 이면에 감춰진 사악한 음모를 알지 못한 채 판다를 즐깁니다. 우리는 중국의 선전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

또 판다가 세계 곳곳의 동물원에서 '흥행 보증 수표'로 귀한 대접을 받는 만큼, 신장·위구르와 같이 중국의 인권 문제 등 부정적 이미지를 '판다 외교'로 희석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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