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산단의 근간 ‘뿌리기술’…3D 넘어 미래로

입력 2023.10.16 (19:49) 수정 2023.10.1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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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창원국가산단 50주년, 연중기획 순섭니다.

창원산단이 다양한 산업의 집적화를 이룰 수 있었던 건 '뿌리기술', '기초산업'이 탄탄하게 받쳐준 덕분입니다.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됐던 뿌리기업들은 이제 스스로 혁신의 꽃을 피우며 앞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윤경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생산품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그래서 금형과 주조, 소성가공과 열처리, 표면처리와 용접, 6가지 원천기술을 뿌리기술, 뿌리산업으로 부릅니다.

창원국가산단 뿌리산업의 수준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곳, 거제 앞바다로 나가봤습니다.

바다 위를 바둑판처럼 가득 메운 건 굴 양식장의 부표들인데요.

어민들이 수십 년 써온 스티로폼 부표는 미세플라스틱 해양 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뒤이어 등장한 플라스틱 부표도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데다, 잦은 파손과 균열에 수거가 어려워 바닷속에 버려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알루미늄 부표입니다.

파도와 압력에도 부서지거나 녹슬지 않고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 부표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곽영효/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거제지회장 : "미세플라스틱은 고기도 먹고 하다 보니 이제 인체에까지 영향이 간다. 환경 문제 때문에 처음부터 알루미늄을 저는 선택을 했습니다. 플라스틱 제품도 좋은 제품들이 많이 있지만 언젠가는 이것도 없어져야 할 제품이니까…."]

알루미늄 부표의 장점을 알아본 10여 개 업체가 양산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

5년 전 전국 처음으로 알루미늄 부표 생산에 성공한 건 창원국가산단의 한 용접 전문 기업입니다.

1.2㎜ 얇은 두께의 원형 알루미늄을 로봇으로 자동 용접해 대량 생산하는 기술력을 가진 유일한 회사였습니다.

[김유찬/베스트에프에이 대표 : "플라스틱은 지자체가 수거를 다 해서 폐기물을 처리해 주는 비용까지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루미늄 같은 경우에는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리사이클링이 되는 부분이죠. 이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을 두는 겁니다."]

1997년 문을 연 이 회사는 원전과 조선, 항공, 철도, 중장비, 방산, 자동차, 전자 등 창원국가산단 모든 산업 분야에 용접기와 자동 용접 시스템을 설계해 납품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다양한 금속 종류와 형태에 적용할 수 있는 정밀도 높은 로봇 자동 용접 시스템을 만들었고, 전력 효율을 기존 60%에서 90%까지 끌어올린 친환경 용접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특히 용접 분야 인력난이 가중되는 상황에 숙련공의 기술을 로봇에 심어, 울산과 수도권 등 전국의 제조업 대기업들도 찾는 '용접 맛집'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유찬/베스트에프에이 대표 : "용접하는 데 있어서의 소재의 변화가 굉장히 급변합니다. 이 소재가 예전에는 두꺼운 거지만 얇게 경영화시키고 경영화되면서 더 강한 재질로 만들었거든요. 근데 이 강하게 된 재질로 만들면서 있어서 용접 또한 까다로워진단 말이죠. 그런 부분들을 (자동화) 장비에 넣었기 때문에 누구나가 용접을 쉽게 할 수 있다 해서 이제 지능형으로…."]

얇은 철판이 기계 속으로 들어가자 냉장고 부품이 찍혀 나옵니다.

금속 틀로 눌러 부품을 찍어내는 '프레스 금형'입니다.

'부품을 오차 없이 얼마나 빠르고 많이 만들 수 있는가'가 금형 기술의 핵심.

'기능한국인 1호'로 선정된 이 회사 대표는 지역 특성화고, 대학들과의 연계 인력 양성으로 기술력 향상의 길을 텄습니다.

전문 연구 인력들이 새롭고 다채롭게 개발되는 제품에 최적화된 부품 금형을 설계하고, 자동화 로봇으로 생산 속도를 높였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LG전자에 냉장고, 에어컨, TV 등의 부품 금형을 납품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자동차·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직접 만들어내면서 거래처를 현대기아차, SK, 해외 기업 등으로 넓혔습니다.

창원국가산단 60여 곳 금형업체 가운데 선두주자로 손꼽힙니다.

한 금형에서 여러 종류의 부품을 찍어낼 수 있는 '복합금형' 신기술을 개발해 우리나라 금형 산업을 이끄는 게 목표입니다.

[류병현/동구기업 대표 : "한 금형에서 길이가 다른 제품이 만들어진다든지, 과거에는 금형에서 만들어진 제품에 탭이라는 이런 나사 치는 거 태핑 같은 게 별도로 했는데 금형 기술이 발전되면서 금형 안에서 태핑이 바로 이렇게 나온다든지 금형도 계속 발전이 되는 거죠. 향후에 산업이 발전되더라도 또 금형은 금형대로 충분히 발전의 가능성이 있는 거죠. 로봇 자동화와 연동해서 이제 금형이 제작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미래가 있는 거죠."]

창원국가산단의 모든 산업이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뿌리기업들이 '질 좋은 원천기술'이라는 영양분을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한때 기피 업종으로 취급받던 창원국가산단의 뿌리기업들은 그간 쌓아온 독자적 기술력에 친환경·자동화의 노력을 더해 미래 혁신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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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산단의 근간 ‘뿌리기술’…3D 넘어 미래로
    • 입력 2023-10-16 19:49:12
    • 수정2023-10-16 20:30:15
    뉴스7(창원)
[앵커]

창원국가산단 50주년, 연중기획 순섭니다.

창원산단이 다양한 산업의 집적화를 이룰 수 있었던 건 '뿌리기술', '기초산업'이 탄탄하게 받쳐준 덕분입니다.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됐던 뿌리기업들은 이제 스스로 혁신의 꽃을 피우며 앞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윤경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생산품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그래서 금형과 주조, 소성가공과 열처리, 표면처리와 용접, 6가지 원천기술을 뿌리기술, 뿌리산업으로 부릅니다.

창원국가산단 뿌리산업의 수준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곳, 거제 앞바다로 나가봤습니다.

바다 위를 바둑판처럼 가득 메운 건 굴 양식장의 부표들인데요.

어민들이 수십 년 써온 스티로폼 부표는 미세플라스틱 해양 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뒤이어 등장한 플라스틱 부표도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데다, 잦은 파손과 균열에 수거가 어려워 바닷속에 버려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알루미늄 부표입니다.

파도와 압력에도 부서지거나 녹슬지 않고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 부표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곽영효/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거제지회장 : "미세플라스틱은 고기도 먹고 하다 보니 이제 인체에까지 영향이 간다. 환경 문제 때문에 처음부터 알루미늄을 저는 선택을 했습니다. 플라스틱 제품도 좋은 제품들이 많이 있지만 언젠가는 이것도 없어져야 할 제품이니까…."]

알루미늄 부표의 장점을 알아본 10여 개 업체가 양산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

5년 전 전국 처음으로 알루미늄 부표 생산에 성공한 건 창원국가산단의 한 용접 전문 기업입니다.

1.2㎜ 얇은 두께의 원형 알루미늄을 로봇으로 자동 용접해 대량 생산하는 기술력을 가진 유일한 회사였습니다.

[김유찬/베스트에프에이 대표 : "플라스틱은 지자체가 수거를 다 해서 폐기물을 처리해 주는 비용까지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루미늄 같은 경우에는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리사이클링이 되는 부분이죠. 이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을 두는 겁니다."]

1997년 문을 연 이 회사는 원전과 조선, 항공, 철도, 중장비, 방산, 자동차, 전자 등 창원국가산단 모든 산업 분야에 용접기와 자동 용접 시스템을 설계해 납품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다양한 금속 종류와 형태에 적용할 수 있는 정밀도 높은 로봇 자동 용접 시스템을 만들었고, 전력 효율을 기존 60%에서 90%까지 끌어올린 친환경 용접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특히 용접 분야 인력난이 가중되는 상황에 숙련공의 기술을 로봇에 심어, 울산과 수도권 등 전국의 제조업 대기업들도 찾는 '용접 맛집'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유찬/베스트에프에이 대표 : "용접하는 데 있어서의 소재의 변화가 굉장히 급변합니다. 이 소재가 예전에는 두꺼운 거지만 얇게 경영화시키고 경영화되면서 더 강한 재질로 만들었거든요. 근데 이 강하게 된 재질로 만들면서 있어서 용접 또한 까다로워진단 말이죠. 그런 부분들을 (자동화) 장비에 넣었기 때문에 누구나가 용접을 쉽게 할 수 있다 해서 이제 지능형으로…."]

얇은 철판이 기계 속으로 들어가자 냉장고 부품이 찍혀 나옵니다.

금속 틀로 눌러 부품을 찍어내는 '프레스 금형'입니다.

'부품을 오차 없이 얼마나 빠르고 많이 만들 수 있는가'가 금형 기술의 핵심.

'기능한국인 1호'로 선정된 이 회사 대표는 지역 특성화고, 대학들과의 연계 인력 양성으로 기술력 향상의 길을 텄습니다.

전문 연구 인력들이 새롭고 다채롭게 개발되는 제품에 최적화된 부품 금형을 설계하고, 자동화 로봇으로 생산 속도를 높였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LG전자에 냉장고, 에어컨, TV 등의 부품 금형을 납품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자동차·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직접 만들어내면서 거래처를 현대기아차, SK, 해외 기업 등으로 넓혔습니다.

창원국가산단 60여 곳 금형업체 가운데 선두주자로 손꼽힙니다.

한 금형에서 여러 종류의 부품을 찍어낼 수 있는 '복합금형' 신기술을 개발해 우리나라 금형 산업을 이끄는 게 목표입니다.

[류병현/동구기업 대표 : "한 금형에서 길이가 다른 제품이 만들어진다든지, 과거에는 금형에서 만들어진 제품에 탭이라는 이런 나사 치는 거 태핑 같은 게 별도로 했는데 금형 기술이 발전되면서 금형 안에서 태핑이 바로 이렇게 나온다든지 금형도 계속 발전이 되는 거죠. 향후에 산업이 발전되더라도 또 금형은 금형대로 충분히 발전의 가능성이 있는 거죠. 로봇 자동화와 연동해서 이제 금형이 제작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미래가 있는 거죠."]

창원국가산단의 모든 산업이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뿌리기업들이 '질 좋은 원천기술'이라는 영양분을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한때 기피 업종으로 취급받던 창원국가산단의 뿌리기업들은 그간 쌓아온 독자적 기술력에 친환경·자동화의 노력을 더해 미래 혁신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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