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옷차림도 선전선동…북한의 패션 산업

입력 2023.11.25 (08:20) 수정 2023.12.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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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대,내외에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그런데 군사 무기 개발에만 치중한다는 비난을 의식해서일까요?

요즘 들어 주민 생활 향상을 부쩍 부각하고 있습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패션 산업인데요.

과거 북한 여성은 우리의 한복에 해당하는 조선옷을, 남성은 인민복을 입는 게 대표적 옷차림이었다면 최근엔 밝고 세련된 양장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영상물 시청은 물론 한국 패션을 따라하는 것조차 이른바 ‘자본주의 날라리풍’으로 경계하는 북한이 왜 옷차림엔 이렇게 관대해진 걸까요?

북한 패션 산업에 숨은 선전선동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형형색색의 옷들로 가득 찬 전시관.

사람들도 옷 구경에 한창인데요.

지난 9일 개막한 북한의 ‘가을철 피복전시회’ 현장입니다.

‘가을철’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겨울 제품도 상당해 보이는데요.

총 27종의 가을·겨울철 옷 8만여 점이 출품됐습니다.

[윤홍길/조선피복공업협회 부서기장 : "이번 전시회는 성, 중앙 기관들과 평양시를 비롯한 30여 개의 단위들에 소속된 320여 개의 피복 제작 단위들과 경공업 제품 생산 단위들이 참가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다름아닌 남성복.

인민복이 일상인 북한에서 보기 드문 남성 양장이 대거 등장한 겁니다.

체크무늬 정장이나 갈색 코트와 같이 밝아진 색감과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주를 이뤘습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색깔이 되게 다양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 남자 양복 같은 경우에는 검은색이라든가 아니면 네이비, 그 다음 국방색이라고 하는 카키색 그 정도 였거든요. 그 세 가지 색깔이 기본이었는데 색깔도 되게 다양해지고 특히 컬러풀 해진 게 눈에 띄는 변화인 것 같아요."]

또 가죽이나 패딩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옷들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희선/중앙대 객원 교수/‘북한산업미술 70년’저자 : "거기서는 솜옷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가죽, 털. 과거에는 지도층 빼고는 착용하지 못했던 옷들도 대중한테 공개해서 굉장히 고급 의류까지도 선보였다는데 굉장히 놀라웠고요. 지난 4월에 국가산업 미술 전시회에서 일반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가죽옷들이 이미 전시회에 나왔어요. 이런 전시회 반영된 옷들이 피복 공장과 제조 과정에도 반영이 되어서 나온 전시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에서도 패션은 젊음과 새로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산업 분야였습니다.

1988년 개봉된 영화 <겉멋이 들어>.

동네 멋쟁이로 통하는 주인공 현옥은 옷 하나를 입어도 그냥 입지 않는데요.

남들과는 다른, 개성 있는 옷차림을 추구합니다.

패션을 위해서라면 수선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죠.

[<겉멋이 들어> : "야, 그러지 말고 여기에다가 이 글자대로 좀 새겨줘."]

현옥이 옷에 새겨달라고 한 것은 심지어 영어입니다.

[<겉멋이 들어> : "(야, 정신 나가지 않았니?) 아니야. 야, 왜 이러니? 이런 점퍼야 이 상표 이게 핵인데 이게 없으면 되니? (야, 넌 정말 겉멋이 들었다.)"]

나팔바지와 야구점퍼로 완성시킨 주인공 현옥의 옷차림. 우리의 80년대 패션과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최악의 경제난이 북한에 닥치자 패션 산업도 자연스럽게 침체했는데요.

국가 배급망은 모조리 끊어졌고, 당장 먹고사는 것에 급급했던 주민들은 작업과 일상의 경계가 없는 의상을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일이 엄청 많다 보니까 일상에서 더러워져도 잘 티가 안 나는. 그래서 되게 어두운색 옷들로. 그리고 스타일도 그냥 한 가지에서 두 가지 정도로 그냥 패션 자체가 굉장히 어두웠던 그런 시기였죠."]

이후 북한 패션 산업의 새바람을 일으킨 것은 다름아닌 장마당이었습니다.

장마당을 통해 외부세계의 패션이 유입됐고, 또 장마당을 통해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의 수요가 생기면서 의류를 생산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한 겁니다.

특히 주민들 사이에 암암리에‘한류’바람이 스며들면서, 젊은 세대들의 옷차림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단속도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자본주의의 어떤 패션을 아주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제가 마지막으로 나올 땐 송곳 바지가 유행했었어요. 바지를 송곳처럼 붙게 만들어서 복사뼈는 무조건 보이게 해서 양말을 안 신고 구두를 신는다거나, 재봉하는 집에 가서 고쳐 달라고 하거든요. 다리 모양에 맞게 그렇게 고쳐 입고 그랬어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장마당 중심으로 번성했던 패션 산업이 다시 국가 주도로 넘어오고 있는 모양샙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김위원장의 아내, 리설주가 있었는데요.

[조선중앙TV/2012년 : "최고 영도자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준공식장에 나오셨습니다."]

2012년 7월, 김정은 위원장 부인 직함으로 첫 등장한 이후 존재감을 구축해간 리설주.

특히 그녀의 패션은 북한 여성들의 표준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최희선/중앙대 객원 교수/‘북한산업미술 70년’저자 : "리설주가 입고 나왔던 옷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바로바로 영향을 주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원피스는 원피스 유형대로 굉장히 다양하게 양장이면 양장 나름대로 다양하게 여자의 바지 복장이면 또 바지 복장 별로 다양하게 이렇게 발전하는데 로열패밀리의 언론에 등장하는 그런 의류의 영향도 굉장히 시민들의 선택권을 받는 데 중요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북한 당국은 지난 몇 년 동안 북한 여성들에게 리설주가 즐겨 입는 밝은 색상의 옷이나 치마를 입도록 권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송순/모란봉릉라도피복공장 직원 : "형식이 우리 여성들이 많이 밝은 색들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밝고 현란한 색은 아니고 기본 밝은색이라고 할 때 은근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좀 따뜻한 감을 주는 그런 색들을 좋아합니다."]

또 이런 패션 트렌드는 이제 남성과 아동 등 주민 전체에게 적용되고 있는데요.

북한은 국가의 패션 산업을‘인민 생활 향상’과 연관 짓고 있지만 여기엔 치밀한 선전선동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장마당 세대라 불리는 북한 청년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인 만큼 이들의 사상, 문화적 이탈을 막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변화를 모색했다는 겁니다.

[조경애/의류 판매 직원 : "전시회 참가하고 보니 봄철 전시회보다 사람들의 옷 수준과 문명 정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외부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겐 이 같은 방침이 통제 강화로 받아들여질 거란 평갑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원피스이긴 하지만 무릎은 덮어야 되고 청바지나 이런 건 기본적으로 안 되는 거고 그리고 민소매까지는 되지만 너무 몸에 딱 달라붙는다든가 시스루 같은 것 이런 것도 안 되고. 북한 기준으로선 건전하고 고상한 옷차림을 해라 항상 강조하죠. 그러면서 밝은 옷차림."]

한편으론 달라진 주민 의상을 통해 정상 국가로서의 면모를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싶어 하는 북한의 욕망도 엿볼 수 있다는데요.

이번 군사 정찰위성 발사 후 김정은 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은 기술진들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희선/중앙대 객원 교수/‘북한산업미술 70년’ 저자 : "영하권의 겨울 날씨를 가진 북측에서 봄옷을 연상시키는 하얀색 위아래 유니폼 점퍼와 흰색 옷과 흰색 신발, 모자까지 전체적으로 맞춰서 입은 걸 볼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이렇게 외부 언론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생각해서 제철이 아닌 옷을 입은 거 아닌가. 예전에 비해서 유튜브라든지 아니면 미디어를 통해서 굉장히 실시간으로 북한 사회 내부의 모습들을 많이 공개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주민들의 옷이 남루하거나 너무 패션에 뒤져 있는 상황을 (북한)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부정적으로 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노력에도 한계는 분명해 보입니다.

우선 대북 제재로 섬유 등 원자재 수입이 어렵고, 생산 설비 부족으로 대량생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결국 평양 중심의 보여주기식에 그칠 것이라는 평간데. 그만큼 양극화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농촌은 특히 더 작업복을 많이 입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아직은 (패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지 않나 싶어요. 구두를 신기도 아주 어려울 정도로 인프라가 잘 안 돼 있기 때문에. 그래서 아직 저런 건 평양에 많이 국한돼 있지 않나 싶습니다."]

스스로 패션 분야의 문명을 선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

그러나 개개인의 개성에 중점을 두기보단 주민 사상 이완을 막고 대외적 선전에만 치중하는 만큼 실질적인 패션 산업의 발전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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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옷차림도 선전선동…북한의 패션 산업
    • 입력 2023-11-25 08:20:55
    • 수정2023-12-04 14: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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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대,내외에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그런데 군사 무기 개발에만 치중한다는 비난을 의식해서일까요?

요즘 들어 주민 생활 향상을 부쩍 부각하고 있습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패션 산업인데요.

과거 북한 여성은 우리의 한복에 해당하는 조선옷을, 남성은 인민복을 입는 게 대표적 옷차림이었다면 최근엔 밝고 세련된 양장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영상물 시청은 물론 한국 패션을 따라하는 것조차 이른바 ‘자본주의 날라리풍’으로 경계하는 북한이 왜 옷차림엔 이렇게 관대해진 걸까요?

북한 패션 산업에 숨은 선전선동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형형색색의 옷들로 가득 찬 전시관.

사람들도 옷 구경에 한창인데요.

지난 9일 개막한 북한의 ‘가을철 피복전시회’ 현장입니다.

‘가을철’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겨울 제품도 상당해 보이는데요.

총 27종의 가을·겨울철 옷 8만여 점이 출품됐습니다.

[윤홍길/조선피복공업협회 부서기장 : "이번 전시회는 성, 중앙 기관들과 평양시를 비롯한 30여 개의 단위들에 소속된 320여 개의 피복 제작 단위들과 경공업 제품 생산 단위들이 참가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다름아닌 남성복.

인민복이 일상인 북한에서 보기 드문 남성 양장이 대거 등장한 겁니다.

체크무늬 정장이나 갈색 코트와 같이 밝아진 색감과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주를 이뤘습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색깔이 되게 다양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 남자 양복 같은 경우에는 검은색이라든가 아니면 네이비, 그 다음 국방색이라고 하는 카키색 그 정도 였거든요. 그 세 가지 색깔이 기본이었는데 색깔도 되게 다양해지고 특히 컬러풀 해진 게 눈에 띄는 변화인 것 같아요."]

또 가죽이나 패딩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옷들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희선/중앙대 객원 교수/‘북한산업미술 70년’저자 : "거기서는 솜옷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가죽, 털. 과거에는 지도층 빼고는 착용하지 못했던 옷들도 대중한테 공개해서 굉장히 고급 의류까지도 선보였다는데 굉장히 놀라웠고요. 지난 4월에 국가산업 미술 전시회에서 일반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가죽옷들이 이미 전시회에 나왔어요. 이런 전시회 반영된 옷들이 피복 공장과 제조 과정에도 반영이 되어서 나온 전시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에서도 패션은 젊음과 새로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산업 분야였습니다.

1988년 개봉된 영화 <겉멋이 들어>.

동네 멋쟁이로 통하는 주인공 현옥은 옷 하나를 입어도 그냥 입지 않는데요.

남들과는 다른, 개성 있는 옷차림을 추구합니다.

패션을 위해서라면 수선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죠.

[<겉멋이 들어> : "야, 그러지 말고 여기에다가 이 글자대로 좀 새겨줘."]

현옥이 옷에 새겨달라고 한 것은 심지어 영어입니다.

[<겉멋이 들어> : "(야, 정신 나가지 않았니?) 아니야. 야, 왜 이러니? 이런 점퍼야 이 상표 이게 핵인데 이게 없으면 되니? (야, 넌 정말 겉멋이 들었다.)"]

나팔바지와 야구점퍼로 완성시킨 주인공 현옥의 옷차림. 우리의 80년대 패션과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최악의 경제난이 북한에 닥치자 패션 산업도 자연스럽게 침체했는데요.

국가 배급망은 모조리 끊어졌고, 당장 먹고사는 것에 급급했던 주민들은 작업과 일상의 경계가 없는 의상을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일이 엄청 많다 보니까 일상에서 더러워져도 잘 티가 안 나는. 그래서 되게 어두운색 옷들로. 그리고 스타일도 그냥 한 가지에서 두 가지 정도로 그냥 패션 자체가 굉장히 어두웠던 그런 시기였죠."]

이후 북한 패션 산업의 새바람을 일으킨 것은 다름아닌 장마당이었습니다.

장마당을 통해 외부세계의 패션이 유입됐고, 또 장마당을 통해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의 수요가 생기면서 의류를 생산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한 겁니다.

특히 주민들 사이에 암암리에‘한류’바람이 스며들면서, 젊은 세대들의 옷차림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단속도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자본주의의 어떤 패션을 아주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제가 마지막으로 나올 땐 송곳 바지가 유행했었어요. 바지를 송곳처럼 붙게 만들어서 복사뼈는 무조건 보이게 해서 양말을 안 신고 구두를 신는다거나, 재봉하는 집에 가서 고쳐 달라고 하거든요. 다리 모양에 맞게 그렇게 고쳐 입고 그랬어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장마당 중심으로 번성했던 패션 산업이 다시 국가 주도로 넘어오고 있는 모양샙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김위원장의 아내, 리설주가 있었는데요.

[조선중앙TV/2012년 : "최고 영도자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준공식장에 나오셨습니다."]

2012년 7월, 김정은 위원장 부인 직함으로 첫 등장한 이후 존재감을 구축해간 리설주.

특히 그녀의 패션은 북한 여성들의 표준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최희선/중앙대 객원 교수/‘북한산업미술 70년’저자 : "리설주가 입고 나왔던 옷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바로바로 영향을 주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원피스는 원피스 유형대로 굉장히 다양하게 양장이면 양장 나름대로 다양하게 여자의 바지 복장이면 또 바지 복장 별로 다양하게 이렇게 발전하는데 로열패밀리의 언론에 등장하는 그런 의류의 영향도 굉장히 시민들의 선택권을 받는 데 중요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북한 당국은 지난 몇 년 동안 북한 여성들에게 리설주가 즐겨 입는 밝은 색상의 옷이나 치마를 입도록 권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송순/모란봉릉라도피복공장 직원 : "형식이 우리 여성들이 많이 밝은 색들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밝고 현란한 색은 아니고 기본 밝은색이라고 할 때 은근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좀 따뜻한 감을 주는 그런 색들을 좋아합니다."]

또 이런 패션 트렌드는 이제 남성과 아동 등 주민 전체에게 적용되고 있는데요.

북한은 국가의 패션 산업을‘인민 생활 향상’과 연관 짓고 있지만 여기엔 치밀한 선전선동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장마당 세대라 불리는 북한 청년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인 만큼 이들의 사상, 문화적 이탈을 막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변화를 모색했다는 겁니다.

[조경애/의류 판매 직원 : "전시회 참가하고 보니 봄철 전시회보다 사람들의 옷 수준과 문명 정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외부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겐 이 같은 방침이 통제 강화로 받아들여질 거란 평갑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원피스이긴 하지만 무릎은 덮어야 되고 청바지나 이런 건 기본적으로 안 되는 거고 그리고 민소매까지는 되지만 너무 몸에 딱 달라붙는다든가 시스루 같은 것 이런 것도 안 되고. 북한 기준으로선 건전하고 고상한 옷차림을 해라 항상 강조하죠. 그러면서 밝은 옷차림."]

한편으론 달라진 주민 의상을 통해 정상 국가로서의 면모를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싶어 하는 북한의 욕망도 엿볼 수 있다는데요.

이번 군사 정찰위성 발사 후 김정은 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은 기술진들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희선/중앙대 객원 교수/‘북한산업미술 70년’ 저자 : "영하권의 겨울 날씨를 가진 북측에서 봄옷을 연상시키는 하얀색 위아래 유니폼 점퍼와 흰색 옷과 흰색 신발, 모자까지 전체적으로 맞춰서 입은 걸 볼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이렇게 외부 언론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생각해서 제철이 아닌 옷을 입은 거 아닌가. 예전에 비해서 유튜브라든지 아니면 미디어를 통해서 굉장히 실시간으로 북한 사회 내부의 모습들을 많이 공개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주민들의 옷이 남루하거나 너무 패션에 뒤져 있는 상황을 (북한)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부정적으로 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노력에도 한계는 분명해 보입니다.

우선 대북 제재로 섬유 등 원자재 수입이 어렵고, 생산 설비 부족으로 대량생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결국 평양 중심의 보여주기식에 그칠 것이라는 평간데. 그만큼 양극화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나민희/2016년 탈북 : "농촌은 특히 더 작업복을 많이 입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아직은 (패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지 않나 싶어요. 구두를 신기도 아주 어려울 정도로 인프라가 잘 안 돼 있기 때문에. 그래서 아직 저런 건 평양에 많이 국한돼 있지 않나 싶습니다."]

스스로 패션 분야의 문명을 선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

그러나 개개인의 개성에 중점을 두기보단 주민 사상 이완을 막고 대외적 선전에만 치중하는 만큼 실질적인 패션 산업의 발전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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