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성이 기억하는 4·3은…구술채록 영상 전시회 열려

입력 2023.12.02 (21:27) 수정 2023.12.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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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범한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술사'는 기록에 담겨 있지 않은 또 다른 살아있는 역사인데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4·3을 겪은 여성들의 삶을 구술 채록으로 담아낸 전시회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민소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홍춘산 할머니는 제주 4·3이 일어난 해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고작 12살 나이, 졸지에 가장을 잃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건 맏이였던 홍 할머니였습니다.

10년 동안 서울의 방직공작을 다니며 제주로 돈을 부쳐야 했습니다.

["우리가 살던 집터에 어머니가 내가 보내준 돈으로 집도 짓고, 잘 산다고 하시고. 그렇게 육지에서 나 10년을 살았어."]

4·3의 굴레는 홍 할머니의 둘째 아들에게도 연좌제로 이어졌고, 이후 교통사고로 숨진 아들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다 지난 10월 할머니도 눈을 감았습니다.

4·3의 아픔이 관통한 홍 할머니의 삶은 이제 영상으로 남게 됐습니다.

[고순자/제주시 한림읍 : "살아있는 것 같아. 그때 당시 4·3에 관련된 것을 서로 주고받고 했어. 그래서 저 할머니, 4·3을 많이 겪었구나."]

4·3 전후 제주 여성의 생애사를 재조명한 구술 채록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생존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녀 세대에 이르기까지 5년에 걸쳐 80여 명을 구술 채록해 각자의 4·3을 담아낸 겁니다.

제주 여성들이 감내한 4·3의 고통과 가족에 헌신했던 모습들이 영상 기록에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강은미/제주여민회 공동대표 : "4·3을 직접적으로, 주도적으로 경험하셨고, 그 이후에 개인과 마을 재건에 굉장히 주요한 역할을 하셨던 분들이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서술이 많이 누락됐다."]

구술 채록에 참여한 어르신들도 저마다 겪었던 4·3의 기억을 역사로 남겨준 데 대해 연신 고마운 마음을 나타냅니다.

[김을생/제주시 화북동 : "마음이, 속이 후련해. 고생했습니다."]

[강영제/제주시 한경면 : "아주 많이 좋습니다. (역사가 남은 거야 생전에.)"]

현대사의 비극인 4·3을 겪어낸 여성들의 삶을 담은 이번 전시회는 오는 17일까지 무료로 관람객들을 맞이합니다.

KBS 뉴스 민소영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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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여성이 기억하는 4·3은…구술채록 영상 전시회 열려
    • 입력 2023-12-02 21:27:33
    • 수정2023-12-02 22:00:15
    뉴스9(제주)
[앵커]

평범한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술사'는 기록에 담겨 있지 않은 또 다른 살아있는 역사인데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4·3을 겪은 여성들의 삶을 구술 채록으로 담아낸 전시회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민소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홍춘산 할머니는 제주 4·3이 일어난 해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고작 12살 나이, 졸지에 가장을 잃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건 맏이였던 홍 할머니였습니다.

10년 동안 서울의 방직공작을 다니며 제주로 돈을 부쳐야 했습니다.

["우리가 살던 집터에 어머니가 내가 보내준 돈으로 집도 짓고, 잘 산다고 하시고. 그렇게 육지에서 나 10년을 살았어."]

4·3의 굴레는 홍 할머니의 둘째 아들에게도 연좌제로 이어졌고, 이후 교통사고로 숨진 아들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다 지난 10월 할머니도 눈을 감았습니다.

4·3의 아픔이 관통한 홍 할머니의 삶은 이제 영상으로 남게 됐습니다.

[고순자/제주시 한림읍 : "살아있는 것 같아. 그때 당시 4·3에 관련된 것을 서로 주고받고 했어. 그래서 저 할머니, 4·3을 많이 겪었구나."]

4·3 전후 제주 여성의 생애사를 재조명한 구술 채록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생존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녀 세대에 이르기까지 5년에 걸쳐 80여 명을 구술 채록해 각자의 4·3을 담아낸 겁니다.

제주 여성들이 감내한 4·3의 고통과 가족에 헌신했던 모습들이 영상 기록에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강은미/제주여민회 공동대표 : "4·3을 직접적으로, 주도적으로 경험하셨고, 그 이후에 개인과 마을 재건에 굉장히 주요한 역할을 하셨던 분들이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서술이 많이 누락됐다."]

구술 채록에 참여한 어르신들도 저마다 겪었던 4·3의 기억을 역사로 남겨준 데 대해 연신 고마운 마음을 나타냅니다.

[김을생/제주시 화북동 : "마음이, 속이 후련해. 고생했습니다."]

[강영제/제주시 한경면 : "아주 많이 좋습니다. (역사가 남은 거야 생전에.)"]

현대사의 비극인 4·3을 겪어낸 여성들의 삶을 담은 이번 전시회는 오는 17일까지 무료로 관람객들을 맞이합니다.

KBS 뉴스 민소영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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