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한 생명을 위해 달려갈게”…20대 소방관 눈물의 영결식

입력 2023.12.0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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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거행된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태극기에 둘러싸인 고인의 관이 옮겨지고 있다. 민소영 기자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거행된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태극기에 둘러싸인 고인의 관이 옮겨지고 있다. 민소영 기자

"성철아! 나는 지금도 너의 사고 소식을 받아들일 수가 없구나. 단지 우리는 여느 때처럼 도움이 필요한 한 생명에 충실하기 위해 달려갔을 뿐이었다."

5일 오전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고(故)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 고인과 함께 제주 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에서 근무했던 동료, 장영웅 소방교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습니다.

장 소방교는 추모사에서"고 임성철 소방장과 청년 시절을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사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에 다니며 함께 소방 시험을 준비하고, 꿈에 그리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공무원이 되어 창원소방본부에 몸을 담았습니다. 이어 고향인 제주에서 근무하고자, 퇴근 후 매일 함께 머리를 맞대며 공부해 다시 시험을 쳐 2021년 제주지역 소방관으로 임용됐습니다.

"그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리는 출동 벨 소리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캄캄한 밤을 구급차를 타고 내달렸고, 뜨거운 화재 현장에 들어가 우리 대원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네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심장이 끊어지는 슬픔을 느꼈다."

지난 1일 새벽 1시쯤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의 한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고 임성철 소방장은 인근 주택에 살던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후 화재 진압을 벌이다가, 무너져내린 콘크리트 벽에 깔리는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지난 1일 새벽 1시쯤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의 한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고 임성철 소방장은 인근 주택에 살던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후 화재 진압을 벌이다가, 무너져내린 콘크리트 벽에 깔리는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친구이자 동료를 하룻밤 새 떠나보내고, 애통한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 추모사를 읽는 내내 장 소방교는 흐르는 눈물을 겨우 삼켰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일부터 다시 우리가 자랑스러워했던 소방관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갈 것이고, 그때마다 너를 내 가슴에 품고 함께 갈게."

■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아들 희생, 안전한 소방 활동 밑거름되길"

80대 노부부를 우선 대피시키고 화재 진압에 나섰다가 순직한 29살 청년 소방공무원, 고(故)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이 오늘(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엄수됐습니다.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거행된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태극기에 둘러싸인 고인의 관이 옮겨지고 있다. 민소영 기자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거행된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태극기에 둘러싸인 고인의 관이 옮겨지고 있다. 민소영 기자

고인의 장례식은 제주특별자치도장(葬)으로 치러져, 국외 출장 중인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대신해 김성중 행정부지사가 장의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1천여 명의 소방 동료와 추모객들은 영결식 내내 숨을 죽인 채,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이날 임성철 소방장의 부친도 울음을 삼키며 사랑하는 막내아들을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임 소방장의 아버지는 아들과의 첫 만남부터, 총기가 넘치던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했습니다.

"29년 전 사랑하는 아들 성철이가 태어나 우리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게 됐다. 유난히도 눈이 크고 똘망똘망했었죠.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어서 운동을 시켰는데, 어릴 적 택견 시범단으로 활동할 정도로 날아다녔지…."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거행된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태극기에 둘러싸인 고인의 관이 옮겨지고 있다. 민소영 기자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거행된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태극기에 둘러싸인 고인의 관이 옮겨지고 있다. 민소영 기자

임 소방장이 창원소방본부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소방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이유는, 편찮으신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해서였습니다.

"대학 진로를 소방구급대원으로 정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하고 얼마나 좋아했는데, 이제는 과거로 남겨두게 됐구나. 창원에서 일하던 중 아픈 엄마를 지키겠다고 두 번의 시험을 치르고 제주로 발령을 받고 모두가 좋아했는데, 그것은 이제 돌이킬 수 있는 작별이 되고 말았구나."

임 소방장의 부친은 애써 슬픔을 억누르려는 듯, 더욱 크고 우렁찬 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사고를 계기로 소방 공무원들의 안전과 근무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제 아들을 위해 응원과 기도를 해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들의 희생과 청춘이 밑거름되어, 소방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으면, 저희 가족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아들의 숨결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겠습니다."

■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 고인의 숭고한 희생, 잊지 않을 것"

윤석열 대통령은 남화영 소방청장이 대독(代讀)한 조전(弔電)을 통해 "큰 슬픔에 잠겨 있을 유가족과 동료를 잃은 소방관 여러분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소방관을 화마에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면서 "불길이 덮친 화재 현장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 고인의 헌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거행된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태극기에 둘러싸인 고인의 관이 옮겨지고 있다. 민소영 기자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거행된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태극기에 둘러싸인 고인의 관이 옮겨지고 있다. 민소영 기자

김성중 장례위원장은 영결사에서 "고인은 일찍부터 소방관을 꿈꿔왔던, 투철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가진 소방관이었다. 가장 위험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곧은 사명감으로 오직 한 길만 걸으며 20대를 쏟아부었다"고 고인을 기렸습니다.

이어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겠다는 신념을 지켜내다, 결국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별이 되었다. 저희 모두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투철한 사명감으로 헌신하신 고인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습니다.

영결식에선 고인에 대한 1계급 특진 임명장 수여와 옥조근정훈장 추서 등이 이뤄졌고, 고인의 시신은 제주호국원에 안장됩니다.

"…임성철 소방장은 우리의 곁을 떠나 영면에 들었지만, 그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희생은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장영웅 소방교)

고(故) 임성철 소방장고(故) 임성철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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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도 한 생명을 위해 달려갈게”…20대 소방관 눈물의 영결식
    • 입력 2023-12-05 15: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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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거행된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태극기에 둘러싸인 고인의 관이 옮겨지고 있다. 민소영 기자
"성철아! 나는 지금도 너의 사고 소식을 받아들일 수가 없구나. 단지 우리는 여느 때처럼 도움이 필요한 한 생명에 충실하기 위해 달려갔을 뿐이었다."

5일 오전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고(故)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 고인과 함께 제주 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에서 근무했던 동료, 장영웅 소방교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습니다.

장 소방교는 추모사에서"고 임성철 소방장과 청년 시절을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사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에 다니며 함께 소방 시험을 준비하고, 꿈에 그리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공무원이 되어 창원소방본부에 몸을 담았습니다. 이어 고향인 제주에서 근무하고자, 퇴근 후 매일 함께 머리를 맞대며 공부해 다시 시험을 쳐 2021년 제주지역 소방관으로 임용됐습니다.

"그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리는 출동 벨 소리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캄캄한 밤을 구급차를 타고 내달렸고, 뜨거운 화재 현장에 들어가 우리 대원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네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심장이 끊어지는 슬픔을 느꼈다."

지난 1일 새벽 1시쯤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의 한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고 임성철 소방장은 인근 주택에 살던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후 화재 진압을 벌이다가, 무너져내린 콘크리트 벽에 깔리는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친구이자 동료를 하룻밤 새 떠나보내고, 애통한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 추모사를 읽는 내내 장 소방교는 흐르는 눈물을 겨우 삼켰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일부터 다시 우리가 자랑스러워했던 소방관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갈 것이고, 그때마다 너를 내 가슴에 품고 함께 갈게."

■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아들 희생, 안전한 소방 활동 밑거름되길"

80대 노부부를 우선 대피시키고 화재 진압에 나섰다가 순직한 29살 청년 소방공무원, 고(故)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이 오늘(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엄수됐습니다.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거행된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태극기에 둘러싸인 고인의 관이 옮겨지고 있다. 민소영 기자
고인의 장례식은 제주특별자치도장(葬)으로 치러져, 국외 출장 중인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대신해 김성중 행정부지사가 장의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1천여 명의 소방 동료와 추모객들은 영결식 내내 숨을 죽인 채,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이날 임성철 소방장의 부친도 울음을 삼키며 사랑하는 막내아들을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임 소방장의 아버지는 아들과의 첫 만남부터, 총기가 넘치던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했습니다.

"29년 전 사랑하는 아들 성철이가 태어나 우리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게 됐다. 유난히도 눈이 크고 똘망똘망했었죠.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어서 운동을 시켰는데, 어릴 적 택견 시범단으로 활동할 정도로 날아다녔지…."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거행된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태극기에 둘러싸인 고인의 관이 옮겨지고 있다. 민소영 기자
임 소방장이 창원소방본부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소방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이유는, 편찮으신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해서였습니다.

"대학 진로를 소방구급대원으로 정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하고 얼마나 좋아했는데, 이제는 과거로 남겨두게 됐구나. 창원에서 일하던 중 아픈 엄마를 지키겠다고 두 번의 시험을 치르고 제주로 발령을 받고 모두가 좋아했는데, 그것은 이제 돌이킬 수 있는 작별이 되고 말았구나."

임 소방장의 부친은 애써 슬픔을 억누르려는 듯, 더욱 크고 우렁찬 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사고를 계기로 소방 공무원들의 안전과 근무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제 아들을 위해 응원과 기도를 해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들의 희생과 청춘이 밑거름되어, 소방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으면, 저희 가족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아들의 숨결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겠습니다."

■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 고인의 숭고한 희생, 잊지 않을 것"

윤석열 대통령은 남화영 소방청장이 대독(代讀)한 조전(弔電)을 통해 "큰 슬픔에 잠겨 있을 유가족과 동료를 잃은 소방관 여러분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소방관을 화마에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면서 "불길이 덮친 화재 현장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 고인의 헌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5일 오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거행된 고(故)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에서 태극기에 둘러싸인 고인의 관이 옮겨지고 있다. 민소영 기자
김성중 장례위원장은 영결사에서 "고인은 일찍부터 소방관을 꿈꿔왔던, 투철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가진 소방관이었다. 가장 위험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곧은 사명감으로 오직 한 길만 걸으며 20대를 쏟아부었다"고 고인을 기렸습니다.

이어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겠다는 신념을 지켜내다, 결국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별이 되었다. 저희 모두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투철한 사명감으로 헌신하신 고인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습니다.

영결식에선 고인에 대한 1계급 특진 임명장 수여와 옥조근정훈장 추서 등이 이뤄졌고, 고인의 시신은 제주호국원에 안장됩니다.

"…임성철 소방장은 우리의 곁을 떠나 영면에 들었지만, 그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희생은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장영웅 소방교)

고(故) 임성철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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