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무료 급식소’ 휘청…“지역·국가 함께 나서야”

입력 2023.12.07 (18:21) 수정 2023.12.0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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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종로 탑골공원 입구에 종이 상자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지역명과 숫자가 섞인 암호 같은 글자도 쓰여 있는데요.

이 종이 상자로 무료 점심을 먹기 위한 줄을 서는 겁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급식 원정을 오는 분들도 많다는데요.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저소득층의 부담이 가장 클수밖에 없습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식비로 지출한 금액은 40만원에 달하는데, 처분 가능 소득의 절반 가까이 됩니다.

무섭게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가 무료급식소 운영에 직격탄이 됐습니다.

작년보다 쌀은 10% 이상, 오징어는 20% 이상 올랐습니다.

자치 단체 지원을 받는 공공 급식소는 김밥 한 줄도 사기 어려운 단가로 운영되고 있는데, 높아진 물가에 이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무료 급식소에 김옥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복도가 꽉 찰 만큼 길게 줄지어 선 사람들.

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갖가지 반찬을 식판에 받습니다.

한 복지관이 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입니다.

[차후분/부산 사하구 : "(집에서는) 있는 대로 한 가지 반찬 해 갖고 먹고 그러니까, 혼자 있으면 외롭고 그렇잖아요. 여기 오면 맛있는 음식도 잡수고…"]

무료급식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김밥 한 줄 값과 같은 3,500원.

지원금의 절반은 고기 반찬에 쓰이고, 나머지는 다른 3가지 반찬과 국의 식재료를 사면 남는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밥과 김치는 독지가의 후원을 받아 겨우 제공하는 실정입니다.

자치단체의 지원마저 없는 민간 급식소는 요즘 후원금까지 줄면서 상황이 더욱 어렵습니다.

공공급식소에 가지 못하는 노인들이 주로 찾는 민간 급식소의 일부는 물가가 크게 오르자 하루 급식 인원을 200명 선에서 150명 정도로 줄였습니다.

[강정칠/부산연탄은행 대표 : "'오늘 한 번만 드시고, 다음에 자리가 비면은 모시겠습니다.' 이 말씀 드릴 때 사실은 마음이 아프고요… "]

공공 급식소는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지원금을 올려주고, 민간 급식소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입니다.

[한진숙/동의과학대 외식산업학부 교수 : "식사에 대한 부분은 사실 존엄성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을 지역 사회가 같이 가고 국가가 같이 가야만…"]

지난 달 농산물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13.6%)를 기록했지만 지원금은 그대로이고 여기에 후원 심리마저 얼어붙으면서 무료 급식소는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 장준영/영상편집:백혜리/그래픽: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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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물가에 ‘무료 급식소’ 휘청…“지역·국가 함께 나서야”
    • 입력 2023-12-07 18:21:17
    • 수정2023-12-07 18: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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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종로 탑골공원 입구에 종이 상자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지역명과 숫자가 섞인 암호 같은 글자도 쓰여 있는데요.

이 종이 상자로 무료 점심을 먹기 위한 줄을 서는 겁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급식 원정을 오는 분들도 많다는데요.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저소득층의 부담이 가장 클수밖에 없습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식비로 지출한 금액은 40만원에 달하는데, 처분 가능 소득의 절반 가까이 됩니다.

무섭게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가 무료급식소 운영에 직격탄이 됐습니다.

작년보다 쌀은 10% 이상, 오징어는 20% 이상 올랐습니다.

자치 단체 지원을 받는 공공 급식소는 김밥 한 줄도 사기 어려운 단가로 운영되고 있는데, 높아진 물가에 이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지는 무료 급식소에 김옥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복도가 꽉 찰 만큼 길게 줄지어 선 사람들.

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갖가지 반찬을 식판에 받습니다.

한 복지관이 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입니다.

[차후분/부산 사하구 : "(집에서는) 있는 대로 한 가지 반찬 해 갖고 먹고 그러니까, 혼자 있으면 외롭고 그렇잖아요. 여기 오면 맛있는 음식도 잡수고…"]

무료급식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김밥 한 줄 값과 같은 3,500원.

지원금의 절반은 고기 반찬에 쓰이고, 나머지는 다른 3가지 반찬과 국의 식재료를 사면 남는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밥과 김치는 독지가의 후원을 받아 겨우 제공하는 실정입니다.

자치단체의 지원마저 없는 민간 급식소는 요즘 후원금까지 줄면서 상황이 더욱 어렵습니다.

공공급식소에 가지 못하는 노인들이 주로 찾는 민간 급식소의 일부는 물가가 크게 오르자 하루 급식 인원을 200명 선에서 150명 정도로 줄였습니다.

[강정칠/부산연탄은행 대표 : "'오늘 한 번만 드시고, 다음에 자리가 비면은 모시겠습니다.' 이 말씀 드릴 때 사실은 마음이 아프고요… "]

공공 급식소는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지원금을 올려주고, 민간 급식소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입니다.

[한진숙/동의과학대 외식산업학부 교수 : "식사에 대한 부분은 사실 존엄성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을 지역 사회가 같이 가고 국가가 같이 가야만…"]

지난 달 농산물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13.6%)를 기록했지만 지원금은 그대로이고 여기에 후원 심리마저 얼어붙으면서 무료 급식소는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 장준영/영상편집:백혜리/그래픽: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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