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수용하고 사퇴했나

입력 2005.10.14 (22:31)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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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김종빈 검찰총장이 장고끝에 지휘권을 수용한 것은 예상된 결론으로 무엇보다도 거부할 명분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표는 검찰의 입지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도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저녁 7시, 천정배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공식적으로 지휘하면서 검찰내에 파문이 일기 시작합니다.

헌정 사상 첫 지휘권 발동 소식에 검찰은 일제히 비상 상태에 돌입했고, '강정구 교수의 구속 여부' 문제는 '총장의 거취 문제'로 확산됐습니다.

전국의 일선 검사들의 의견이 모두 모아진 가운데, 사흘간의 숙고끝에 결국 총장은 수사 지휘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거부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위법하거나 불합리한 지시가 아닐 경우 공무원으로서 이를 거부할 수 없는데, '천 장관의 지휘를 위법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최종 판단이었습니다.

법집행의 최고 총수로서 스스로 법을 어겨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이로인해 검찰이 통제되지 않는 권력기관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도 두렵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강정구 교수의 구속 여부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검찰이 명분쌓기가 쉽지 않은 대목이었습니다.

남은 문제는 총장의 퇴진 여부...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면서까지 검찰 총장이 자리를 계속 지킨다면 장관이 앞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해 계속 개입할 여지가 생기게 되는 것이 큰 부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검찰 조직과 후배 검사들을 위해 김총장은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김종빈 총장은 어제 사퇴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었지만, 대검 간부들의 간곡한 사퇴 만류가 이어지면서 오늘 오후까지 결심을 미뤄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김도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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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수용하고 사퇴했나
    • 입력 2005-10-14 21:01:08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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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김종빈 검찰총장이 장고끝에 지휘권을 수용한 것은 예상된 결론으로 무엇보다도 거부할 명분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표는 검찰의 입지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도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저녁 7시, 천정배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공식적으로 지휘하면서 검찰내에 파문이 일기 시작합니다. 헌정 사상 첫 지휘권 발동 소식에 검찰은 일제히 비상 상태에 돌입했고, '강정구 교수의 구속 여부' 문제는 '총장의 거취 문제'로 확산됐습니다. 전국의 일선 검사들의 의견이 모두 모아진 가운데, 사흘간의 숙고끝에 결국 총장은 수사 지휘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거부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위법하거나 불합리한 지시가 아닐 경우 공무원으로서 이를 거부할 수 없는데, '천 장관의 지휘를 위법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최종 판단이었습니다. 법집행의 최고 총수로서 스스로 법을 어겨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이로인해 검찰이 통제되지 않는 권력기관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도 두렵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강정구 교수의 구속 여부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검찰이 명분쌓기가 쉽지 않은 대목이었습니다. 남은 문제는 총장의 퇴진 여부...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면서까지 검찰 총장이 자리를 계속 지킨다면 장관이 앞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해 계속 개입할 여지가 생기게 되는 것이 큰 부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검찰 조직과 후배 검사들을 위해 김총장은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김종빈 총장은 어제 사퇴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었지만, 대검 간부들의 간곡한 사퇴 만류가 이어지면서 오늘 오후까지 결심을 미뤄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김도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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