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불화살·해일’ 개량 시험…도발 수위 높여

입력 2024.01.27 (08:22) 수정 2024.01.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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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국내 공공기관에 대한 해킹 공격 시도 가운데 약 80%가 북한 소행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해킹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게 국가정보원의 판단인데요.

예를 들자면요, 지난해 9월 김정은이 해군력 강화를 강조하자 국내 조선업체 4곳이 해킹을 당했고, 지난해 1월에는 식량난 해결을 지시하자 국내 농수산 기관들이 집중적으로 해킹 공격을 받았다는 겁니다.

북한 사이버 도발 능력에 대해 우려가 커지는 한편으로는 해킹마저도 김정은 지시에 따르는 북한 체제라는 게 참 이해하기 힘든 대상이구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1월 넷째 주 <남북의창> 시작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국 관계로 규정한 이후 무기 체계를 바꿔가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달 중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수중 핵어뢰와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도 연이어 공개했는데요.

기존 핵어뢰나 미사일과는 달리 일련번호를 새롭게 부여하고, 또 이름을 바꾸며 무기체계를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했습니다.

한미 군 당국은 정확한 제원을 분석 중인데,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장착할 수 있는 기종들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관련 소식,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북한이 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이 우리 군 감시자산에 포착된 것은 지난 24일 오전 7시경.

군은 이 미사일들이 평양 서쪽 해상에서 원형 또는 8자형 궤도로 비행했다며, 지난해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보다 짧게 날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다음날 이 미사일이 새롭게 개발 중에 있는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존에 북한이 공개한 순항미사일의 명칭은 화살-1형과 2형.

기존 명칭 앞에 ‘불’자를 붙이고, 끝에 31이란 번호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은 지난해 3월과 9월에도 순항미사일의 공중 폭발 모습을 공개하며 전술핵 공격을 가정해 실시한 훈련이라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조선중앙TV/2023년 9월 : "목표 섬 상공의 설정 고도 150m에서 공중 폭발시켜 핵 타격 임무를 정확히 수행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수중 핵무기체계, 해일-5-23의 중요 시험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해일 역시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게 설계된 일종의 핵어뢰로,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항만과 함선 등에 대규모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북한은 주장했습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북한이 우리 한반도를 넘어서 주일 미군기지, 나아가서 괌에 있는 미 해군 기지를 핵 어뢰로 공격하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장거리 영토 공격을 위해서 잠수함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 해일을 ICBM에 넣어서 일정 거리를 ICMB으로 비행을 시킨 다음 바다에 떨어지면 그때부터 다시 해일이 잠항을 해서 자기의 목표 지점까지 가는 방법도 지금 함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해일 시험 사실을 처음 밝힌 북한은 지난 7월 전승절 열병식에선 대형 트럭에 실린 해일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공개된 핵어뢰의 길이는 약16m, 지름은 1.5~1.6m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러시아가 실전배치한 수중 핵어뢰, 포세이돈의 축소판을 연상시키는데, 북한이 공개한 것보다 훨씬 더 먼저 해일을 개발해 왔을 거란 분석도 제기됩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러시아에서는 북한의 해일 개발 역사를 1990년대 중반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인 잠수정을 무인 잠수정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때인 거죠. 아마 지금 해일의 최초 버전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에서 분석한 내용 중에 눈길이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사용한 그 어뢰도 당시 해일과 비슷한 그런 어뢰를 발사했을 수 있다는 거죠."]

북한이 향후 러시아로부터 지원 받는 군사 기술의 범위가 핵어뢰로 확장될 경우 해일이 실전용으로 완성되는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북한이 서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해군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김정은이 최근 우리나라를 적대국으로, 또 북방한계선 NLL을 불법이라고 규정한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불법적인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북한이 NLL을 콕 집어 언급한 의도는 무엇이고, NLL이 끊임없이 남북 대치의 취약 지대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통해 한반도에는 육상분계선이 그어진 반면, 해상분계선은 끝내 합의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남한의 해군력이 북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했던 데다, 영해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대치하고 있는 대치선의 기준으로 그었거든요. 그러니까 지상 같은 경우에는 명확하게 그었고 그 위에 하늘도 어느 정도 명확하게 그을 수 있었는데 바다에서는 사실은 명확하지 않았어요. 그 당시 이미 북한의 해군은요. 이미 괴멸이 돼서 전혀 없었고 전 해상들을 다 우리 한국 해군과 유엔군이 장악을 하고 있었던 거거든요."]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한국의 경우는 3해리 영해선을 주장 했고요. 그렇게 된다면 서해 5도가 3해리를 갖는다 하더라도 그 나머지 해역은 국제 공역이 됩니다. 그래서 통행에 아무 문제가 안 되는데 반면에 북한이 주장한 대로 12해리가 되면 대부분이 이 북한 바다가 됩니다."]

결국 정전협정 체결 한달 뒤, 마크 클라크 당시 유엔군 사령관은 우발적 무력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서해 5도와 북한 옹진반도 간의 중간선을 설정해 NLL이라고 칭했습니다.

‘북방한계선’이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당시엔 한국의 우월한 해군력을 고려해 북진을 막는 목적도 담겼습니다.

북한은 NLL이 정전협정이나 국제법에 근거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포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한국군의 자기 제한을 염두에 둔 선인 만큼 20년간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70년대부터 북한은 NLL에서 무력도발을 감행하고, 영해권을 주장하는 등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결국 해군력을 북이 어느 정도 복원을 했기 때문에 가장 큰 이유는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요. 1960년대부터 북은 과거 소련으로부터 해군력을 받아들이고 소위 말해서 어뢰정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거든요."]

급기야 북한은 1999년 1차 연평해전 직후 NLL을 대체하는 해상경계선을 들고 나왔고, 이듬해엔 자신들이 설정한 수로로 서해 5도를 통행하라는 '서해5도 통항질서'도 발표했습니다.

그러다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지, 2007년에는 또 다른 해상분계선인 경비계선마저 들고 나왔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것을 북한이 주장하는 또 한 가지 의도가 뭐냐면 이게 이 공간(연평도와 대청도 사이 NLL 남쪽 해역)에는요. 우리도 사실 쉽게 들어가지 않아요. 우리 고속정 같은 경우에는 항상 거기 있는 것이 아니라 백령도나 연평도 기지에 존재를 하면서 필요할 때만 들어가거든요. 그것을 교묘하게 우리의 경비 구역이 비어있는 구역을 딱 만들어서‘너희들도 (경비) 안 하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이 들어가’ 이런 논리를 만드는 거죠."]

북한이 한동안 잠잠했던 NLL 문제를 현 시점에 또다시 꺼내든 것은 최근 대남 정책을 전환한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이미 공언한대로 우리를 같은 민족이 아닌, 교전중인 적대국으로 본다면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반영된 NLL을 인정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2국가 관계를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 하면 2국가 관계라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국경선이 분명해져야 되거든요."]

만약 북한이 기존에 주장하던 서해 경비계선을 기준으로 삼고 군사 행동에 들어갈 경우, 우리 군도 NLL 사수를 위한 대응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NLL이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적 선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 정부는 70년 넘게 실효적으로 관할해온 북방한계선이 사실상의 해상분계선이라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전하규/국방부 대변인/1월 16일 : "NLL은 우리 장병들이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사수해 온 실질적인 해상 경계선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이 NLL을 지키고 수호하겠다는 것은 우리 군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부단히 해법을 찾아 노력해 왔습니다.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은 “해상 불가침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지금까지의 관할 구역을 불가침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했습니다.

2007년 10월에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구축해 NLL 문제를 우회적으로 다룬다는 큰 원칙에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예를 들면 공동 어로수역을 설정한다든지 또는 여기에 해양 평화 공원을 만든다든지 해서 경제적 이익은 공유하되 실제로 군사적으로는 북한이 우리 쪽에 내려오지 못하게 하는 조치들을 합의해 왔습니다. 과거 공동 어로수역이나 해양 평화 공원 같은 경우는 외국 사례들이 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 홍해 해양 평화공원을 만들어서 더 이상 해상 분쟁이 없어졌습니다."]

당장 새로운 경계선을 확정하거나, 경제협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어렵다면,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핀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2000년대 초반에 5.24합의라는 게 있었어요.이미 그때 남쪽과 북쪽에는 해상에서의 어떤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서 해상에서 서로 백두산, 한라산이라고 부르면서 서로가 통신망을 가지는 그런 것까지 이미 벌써 20년 전에 있었던 일이에요."]

북한이 남북 관계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NLL 인근에서 무력 충돌의 무리수를 둘 수도 있는 상황.

위기관리와 국면 전환을 위한 최소한의 남북 간 접점 찾기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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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불화살·해일’ 개량 시험…도발 수위 높여
    • 입력 2024-01-27 08:22:15
    • 수정2024-01-27 09: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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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국내 공공기관에 대한 해킹 공격 시도 가운데 약 80%가 북한 소행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해킹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게 국가정보원의 판단인데요.

예를 들자면요, 지난해 9월 김정은이 해군력 강화를 강조하자 국내 조선업체 4곳이 해킹을 당했고, 지난해 1월에는 식량난 해결을 지시하자 국내 농수산 기관들이 집중적으로 해킹 공격을 받았다는 겁니다.

북한 사이버 도발 능력에 대해 우려가 커지는 한편으로는 해킹마저도 김정은 지시에 따르는 북한 체제라는 게 참 이해하기 힘든 대상이구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1월 넷째 주 <남북의창> 시작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국 관계로 규정한 이후 무기 체계를 바꿔가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달 중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수중 핵어뢰와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도 연이어 공개했는데요.

기존 핵어뢰나 미사일과는 달리 일련번호를 새롭게 부여하고, 또 이름을 바꾸며 무기체계를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했습니다.

한미 군 당국은 정확한 제원을 분석 중인데,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장착할 수 있는 기종들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관련 소식,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북한이 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이 우리 군 감시자산에 포착된 것은 지난 24일 오전 7시경.

군은 이 미사일들이 평양 서쪽 해상에서 원형 또는 8자형 궤도로 비행했다며, 지난해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보다 짧게 날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다음날 이 미사일이 새롭게 개발 중에 있는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존에 북한이 공개한 순항미사일의 명칭은 화살-1형과 2형.

기존 명칭 앞에 ‘불’자를 붙이고, 끝에 31이란 번호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은 지난해 3월과 9월에도 순항미사일의 공중 폭발 모습을 공개하며 전술핵 공격을 가정해 실시한 훈련이라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조선중앙TV/2023년 9월 : "목표 섬 상공의 설정 고도 150m에서 공중 폭발시켜 핵 타격 임무를 정확히 수행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수중 핵무기체계, 해일-5-23의 중요 시험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해일 역시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게 설계된 일종의 핵어뢰로,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항만과 함선 등에 대규모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북한은 주장했습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북한이 우리 한반도를 넘어서 주일 미군기지, 나아가서 괌에 있는 미 해군 기지를 핵 어뢰로 공격하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장거리 영토 공격을 위해서 잠수함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 해일을 ICBM에 넣어서 일정 거리를 ICMB으로 비행을 시킨 다음 바다에 떨어지면 그때부터 다시 해일이 잠항을 해서 자기의 목표 지점까지 가는 방법도 지금 함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해일 시험 사실을 처음 밝힌 북한은 지난 7월 전승절 열병식에선 대형 트럭에 실린 해일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공개된 핵어뢰의 길이는 약16m, 지름은 1.5~1.6m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러시아가 실전배치한 수중 핵어뢰, 포세이돈의 축소판을 연상시키는데, 북한이 공개한 것보다 훨씬 더 먼저 해일을 개발해 왔을 거란 분석도 제기됩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러시아에서는 북한의 해일 개발 역사를 1990년대 중반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인 잠수정을 무인 잠수정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때인 거죠. 아마 지금 해일의 최초 버전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에서 분석한 내용 중에 눈길이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사용한 그 어뢰도 당시 해일과 비슷한 그런 어뢰를 발사했을 수 있다는 거죠."]

북한이 향후 러시아로부터 지원 받는 군사 기술의 범위가 핵어뢰로 확장될 경우 해일이 실전용으로 완성되는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북한이 서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해군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김정은이 최근 우리나라를 적대국으로, 또 북방한계선 NLL을 불법이라고 규정한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불법적인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북한이 NLL을 콕 집어 언급한 의도는 무엇이고, NLL이 끊임없이 남북 대치의 취약 지대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통해 한반도에는 육상분계선이 그어진 반면, 해상분계선은 끝내 합의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남한의 해군력이 북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했던 데다, 영해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대치하고 있는 대치선의 기준으로 그었거든요. 그러니까 지상 같은 경우에는 명확하게 그었고 그 위에 하늘도 어느 정도 명확하게 그을 수 있었는데 바다에서는 사실은 명확하지 않았어요. 그 당시 이미 북한의 해군은요. 이미 괴멸이 돼서 전혀 없었고 전 해상들을 다 우리 한국 해군과 유엔군이 장악을 하고 있었던 거거든요."]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한국의 경우는 3해리 영해선을 주장 했고요. 그렇게 된다면 서해 5도가 3해리를 갖는다 하더라도 그 나머지 해역은 국제 공역이 됩니다. 그래서 통행에 아무 문제가 안 되는데 반면에 북한이 주장한 대로 12해리가 되면 대부분이 이 북한 바다가 됩니다."]

결국 정전협정 체결 한달 뒤, 마크 클라크 당시 유엔군 사령관은 우발적 무력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서해 5도와 북한 옹진반도 간의 중간선을 설정해 NLL이라고 칭했습니다.

‘북방한계선’이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당시엔 한국의 우월한 해군력을 고려해 북진을 막는 목적도 담겼습니다.

북한은 NLL이 정전협정이나 국제법에 근거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포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한국군의 자기 제한을 염두에 둔 선인 만큼 20년간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70년대부터 북한은 NLL에서 무력도발을 감행하고, 영해권을 주장하는 등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결국 해군력을 북이 어느 정도 복원을 했기 때문에 가장 큰 이유는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요. 1960년대부터 북은 과거 소련으로부터 해군력을 받아들이고 소위 말해서 어뢰정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거든요."]

급기야 북한은 1999년 1차 연평해전 직후 NLL을 대체하는 해상경계선을 들고 나왔고, 이듬해엔 자신들이 설정한 수로로 서해 5도를 통행하라는 '서해5도 통항질서'도 발표했습니다.

그러다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인지, 2007년에는 또 다른 해상분계선인 경비계선마저 들고 나왔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것을 북한이 주장하는 또 한 가지 의도가 뭐냐면 이게 이 공간(연평도와 대청도 사이 NLL 남쪽 해역)에는요. 우리도 사실 쉽게 들어가지 않아요. 우리 고속정 같은 경우에는 항상 거기 있는 것이 아니라 백령도나 연평도 기지에 존재를 하면서 필요할 때만 들어가거든요. 그것을 교묘하게 우리의 경비 구역이 비어있는 구역을 딱 만들어서‘너희들도 (경비) 안 하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이 들어가’ 이런 논리를 만드는 거죠."]

북한이 한동안 잠잠했던 NLL 문제를 현 시점에 또다시 꺼내든 것은 최근 대남 정책을 전환한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이미 공언한대로 우리를 같은 민족이 아닌, 교전중인 적대국으로 본다면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반영된 NLL을 인정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2국가 관계를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 하면 2국가 관계라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국경선이 분명해져야 되거든요."]

만약 북한이 기존에 주장하던 서해 경비계선을 기준으로 삼고 군사 행동에 들어갈 경우, 우리 군도 NLL 사수를 위한 대응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NLL이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적 선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 정부는 70년 넘게 실효적으로 관할해온 북방한계선이 사실상의 해상분계선이라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전하규/국방부 대변인/1월 16일 : "NLL은 우리 장병들이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사수해 온 실질적인 해상 경계선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이 NLL을 지키고 수호하겠다는 것은 우리 군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부단히 해법을 찾아 노력해 왔습니다.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은 “해상 불가침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지금까지의 관할 구역을 불가침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했습니다.

2007년 10월에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구축해 NLL 문제를 우회적으로 다룬다는 큰 원칙에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예를 들면 공동 어로수역을 설정한다든지 또는 여기에 해양 평화 공원을 만든다든지 해서 경제적 이익은 공유하되 실제로 군사적으로는 북한이 우리 쪽에 내려오지 못하게 하는 조치들을 합의해 왔습니다. 과거 공동 어로수역이나 해양 평화 공원 같은 경우는 외국 사례들이 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 홍해 해양 평화공원을 만들어서 더 이상 해상 분쟁이 없어졌습니다."]

당장 새로운 경계선을 확정하거나, 경제협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어렵다면,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핀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동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2000년대 초반에 5.24합의라는 게 있었어요.이미 그때 남쪽과 북쪽에는 해상에서의 어떤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서 해상에서 서로 백두산, 한라산이라고 부르면서 서로가 통신망을 가지는 그런 것까지 이미 벌써 20년 전에 있었던 일이에요."]

북한이 남북 관계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NLL 인근에서 무력 충돌의 무리수를 둘 수도 있는 상황.

위기관리와 국면 전환을 위한 최소한의 남북 간 접점 찾기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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