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당 1억 원’이 쏘아 올린 출산지원금 과세 논란 [이슈 집중]

입력 2024.02.16 (21:37) 수정 2024.02.1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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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이 한 명에 1억 원, 부영그룹이 얼마전 파격적인 출산지원금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지원금을 받은 근로자는 세금을 내야 하고 지원금을 준 기업의 세금 부담도 경우에 따라 커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럴거면 왜 기업이 출산지원금 주겠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줘야할지, 이것이 저출생 극복의 해법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오늘(16일) 뉴스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먼저 1억 원을 받은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리포트]

[김대훈/부영주택 '출산지원금' 대상자 : "김시안의 아빠, 저는 부영주택 준법경영팀에 근무하고 있는 김대훈 대리라고 합니다."]

["아직까지도 얼떨떨합니다. 왜냐면, 제가 생을 살면서 동그라미가 여덟개 박힌 숫자를 처음 봤거든요 지금. 한 번에 이렇게 들어올 수가 없잖아요. 직장생활을 하면."]

["약간은 좀 시샘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웃음)"]

["둘째는 엄두도 못 냈고, 하나라도 제대로 좀 잘 키워 보자라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이렇게 큰 금액을, 이렇게 지원을 해주시니까. 어, 솔직한 말씀 드리려면 지금 둘째도 갑자기 없던 계획이 지금 생겼습니다."]

["지금 세금 문제로 인해서 조금 사내에 이 제 해당자 분들도 좀 이슈긴 합니다."]

["(기업이) 혜택을 많이 줌과 동시에 국가도 지금 많이 고민을 해야되는 부분인 거 같고요. 그래야지 많은 다수의 기업들이나 개인들이 지원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장려가 되고."]

[이중근/부영그룹 회장 : "출산 장려에 대해선 면세를 해주시오,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증여가 (되면 세율이) 10% 될지 모릅니다. 정 안 되면 그렇게 하더라도 나는 좀 면세해 주쇼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증여로 해 달라는 이유, 근로자가 부담해야 하는 세액이 꽤 많아섭니다.

원칙적으로 출산지원금도 근로소득에 포함됩니다.

연봉 5천만 원인 경우 1억 원을 받으면 보통 38%의 소득세율이 적용되고 지방소득세까지 더해 4,180만 원을 내야 합니다.

반면 증여 방식이면 10%, 천만 원만 내면 됩니다.

부영 측에서 아예 기부로 보고 면세해주면 어떠냐, 이런 얘기도 했는데 기부금 인정은 법 요건도 엄격하고 회사가 직원에게 준 돈을 기부로 보는 건 사회 통념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럼 증여로 보면 되지 않느냐?

이것도 쉽진 않습니다.

전례가 없어섭니다.

포스코, HD현대 등 많게는 5백만 원까지 출산 지원금을 지급했던 회사에선 모두 근로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냈습니다.

이번이 이 전례를 깰만한 때인지 정부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상목/경제부총리/오늘 : "근로소득이 될 수도 있고 증여가 될 수도 있다. 기업과 근로자가 추가적인 세 부담이 생기진 않도록 설계를 해 보겠다. 이런 취지니까 그 정도까지만 오늘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출산지원금을 특별히 증여로 인정하면 근로자 세 부담은 줄지만 이번엔 기업 측이 '인건비'로 인정받지 못해 세금 혜택을 하나도 못 받습니다.

기업의 출산지원금 증여도 비용으로 인정하는 시행령 개정이 추가로 필요하죠.

이 외에 법을 바꿔 지금 월 20만 원인 출산 수당 비과세 한도를 늘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결론은 정부가 다음 달 발표합니다.

부영이 제시한 파격적 지원금이 제도를 바꾸는 걸 넘어서 저출생 해법에 대한 관심까지 커지게 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큰 돈을 모두가 받을 순 없고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도 생각해야 합니다.

고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5살 아이를 키우는 이 모 씨.

그동안 받은 세제 혜택은 매년 연말정산 때 입력하는 부양가족 공제 150만 원뿐입니다.

[이OO/중소기업 근로자 : "인적 공제는 몇 년째 똑같잖아요. 150만 원. 이걸 좀 늘려주면 애 키우는 것에 대해서 나라에서 굉장히 지원해주고 있구나, 이런 마음, 심적인 그것도 받을 텐데…."]

회사에서 받은 출산지원금에 세제 혜택을 주자는 논의가 나오자,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OO/중소기업 근로자 : "1억이나, 몇천만 원씩 줄 수 있는 여력이 되는 기업들 위주로 세제 혜택을 준다고 하면 내가 이런 작은 기업에 다녀서 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이 같은 형평성 문제는 정부도 언급한 일이 있습니다.

결혼이나 출생 장려금을 주는 기업에 세액 공제를 해주자는 법안이 발의되자, 정부는 "대기업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중소기업의 경우는 상당수가 혜택을 못 받는 문제"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육아휴직 등 기존 출산 지원책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직원이 더 쉽게, 많이 사용하는 현실에서 뼈아픈 부분입니다.

[석병훈/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 "(탄력 근무나 단축 근무 등) 현물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기업들에 다니는 직원들 같은 경우는 (세제) 혜택을 못 받게 되는 이런 형평성 문제 제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서…."]

현금 지원의 효과뿐 아니라 한계를 고려할 필요도 있습니다.

저출생 정책 효과에 대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현금 지원의 효과는 소득 4분위, 즉 상위 20~40% 구간에서만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너무 가난하면 효과가 없고, 너무 잘 살면 의식하지 않는단 겁니다.

또 한 번에 천만 원 이상 받아야 출산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는데, 한 번에 이만큼 주는 건 정부든 기업이든 쉽지 않습니다.

현금 지원 논의에만 갇히지 말고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일 가정 양립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OO/중소기업 근로자 : "한 회사의 사례를 위해서 그런 정책,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더 많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 이상훈 정현석 노동수/영상편집:차정남 박은주/그래픽:채상우 서수민 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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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명당 1억 원’이 쏘아 올린 출산지원금 과세 논란 [이슈 집중]
    • 입력 2024-02-16 21:37:47
    • 수정2024-02-17 08: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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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이 한 명에 1억 원, 부영그룹이 얼마전 파격적인 출산지원금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지원금을 받은 근로자는 세금을 내야 하고 지원금을 준 기업의 세금 부담도 경우에 따라 커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럴거면 왜 기업이 출산지원금 주겠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줘야할지, 이것이 저출생 극복의 해법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오늘(16일) 뉴스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먼저 1억 원을 받은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리포트]

[김대훈/부영주택 '출산지원금' 대상자 : "김시안의 아빠, 저는 부영주택 준법경영팀에 근무하고 있는 김대훈 대리라고 합니다."]

["아직까지도 얼떨떨합니다. 왜냐면, 제가 생을 살면서 동그라미가 여덟개 박힌 숫자를 처음 봤거든요 지금. 한 번에 이렇게 들어올 수가 없잖아요. 직장생활을 하면."]

["약간은 좀 시샘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웃음)"]

["둘째는 엄두도 못 냈고, 하나라도 제대로 좀 잘 키워 보자라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이렇게 큰 금액을, 이렇게 지원을 해주시니까. 어, 솔직한 말씀 드리려면 지금 둘째도 갑자기 없던 계획이 지금 생겼습니다."]

["지금 세금 문제로 인해서 조금 사내에 이 제 해당자 분들도 좀 이슈긴 합니다."]

["(기업이) 혜택을 많이 줌과 동시에 국가도 지금 많이 고민을 해야되는 부분인 거 같고요. 그래야지 많은 다수의 기업들이나 개인들이 지원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장려가 되고."]

[이중근/부영그룹 회장 : "출산 장려에 대해선 면세를 해주시오,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증여가 (되면 세율이) 10% 될지 모릅니다. 정 안 되면 그렇게 하더라도 나는 좀 면세해 주쇼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증여로 해 달라는 이유, 근로자가 부담해야 하는 세액이 꽤 많아섭니다.

원칙적으로 출산지원금도 근로소득에 포함됩니다.

연봉 5천만 원인 경우 1억 원을 받으면 보통 38%의 소득세율이 적용되고 지방소득세까지 더해 4,180만 원을 내야 합니다.

반면 증여 방식이면 10%, 천만 원만 내면 됩니다.

부영 측에서 아예 기부로 보고 면세해주면 어떠냐, 이런 얘기도 했는데 기부금 인정은 법 요건도 엄격하고 회사가 직원에게 준 돈을 기부로 보는 건 사회 통념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럼 증여로 보면 되지 않느냐?

이것도 쉽진 않습니다.

전례가 없어섭니다.

포스코, HD현대 등 많게는 5백만 원까지 출산 지원금을 지급했던 회사에선 모두 근로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냈습니다.

이번이 이 전례를 깰만한 때인지 정부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상목/경제부총리/오늘 : "근로소득이 될 수도 있고 증여가 될 수도 있다. 기업과 근로자가 추가적인 세 부담이 생기진 않도록 설계를 해 보겠다. 이런 취지니까 그 정도까지만 오늘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출산지원금을 특별히 증여로 인정하면 근로자 세 부담은 줄지만 이번엔 기업 측이 '인건비'로 인정받지 못해 세금 혜택을 하나도 못 받습니다.

기업의 출산지원금 증여도 비용으로 인정하는 시행령 개정이 추가로 필요하죠.

이 외에 법을 바꿔 지금 월 20만 원인 출산 수당 비과세 한도를 늘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결론은 정부가 다음 달 발표합니다.

부영이 제시한 파격적 지원금이 제도를 바꾸는 걸 넘어서 저출생 해법에 대한 관심까지 커지게 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큰 돈을 모두가 받을 순 없고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도 생각해야 합니다.

고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5살 아이를 키우는 이 모 씨.

그동안 받은 세제 혜택은 매년 연말정산 때 입력하는 부양가족 공제 150만 원뿐입니다.

[이OO/중소기업 근로자 : "인적 공제는 몇 년째 똑같잖아요. 150만 원. 이걸 좀 늘려주면 애 키우는 것에 대해서 나라에서 굉장히 지원해주고 있구나, 이런 마음, 심적인 그것도 받을 텐데…."]

회사에서 받은 출산지원금에 세제 혜택을 주자는 논의가 나오자,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OO/중소기업 근로자 : "1억이나, 몇천만 원씩 줄 수 있는 여력이 되는 기업들 위주로 세제 혜택을 준다고 하면 내가 이런 작은 기업에 다녀서 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이 같은 형평성 문제는 정부도 언급한 일이 있습니다.

결혼이나 출생 장려금을 주는 기업에 세액 공제를 해주자는 법안이 발의되자, 정부는 "대기업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중소기업의 경우는 상당수가 혜택을 못 받는 문제"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육아휴직 등 기존 출산 지원책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직원이 더 쉽게, 많이 사용하는 현실에서 뼈아픈 부분입니다.

[석병훈/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 "(탄력 근무나 단축 근무 등) 현물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기업들에 다니는 직원들 같은 경우는 (세제) 혜택을 못 받게 되는 이런 형평성 문제 제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서…."]

현금 지원의 효과뿐 아니라 한계를 고려할 필요도 있습니다.

저출생 정책 효과에 대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현금 지원의 효과는 소득 4분위, 즉 상위 20~40% 구간에서만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너무 가난하면 효과가 없고, 너무 잘 살면 의식하지 않는단 겁니다.

또 한 번에 천만 원 이상 받아야 출산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는데, 한 번에 이만큼 주는 건 정부든 기업이든 쉽지 않습니다.

현금 지원 논의에만 갇히지 말고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일 가정 양립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OO/중소기업 근로자 : "한 회사의 사례를 위해서 그런 정책,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더 많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 이상훈 정현석 노동수/영상편집:차정남 박은주/그래픽:채상우 서수민 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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