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연금으로 달걀 한 판도 못 사”…무너진 쿠바 경제

입력 2024.02.20 (12:59) 수정 2024.02.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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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쿠바가 지난주 우리나라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습니다.

북한의 형제국인 쿠바가 우리나라와 국교를 결심한 건 코로나19로 극심해진 경제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쿠바의 경제 상황과 수교로 인한 파급 효과를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주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리는 공산주의 국가 쿠바와 우리나라가 외교 관계를 수립했습니다.

쿠바가 극심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과의 의리 대신 실리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오랜 기간 미국의 제재를 받아 온 쿠바는 코로나19 이후 관광 산업까지 무너졌고 식량과 에너지 조달도 어려워졌습니다.

'배급 경제 붕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 걸까요.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한 건물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국가에서 배급하는 빵을 받으려는 시민들입니다.

서민들의 소득으로는 빵집에서 빵을 살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요리/쿠바 아바나 시민 : "매일 빵을 배급받아요. 저한테는 빵이 2개 와요."]

달걀은 한 달 기준 한 사람에 평균 여섯 개 정도 배급되지만 수급 사정에 따라 중단되기도 합니다.

달걀은 우유와 함께 시장 통제 품목이어서 구입을 위해선 암시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달걀 한 판 가격은 3천 쿠바 페소에 달합니다.

한 달 최저임금 4천 페소에 맞먹는 가격입니다.

40년을 일한 은퇴자의 한 달 연금이 천5백 페소인데, 달걀 한 판조차 살 수 없습니다.

수입 물가는 3년간 10배 이상 치솟았고 물가 상승률은 2021년 152%, 지난해에도 62.3%에 달했습니다.

2021년 단행한 화폐 개혁에 실패해 페소화 가치도 더 떨어졌습니다.

에너지난도 심각합니다.

2년 전 사상 최악의 연료저장시설 화재 사고 이후 기름이 부족합니다.

[카를로스·후안/쿠바 아바나 시민 : "(얼마나 기다렸나요?) 나흘이요. (나흘이나요? 왜죠?) 배급이 잘 안 돼서요."]

미국은 쿠바 혁명 이후 1960년 미국계 기업과 국민 자산을 쿠바 정부에서 국유화하자 고강도 경제 봉쇄에 나섰습니다.

쿠바에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에 대한 제재와 쿠바 송금액 제한 등인데요.

유엔에서 미국의 쿠바 경제 봉쇄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1992년 이후 31번이나 통과시켰지만, 변화는 없었습니다.

이처럼 궁지에 몰린 쿠바로선 짜낼 수 있는 경제난 타개책을 다 짜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다만 한국과 쿠바의 전격 수교에도 미국의 제재로 양국 간 민간 교역이 곧바로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유성준/코트라 아바나 무역관장 : "쿠바에 (거래 대금이) 오려면 보통 중간 은행으로 미국계 은행을 한국 은행들은 다 사용하고 있는데 미국 은행이 쿠바에 대한 대금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라는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양국 간 경제 분야에서 기대되는 건 바로 2차 전지 원료입니다.

쿠바엔 2차 전지 생산에 필수적인 니켈과 코발트가 풍부합니다.

니켈 생산량이 세계 5위, 코발트 매장량 세계 4위인데요.

미국의 금수 조치가 완화될 경우 광물 공급망 분야 협력도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또 쿠바에 대사관 등의 공관이 생기면 기업과 교민들의 경제 활동 역시 한층 더 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쿠바엔 만 명 규모의 한류 팬클럽이 있다고 합니다.

한류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쿠바가 인기 관광지로 조명받으면서 양국 국민 간 마음의 장벽은 상당 부분 이미 사라졌다는 평가입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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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0 12:59:56
    • 수정2024-02-20 13: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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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가 지난주 우리나라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습니다.

북한의 형제국인 쿠바가 우리나라와 국교를 결심한 건 코로나19로 극심해진 경제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쿠바의 경제 상황과 수교로 인한 파급 효과를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주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리는 공산주의 국가 쿠바와 우리나라가 외교 관계를 수립했습니다.

쿠바가 극심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과의 의리 대신 실리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오랜 기간 미국의 제재를 받아 온 쿠바는 코로나19 이후 관광 산업까지 무너졌고 식량과 에너지 조달도 어려워졌습니다.

'배급 경제 붕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 걸까요.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한 건물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국가에서 배급하는 빵을 받으려는 시민들입니다.

서민들의 소득으로는 빵집에서 빵을 살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요리/쿠바 아바나 시민 : "매일 빵을 배급받아요. 저한테는 빵이 2개 와요."]

달걀은 한 달 기준 한 사람에 평균 여섯 개 정도 배급되지만 수급 사정에 따라 중단되기도 합니다.

달걀은 우유와 함께 시장 통제 품목이어서 구입을 위해선 암시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달걀 한 판 가격은 3천 쿠바 페소에 달합니다.

한 달 최저임금 4천 페소에 맞먹는 가격입니다.

40년을 일한 은퇴자의 한 달 연금이 천5백 페소인데, 달걀 한 판조차 살 수 없습니다.

수입 물가는 3년간 10배 이상 치솟았고 물가 상승률은 2021년 152%, 지난해에도 62.3%에 달했습니다.

2021년 단행한 화폐 개혁에 실패해 페소화 가치도 더 떨어졌습니다.

에너지난도 심각합니다.

2년 전 사상 최악의 연료저장시설 화재 사고 이후 기름이 부족합니다.

[카를로스·후안/쿠바 아바나 시민 : "(얼마나 기다렸나요?) 나흘이요. (나흘이나요? 왜죠?) 배급이 잘 안 돼서요."]

미국은 쿠바 혁명 이후 1960년 미국계 기업과 국민 자산을 쿠바 정부에서 국유화하자 고강도 경제 봉쇄에 나섰습니다.

쿠바에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에 대한 제재와 쿠바 송금액 제한 등인데요.

유엔에서 미국의 쿠바 경제 봉쇄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1992년 이후 31번이나 통과시켰지만, 변화는 없었습니다.

이처럼 궁지에 몰린 쿠바로선 짜낼 수 있는 경제난 타개책을 다 짜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다만 한국과 쿠바의 전격 수교에도 미국의 제재로 양국 간 민간 교역이 곧바로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유성준/코트라 아바나 무역관장 : "쿠바에 (거래 대금이) 오려면 보통 중간 은행으로 미국계 은행을 한국 은행들은 다 사용하고 있는데 미국 은행이 쿠바에 대한 대금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라는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양국 간 경제 분야에서 기대되는 건 바로 2차 전지 원료입니다.

쿠바엔 2차 전지 생산에 필수적인 니켈과 코발트가 풍부합니다.

니켈 생산량이 세계 5위, 코발트 매장량 세계 4위인데요.

미국의 금수 조치가 완화될 경우 광물 공급망 분야 협력도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또 쿠바에 대사관 등의 공관이 생기면 기업과 교민들의 경제 활동 역시 한층 더 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쿠바엔 만 명 규모의 한류 팬클럽이 있다고 합니다.

한류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쿠바가 인기 관광지로 조명받으면서 양국 국민 간 마음의 장벽은 상당 부분 이미 사라졌다는 평가입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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