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무인기 입찰 불공정 의혹, “시험평가단이 협박”…업체 폭로

입력 2024.05.28 (12:16) 수정 2024.05.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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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군이 전방 해안지역에서 북한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감시정찰용 수직이착륙 무인기 사업'을 추진 중인데, 그 입찰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기종을 정하기 위한 시험평가 때, 육군 평가관이 특정 업체 무인기의 평가 기간을 연장해주는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었다는 의혹입니다.

평가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하는 경쟁업체에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고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가 폭로했습니다.

먼저, 송금한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한 차례 비행할 때 70~80분 정찰이 가능한 수직이착륙 무인기입니다.

육군은 휴전선 주변과 해안의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예산 430억 원으로 무인기 159기를 신속 도입해 올해부터 실전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업체 2곳이 공개 입찰에 참가한 가운데, 여섯 달의 시험평가가 마무리 될 무렵인 지난해 11월 초, 육군 평가관 3명 가운데 1명인 김 모 평가관이 '평가 기간 연장'을 통보합니다.

한 업체가 기상 악조건 탓에 충분한 평가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다른 경쟁업체는 납득할 수 없는 사유라며 반발했습니다.

이에 사업 일정을 조율하는 방위사업청에 "동일 조건에서 시험평가를 정상 종료한 입장에서 연장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유를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김모 평가관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육군 평가관/음성변조 : "저한테 문서 왔던데 뭐 하시는 거예요? 내가 가만히 안 있어. 진짜 ○○○○(공문 발송 업체) 다 까버릴 거야."]

그러면서 무인기가 바람에 견디는 정도를 검증하는 이른바 '내풍성 시험성적서'를 자신에게 직접 제출하지 않았다며 '실패' 처리할 것이라 말합니다.

[육군 평가관/음성변조 : "페이퍼(문서) 가지고 장난질할 거면 나도 수는 많아요. 내가 업체 잡아먹을 게 뭐가 있지? 딱 나오네. (시험성적서) 기한 내에 제출 안 했네. 저도 기준 미달로 할게요."]

이 경쟁업체는 이미 한 달 전 방사청에 해당 성적서를 제출한 상태였지만, 김 평가관은 불이익을 주겠다며 억지 주장을 하고 위협을 한 셈입니다.

[육군 평가관/음성변조 : "공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평가) 끝났으니까 시험평가단 죽어보라 이거예요? 기준 미달로 처리할까요?"]

경쟁업체는 결국 질의를 취소했습니다.

[공문 발송 무인기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신경을 건드리면 너희들 앞으로 두고 봐'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냥 수긍해야되는 상황이었거든요. 위축된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평가 기간은 실제로 5주 연장됐고, 이 혜택을 받은 업체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육군 김 평가관은 "업체에 부담을 주는 발언에 대해 사과한다"면서도 "어느 한 업체에 치우침 없이 규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관 임무를 수행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송금한입니다.

촬영기자:노동수/영상편집: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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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군 무인기 입찰 불공정 의혹, “시험평가단이 협박”…업체 폭로
    • 입력 2024-05-28 12:16:31
    • 수정2024-05-28 13:03:59
    뉴스 12
[앵커]

우리 군이 전방 해안지역에서 북한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감시정찰용 수직이착륙 무인기 사업'을 추진 중인데, 그 입찰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기종을 정하기 위한 시험평가 때, 육군 평가관이 특정 업체 무인기의 평가 기간을 연장해주는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었다는 의혹입니다.

평가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하는 경쟁업체에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고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가 폭로했습니다.

먼저, 송금한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한 차례 비행할 때 70~80분 정찰이 가능한 수직이착륙 무인기입니다.

육군은 휴전선 주변과 해안의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예산 430억 원으로 무인기 159기를 신속 도입해 올해부터 실전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업체 2곳이 공개 입찰에 참가한 가운데, 여섯 달의 시험평가가 마무리 될 무렵인 지난해 11월 초, 육군 평가관 3명 가운데 1명인 김 모 평가관이 '평가 기간 연장'을 통보합니다.

한 업체가 기상 악조건 탓에 충분한 평가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다른 경쟁업체는 납득할 수 없는 사유라며 반발했습니다.

이에 사업 일정을 조율하는 방위사업청에 "동일 조건에서 시험평가를 정상 종료한 입장에서 연장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유를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김모 평가관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육군 평가관/음성변조 : "저한테 문서 왔던데 뭐 하시는 거예요? 내가 가만히 안 있어. 진짜 ○○○○(공문 발송 업체) 다 까버릴 거야."]

그러면서 무인기가 바람에 견디는 정도를 검증하는 이른바 '내풍성 시험성적서'를 자신에게 직접 제출하지 않았다며 '실패' 처리할 것이라 말합니다.

[육군 평가관/음성변조 : "페이퍼(문서) 가지고 장난질할 거면 나도 수는 많아요. 내가 업체 잡아먹을 게 뭐가 있지? 딱 나오네. (시험성적서) 기한 내에 제출 안 했네. 저도 기준 미달로 할게요."]

이 경쟁업체는 이미 한 달 전 방사청에 해당 성적서를 제출한 상태였지만, 김 평가관은 불이익을 주겠다며 억지 주장을 하고 위협을 한 셈입니다.

[육군 평가관/음성변조 : "공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평가) 끝났으니까 시험평가단 죽어보라 이거예요? 기준 미달로 처리할까요?"]

경쟁업체는 결국 질의를 취소했습니다.

[공문 발송 무인기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신경을 건드리면 너희들 앞으로 두고 봐'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냥 수긍해야되는 상황이었거든요. 위축된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평가 기간은 실제로 5주 연장됐고, 이 혜택을 받은 업체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육군 김 평가관은 "업체에 부담을 주는 발언에 대해 사과한다"면서도 "어느 한 업체에 치우침 없이 규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관 임무를 수행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송금한입니다.

촬영기자:노동수/영상편집: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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