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당산의 태극 물결

입력 2005.11.18 (10:59) 수정 2005.11.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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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음양의 조화를 추구하는 태극 문양은 우리 국기의 상징입니다만 요즘 중국에서도 태극 물결이 크게 번져가고 있습니다. 소림무술과 비견되는 태극권의 인기가 치솟고 있기 때문인데요.

태극권의 본고장을 자처하는 도교의 본산, 후베이성 무당산 일대에서는 이를 세계적인 스포츠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장한식 특파원이 무당산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무당산 중턱의 도교사원 자소궁... 도포를 입고 상투를 틀어올린 도인들이 생활하는 곳입니다. 무당산엔 공식 도사만 100여 명, 긴 수염을 늘어뜨린 나이든 도인에서부터 앳된 20대 도인까지 다양합니다. 수도의 한 방편으로 시작된 이곳 무술은 옛부터 무당권법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10년 전 건강이 나빠 입산했다는 중슈에용.

무예를 배우면서 도교를 이해하게 됐고 이젠 무술도인으로써 태극권을 주로 연마하고 있습니다. 무술을 배우고자 입산한 제자들에게 태극권을 전수하는 일도 중요한 임무... 태극문양이 선명한 푸른옷의 제자들은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습니다.

정확한 자세와 부드러운 움직임을 통해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것... 그래서 태극권을 동선, 즉 움직이는 참선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인터뷰>왕민산(태극권 수련생): "무술을 좋아 하는데다 무당무술이 너무 신기해서 산속으로 태극권을 배우러 왔습니다."

<인터뷰>판커밍(태극권 수련생): "태극권은 너무나 오묘합니다. 최고 고수는 못되더라도 만족할 때까지 계속 배울 생각입니다."

태극권엔 느린 동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제압을 위한 격렬한 초식도 많습니다. 또 태극검법이란 병기술도 위력적이어서 본격 무술로 손색이 없습니다. 태극권은 이처럼 무당무술의 대표로 자리 잡았고, 무당산은 태극권의 본고장처럼 됐습니다.

하지만 태극권은 허난성의 진씨 집안에서 비전돼 오다 100여년 전 대중에 확산됐다는 것이 불과 얼마전까지의 정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실체도 불분명한 무당산의 한 도인이 600년 전 도교 철학을 바탕으로 창시했다며, 그 유래를 무당무술에서 찾고 있습니다.

<인터뷰>중슈에용(태극권 수련 도인): "수천년 전부터 태극 사상이 있었습니다. 명나라 때 장삼풍 도인이 이를 무술에 적용시켰습니다."

태극권의 기원을 특정 가문이 아니라 굳이 무당무술에서 찾는 이유는 뭘까? 중국 토착종교,도교의 성지라는 무당산 자체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최고봉인 천주봉 정상부위에 터를 잡은 태화궁은 중국 제1의 도관,즉 도교사원입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좁은 계단엔 평일인데도 큰 향을 짊어진 중국인들이 줄을 지어 오르고 있습니다.

마침내 해발 1612미터의 천주봉 꼭대기. 중국 도교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금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목재 대신 동주조물로 집을 짓고 황금으로 도금한 금전의 내부에는 도교의 으뜸 신 진무대제가 좌정해 있습니다. 금전 앞 계단에선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진무대제의 영험을 기원합니다.

<인터뷰>핑민제: "가족의 평안과 장수,건강 이런 것들을 빌었습니다."

도관 내부에선 각종 악기들의 선율이 어우러진 가운데 하루 두차례씩 여러 신선들에게 공양을 바치는 도교 의식이 이뤄집니다. 공산화와 문화대혁명으로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되살아난 도교... 이젠 중국인 자부심의 원천이 됐습니다.

<인터뷰>장다오시: "중국 본토에서 생겨난 종교입니다. 도교는 외래의 것이 아닙니다."

태극권의 기원을 무당산에서 찾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통 도교사상에서 유래된 토종무술로 내세우기 위해섭니다.

경제성장의 결과 자국 것을 중시하는 최근 중국의 풍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요즘 태극권의 인기는 소림사 불교무술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무당산 기슭의 천퀘이 무술학교...학급별로 태극권 훈련이 한창입니다. 나이 아닌 실력으로 반을 편성한 탓에 5살 어린이와 20대 청년이 함께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수백명 학생의 수련 장면은 한편의 군무를 떠올리게 합니다. 최근 무당산 인근엔 이같은 무술학교가 속속 들어서 모두 15곳에 이릅니다. 줄잡아 5~6천 명이 태극권에 청춘을 바치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아오성지에(무술학교 학생): "무술을 배우는 것은 매우 힘이 듭니다. 그렇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태극권은 이제 세계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찾았을 때 무당산에선 조보 문파의 태극권 대회가 열렸습니다. 대회에는 중국의 각 지방은 물론이고 영국과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대표들도 다수 참가하고 있습니다. 외국 선수들을 적극 초청한 셈인데 태극권이 전 세계에 보급돼 있음을 과시하는 동시에 세계화를 촉진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리파핑(후베이성 무당산특구 구장): "무당무술을 세계로 전파하고 더욱 많은 사람이 무당 무술을 배워 건강하게 살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회를 열었습니다."

태극권 단체시범은 물론이고 검법 시합에 참가한 서양인도 상당수... 검의 운용이 느려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지만 벽안의 수련생들 실력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인터뷰>스테파노 조띠: "도미니카에서 태극권 도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아침에는 혼자 수련하고 저녁에는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동양무술의 종주국으로 자처하는 중국은 자국 무술 '우슈'를 태권도와 유도처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시키고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우슈의 중심에는 태극권이 있습니다. 12월 18일엔 하이난다오에서 세계 태극권 대회를 열어 세계적인 붐을 조성한다는 방침입니다.

<인터뷰>왕샤오린(중국 우슈협회 주석): "세계 태극권 애호가들에게 교류와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이런 대회를 통해 태극권의 세계 진출을 촉진하고자 합니다."

한때 건강체조 정도로 알려졌던 태극권... 도교문화의 화려한 부활에 힘입어 중국의 대표무술로 자리매김한데 이어 세계 제패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 바탕엔 자국문화의 세계화로 중화의 옛 영광 재현을 지향하는 중국의 의지가 깔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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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무당산의 태극 물결
    • 입력 2005-11-18 10:32:42
    • 수정2005-11-18 11:18:3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음양의 조화를 추구하는 태극 문양은 우리 국기의 상징입니다만 요즘 중국에서도 태극 물결이 크게 번져가고 있습니다. 소림무술과 비견되는 태극권의 인기가 치솟고 있기 때문인데요. 태극권의 본고장을 자처하는 도교의 본산, 후베이성 무당산 일대에서는 이를 세계적인 스포츠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장한식 특파원이 무당산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무당산 중턱의 도교사원 자소궁... 도포를 입고 상투를 틀어올린 도인들이 생활하는 곳입니다. 무당산엔 공식 도사만 100여 명, 긴 수염을 늘어뜨린 나이든 도인에서부터 앳된 20대 도인까지 다양합니다. 수도의 한 방편으로 시작된 이곳 무술은 옛부터 무당권법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10년 전 건강이 나빠 입산했다는 중슈에용. 무예를 배우면서 도교를 이해하게 됐고 이젠 무술도인으로써 태극권을 주로 연마하고 있습니다. 무술을 배우고자 입산한 제자들에게 태극권을 전수하는 일도 중요한 임무... 태극문양이 선명한 푸른옷의 제자들은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습니다. 정확한 자세와 부드러운 움직임을 통해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것... 그래서 태극권을 동선, 즉 움직이는 참선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인터뷰>왕민산(태극권 수련생): "무술을 좋아 하는데다 무당무술이 너무 신기해서 산속으로 태극권을 배우러 왔습니다." <인터뷰>판커밍(태극권 수련생): "태극권은 너무나 오묘합니다. 최고 고수는 못되더라도 만족할 때까지 계속 배울 생각입니다." 태극권엔 느린 동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제압을 위한 격렬한 초식도 많습니다. 또 태극검법이란 병기술도 위력적이어서 본격 무술로 손색이 없습니다. 태극권은 이처럼 무당무술의 대표로 자리 잡았고, 무당산은 태극권의 본고장처럼 됐습니다. 하지만 태극권은 허난성의 진씨 집안에서 비전돼 오다 100여년 전 대중에 확산됐다는 것이 불과 얼마전까지의 정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실체도 불분명한 무당산의 한 도인이 600년 전 도교 철학을 바탕으로 창시했다며, 그 유래를 무당무술에서 찾고 있습니다. <인터뷰>중슈에용(태극권 수련 도인): "수천년 전부터 태극 사상이 있었습니다. 명나라 때 장삼풍 도인이 이를 무술에 적용시켰습니다." 태극권의 기원을 특정 가문이 아니라 굳이 무당무술에서 찾는 이유는 뭘까? 중국 토착종교,도교의 성지라는 무당산 자체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최고봉인 천주봉 정상부위에 터를 잡은 태화궁은 중국 제1의 도관,즉 도교사원입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좁은 계단엔 평일인데도 큰 향을 짊어진 중국인들이 줄을 지어 오르고 있습니다. 마침내 해발 1612미터의 천주봉 꼭대기. 중국 도교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금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목재 대신 동주조물로 집을 짓고 황금으로 도금한 금전의 내부에는 도교의 으뜸 신 진무대제가 좌정해 있습니다. 금전 앞 계단에선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진무대제의 영험을 기원합니다. <인터뷰>핑민제: "가족의 평안과 장수,건강 이런 것들을 빌었습니다." 도관 내부에선 각종 악기들의 선율이 어우러진 가운데 하루 두차례씩 여러 신선들에게 공양을 바치는 도교 의식이 이뤄집니다. 공산화와 문화대혁명으로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되살아난 도교... 이젠 중국인 자부심의 원천이 됐습니다. <인터뷰>장다오시: "중국 본토에서 생겨난 종교입니다. 도교는 외래의 것이 아닙니다." 태극권의 기원을 무당산에서 찾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통 도교사상에서 유래된 토종무술로 내세우기 위해섭니다. 경제성장의 결과 자국 것을 중시하는 최근 중국의 풍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요즘 태극권의 인기는 소림사 불교무술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무당산 기슭의 천퀘이 무술학교...학급별로 태극권 훈련이 한창입니다. 나이 아닌 실력으로 반을 편성한 탓에 5살 어린이와 20대 청년이 함께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수백명 학생의 수련 장면은 한편의 군무를 떠올리게 합니다. 최근 무당산 인근엔 이같은 무술학교가 속속 들어서 모두 15곳에 이릅니다. 줄잡아 5~6천 명이 태극권에 청춘을 바치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아오성지에(무술학교 학생): "무술을 배우는 것은 매우 힘이 듭니다. 그렇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태극권은 이제 세계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찾았을 때 무당산에선 조보 문파의 태극권 대회가 열렸습니다. 대회에는 중국의 각 지방은 물론이고 영국과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대표들도 다수 참가하고 있습니다. 외국 선수들을 적극 초청한 셈인데 태극권이 전 세계에 보급돼 있음을 과시하는 동시에 세계화를 촉진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리파핑(후베이성 무당산특구 구장): "무당무술을 세계로 전파하고 더욱 많은 사람이 무당 무술을 배워 건강하게 살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회를 열었습니다." 태극권 단체시범은 물론이고 검법 시합에 참가한 서양인도 상당수... 검의 운용이 느려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지만 벽안의 수련생들 실력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인터뷰>스테파노 조띠: "도미니카에서 태극권 도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아침에는 혼자 수련하고 저녁에는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동양무술의 종주국으로 자처하는 중국은 자국 무술 '우슈'를 태권도와 유도처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시키고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우슈의 중심에는 태극권이 있습니다. 12월 18일엔 하이난다오에서 세계 태극권 대회를 열어 세계적인 붐을 조성한다는 방침입니다. <인터뷰>왕샤오린(중국 우슈협회 주석): "세계 태극권 애호가들에게 교류와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이런 대회를 통해 태극권의 세계 진출을 촉진하고자 합니다." 한때 건강체조 정도로 알려졌던 태극권... 도교문화의 화려한 부활에 힘입어 중국의 대표무술로 자리매김한데 이어 세계 제패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 바탕엔 자국문화의 세계화로 중화의 옛 영광 재현을 지향하는 중국의 의지가 깔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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