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집에서 진료받고 싶어요”

입력 2024.07.10 (19:32) 수정 2024.07.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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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인구 1,000만 시대!

복지와 돌봄, 의료 서비스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

일상처럼 병원을 다니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데, 아예 병원에 찾아가기가 힘든 이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의사가 환자를 찾아와 주면 안 될까?

이런 ‘방문 진료’의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아직 먼 나라 얘기입니다.

[김대영 : "이런 가운데 의대 정원을 둘러싼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들이 걱정입니다. 가족이 없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진료를 받고 싶어도 병원을 찾아가기가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문 진료의 필요성이 크지만,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현장의 실태 살펴보겠습니다."]

18년 경력의 한의사인 최현준 원장.

침과 부황, 전침기 같은 의료 장비를 챙기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2주에 한 번 정도 참여하는 방문 진료를 준비하는 겁니다.

["원장님 조금 전 진료 막 끝내신 것 같은데, 점심시간이잖아요. 무슨 가방을 이렇게 들고 계시죠?"]

[최현준/방문 진료 한의사 : "진료 시간에 따로 (방문) 진료를 갈 수는 없어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이렇게 점심시간에 가서 침 치료도 하고 기타 체온, 혈압, 혈당 이런 것들 체크하면서…."]

이번에 찾은 환자는 10년 전 하반신이 마비돼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78살 정상수 씨.

침을 놓고 부항을 뜨며 혈액 순환과 통증 완화를 돕습니다.

[최현준/방문 진료 한의사 : "아버님 식사는요?"]

[정상수/78세 : "잘하고 있어요."]

[최현준/방문 진료 한의사 : "소화도 잘되시고요?"]

[정상수/78세 : "네."]

혼자서는 병원에 갈 수 없는 정 씨, 최 원장의 방문 진료가 큰 도움이 됩니다.

[정상수/78세 : "이렇게 마음 적으로 좋아지고 실제로 육체도 좋아지고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계속 (집에서 침) 맞고 싶어서…."]

정 씨처럼 홀로 병원을 가기 어려운 이들은 최소 5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방문 진료’가 아니면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없는 환자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방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은 아직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한의사들의 참여는 늘고 있지만, 의사의 방문 진료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의료법에서는 방문 진료의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의료기관이 있어야 의료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차 의료 기관을 대상으로 방문 진료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한계는 명확합니다.

1차 의료기관, 즉 동네 병원은 대부분 의사 1명이 혼자 운영합니다.

방문 진료에 참여하려면 병원 문을 닫고 와야 하는데, 쉽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광주 통합돌봄의 방문 진료 사업에 참여하는 한의사는 109명, 의사는 단 4명에 불과합니다.

[김경명/광주시 통합돌봄팀장 : "광주다운 통합돌봄을 통해서 돌봄과 의료가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 저희가 절감하고 있는데요. 한의사 방문 진료의 시민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의 참여도 좀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의사 4명이 같은 병원에서 일한다는 점입니다.

방문 진료에 전념하겠다며 2021년 ‘우리동네의원’을 연 임형석 원장과 동료 의사 3명입니다.

오전에는 병원 진료, 오후에는 방문 진료가 일과인 이들. 하반신 마비로 평생을 살아 온 김철현 씨도 방문 진료 덕분에 당뇨를 발견했습니다.

[전정임/보호자 : "(아들) 약도 떨어질 때가 되면 갖다 주시고… (최근에도) 기침이 엄청 심했어요 기침 가래가. 이렇게 전화하면 약을 지어서 갖다주고, 지금 두 차례 해다 주셔서…."]

우리동네의원 의사들은 해마다 천 건 넘게 방문 진료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있지만, 수익은 병원을 유지하기도 빠듯한 상황. 하지만 중요성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는 길입니다.

[임형석/방문 진료 의사 : "장애인이 됐거나 아니면 노인들 중에서도 우리 문해력이 많이 떨어지거나 거동이 너무 불편하면 병원 이용을 하기 힘드니까 실제로는 질병이 발병이 돼도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이렇게 방치된 상태로 지내다가 이런 식으로 방문 진료를 하게 돼서 발견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습니다."]

병원을 직접 찾기 어려운 이들이 늘어난다는 건 결국, 돌봄이 필요한 인구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맞춤형 돌봄을 위해서는 방문 진료의 활성화가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합니다.

[나백주/을지대학교 의대교수 : "일본 같은 경우는 공공병원이나 아니면 의사회 중심으로 그런 (환자들에게) 전화 받는 것을 이미 만들어서,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준다거나, 또 거기서 만약에 응급실을 가야 될 것 같으면 그 응급실 이송에 따른 비용을 지자체가 대준다거나 이렇게 하는 식으로 하면서 방문 진료하는 부분들이 활성화되면…."]

김대영 환자가 있는 곳에 의사가 직접 찾아가는 방문 진료는 단순한 진료 장소가 바뀌는 것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3분 진료’로 환자가 약만 받아가는 형태의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의료 취약계층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살피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와 연계도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갈 길이 먼 방문 진료를 활성화하는 것이 지역사회 돌봄, 복지의 문제와 맞닿아 있는 이유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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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찾아가는K] “집에서 진료받고 싶어요”
    • 입력 2024-07-10 19:32:15
    • 수정2024-07-10 20:02:22
    뉴스7(광주)
노인 인구 1,000만 시대!

복지와 돌봄, 의료 서비스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

일상처럼 병원을 다니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데, 아예 병원에 찾아가기가 힘든 이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의사가 환자를 찾아와 주면 안 될까?

이런 ‘방문 진료’의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아직 먼 나라 얘기입니다.

[김대영 : "이런 가운데 의대 정원을 둘러싼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들이 걱정입니다. 가족이 없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진료를 받고 싶어도 병원을 찾아가기가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문 진료의 필요성이 크지만,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현장의 실태 살펴보겠습니다."]

18년 경력의 한의사인 최현준 원장.

침과 부황, 전침기 같은 의료 장비를 챙기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2주에 한 번 정도 참여하는 방문 진료를 준비하는 겁니다.

["원장님 조금 전 진료 막 끝내신 것 같은데, 점심시간이잖아요. 무슨 가방을 이렇게 들고 계시죠?"]

[최현준/방문 진료 한의사 : "진료 시간에 따로 (방문) 진료를 갈 수는 없어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이렇게 점심시간에 가서 침 치료도 하고 기타 체온, 혈압, 혈당 이런 것들 체크하면서…."]

이번에 찾은 환자는 10년 전 하반신이 마비돼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78살 정상수 씨.

침을 놓고 부항을 뜨며 혈액 순환과 통증 완화를 돕습니다.

[최현준/방문 진료 한의사 : "아버님 식사는요?"]

[정상수/78세 : "잘하고 있어요."]

[최현준/방문 진료 한의사 : "소화도 잘되시고요?"]

[정상수/78세 : "네."]

혼자서는 병원에 갈 수 없는 정 씨, 최 원장의 방문 진료가 큰 도움이 됩니다.

[정상수/78세 : "이렇게 마음 적으로 좋아지고 실제로 육체도 좋아지고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계속 (집에서 침) 맞고 싶어서…."]

정 씨처럼 홀로 병원을 가기 어려운 이들은 최소 5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방문 진료’가 아니면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없는 환자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방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은 아직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한의사들의 참여는 늘고 있지만, 의사의 방문 진료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의료법에서는 방문 진료의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의료기관이 있어야 의료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차 의료 기관을 대상으로 방문 진료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한계는 명확합니다.

1차 의료기관, 즉 동네 병원은 대부분 의사 1명이 혼자 운영합니다.

방문 진료에 참여하려면 병원 문을 닫고 와야 하는데, 쉽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광주 통합돌봄의 방문 진료 사업에 참여하는 한의사는 109명, 의사는 단 4명에 불과합니다.

[김경명/광주시 통합돌봄팀장 : "광주다운 통합돌봄을 통해서 돌봄과 의료가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 저희가 절감하고 있는데요. 한의사 방문 진료의 시민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의 참여도 좀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의사 4명이 같은 병원에서 일한다는 점입니다.

방문 진료에 전념하겠다며 2021년 ‘우리동네의원’을 연 임형석 원장과 동료 의사 3명입니다.

오전에는 병원 진료, 오후에는 방문 진료가 일과인 이들. 하반신 마비로 평생을 살아 온 김철현 씨도 방문 진료 덕분에 당뇨를 발견했습니다.

[전정임/보호자 : "(아들) 약도 떨어질 때가 되면 갖다 주시고… (최근에도) 기침이 엄청 심했어요 기침 가래가. 이렇게 전화하면 약을 지어서 갖다주고, 지금 두 차례 해다 주셔서…."]

우리동네의원 의사들은 해마다 천 건 넘게 방문 진료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있지만, 수익은 병원을 유지하기도 빠듯한 상황. 하지만 중요성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는 길입니다.

[임형석/방문 진료 의사 : "장애인이 됐거나 아니면 노인들 중에서도 우리 문해력이 많이 떨어지거나 거동이 너무 불편하면 병원 이용을 하기 힘드니까 실제로는 질병이 발병이 돼도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이렇게 방치된 상태로 지내다가 이런 식으로 방문 진료를 하게 돼서 발견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습니다."]

병원을 직접 찾기 어려운 이들이 늘어난다는 건 결국, 돌봄이 필요한 인구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맞춤형 돌봄을 위해서는 방문 진료의 활성화가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합니다.

[나백주/을지대학교 의대교수 : "일본 같은 경우는 공공병원이나 아니면 의사회 중심으로 그런 (환자들에게) 전화 받는 것을 이미 만들어서,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준다거나, 또 거기서 만약에 응급실을 가야 될 것 같으면 그 응급실 이송에 따른 비용을 지자체가 대준다거나 이렇게 하는 식으로 하면서 방문 진료하는 부분들이 활성화되면…."]

김대영 환자가 있는 곳에 의사가 직접 찾아가는 방문 진료는 단순한 진료 장소가 바뀌는 것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3분 진료’로 환자가 약만 받아가는 형태의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의료 취약계층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살피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와 연계도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갈 길이 먼 방문 진료를 활성화하는 것이 지역사회 돌봄, 복지의 문제와 맞닿아 있는 이유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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