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논란 잠재우려 센강에 ‘풍덩’…우려 여전한 이유는?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7.20 (09:53) 수정 2024.07.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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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지난 17일 오전, 프랑스 파리 생폴 지구와 생루이 섬 주변 센강 변엔 수많은 프랑스와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 몰렸습니다.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 파리올림픽 기간 센강에서 열리는 수영 경기를 앞두고 '수질 논란'이 끊이지 않자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직접 나서수영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센강은 수질 문제로 1923년부터 수영이 금지됐습니다.

이달고 시장은 약속대로 수영복을 입고 등장했고 환호를 받으며 입수했습니다. 수경을 쓰고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100m 거리의 목표 지점까지 무사히 수영을 마쳤습니다. 토니 에스탕게 파리올림픽 조직위원장과 마크 기욤 파리 광역주지사도 동참했습니다.

수영을 마친 이달고 시장은 "우리는 수년간 이 순간을 꿈꿔왔다"라면서 "센강을 정화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 왔고, 그 결과 수질은 아주 아주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지시각 17일 오전 센강에서 안 이달고 파리시장과 토니 에스탕게 파리올림픽 조직위원장, 마크 기욤 파리 광역주지사가 수영하고 있다.현지시각 17일 오전 센강에서 안 이달고 파리시장과 토니 에스탕게 파리올림픽 조직위원장, 마크 기욤 파리 광역주지사가 수영하고 있다.

■ 체육부 장관도 센강 '풍덩'…마크롱도 입수 약속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파리시장보다 앞서 센강에 뛰어든 인물이 있습니다.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프랑스 체육장관이 주인공입니다.

카스테라 장관은 현지시각 13일 철인 3종 경기 선수들과 함께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인근에서 센강에 뛰어들어 수영 약속을 실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정치적 앙숙 관계인데, 카스테라 장관이 먼저 센강에 뛰어들면서 이달고 시장이 주목받을 기회를 가로챘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전했습니다.

현지시각 13일 센강에서 수영한 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 나서는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프랑스 체육장관.현지시각 13일 센강에서 수영한 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 나서는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프랑스 체육장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적절한 시기에 센강에 입수하겠다고 약속한 정치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유럽의회 참패 뒤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렀지만, 좌파연합에 1당을 내주는 등 정치적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올림픽 개막 전 센강 입수 가능성은 희박해진 분위기입니다.

엘리제궁도 현지시간 19일 "대통령이 올림픽 전에 수영하겠다고 발표한 적은 없다. 대통령은 수영하겠다는 입장은 그대로지만, 올림픽 전에 수영할 기회가 반드시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비 오면 세균 수치↑…관건은 날씨?

정치인과 올림픽 고위 인사들이 줄줄이 센강에 뛰어들며 수영하기에 적합한 물이라는 걸 몸소 증명하고 있지만, 수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파리시는 최근 6월말부터 7월초까지 센강 4개 지점의 대장균과 장구균 수치를 검사한 결과, 수영연맹과 유럽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그 전까지 줄곧 수영하기에 부적합한 세균이 검출됐다는 겁니다. 세계수영연맹의 수질 기준상 대장균의 최대 허용치는100ml당 1,000CFU, 장구균은 100ml당 400CFU입니다. 기준치를 넘은 물에서 수영했다간 결막염과 외이염, 피부 질환 등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당초 6월 23일 예정됐던 이달고 시장의 입수가 연기된 것도 당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세균 수치가 부적합할 걸로 예측됐기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파리시가 공개한 주 단위 센강 세균 검출 데이터에선 당시 대장균이 기준치의 3배 넘게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파리시가 주 단위로 공개하고 있는 센강의 대장균 검출 수치. 6월 17~23일 국제수영연맹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파리시가 주 단위로 공개하고 있는 센강의 대장균 검출 수치. 6월 17~23일 국제수영연맹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강에서 검출된 세균 수치가 들쭉날쭉한 건, 파리의 노후화된 하수 시스템 탓입니다. 오래된 도시 대부분 합류식 하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비가 오면 빗물과 하수가 같은 하수관을 통해 흐르기 때문입니다.

메틴 듀란 미국 빌라노바대 공학 교수는 "비가 많이 내릴 경우 하수관의 용량이 한계에 도달해 각종 오폐수가 처리시설이 아닌 강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랑스는 2016년부터 센강 수질 개선 작업을 벌여 왔습니다. 대규모 빗물 저장시설과 하수처리시설을 신설하는 데 우리 돈 2조 원 넘는 돈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도 센강 수질이 날씨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 분노한 시민들은 SNS를 통해 센강 수질을 조롱하는 이미지를 올리고 센강에 용변을 보자는 도발적인 캠페인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센강에 용변을 보자며 SNS에 게시된 합성 이미지.센강에 용변을 보자며 SNS에 게시된 합성 이미지.

■ 최악의 경우 경기 축소·장소 변경도

올림픽 기간 센강에서 치러지는 경기 종목은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과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워터 스위밍입니다. 선수들은 알마 다리와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사이 구간에서 수영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8월 오픈워터 스위밍 월드컵은 센강의 수질 악화로 취소됐고, 트라이애슬론 테스트 이벤트 역시 여자부 경기만 치르고 남자부와 혼성 계주 경기는 취소됐습니다.

파리올림픽 주최 측은 경기 기간 중 폭우로 센강의 유속이 급격하게 빨라질 경우 트라이애슬론 종목에서 수영 종목을 제외하고 오픈워터 스위밍의 경우 파리 광역권에 있는 다른 장소에서 경기가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계트라이애슬론연맹은 "수질 문제와 관련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수영 종목이 취소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이클과 육상만으로 구성된 듀애슬론 경기로 축소돼 치러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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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질 논란 잠재우려 센강에 ‘풍덩’…우려 여전한 이유는?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4-07-20 09:53:44
    • 수정2024-07-20 10: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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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 파리올림픽 기간 센강에서 열리는 수영 경기를 앞두고 '수질 논란'이 끊이지 않자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직접 나서수영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센강은 수질 문제로 1923년부터 수영이 금지됐습니다.

이달고 시장은 약속대로 수영복을 입고 등장했고 환호를 받으며 입수했습니다. 수경을 쓰고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100m 거리의 목표 지점까지 무사히 수영을 마쳤습니다. 토니 에스탕게 파리올림픽 조직위원장과 마크 기욤 파리 광역주지사도 동참했습니다.

수영을 마친 이달고 시장은 "우리는 수년간 이 순간을 꿈꿔왔다"라면서 "센강을 정화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 왔고, 그 결과 수질은 아주 아주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지시각 17일 오전 센강에서 안 이달고 파리시장과 토니 에스탕게 파리올림픽 조직위원장, 마크 기욤 파리 광역주지사가 수영하고 있다.
■ 체육부 장관도 센강 '풍덩'…마크롱도 입수 약속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파리시장보다 앞서 센강에 뛰어든 인물이 있습니다.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프랑스 체육장관이 주인공입니다.

카스테라 장관은 현지시각 13일 철인 3종 경기 선수들과 함께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인근에서 센강에 뛰어들어 수영 약속을 실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정치적 앙숙 관계인데, 카스테라 장관이 먼저 센강에 뛰어들면서 이달고 시장이 주목받을 기회를 가로챘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전했습니다.

현지시각 13일 센강에서 수영한 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 나서는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프랑스 체육장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적절한 시기에 센강에 입수하겠다고 약속한 정치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유럽의회 참패 뒤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렀지만, 좌파연합에 1당을 내주는 등 정치적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올림픽 개막 전 센강 입수 가능성은 희박해진 분위기입니다.

엘리제궁도 현지시간 19일 "대통령이 올림픽 전에 수영하겠다고 발표한 적은 없다. 대통령은 수영하겠다는 입장은 그대로지만, 올림픽 전에 수영할 기회가 반드시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비 오면 세균 수치↑…관건은 날씨?

정치인과 올림픽 고위 인사들이 줄줄이 센강에 뛰어들며 수영하기에 적합한 물이라는 걸 몸소 증명하고 있지만, 수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파리시는 최근 6월말부터 7월초까지 센강 4개 지점의 대장균과 장구균 수치를 검사한 결과, 수영연맹과 유럽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그 전까지 줄곧 수영하기에 부적합한 세균이 검출됐다는 겁니다. 세계수영연맹의 수질 기준상 대장균의 최대 허용치는100ml당 1,000CFU, 장구균은 100ml당 400CFU입니다. 기준치를 넘은 물에서 수영했다간 결막염과 외이염, 피부 질환 등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당초 6월 23일 예정됐던 이달고 시장의 입수가 연기된 것도 당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세균 수치가 부적합할 걸로 예측됐기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파리시가 공개한 주 단위 센강 세균 검출 데이터에선 당시 대장균이 기준치의 3배 넘게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파리시가 주 단위로 공개하고 있는 센강의 대장균 검출 수치. 6월 17~23일 국제수영연맹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강에서 검출된 세균 수치가 들쭉날쭉한 건, 파리의 노후화된 하수 시스템 탓입니다. 오래된 도시 대부분 합류식 하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비가 오면 빗물과 하수가 같은 하수관을 통해 흐르기 때문입니다.

메틴 듀란 미국 빌라노바대 공학 교수는 "비가 많이 내릴 경우 하수관의 용량이 한계에 도달해 각종 오폐수가 처리시설이 아닌 강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랑스는 2016년부터 센강 수질 개선 작업을 벌여 왔습니다. 대규모 빗물 저장시설과 하수처리시설을 신설하는 데 우리 돈 2조 원 넘는 돈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도 센강 수질이 날씨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 분노한 시민들은 SNS를 통해 센강 수질을 조롱하는 이미지를 올리고 센강에 용변을 보자는 도발적인 캠페인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센강에 용변을 보자며 SNS에 게시된 합성 이미지.
■ 최악의 경우 경기 축소·장소 변경도

올림픽 기간 센강에서 치러지는 경기 종목은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과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워터 스위밍입니다. 선수들은 알마 다리와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사이 구간에서 수영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8월 오픈워터 스위밍 월드컵은 센강의 수질 악화로 취소됐고, 트라이애슬론 테스트 이벤트 역시 여자부 경기만 치르고 남자부와 혼성 계주 경기는 취소됐습니다.

파리올림픽 주최 측은 경기 기간 중 폭우로 센강의 유속이 급격하게 빨라질 경우 트라이애슬론 종목에서 수영 종목을 제외하고 오픈워터 스위밍의 경우 파리 광역권에 있는 다른 장소에서 경기가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계트라이애슬론연맹은 "수질 문제와 관련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수영 종목이 취소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이클과 육상만으로 구성된 듀애슬론 경기로 축소돼 치러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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