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숙소 남아돕니다”…올림픽 ‘잭팟’ 없었다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7.26 (08:40) 수정 2024.07.2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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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이 한국 시각 내일(27일) 새벽 드디어 개막합니다. 테러 위협, 치안 불안, 소매치기 극성, 고물가, '노 에어컨' 등. 시작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참 유난스러운 올림픽입니다. 그 중에서도 올림픽 직관을 위해 프랑스로 가려는 전 세계 여행객을 망설이게 한 가장 큰 요인, 바로 치솟은 숙소 가격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난해 이미 프랑스 파리 도심의 웬만한 호텔들(3성급 이하)은 올림픽 기간 숙박비를 하룻밤에 최소 우리 돈 100만 원 이상으로 올려 잡았습니다. 평소의 3배 이상 정도로 올린 겁니다. 공유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도 들썩였습니다. 올림픽 기간 집을 임대해서 한몫 챙겨보려는 꿈에 부푼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그들은 '잭팟'을 터트렸을까요?

■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 2배 이상 급증

지난 5월 기준 파리와 그 주변 지역 수도권에서 에어비앤비에 숙소로 등록한 집이 13만 4천 개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6만 7천 개였던 1년 전보다 두 배 넘는 수치입니다. 2021년 11월부터 프랑스 수도권의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 수가 늘고 있긴 했지만, 올해 2월 이후 증가 폭이 크게 뛴 것입니다. 당연히 올림픽 대목을 노린 집들입니다.


지난해 발빠르게 움직인 일부 집 주인들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일간 르 몽드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1950년대 주택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은 지난해 5월, 방 3개짜리 이 주택을 1박에 800유로, 우리 돈 120만 원 정도의 숙박료를 책정해 에어비앤비에 올렸습니다. 이는 평소보다 세 배 비싼 요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틀 만에 예약은 완료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빨리 숙소를 예약하지 않으면 아예 숙소를 못 구하거나, 점점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란 불안 심리가 여행객들 사이 형성돼 있었던 것이죠.

너도나도 에어비앤비에 자신들의 집을 숙소로 내놓기 시작했고, 이를 위해 기존의 임차인들을 내쫓는 일까지 생겨났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에어비앤비 공급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집주인들간 경쟁 구도가 됐습니다. 여행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집 수리를 하는가 하면, 가구를 새로 사 들여놓는 집주인들도 있었습니다. 투자를 한 만큼 숙박료는 평소의 3~4배 이상 올렸습니다.

■ 예약 절반도 못 받아…'떨이'로

지금쯤 여행객들로 차 있어야 할 13만 4천 개의 숙소, 결과는 이렇습니다. 올림픽 개막식을 하루 앞두고, 절반 이상은 공실이고 숙박료는 추락하고 있습니다. 원인은 물론 수요와 공급의 법칙 때문입니다.

지난 석 달 동안만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신규 숙소가 1만 5천 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예약을 하려는 사람은 점점 더 드물어졌습니다. 올림픽 기간 1천5백 명이 파리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방문객 수는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테러 위협 공포 때문일 수도 있고, 치안 불안, 고물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적용했을 것입니다.

결국, 공급 과잉으로 인해 상당수 숙소는 비어 있습니다. 올림픽 기간 파리의 에어비앤비 숙소 예약률은 46%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9%였던 예약률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7만개쯤 되는 숙소가 공실인 셈입니다.


그 결과 파리의 에어비앤비 숙박 시설 평균 가격은 매주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 평가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 1박당 평균 990유로, 약 150만 원이었던 숙박료가 이번 달 들어 절반인 75만 원 수준으로 급락했습니다.

관광 숙박시설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옵티렌탈' 그룹이 공개한 자료를 봐도, 올림픽 기간 숙박 가격은 평상시 수준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가을 프랑스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 당시에도 숙박료가 크게 올랐었는데, 충격적이게도 이번 올림픽 기간 숙박료는 그 때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고 이 업체는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옵티렌탈' 그룹 측은 "재고가 많이 남아 있어 숙박 제공업체들이 막판 세일에 돌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다면 가격을 확 낮추라고 조언합니다. 한마디로 '떨이'로라도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일간 르 몽드에 소개된 또 다른 사례를 보면, 한 집주인은 지난 1월에 자신의 집을 1박에 350유로(50만 원 정도)에 에어비앤비에 내놨다가 예약이 들어오지 않자, 가격을 220유로(33만 원 정도)로 낮췄지만, 여전히 예약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 "투기의 꿈은 끝나고 현실로"

이런 상황을 놓고, 프랑스 현지에서는 "투기의 꿈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왔다"는 말이 나옵니다. 지난해 여름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숙박료는 지난해 9~10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그 이후부터 매일 조금씩 떨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현지 매체들은 이런 배경에 각종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 SNS 이용자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의 숙박료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본 많은 이들이 파리 관광을 포기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호텔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호텔 역시 객실 예약률이 70% 안팎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결국, 지난해에 일찌감치 예약한 사람들이 가장 비싼 값에 방을 예약한 게 됐고, 오히려 올림픽 개막이 임박한 시점에 예약한 사람이 가장 적은 돈을 내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호텔 숙박료가 횟집 메뉴판에서 볼 법한 '시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올림픽 시작과 함께 호텔 '시가'는 더 떨어질 일만 남았고, 에어비앤비에는 '빈 방 있습니다', '급매물' 같은 딱지를 붙인 수만 채의 집들이 올라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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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26 08:40:10
    • 수정2024-07-26 12: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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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이 한국 시각 내일(27일) 새벽 드디어 개막합니다. 테러 위협, 치안 불안, 소매치기 극성, 고물가, '노 에어컨' 등. 시작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참 유난스러운 올림픽입니다. 그 중에서도 올림픽 직관을 위해 프랑스로 가려는 전 세계 여행객을 망설이게 한 가장 큰 요인, 바로 치솟은 숙소 가격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난해 이미 프랑스 파리 도심의 웬만한 호텔들(3성급 이하)은 올림픽 기간 숙박비를 하룻밤에 최소 우리 돈 100만 원 이상으로 올려 잡았습니다. 평소의 3배 이상 정도로 올린 겁니다. 공유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도 들썩였습니다. 올림픽 기간 집을 임대해서 한몫 챙겨보려는 꿈에 부푼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그들은 '잭팟'을 터트렸을까요?

■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 2배 이상 급증

지난 5월 기준 파리와 그 주변 지역 수도권에서 에어비앤비에 숙소로 등록한 집이 13만 4천 개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6만 7천 개였던 1년 전보다 두 배 넘는 수치입니다. 2021년 11월부터 프랑스 수도권의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 수가 늘고 있긴 했지만, 올해 2월 이후 증가 폭이 크게 뛴 것입니다. 당연히 올림픽 대목을 노린 집들입니다.


지난해 발빠르게 움직인 일부 집 주인들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일간 르 몽드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1950년대 주택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은 지난해 5월, 방 3개짜리 이 주택을 1박에 800유로, 우리 돈 120만 원 정도의 숙박료를 책정해 에어비앤비에 올렸습니다. 이는 평소보다 세 배 비싼 요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틀 만에 예약은 완료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빨리 숙소를 예약하지 않으면 아예 숙소를 못 구하거나, 점점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란 불안 심리가 여행객들 사이 형성돼 있었던 것이죠.

너도나도 에어비앤비에 자신들의 집을 숙소로 내놓기 시작했고, 이를 위해 기존의 임차인들을 내쫓는 일까지 생겨났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에어비앤비 공급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집주인들간 경쟁 구도가 됐습니다. 여행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집 수리를 하는가 하면, 가구를 새로 사 들여놓는 집주인들도 있었습니다. 투자를 한 만큼 숙박료는 평소의 3~4배 이상 올렸습니다.

■ 예약 절반도 못 받아…'떨이'로

지금쯤 여행객들로 차 있어야 할 13만 4천 개의 숙소, 결과는 이렇습니다. 올림픽 개막식을 하루 앞두고, 절반 이상은 공실이고 숙박료는 추락하고 있습니다. 원인은 물론 수요와 공급의 법칙 때문입니다.

지난 석 달 동안만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신규 숙소가 1만 5천 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예약을 하려는 사람은 점점 더 드물어졌습니다. 올림픽 기간 1천5백 명이 파리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방문객 수는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테러 위협 공포 때문일 수도 있고, 치안 불안, 고물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적용했을 것입니다.

결국, 공급 과잉으로 인해 상당수 숙소는 비어 있습니다. 올림픽 기간 파리의 에어비앤비 숙소 예약률은 46%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9%였던 예약률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7만개쯤 되는 숙소가 공실인 셈입니다.


그 결과 파리의 에어비앤비 숙박 시설 평균 가격은 매주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 평가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 1박당 평균 990유로, 약 150만 원이었던 숙박료가 이번 달 들어 절반인 75만 원 수준으로 급락했습니다.

관광 숙박시설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옵티렌탈' 그룹이 공개한 자료를 봐도, 올림픽 기간 숙박 가격은 평상시 수준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가을 프랑스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 당시에도 숙박료가 크게 올랐었는데, 충격적이게도 이번 올림픽 기간 숙박료는 그 때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고 이 업체는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옵티렌탈' 그룹 측은 "재고가 많이 남아 있어 숙박 제공업체들이 막판 세일에 돌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다면 가격을 확 낮추라고 조언합니다. 한마디로 '떨이'로라도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일간 르 몽드에 소개된 또 다른 사례를 보면, 한 집주인은 지난 1월에 자신의 집을 1박에 350유로(50만 원 정도)에 에어비앤비에 내놨다가 예약이 들어오지 않자, 가격을 220유로(33만 원 정도)로 낮췄지만, 여전히 예약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 "투기의 꿈은 끝나고 현실로"

이런 상황을 놓고, 프랑스 현지에서는 "투기의 꿈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왔다"는 말이 나옵니다. 지난해 여름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숙박료는 지난해 9~10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그 이후부터 매일 조금씩 떨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현지 매체들은 이런 배경에 각종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 SNS 이용자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의 숙박료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본 많은 이들이 파리 관광을 포기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호텔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호텔 역시 객실 예약률이 70% 안팎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결국, 지난해에 일찌감치 예약한 사람들이 가장 비싼 값에 방을 예약한 게 됐고, 오히려 올림픽 개막이 임박한 시점에 예약한 사람이 가장 적은 돈을 내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호텔 숙박료가 횟집 메뉴판에서 볼 법한 '시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올림픽 시작과 함께 호텔 '시가'는 더 떨어질 일만 남았고, 에어비앤비에는 '빈 방 있습니다', '급매물' 같은 딱지를 붙인 수만 채의 집들이 올라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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