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 따고 이 악문 김민종 “리네르 형 어딜가, 내가 복수 못하잖아!”

입력 2024.08.03 (19:29) 수정 2024.08.0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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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한 분야에서 번번이 자신 앞을 가로막는 1인자, 큰 벽이 마침내 사라지는 순간 그때의 기분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홀가분함일까 아니면 아쉬움일까.

일본의 피겨 스타 아사다 마오는 동시대를 피겨여왕 김연아와 함께 보낸 탓에 만년 '2인자' 별명이 따라다닌 비운의 피겨 스케이트 선수였다.

김연아에게 밀려 평생의 꿈이었던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아사다 마오는 최근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러다 보니 즐기지 못한 채 현역 생활이 끝나버렸다"고 고백했다.

아사다 마오에게 김연아의 은퇴는 '홀가분함'으로 다가온 것일까?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가 2014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빙판을 떠난 후 보란 듯 세계선수권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라이벌이 사라진 탓인지 김연아 은퇴 후 아사다 마오의 기량은 점점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2018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은퇴를 결정했다. 아사다 마오는 평생의 소원이던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결국 이루지 못했다.


아사다 마오에게 김연아라는 높은 벽이 있었다면, 유도 100kg 이상급 김민종에게는 슈퍼스타 테디 리네르(프랑스)의 존재가 늘 정복할 수 없는 벽처럼 다가왔다. 김민종은 올해 2월 파리에서 열린 그랜드슬램 결승에서도 리네르에게 절반 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김민종에겐 언제나 자신의 길목을 막던 세계 최강 리네르가 이번 파리올림픽이 '라스트 댄스'라는 사실이 홀가분함보다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세계 최강 테디 리네르와의 파리 올림픽 유도 결승전 100kg 이상급 맞대결은 김민종에게는 영광 그 자체였다.

"파리 올림픽이라는 큰 축제에서 테디와 결승에서 붙은 게 영광이라 생각한다. 아쉽게 졌지만, 테디가 대단한 선수라는 걸 많이 느꼈다."

허탈한 한판 패였지만, 김민종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은 듯한 표정이었다. 경기를 마치자마자 4년 후를 기약한 김민종은 런던, 리우, 도쿄, 파리까지 유도 4연속 금메달을 딴 경쟁자가 올림픽 무대를 떠나는 것이 분하기만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리네르를 바로 옆에 두고 김민종은 당차게 말했다.

"리네르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들었는데, 제가 다음 올림픽에서 복수하지 못해 너무 아쉬워요. 하지만 정말 그를 존경합니다."


김민종의 당돌한 발언에 리네르도 조금은 당황한 듯 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판 승 직후, 김민종의 손을 번쩍 들어주는 승자의 매너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기도 한 리네르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름다운 경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있는 선수들 모두 잘 싸웠다. 정말 그는 강한 상대였다"

김민종은 벌써 4년 후 LA를 바라보고 있다. 경쟁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보다 분해하는 김민종이 한국 유도의 '테디 리네르'가 될 수 있을지, 김민종의 2026 LA 올림픽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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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銀’ 따고 이 악문 김민종 “리네르 형 어딜가, 내가 복수 못하잖아!”
    • 입력 2024-08-03 19:29:56
    • 수정2024-08-03 19:38:31
    올림픽 뉴스

어떠한 한 분야에서 번번이 자신 앞을 가로막는 1인자, 큰 벽이 마침내 사라지는 순간 그때의 기분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홀가분함일까 아니면 아쉬움일까.

일본의 피겨 스타 아사다 마오는 동시대를 피겨여왕 김연아와 함께 보낸 탓에 만년 '2인자' 별명이 따라다닌 비운의 피겨 스케이트 선수였다.

김연아에게 밀려 평생의 꿈이었던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아사다 마오는 최근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러다 보니 즐기지 못한 채 현역 생활이 끝나버렸다"고 고백했다.

아사다 마오에게 김연아의 은퇴는 '홀가분함'으로 다가온 것일까?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가 2014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빙판을 떠난 후 보란 듯 세계선수권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라이벌이 사라진 탓인지 김연아 은퇴 후 아사다 마오의 기량은 점점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2018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은퇴를 결정했다. 아사다 마오는 평생의 소원이던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결국 이루지 못했다.


아사다 마오에게 김연아라는 높은 벽이 있었다면, 유도 100kg 이상급 김민종에게는 슈퍼스타 테디 리네르(프랑스)의 존재가 늘 정복할 수 없는 벽처럼 다가왔다. 김민종은 올해 2월 파리에서 열린 그랜드슬램 결승에서도 리네르에게 절반 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김민종에겐 언제나 자신의 길목을 막던 세계 최강 리네르가 이번 파리올림픽이 '라스트 댄스'라는 사실이 홀가분함보다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세계 최강 테디 리네르와의 파리 올림픽 유도 결승전 100kg 이상급 맞대결은 김민종에게는 영광 그 자체였다.

"파리 올림픽이라는 큰 축제에서 테디와 결승에서 붙은 게 영광이라 생각한다. 아쉽게 졌지만, 테디가 대단한 선수라는 걸 많이 느꼈다."

허탈한 한판 패였지만, 김민종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은 듯한 표정이었다. 경기를 마치자마자 4년 후를 기약한 김민종은 런던, 리우, 도쿄, 파리까지 유도 4연속 금메달을 딴 경쟁자가 올림픽 무대를 떠나는 것이 분하기만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리네르를 바로 옆에 두고 김민종은 당차게 말했다.

"리네르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들었는데, 제가 다음 올림픽에서 복수하지 못해 너무 아쉬워요. 하지만 정말 그를 존경합니다."


김민종의 당돌한 발언에 리네르도 조금은 당황한 듯 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판 승 직후, 김민종의 손을 번쩍 들어주는 승자의 매너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기도 한 리네르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름다운 경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있는 선수들 모두 잘 싸웠다. 정말 그는 강한 상대였다"

김민종은 벌써 4년 후 LA를 바라보고 있다. 경쟁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보다 분해하는 김민종이 한국 유도의 '테디 리네르'가 될 수 있을지, 김민종의 2026 LA 올림픽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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