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과에서 폐교로…‘벚꽃 엔딩’ 현실로 [인구소멸]②

입력 2024.09.03 (14:49) 수정 2024.09.0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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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0.72명.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다. 2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맞먹는다. 충격적인 숫자에도 사람들 반응은 냉담하다. "그래서, 뭐?"
통계는 건조한 숫자일 뿐이다. 하지만 숫자가 만들 미래는 상상 이상으로 위협적이다. 0.72명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어떤 경고를 보내고 있을까.
KBS는 국내 언론 최초로 전국 229개 시군구 인구 변화를 100년에 걸쳐 예측했다. 인구 절벽 시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가오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재 인구가 만들 미래, 0.72명 이후의 대한민국을 앞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인구소멸①] 올림픽 메달 '명맥 끊기나?'…학령 인구 급감
[인구소멸②] 폐과에서 폐교로…'벚꽃 엔딩' 현실로
[인구소멸③] 신교대도, 군부대도 해체…"나라 지킬 사람 없어요."
[인구소멸④] 1,000만 노인 시대…지하철로 본 고령 사회
[인구소멸⑤] 인구 마지노선 '2만 명'…"50년 안에 78곳 붕괴"


이송 부산대 불어교육과 교수는 부산대 84학번 출신이다이송 부산대 불어교육과 교수는 부산대 84학번 출신이다

부산대 불어교육과 이송 교수는 부산대 졸업생이다.

프랑스어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그는 1984년, 풋풋한 새내기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8년 전부터는 모교 강단에서 후학을 길러내는 데 힘쓰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가르침을 받은 후배이자 제자만 100여 명, 이 교수에게 학교와 학과는 특별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송/부산대 불어교육학과 교수
"프랑스어를 조금이라도 좋아했던 학생들을 잘 키워서 프랑스어 교사로 배출했습니다. 한 해 입학생이 9명이고 학부생 전체가 36명인 작은 학과이다 보니, 서로 간 유대가 매우 끈끈합니다."



하지만 이송 교수가 40년 동안 몸담았던 배움의 터전은 이제 사라진다.

올해부터 부산대가 불어·독어교육과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2년 전 이뤄진 불어·독어교육과의 인문대학 통폐합 결정에 따른 결과다.

현재 전국에서 불어나 독어교육과는 서울대, 한국외대, 한국교원대, 전북대에만 남아 있다.

이송/ 부산대 불어교육과 교수
"지금 수시 모집 기간인데 지원한 학생들을 뽑는 작업도 올해는 없어요. 이제 교수로서 제가 할 일은 마무리하는 것이죠. 입학한 학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잘 졸업시키는 일이요."

부산대는 불어·독어교육과를 불문·독문학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부산대는 불어·독어교육과를 불문·독문학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 "입학하자마자 학과 통폐합?"…"어쩔 수 없는 결정"

학교 측은 고심 끝에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한다.

학령 인구 감소로 인기학과나 취업률 상위 학과를 중심으로 학과 구조 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황성욱/부산대 기획처장
"불어교육과와 독어교육과가 학생 수가 워낙 적다 보니 제약이 뒤따르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학과 통폐합으로 기초학문을 보호하고 나름의 전문성을 살리는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산대 독어교육과 학과방부산대 독어교육과 학과방

하지만 학과가 사라진 재학생들은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서유진/부산대 독어교육과(21학번)
"전국에 독어교육과가 많지 않잖아요. 우리 학교에 독어교육과가 아직 남아 있다는 거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결국 사라지다 보니 너무 속상했어요."

최윤서/부산대 독어교육과(22학번)
"대학 입학하자마자 (학과 통폐합) 얘기를 들었어요. 학문적 다양성을 위해 국립대만큼은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너무 허무하고 이 건물에 우리 흔적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최근 3년 동안 전국에서 통·폐합된 학과는 모두 700여 곳,

경북대에선 재학생들이 불어교육과 폐과 취소 소송을 냈고 전북대 한약자원학과도 올해 문을 닫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 지방대 폐교도 잇따라…'벚꽃 엔딩'은 현실?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1970년, 100만 명을 웃돌았던 출생아 수는 2002년에 처음 40만 명대 로 떨어졌다.

이들 2002년생이 대학 입시를 치른 2021년 입학 정원은 48만여 명, 학생 수 부족 현상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지방에서는 심지어 학과뿐만 아니라 학교 자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매년 지방대학 한 곳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2020년부터 매년 지방대학 한 곳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2020년 부산 동부산대를 시작으로 2021년 전북 군산 서해대, 2022년 전남 광양 한려대, 지난해 경남 진주 한국국제대, 그리고 올해 강원 태백 강원관광대까지.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매년 한 해 한 곳씩 문을 닫았다.

수도권에서 먼 학교일수록 벚꽃 피는 순서에 따라 문을 닫는다는 '벚꽃 엔딩' 속설이 현실이 된 거다.

이상림/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대학이 망하겠어, 하면서 우리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어요.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고요."

"특히 지방에서는 대학 위기가 산업 위기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방은 더 살기 힘들어지는 구조가 되고요. 줄어드는 인구에 맞춰 대학 개혁이 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 "2040년, 전국 대학 절반이 신입생 못 채워"

KBS와 국토연구원의 미래 인구 추계에서 대학 진학 대상자인 19살 인구는 지난해 488,000여 명. 하지만 18년 만인 2042년에는 233,000천여 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현재 같은 대학 입학 정원이 그대로 유지되면, 2040년 이후에는 50% 이상의 대학이 신입생을 채울 수 없게 된다.

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다.

지역에 있는 대학이 폐교하면 상권이 죽고 인구 감소가 더 빨라지고 기업도 인력을 찾기 어려워진다.

인구감소의 절벽 앞, 공동체 붕괴 위기는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 229개 시·군·구의 미래 인구 100년 데이터를 활용한 보도는 내일(4일) 병역 인구 감소 문제로 이어진다.

☞KBS는 국토연구원과 심각한 인구 소멸 실태를 알리기 위해, 전국 229개 시군구의 100년 인구 변화를 담은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를 개설해 9월 5일부터 공개합니다.

☞본 기획물은 경상남도 지역방송 발전지원 사업의 제작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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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과에서 폐교로…‘벚꽃 엔딩’ 현실로 [인구소멸]②
    • 입력 2024-09-03 14:49:06
    • 수정2024-09-03 16:34:55
    심층K
0.72명.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다. 2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맞먹는다. 충격적인 숫자에도 사람들 반응은 냉담하다. "그래서, 뭐?"<br />통계는 건조한 숫자일 뿐이다. 하지만 숫자가 만들 미래는 상상 이상으로 위협적이다. 0.72명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어떤 경고를 보내고 있을까.<br />KBS는 국내 언론 최초로 전국 229개 시군구 인구 변화를 100년에 걸쳐 예측했다. 인구 절벽 시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가오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재 인구가 만들 미래, 0.72명 이후의 대한민국을 앞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br /><br />[인구소멸①] 올림픽 메달 '명맥 끊기나?'…학령 인구 급감<br /><strong>[인구소멸②] 폐과에서 폐교로…'벚꽃 엔딩' 현실로<br /></strong>[인구소멸③] 신교대도, 군부대도 해체…"나라 지킬 사람 없어요."<br />[인구소멸④] 1,000만 노인 시대…지하철로 본 고령 사회<br />[인구소멸⑤] 인구 마지노선 '2만 명'…"50년 안에 78곳 붕괴"<br />

이송 부산대 불어교육과 교수는 부산대 84학번 출신이다
부산대 불어교육과 이송 교수는 부산대 졸업생이다.

프랑스어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그는 1984년, 풋풋한 새내기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8년 전부터는 모교 강단에서 후학을 길러내는 데 힘쓰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가르침을 받은 후배이자 제자만 100여 명, 이 교수에게 학교와 학과는 특별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송/부산대 불어교육학과 교수
"프랑스어를 조금이라도 좋아했던 학생들을 잘 키워서 프랑스어 교사로 배출했습니다. 한 해 입학생이 9명이고 학부생 전체가 36명인 작은 학과이다 보니, 서로 간 유대가 매우 끈끈합니다."



하지만 이송 교수가 40년 동안 몸담았던 배움의 터전은 이제 사라진다.

올해부터 부산대가 불어·독어교육과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2년 전 이뤄진 불어·독어교육과의 인문대학 통폐합 결정에 따른 결과다.

현재 전국에서 불어나 독어교육과는 서울대, 한국외대, 한국교원대, 전북대에만 남아 있다.

이송/ 부산대 불어교육과 교수
"지금 수시 모집 기간인데 지원한 학생들을 뽑는 작업도 올해는 없어요. 이제 교수로서 제가 할 일은 마무리하는 것이죠. 입학한 학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잘 졸업시키는 일이요."

부산대는 불어·독어교육과를 불문·독문학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 "입학하자마자 학과 통폐합?"…"어쩔 수 없는 결정"

학교 측은 고심 끝에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한다.

학령 인구 감소로 인기학과나 취업률 상위 학과를 중심으로 학과 구조 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황성욱/부산대 기획처장
"불어교육과와 독어교육과가 학생 수가 워낙 적다 보니 제약이 뒤따르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학과 통폐합으로 기초학문을 보호하고 나름의 전문성을 살리는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산대 독어교육과 학과방
하지만 학과가 사라진 재학생들은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서유진/부산대 독어교육과(21학번)
"전국에 독어교육과가 많지 않잖아요. 우리 학교에 독어교육과가 아직 남아 있다는 거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결국 사라지다 보니 너무 속상했어요."

최윤서/부산대 독어교육과(22학번)
"대학 입학하자마자 (학과 통폐합) 얘기를 들었어요. 학문적 다양성을 위해 국립대만큼은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너무 허무하고 이 건물에 우리 흔적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최근 3년 동안 전국에서 통·폐합된 학과는 모두 700여 곳,

경북대에선 재학생들이 불어교육과 폐과 취소 소송을 냈고 전북대 한약자원학과도 올해 문을 닫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 지방대 폐교도 잇따라…'벚꽃 엔딩'은 현실?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1970년, 100만 명을 웃돌았던 출생아 수는 2002년에 처음 40만 명대 로 떨어졌다.

이들 2002년생이 대학 입시를 치른 2021년 입학 정원은 48만여 명, 학생 수 부족 현상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지방에서는 심지어 학과뿐만 아니라 학교 자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매년 지방대학 한 곳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2020년 부산 동부산대를 시작으로 2021년 전북 군산 서해대, 2022년 전남 광양 한려대, 지난해 경남 진주 한국국제대, 그리고 올해 강원 태백 강원관광대까지.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매년 한 해 한 곳씩 문을 닫았다.

수도권에서 먼 학교일수록 벚꽃 피는 순서에 따라 문을 닫는다는 '벚꽃 엔딩' 속설이 현실이 된 거다.

이상림/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대학이 망하겠어, 하면서 우리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어요.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고요."

"특히 지방에서는 대학 위기가 산업 위기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방은 더 살기 힘들어지는 구조가 되고요. 줄어드는 인구에 맞춰 대학 개혁이 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 "2040년, 전국 대학 절반이 신입생 못 채워"

KBS와 국토연구원의 미래 인구 추계에서 대학 진학 대상자인 19살 인구는 지난해 488,000여 명. 하지만 18년 만인 2042년에는 233,000천여 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현재 같은 대학 입학 정원이 그대로 유지되면, 2040년 이후에는 50% 이상의 대학이 신입생을 채울 수 없게 된다.

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다.

지역에 있는 대학이 폐교하면 상권이 죽고 인구 감소가 더 빨라지고 기업도 인력을 찾기 어려워진다.

인구감소의 절벽 앞, 공동체 붕괴 위기는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 229개 시·군·구의 미래 인구 100년 데이터를 활용한 보도는 내일(4일) 병역 인구 감소 문제로 이어진다.

☞KBS는 국토연구원과 심각한 인구 소멸 실태를 알리기 위해, 전국 229개 시군구의 100년 인구 변화를 담은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를 개설해 9월 5일부터 공개합니다.

☞본 기획물은 경상남도 지역방송 발전지원 사업의 제작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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