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노인 시대…지하철로 본 고령 사회 [인구소멸]⑤

입력 2024.09.07 (07:00) 수정 2024.09.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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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서울 지하철 2호선 개통 당시 모습 (출처 : 한국정책방송원)1980년대 서울 지하철 2호선 개통 당시 모습 (출처 : 한국정책방송원)

우리나라 지하철에 '노약자석'이 처음 도입된 건 1980년부터다.

서울 지하철 전동차 양쪽 끝 3칸을 65살 이상 노인을 위한 좌석으로 정했다.

경로 우대를 중시하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였다.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자는 내용의 당시 캠페인 (출처 : 한국정책방송원)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자는 내용의 당시 캠페인 (출처 : 한국정책방송원)

이후 2005년 교통약자법이 시행되면서 '노약자석'은 '교통약자석'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노인뿐만 아니라 임산부와 장애인, 아동까지 폭넓게 배려하는 좌석으로 확대됐다.

전동차 한 칸당 12석. 전체 좌석의 22%로 이때만 해도 모두를 수용하기에 넉넉한 수준이었다.

■ 빨라지는 고령화…"지하철 자리·무임승차 제도 과제로"

하지만 세월이 흘러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현재 서울과 부산, 대구와 광주 등 지하철이 있는 전국 6개 특·광역시는 모두 65살 이상 노인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 사회다.


KBS와 국토연구원이 미래 고령화율(65살 이상 인구비율)을 분석했더니, 이들 지역 모두 5년 안에 고령화율이 20%를 넘기고, 15년 안에 3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지하철 교통약자석에서 시민들이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지하철 교통약자석에서 시민들이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정된 교통약자석에 늘어나는 노인 인구,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지하철 자리다툼 소식은 이러한 불균형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김화정 / 서울교통공사 영업지원처 과장

"지하철 교통약자석을 둘러싸고 자리다툼이나 잘못된 이용에 대한 관련 민원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노인 인구가 4%도 되지 않던 1984년에 도입됐는데 40년째 그대로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사회적 편익이 큰 대표적인 교통 복지지만, 고령화에 따른 부담을 도외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1,000만명으로, 이미 전체 인구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 “2047년 노인인구 1,630만명”…노동 절벽·연금 고갈 우려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매우 빠르다.

7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는 계속해서 노인 인구로 편입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35년에는 노인 인구가 30%를 넘어선다.

급기야 2047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630만명을 기록하며,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이 노인이 될 전망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 지하철을 넘어 사회 곳곳에서 노동력 부족, 연금 고갈, 건강보험 불안정성 등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상림 /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지난해 58년 개띠가 65살 노인이 되기 시작했어요. 대단히 큰 규모 인구가 노인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일들이 많이 생길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양한 갈등이 벌어질 수도, 다양한 전환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공포심 조장이 아니라 그만큼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 공익 광고 상상이 현실로?…"미래 준비해야"

2004년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만든 공익 광고2004년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만든 공익 광고

"이런 모습, 상상은 해보셨나요?"

20년 전 만들어진 한 공익 광고다. 지하철 전동차에서 일반석과 경로석이 뒤바뀌어 있다.

'OECD 회원국 중 최저 출산율 기록',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라는 문구도 곁들였다.

우리나라 저출생·고령화의 심각성을 20년 전에 이미 경고한 거다.

천만 노인 시대를 맞은 현재, 어쩌면 이런 풍경은 상상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초고령사회라는 예고된 미래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는 국토연구원과 전국 229개 시군구의 100년 인구 변화를 담은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를 개설해 공개합니다.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 https://news.kbs.co.kr/special/post072/index.html

☞본 기획물은 경상남도 지역방송 발전지원 사업의 제작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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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만 노인 시대…지하철로 본 고령 사회 [인구소멸]⑤
    • 입력 2024-09-07 07:00:38
    • 수정2024-09-07 09: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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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서울 지하철 2호선 개통 당시 모습 (출처 : 한국정책방송원)
우리나라 지하철에 '노약자석'이 처음 도입된 건 1980년부터다.

서울 지하철 전동차 양쪽 끝 3칸을 65살 이상 노인을 위한 좌석으로 정했다.

경로 우대를 중시하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였다.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자는 내용의 당시 캠페인 (출처 : 한국정책방송원)
이후 2005년 교통약자법이 시행되면서 '노약자석'은 '교통약자석'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노인뿐만 아니라 임산부와 장애인, 아동까지 폭넓게 배려하는 좌석으로 확대됐다.

전동차 한 칸당 12석. 전체 좌석의 22%로 이때만 해도 모두를 수용하기에 넉넉한 수준이었다.

■ 빨라지는 고령화…"지하철 자리·무임승차 제도 과제로"

하지만 세월이 흘러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현재 서울과 부산, 대구와 광주 등 지하철이 있는 전국 6개 특·광역시는 모두 65살 이상 노인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 사회다.


KBS와 국토연구원이 미래 고령화율(65살 이상 인구비율)을 분석했더니, 이들 지역 모두 5년 안에 고령화율이 20%를 넘기고, 15년 안에 3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지하철 교통약자석에서 시민들이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정된 교통약자석에 늘어나는 노인 인구,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지하철 자리다툼 소식은 이러한 불균형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김화정 / 서울교통공사 영업지원처 과장

"지하철 교통약자석을 둘러싸고 자리다툼이나 잘못된 이용에 대한 관련 민원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노인 인구가 4%도 되지 않던 1984년에 도입됐는데 40년째 그대로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사회적 편익이 큰 대표적인 교통 복지지만, 고령화에 따른 부담을 도외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1,000만명으로, 이미 전체 인구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 “2047년 노인인구 1,630만명”…노동 절벽·연금 고갈 우려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매우 빠르다.

7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는 계속해서 노인 인구로 편입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35년에는 노인 인구가 30%를 넘어선다.

급기야 2047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630만명을 기록하며,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이 노인이 될 전망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 지하철을 넘어 사회 곳곳에서 노동력 부족, 연금 고갈, 건강보험 불안정성 등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상림 /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지난해 58년 개띠가 65살 노인이 되기 시작했어요. 대단히 큰 규모 인구가 노인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일들이 많이 생길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양한 갈등이 벌어질 수도, 다양한 전환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공포심 조장이 아니라 그만큼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 공익 광고 상상이 현실로?…"미래 준비해야"

2004년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만든 공익 광고
"이런 모습, 상상은 해보셨나요?"

20년 전 만들어진 한 공익 광고다. 지하철 전동차에서 일반석과 경로석이 뒤바뀌어 있다.

'OECD 회원국 중 최저 출산율 기록',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라는 문구도 곁들였다.

우리나라 저출생·고령화의 심각성을 20년 전에 이미 경고한 거다.

천만 노인 시대를 맞은 현재, 어쩌면 이런 풍경은 상상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초고령사회라는 예고된 미래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는 국토연구원과 전국 229개 시군구의 100년 인구 변화를 담은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를 개설해 공개합니다.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 https://news.kbs.co.kr/special/post072/index.html

☞본 기획물은 경상남도 지역방송 발전지원 사업의 제작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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