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한일 군수지원협정 논란…상호 득실은? 외

입력 2024.09.07 (08:08) 수정 2024.09.0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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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다음 주 월요일인 9일은 북한의 정권 수립일인 9·9절인데요.

76주년 행사를 앞두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무대를 준비하는 동향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습니다.

9.9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고덕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도쿄본부 위원장이 이끄는 축하단도 5일 평양에 도착했는데요.

조총련 대표단이 공식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입니다.

9월 첫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이번 달 퇴임을 앞둔 기시다 일본 총리가 어제 한국을 찾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12번째 만남은 역대급으로 가까워진 한일 관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상호군수지원협정, '악사(ACSA)'인데요.

지난달 한일 '악사' 체결과 관련해 미묘한 해프닝도 있었는데, <이슈 앤 한반도>에서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회의에 출석한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추진돼 왔던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 ACSA 체결에 동의하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김선호/국방부차관 : "현재 한일 군사력과 유사시 대북 억제력을 또 확고하게 하고 우리의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것이 필요한 조치 사항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조국/조국혁신당 의원 : "동의하신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공식석상에서 ACSA 체결에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논란이 일자 김 차관은 불과 3시간 뒤 열린 오후 회의에서 입장을 뒤집었습니다.

[김병주/더불어민주당 의원 : "지금도 동의하시나요? "]

[김선호/국방부차관 : "정정을 지금 드렸습니다.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정부 차원에서 동의하지 않고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

김 차관이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설명이 없습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이란 유사시 탄약과 식량, 연료 등 군수물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국가 간 약속을 의미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에 이어 ACSA도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반일 감정과 반대 여론이 거세 결국 무산됐습니다.

4년 뒤 우여곡절 끝에 지소미아에 양국이 서명했지만, ACSA는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 있습니다.

지소미아가 민감한 군사 정보를 주고받는 거라면, ACSA는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인다는 점에서 정서적 거부감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이재정/더불어민주당 대변인/2016년 11월 : "반성과 사죄 없는 일본 정부의 우경화와 군사대국 도약에 박근혜 정부가 협조했다는 역사적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일각에선 지소미아와 ACSA, 두 협정을 동시에 체결해 운영해야 유사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한반도 유사시가 됐을 때 사실상 군수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가장 가깝고 필요한 쪽은 일본이라는 거거든요. 유엔사 후방기지가 이미 일본에 있고 한국에 전쟁이 나면 주일 미군이 당연히 동원이 될 거고 그렇다면 일본과 ACSA를 맺어놓는 것이 전쟁 수행에서 군수 지원 측면에서 굉장히 큰 효율성은 있다."]

하지만 일본 자위대의 활동 공간을 우리 스스로 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자칫 반일 여론을 부추겨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과거 역사로 봤을 때 일본이 여러 차례 한국을 침략을 했고 또 식민지까지 점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본 자위대가 합법적으로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우리 스스로 열어준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봅니다."]

현재 한일 간 ACSA 체결에 더욱 적극적인 쪽은 미국과 일본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IA)는 한일 간 ACSA 체결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중국의 경우는 정전협정이나 북중 간에 조약이 있고요. 미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면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과 러시아 간의 준 군사동맹조약까지 맺었죠. 이처럼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가 군사적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들을 갖춘 반면 일본은 어떤 권한도 없습니다.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끊임없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한국과의 안보협력을 추진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들과 함께 다자 협력체를 여러 개 구성하는 격자형 안보 구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선 한일 군사협력 강화가 매우 필요한데, ACSA 체결 또한 미국의 통합억제 전략의 일환이 될 것으로 풀이됩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미국이) 이런 식으로 서너 개 국가를 하나로 묶어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이미 선언을 하고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만약 한국이 거기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만들고 재편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 네트워크에서 한국은 소외되는 게 되는 거거든요. 그럴 바에는 새롭게 변화되는 이 상황에서 한국이 오히려 능동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앵커]

유엔사 확대 시동…“아시아판 나토”

미국이 동맹국들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움직임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유엔군 사령부 확대인데요.

지난달 유럽의 군사 강국인 독일은 유엔사의 18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습니다.

대북 억제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북한은 세계대전을 운운하며 반발했습니다.

[리포트]

유엔군사령부를 운영하는 미국의 성조기와 당사국인 한국의 태극기 옆에 독일의 삼색기가 펄럭입니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유엔군 사령관에게 건넨 국기는 유엔사 17개 회원국 국기 옆에 나란히 게양됐습니다.

유엔사가 설립된 뒤 회원국 신규 가입은 독일이 사실상 처음입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독일 국방장관 : "이제 유엔군사령부의 정회원국으로서 독일은 한반도의 국경을 보호하는 책임을 공유할 것입니다."]

유엔사는 1950년 북한의 남침 이후 유엔 결의로 결성된 다국적 연합군입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유엔사는 정전협정 유지와 유사시 전력 제공 임무라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과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유엔사의 기능은 더욱 축소됐습니다.

위축되던 유엔사를 깨우기 시작한 건 다름 아닌 미국이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부터 유엔사 재활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과 기능을 꾸준히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나토와 인도‧태평양을 연계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미국의 동맹이 두 지역에서 이뤄지죠. 하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국 이건 양자 관계로 구성이 돼 있고 유럽 지역에는 집단 안보 체제인 나토로 구성이 돼 있잖아요. 이 동맹 두 개를 서로 연맹하겠다. 그 일환으로 독일이 들어왔다고 볼 수 있는데 이건 한국의 입장에선 역시 북한에 대한 억제력이 굉장히 커지는 겁니다."]

유엔사의 회원국이 확대되면 한반도의 방위를 위해 국제사회가 단결하고 있다는 정치적 시그널을 북한에 전할 수 있습니다.

유엔사의 전력 제공국이 나토 국가들까지 확장될 경우 미국이 맡아온 한반도 방위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유엔사 확대 문제 또한 예민한 한일 관계와 맞물려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유엔사는 일본에 7개의 후방기지를 두고 한반도 유사시 군수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2023년 8월 15일 : "일본이 유엔군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입니다."]

만약 일본이 독일에 이어 유엔사의 정식 회원국이 될 경우, 유엔사의 요청에 응하는 방식으로 한반도에 자위대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신원식/국방부 장관/2023년 11월/KBS 일요진단 라이브 : "(일본이 만약에요. 우리도 유엔사 가입시켜달라. 이렇게 요청하면 받아줘야 돼요? 말아야 돼요?) 그 문제는 아직도 요청이 없었고 당시 상황을 봐야 되기 때문에 그거는 또 다른 문제인데요. 단지 일본은 유엔사 회원국이든 아니든 유엔사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한국의 경우는 일본의 유사 사태가 나더라도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이 없는데 일방적으로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는 받아들여서도 안 되고 굉장히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뜻대로 유엔사가 재구축된다면, 주변국의 강한 반발도 예상됩니다.

북한과 중국은 줄곧 유엔사를 수명이 다한 불법 유령 조직으로 규정해 왔습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유엔사만 과도하게 비대화될 경우 오히려 북한과 중국으로서는 이런 한국과 미국, 일본의 의도를 의심하게 되고 오히려 대화와 협상보다는 군비경쟁으로 나가게 되고 또 동아시아 지역은 점점 군사안보적으로 불안정하게 되는 것이죠."]

실제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유엔사를 '제2의 아시아판 나토'로 규정하며 북한을 군사적으로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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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9-07 08:08:08
    • 수정2024-09-07 08: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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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다음 주 월요일인 9일은 북한의 정권 수립일인 9·9절인데요.

76주년 행사를 앞두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무대를 준비하는 동향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습니다.

9.9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고덕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도쿄본부 위원장이 이끄는 축하단도 5일 평양에 도착했는데요.

조총련 대표단이 공식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입니다.

9월 첫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이번 달 퇴임을 앞둔 기시다 일본 총리가 어제 한국을 찾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12번째 만남은 역대급으로 가까워진 한일 관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상호군수지원협정, '악사(ACSA)'인데요.

지난달 한일 '악사' 체결과 관련해 미묘한 해프닝도 있었는데, <이슈 앤 한반도>에서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회의에 출석한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추진돼 왔던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 ACSA 체결에 동의하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김선호/국방부차관 : "현재 한일 군사력과 유사시 대북 억제력을 또 확고하게 하고 우리의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것이 필요한 조치 사항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조국/조국혁신당 의원 : "동의하신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공식석상에서 ACSA 체결에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논란이 일자 김 차관은 불과 3시간 뒤 열린 오후 회의에서 입장을 뒤집었습니다.

[김병주/더불어민주당 의원 : "지금도 동의하시나요? "]

[김선호/국방부차관 : "정정을 지금 드렸습니다.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정부 차원에서 동의하지 않고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

김 차관이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설명이 없습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이란 유사시 탄약과 식량, 연료 등 군수물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국가 간 약속을 의미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에 이어 ACSA도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반일 감정과 반대 여론이 거세 결국 무산됐습니다.

4년 뒤 우여곡절 끝에 지소미아에 양국이 서명했지만, ACSA는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 있습니다.

지소미아가 민감한 군사 정보를 주고받는 거라면, ACSA는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인다는 점에서 정서적 거부감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이재정/더불어민주당 대변인/2016년 11월 : "반성과 사죄 없는 일본 정부의 우경화와 군사대국 도약에 박근혜 정부가 협조했다는 역사적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일각에선 지소미아와 ACSA, 두 협정을 동시에 체결해 운영해야 유사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한반도 유사시가 됐을 때 사실상 군수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가장 가깝고 필요한 쪽은 일본이라는 거거든요. 유엔사 후방기지가 이미 일본에 있고 한국에 전쟁이 나면 주일 미군이 당연히 동원이 될 거고 그렇다면 일본과 ACSA를 맺어놓는 것이 전쟁 수행에서 군수 지원 측면에서 굉장히 큰 효율성은 있다."]

하지만 일본 자위대의 활동 공간을 우리 스스로 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자칫 반일 여론을 부추겨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과거 역사로 봤을 때 일본이 여러 차례 한국을 침략을 했고 또 식민지까지 점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본 자위대가 합법적으로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우리 스스로 열어준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봅니다."]

현재 한일 간 ACSA 체결에 더욱 적극적인 쪽은 미국과 일본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IA)는 한일 간 ACSA 체결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중국의 경우는 정전협정이나 북중 간에 조약이 있고요. 미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면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과 러시아 간의 준 군사동맹조약까지 맺었죠. 이처럼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가 군사적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들을 갖춘 반면 일본은 어떤 권한도 없습니다.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끊임없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한국과의 안보협력을 추진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들과 함께 다자 협력체를 여러 개 구성하는 격자형 안보 구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선 한일 군사협력 강화가 매우 필요한데, ACSA 체결 또한 미국의 통합억제 전략의 일환이 될 것으로 풀이됩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미국이) 이런 식으로 서너 개 국가를 하나로 묶어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이미 선언을 하고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만약 한국이 거기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만들고 재편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 네트워크에서 한국은 소외되는 게 되는 거거든요. 그럴 바에는 새롭게 변화되는 이 상황에서 한국이 오히려 능동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앵커]

유엔사 확대 시동…“아시아판 나토”

미국이 동맹국들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움직임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유엔군 사령부 확대인데요.

지난달 유럽의 군사 강국인 독일은 유엔사의 18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습니다.

대북 억제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북한은 세계대전을 운운하며 반발했습니다.

[리포트]

유엔군사령부를 운영하는 미국의 성조기와 당사국인 한국의 태극기 옆에 독일의 삼색기가 펄럭입니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유엔군 사령관에게 건넨 국기는 유엔사 17개 회원국 국기 옆에 나란히 게양됐습니다.

유엔사가 설립된 뒤 회원국 신규 가입은 독일이 사실상 처음입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독일 국방장관 : "이제 유엔군사령부의 정회원국으로서 독일은 한반도의 국경을 보호하는 책임을 공유할 것입니다."]

유엔사는 1950년 북한의 남침 이후 유엔 결의로 결성된 다국적 연합군입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유엔사는 정전협정 유지와 유사시 전력 제공 임무라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과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유엔사의 기능은 더욱 축소됐습니다.

위축되던 유엔사를 깨우기 시작한 건 다름 아닌 미국이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부터 유엔사 재활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과 기능을 꾸준히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나토와 인도‧태평양을 연계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미국의 동맹이 두 지역에서 이뤄지죠. 하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국 이건 양자 관계로 구성이 돼 있고 유럽 지역에는 집단 안보 체제인 나토로 구성이 돼 있잖아요. 이 동맹 두 개를 서로 연맹하겠다. 그 일환으로 독일이 들어왔다고 볼 수 있는데 이건 한국의 입장에선 역시 북한에 대한 억제력이 굉장히 커지는 겁니다."]

유엔사의 회원국이 확대되면 한반도의 방위를 위해 국제사회가 단결하고 있다는 정치적 시그널을 북한에 전할 수 있습니다.

유엔사의 전력 제공국이 나토 국가들까지 확장될 경우 미국이 맡아온 한반도 방위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유엔사 확대 문제 또한 예민한 한일 관계와 맞물려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유엔사는 일본에 7개의 후방기지를 두고 한반도 유사시 군수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2023년 8월 15일 : "일본이 유엔군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입니다."]

만약 일본이 독일에 이어 유엔사의 정식 회원국이 될 경우, 유엔사의 요청에 응하는 방식으로 한반도에 자위대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신원식/국방부 장관/2023년 11월/KBS 일요진단 라이브 : "(일본이 만약에요. 우리도 유엔사 가입시켜달라. 이렇게 요청하면 받아줘야 돼요? 말아야 돼요?) 그 문제는 아직도 요청이 없었고 당시 상황을 봐야 되기 때문에 그거는 또 다른 문제인데요. 단지 일본은 유엔사 회원국이든 아니든 유엔사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한국의 경우는 일본의 유사 사태가 나더라도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이 없는데 일방적으로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는 받아들여서도 안 되고 굉장히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뜻대로 유엔사가 재구축된다면, 주변국의 강한 반발도 예상됩니다.

북한과 중국은 줄곧 유엔사를 수명이 다한 불법 유령 조직으로 규정해 왔습니다.

[조성렬/전 주오사카 총영사 : "유엔사만 과도하게 비대화될 경우 오히려 북한과 중국으로서는 이런 한국과 미국, 일본의 의도를 의심하게 되고 오히려 대화와 협상보다는 군비경쟁으로 나가게 되고 또 동아시아 지역은 점점 군사안보적으로 불안정하게 되는 것이죠."]

실제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유엔사를 '제2의 아시아판 나토'로 규정하며 북한을 군사적으로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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