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건 다른 판단…애매모호한 ‘아동 정서 학대’

입력 2024.10.01 (22:00) 수정 2024.10.01 (22: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언어나 정신적으로 아동을 괴롭히는 행위를 '정서 학대'라고 합니다.

최근 같은 사건을 놓고 경찰과 검찰이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정서 학대'와 관련한 법 조항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서윤덕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3월 군산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학생 다툼을 중재하던 교사 2명이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사과 강요 등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한 학생 학부모가 신고한 겁니다.

경찰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정서 학대'라고 봤지만, 검찰은 발언 내용과 횟수 등을 고려해 혐의가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왜 다른 판단이 내려진 걸까?

아동복지법은 '정서 학대'를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로 규정했는데, 추상적 용어들에 대해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많습니다.

또 신체 학대와 달리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훈육과 경계도 불분명합니다.

[지자체 아동보호 담당자/음성변조 : "신체는 확실하게 명확한데 정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가정 내 이외의 것들에서 개개인 별로 생각하기에 따라서 다르게 접근해서 생각될 수 있는 부분들이 업무하다 보면 왕왕 있다고…."]

이에 따라 법 조항을 구체적으로 바꾸거나 자세한 지침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아동을 폭넓게 보호하기 위해 그대로 둬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 : "아동 학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 우려됩니다. 어떤 행위를 특정 짓는다고 하면 그 행위 이외에 행위들은 다 정서 학대 판단에서 빠질 우려들이 있기 때문에…."]

'정서 학대'는 2019년 7천 6백여 건에서 지난해 만 천여 건으로 늘었고, 전체 아동 학대의 43%를 차지합니다.

혼란과 논란을 줄이기 위한 공론화 절차가 시급합니다.

KBS 뉴스 서윤덕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그래픽:전현정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같은 사건 다른 판단…애매모호한 ‘아동 정서 학대’
    • 입력 2024-10-01 22:00:59
    • 수정2024-10-01 22:17:10
    뉴스9(전주)
[앵커]

언어나 정신적으로 아동을 괴롭히는 행위를 '정서 학대'라고 합니다.

최근 같은 사건을 놓고 경찰과 검찰이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정서 학대'와 관련한 법 조항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서윤덕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3월 군산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학생 다툼을 중재하던 교사 2명이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사과 강요 등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한 학생 학부모가 신고한 겁니다.

경찰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정서 학대'라고 봤지만, 검찰은 발언 내용과 횟수 등을 고려해 혐의가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왜 다른 판단이 내려진 걸까?

아동복지법은 '정서 학대'를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로 규정했는데, 추상적 용어들에 대해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많습니다.

또 신체 학대와 달리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훈육과 경계도 불분명합니다.

[지자체 아동보호 담당자/음성변조 : "신체는 확실하게 명확한데 정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가정 내 이외의 것들에서 개개인 별로 생각하기에 따라서 다르게 접근해서 생각될 수 있는 부분들이 업무하다 보면 왕왕 있다고…."]

이에 따라 법 조항을 구체적으로 바꾸거나 자세한 지침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아동을 폭넓게 보호하기 위해 그대로 둬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 : "아동 학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 우려됩니다. 어떤 행위를 특정 짓는다고 하면 그 행위 이외에 행위들은 다 정서 학대 판단에서 빠질 우려들이 있기 때문에…."]

'정서 학대'는 2019년 7천 6백여 건에서 지난해 만 천여 건으로 늘었고, 전체 아동 학대의 43%를 차지합니다.

혼란과 논란을 줄이기 위한 공론화 절차가 시급합니다.

KBS 뉴스 서윤덕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그래픽:전현정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전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