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파워 여성’ 늘어나…“이상과 현실 괴리 커”

입력 2024.10.12 (08:29) 수정 2024.10.1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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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북한 매체들을 살펴보면 유독 여성이 주인공인 소식이 많습니다.

연령과 직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은 북한 여성들의 지위가 상당 부분 향상됐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이 북한 여성들의 인권이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평가인데요.

북한 여성들의 삶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평양 보통강변에 조성된 경루동 고급 주택단지.

북한 조선중앙TV가 이곳의 수많은 집들 중 한 가정의 문패에 주목했습니다.

["경루동 10반 7층 1호 리혜경."]

북한에선 남편의 이름을 문패로 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집은 여성의 이름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문패의 주인공은 북한 보건성 자연치료연구소장 리혜경 박사.

북한에선 약수, 온천, 감탕 같은 자연 물질을 환자치료에 적극 활용하는데, 여성 박사를 이 분야 최고 권위자로 소개한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을 들인 양덕 온천지구 개발의 공로 역시 리혜경 박사에게 돌아갔습니다.

[리혜경/보건성 자연치료연구소장 : "우리 원수님께서 우리 학문을, 우리 부문을 그저 일떠세워(일으켜) 주시고 빛내주시고 내세워주시니까 그때의 감정이란 건..."]

여성 간부들의 국제 활동 소식도 빼놓지 않고 전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인물은 최선희 외무상입니다.

[조선중앙TV/9월 22일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상 최선희 동지가 제4차 유라시아여성연단과 제1차 브릭스여성연단에 참가했습니다."]

지난달 20일,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 여성 포럼에 참석한 최 외무상은 고가의 해외 브랜드 로고가 박힌 안경과 보석 반지를 끼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경기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의 축하 행사는 일주일 넘게 계속됐습니다.

입국 카퍼레이드로 시작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기념 촬영, 북한 내각이 주최한 환영 연회까지 이어진 겁니다.

[조선중앙TV/10월 3일 : "총리 동지는 우리 여자 축구의 밝은 전망을 보여준 선수들이 앞으로도 아시아의 패권, 세계 패권을 확고히 쥐고 국제경기 마다에서 백승만을 떨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매체들은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소개하며 여성 지위가 향상된 분위기를 적극 반영하는 추세인데요.

실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게 탈북민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그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고 설명합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저도 그때(2018년 9월) 북한을 방문한 (한국) 장관님들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강경화 장관님이 오셨었어요. 그런데 너무 놀랐거든요. 아니 여자분이 어떻게 장관을 하지? 사실 저도 북한에서 공부하고 배운 사람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고위직에) 사회 진출을 하는 건 많이 못 봤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의아함을 표현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 특히 최근이죠. 북한 매스컴에도 (고위직) 여자들이 등장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사회 진출이 용이해진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실제 지난 2020년, '국가 비상방역체계 전환'을 선포하고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던 북한은 우리의 보건복지부 장관 격인 보건상에 여성을 임명해 화제를 낳았습니다.

당시 코로나 방역을 총괄하며 진두지휘에 나선 오춘복 보건상은 매번 조선중앙TV에 직접 나와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오춘복/당시 보건상/2020년 7월 :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발생한 초기부터 지난 6개월간 전 국가적으로 각 방면에서 강력한 비상 방역 조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우리 경내에 악성 바이러스가 유입됐다고 볼 수 있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최근엔 노동당 근로단체부장에 김정순 전 여맹 위원장이 임명됐는데요.

이와 같은 북한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은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 기조와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입니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아무래도 정책적으로 경제 성장, 경제 발전이라는 기조가 있는 상황에서는 능력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강조되고 있고 특히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경공업, 농업, 과학기술, 보건의료 이쪽 분야에서 워낙 활동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그 영역에서 역량 있는 여성들은 과거에 비해 그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매체에 보이는 일부 고위직, 전문직 여성들의 모습을 북한 여성들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확대 해석하기엔 무리라는 평가도 뒤따릅니다.

아직은 북한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았고, 여성 권리에 대한 보장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겁니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단적으로 공적인 영역에서의 여성 대표성이라고 하는 것이 확연히 낮고 다른 국가에 비해서. 또 고등 교육률도 여성들의 교육률이 남성보다 낮고. 이런 가시적인 지표로 확인되는 바가 있고 또 하나는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하는 부분들이 여전히 만연해 있고."]

또 매체가 띄우는 분위기는 일부 가능성이 엿보이는 단계일 뿐, 일상생활에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전문직 여성들조차 자신의 전공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사실 저희 친구들이 열심히 나름 공부를 한 친구들이거든요. 북한에서 평양 이과대학교라고 하면 공부를 제일 잘하는 친구들이 가는 곳이에요. 저희 친구 10명 중 10명이 다 장사를 하지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사회 진출하고 이런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국가가) 싼 가격에 노동력을 갖고 오겠다고만 생각하지, 충성하는 국민들에게 베풀 생각은 없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럼에도 북한 매체들이 전문직 여성들의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러한 선전을 통해 충성심을 끌어내려는 의도로도 파악되는데요.

북한 매체에 등장한 많은 여성들 역시 자신의 권리보다는 국가가 베푼 사랑에 대한 충성을 다짐합니다.

[한성희 : "나는 꼭 군관의 아내가 될 테다는 생각을 하면서 군관인 남편을 따라 철령을 넘었습니다. 그저 가정 살림 하는 동안에 나도 자식을 많이 낳아서 앞으로 아이들도 조국 보위 초소에 세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매체는 이런 현상을 자연스러운 미풍양속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소박하고 평범한 여성들의 아름다운 한 생을 떠민 사랑. 그것은 행복의 권리보다 먼저 의무를 걸머진 우리 여성들의 양심이었고 헌신이었습니다."]

결국 사회적, 경제적 역할과 동시에 전통적인 여성상까지 강요받는 현실은 북한 여성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분석입니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출산과 양육 결혼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기여를 한다고 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북한 당국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텐데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한 담론의 형성과 정책적 노력을 북한 당국은 할 수밖에 없고, 그 일환으로 여성들의 사회적 활약. 경제적 활약 이런 것들을 가시화시키는 것도 한 맥락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조선중앙TV : "여성 중시, 여성 존중의 정치로 여성들의 지위와 역할을 비상히 높여주시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를 높이 모시어 조선 여성들의 앞날은 끝없이 밝고 창창한 것입니다."]

최근 북한 당국은 여성들의 지위를 향상시키겠다는 이야기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그만큼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텐데요.

하지만 북한 여성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당국의 정책에 그닥 크게 호응하지 않는 추세입니다.

남한 못지않은 비혼과 저출산이 북한에서도 만연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은 그게 그렇게 와 닿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이제는 개인이기주의로 사람들이 다 빠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아는 언니도 생활이 넉넉했는데 무조건 한 명만 출산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유를 물어봤더니 그렇게 아픈 걸 내가 왜 해. 내가 왜 희생해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북한 여성들이 진짜 바라는 것은 높은 직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아주 가까이 있었습니다.

[장미/2020년 탈북 : "그 사회는 정말 여자들한테는 너무 고단한 사회거든요. 왜냐하면 여자들이 돈을 벌어야 해요. 그럼 시장에 나가서 하루 종일 물건을 판단 말이에요. 그리고 돌아와서는 남편을 위해서 자식들을 위해서 밥을 지어야 해요. 근데 여기서처럼 가스버너를 척 켜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해야 하고 빨래를 하는데 세탁기로 빨래하지 않아요. 손빨래하거든요. 그래서 너무 힘들어요. 가정일이. 그런 것들이 아마 해결되는 게 북한 여성들이 바라는 사회가 아니겠냔 생각이 듭니다."]

매체들을 동원해 여성 지위 향상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북한.

그러나 북한 당국이 비추는 이상과 북한 여성들이 늘상 마주하는 현실, 그 양자 간 간극이 아직은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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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12 08:29:45
    • 수정2024-10-12 08: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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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북한 매체들을 살펴보면 유독 여성이 주인공인 소식이 많습니다.

연령과 직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은 북한 여성들의 지위가 상당 부분 향상됐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이 북한 여성들의 인권이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평가인데요.

북한 여성들의 삶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평양 보통강변에 조성된 경루동 고급 주택단지.

북한 조선중앙TV가 이곳의 수많은 집들 중 한 가정의 문패에 주목했습니다.

["경루동 10반 7층 1호 리혜경."]

북한에선 남편의 이름을 문패로 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집은 여성의 이름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문패의 주인공은 북한 보건성 자연치료연구소장 리혜경 박사.

북한에선 약수, 온천, 감탕 같은 자연 물질을 환자치료에 적극 활용하는데, 여성 박사를 이 분야 최고 권위자로 소개한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을 들인 양덕 온천지구 개발의 공로 역시 리혜경 박사에게 돌아갔습니다.

[리혜경/보건성 자연치료연구소장 : "우리 원수님께서 우리 학문을, 우리 부문을 그저 일떠세워(일으켜) 주시고 빛내주시고 내세워주시니까 그때의 감정이란 건..."]

여성 간부들의 국제 활동 소식도 빼놓지 않고 전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인물은 최선희 외무상입니다.

[조선중앙TV/9월 22일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상 최선희 동지가 제4차 유라시아여성연단과 제1차 브릭스여성연단에 참가했습니다."]

지난달 20일,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 여성 포럼에 참석한 최 외무상은 고가의 해외 브랜드 로고가 박힌 안경과 보석 반지를 끼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경기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의 축하 행사는 일주일 넘게 계속됐습니다.

입국 카퍼레이드로 시작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기념 촬영, 북한 내각이 주최한 환영 연회까지 이어진 겁니다.

[조선중앙TV/10월 3일 : "총리 동지는 우리 여자 축구의 밝은 전망을 보여준 선수들이 앞으로도 아시아의 패권, 세계 패권을 확고히 쥐고 국제경기 마다에서 백승만을 떨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매체들은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소개하며 여성 지위가 향상된 분위기를 적극 반영하는 추세인데요.

실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게 탈북민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그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고 설명합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저도 그때(2018년 9월) 북한을 방문한 (한국) 장관님들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강경화 장관님이 오셨었어요. 그런데 너무 놀랐거든요. 아니 여자분이 어떻게 장관을 하지? 사실 저도 북한에서 공부하고 배운 사람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고위직에) 사회 진출을 하는 건 많이 못 봤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의아함을 표현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 특히 최근이죠. 북한 매스컴에도 (고위직) 여자들이 등장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사회 진출이 용이해진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실제 지난 2020년, '국가 비상방역체계 전환'을 선포하고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던 북한은 우리의 보건복지부 장관 격인 보건상에 여성을 임명해 화제를 낳았습니다.

당시 코로나 방역을 총괄하며 진두지휘에 나선 오춘복 보건상은 매번 조선중앙TV에 직접 나와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오춘복/당시 보건상/2020년 7월 :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발생한 초기부터 지난 6개월간 전 국가적으로 각 방면에서 강력한 비상 방역 조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우리 경내에 악성 바이러스가 유입됐다고 볼 수 있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최근엔 노동당 근로단체부장에 김정순 전 여맹 위원장이 임명됐는데요.

이와 같은 북한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은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 기조와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입니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아무래도 정책적으로 경제 성장, 경제 발전이라는 기조가 있는 상황에서는 능력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강조되고 있고 특히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경공업, 농업, 과학기술, 보건의료 이쪽 분야에서 워낙 활동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그 영역에서 역량 있는 여성들은 과거에 비해 그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매체에 보이는 일부 고위직, 전문직 여성들의 모습을 북한 여성들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확대 해석하기엔 무리라는 평가도 뒤따릅니다.

아직은 북한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았고, 여성 권리에 대한 보장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겁니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단적으로 공적인 영역에서의 여성 대표성이라고 하는 것이 확연히 낮고 다른 국가에 비해서. 또 고등 교육률도 여성들의 교육률이 남성보다 낮고. 이런 가시적인 지표로 확인되는 바가 있고 또 하나는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하는 부분들이 여전히 만연해 있고."]

또 매체가 띄우는 분위기는 일부 가능성이 엿보이는 단계일 뿐, 일상생활에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전문직 여성들조차 자신의 전공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사실 저희 친구들이 열심히 나름 공부를 한 친구들이거든요. 북한에서 평양 이과대학교라고 하면 공부를 제일 잘하는 친구들이 가는 곳이에요. 저희 친구 10명 중 10명이 다 장사를 하지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사회 진출하고 이런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국가가) 싼 가격에 노동력을 갖고 오겠다고만 생각하지, 충성하는 국민들에게 베풀 생각은 없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럼에도 북한 매체들이 전문직 여성들의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러한 선전을 통해 충성심을 끌어내려는 의도로도 파악되는데요.

북한 매체에 등장한 많은 여성들 역시 자신의 권리보다는 국가가 베푼 사랑에 대한 충성을 다짐합니다.

[한성희 : "나는 꼭 군관의 아내가 될 테다는 생각을 하면서 군관인 남편을 따라 철령을 넘었습니다. 그저 가정 살림 하는 동안에 나도 자식을 많이 낳아서 앞으로 아이들도 조국 보위 초소에 세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매체는 이런 현상을 자연스러운 미풍양속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소박하고 평범한 여성들의 아름다운 한 생을 떠민 사랑. 그것은 행복의 권리보다 먼저 의무를 걸머진 우리 여성들의 양심이었고 헌신이었습니다."]

결국 사회적, 경제적 역할과 동시에 전통적인 여성상까지 강요받는 현실은 북한 여성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분석입니다.

[조영주/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출산과 양육 결혼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기여를 한다고 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북한 당국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텐데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한 담론의 형성과 정책적 노력을 북한 당국은 할 수밖에 없고, 그 일환으로 여성들의 사회적 활약. 경제적 활약 이런 것들을 가시화시키는 것도 한 맥락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조선중앙TV : "여성 중시, 여성 존중의 정치로 여성들의 지위와 역할을 비상히 높여주시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를 높이 모시어 조선 여성들의 앞날은 끝없이 밝고 창창한 것입니다."]

최근 북한 당국은 여성들의 지위를 향상시키겠다는 이야기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그만큼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텐데요.

하지만 북한 여성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당국의 정책에 그닥 크게 호응하지 않는 추세입니다.

남한 못지않은 비혼과 저출산이 북한에서도 만연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은 그게 그렇게 와 닿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이제는 개인이기주의로 사람들이 다 빠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아는 언니도 생활이 넉넉했는데 무조건 한 명만 출산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유를 물어봤더니 그렇게 아픈 걸 내가 왜 해. 내가 왜 희생해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북한 여성들이 진짜 바라는 것은 높은 직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아주 가까이 있었습니다.

[장미/2020년 탈북 : "그 사회는 정말 여자들한테는 너무 고단한 사회거든요. 왜냐하면 여자들이 돈을 벌어야 해요. 그럼 시장에 나가서 하루 종일 물건을 판단 말이에요. 그리고 돌아와서는 남편을 위해서 자식들을 위해서 밥을 지어야 해요. 근데 여기서처럼 가스버너를 척 켜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해야 하고 빨래를 하는데 세탁기로 빨래하지 않아요. 손빨래하거든요. 그래서 너무 힘들어요. 가정일이. 그런 것들이 아마 해결되는 게 북한 여성들이 바라는 사회가 아니겠냔 생각이 듭니다."]

매체들을 동원해 여성 지위 향상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북한.

그러나 북한 당국이 비추는 이상과 북한 여성들이 늘상 마주하는 현실, 그 양자 간 간극이 아직은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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