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조선 옷차림’ 풍습

입력 2024.11.16 (08:37) 수정 2024.11.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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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콩을 발효해 된장과 간장을 만드는 우리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가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에 ‘등재 권고’ 판정을 내린 건데요.

최종 등재 여부는 내달 초에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 신청한 ‘조선 옷차림 풍습‘도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아 눈길을 끌었는데요.

북한은 신청서에서 주민들이 조선옷을 연령, 성별과 관계없이 즐긴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의 한복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조선 옷.

그런데 북한이 ‘조선 옷차림 풍습’을 부각하는 데는 조금 남다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포즈를 취하는 어린이 , 남매가 함께 한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예, 좋습니다. 자, 이제 웃자요."]

가족사진을 찍으며 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백일만 : "늙으면 추억에 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뜨락에는 온통 꽃밭이고, 지붕에는 박이 주렁지고. 이걸 보니까 내가 어릴 때 우리 어머니가 지져준 녹두지짐을 맛있게 해 먹던 생각이 절로 납니다."]

명절이나 특별한 기념일에 한복을 입고 보내는 모습은 우리와 참 닮아 있는데요.

[안옥주/사진사 : "우리의 민족 옷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아름다운 민족 옷과 고상한 민족 풍습, 정말 이런 모습들을 화면에 담을 때면 우리 민족의 우수한 모든 것을 화폭에 담아가는 사진사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선 한복을 ‘조선옷’이라고 부릅니다.

[조선중앙TV : "조선옷은 독특한 형태와 그 아름다움으로 해서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고, 또 오늘도 우리 옷차림 문화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옷을 오랜 전통문화 속에서 형성된 민족의 복식으로 여기며 중요 문화유산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우리 인민은 예로부터 첫돌과 혼례, 60돌 생일이나 상례 등 일생에서 순차대로 겪게 되는 중요한 의례 때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자녀들은 부모들에게 옷을 정성껏 마련하는 것을 전통적인 풍습으로 여겼고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북한은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에‘조선 옷차림 풍습’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는데요.

최근 평가기구가 등재 권고 판정을 내린 만큼 ‘조선 옷차림 풍습’의 등재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아리랑, 씨름, 김치 담그기, 평양냉면에 이어 다섯 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됩니다.

북한이 무형문화유산 보호에 관심을 보인 것은 2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2008년에야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에 가입했고, 2009년, 무형문화유산을 관리하는‘비물질유산보호위원회’를 조직한데 이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직후인 2012년에 ‘문화유산보호법’을 제정했습니다.

이후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도 의욕적으로 나섰는데요.

북한이 처음으로 등재한 유산은 아리랑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2014년 : "우리 인민들 속에서 널리 불리는 조선 민요 ‘아리랑’이 우리나라의 첫 세계 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아리랑을 민족의 대표 민요이자, 현재의 시대상까지 반영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음악으로 소개했습니다.

[로철수/민족유산보호지도국 부국장/2014년 : "이번에 조선 민요 아리랑이 처음으로 세계 비물질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우리 민족의 슬기와 재능, 그리고 유구한 우리 문화의 우수성, 그리고 우리 당의 민족 유산 보호 정책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내외에 힘 있게 과시한 중요한 계기로 됩니다."]

북한이 이렇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에는 한국이 2년 먼저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등재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승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북한은 민족 정체성이나 상징이면서 하나의 공동체 결집 목적으로 아리랑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아리랑을 다양하게 발전시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먼저 등재를 신청한 것이죠. 북한도 뒤이어서 아리랑을 유네스코 무형유산 목록에 등재 신청하게 됐는데요. 우리가 김장 문화를 신청한 것에 이어서도 북한에서 무형유산 등록을 신청하게 됩니다."]

2013년 한국의 ‘김장문화’에 이어 2015년 ‘김치 담그기’를 등재한 북한.

[프리트비라지싱 루펀/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의장/2018년 : "씨름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합니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었던 2018년엔 한반도 고유의 세시풍속인 씨름이 남북 공동의 이름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조선중앙TV/2022년 : "민요 아리랑과 김치 담그기 풍습, 씨름과 같은 비물질유산들이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데 이어서, 이번에 4번째로 평양냉면 풍습이 인류의 대표적인 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록됐습니다."]

2022년엔 평양냉면의 전반적인 문화를 담은‘평양냉면 풍습’이 등재되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신청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들은 과거의 문화재들과는 차이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해석입니다.

민족의 전통성 보다 북한의 독립적인 문화를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하승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2019년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우리 국가 제일주의 신념화’를 강조한 이후로 자국을 독립된 하나의 개별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2023년에는 ‘국가 상징법’을 제정하기도 하고요. 2024년에는 애국가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변화를 시킵니다. 국가의 공식적인 표징들을 정립하기 시작하는데요. 유네스코에 등재하는의복 또한 그런 맥락의 일환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 옷차림 풍습’의 등재 신청 역시 타민족, 타국가와 구별되는 “조선”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라는 겁니다.

[조휘남/북한 사회과학원 실장 : "우리 민족 옷은 그 어느 나라나, 그 어느 민족 옷과도 전혀 비슷하지 않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옷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 그 어디에 가도 깃발이 없이도 국적을 알아볼 수 있는 옷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는 한반도이지만 북한은 조선 반도이고 그리고 우리에겐 한민족이지만 북한이 규정하는 것은 조선 민족이에요. 그럼 조선옷이란 건 뭐냐면 조선 민족이 입는 옷이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한민족이 입는 한복하고는 구분이 다른 거죠. 그래서 북한이 조선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조선옷에 방점을 두는 것 중의 하나는 조선 민족이 입는 조선옷에 대한 의미와 가치 부여에 있어서 한국과 혹은 남한과 개념의 쟁투를 벌이는 것이고."]

그런데 ‘조선 옷차림 풍습’과 관련해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20년에도 ‘조선 옷차림 풍습’의 등재를 추진했지만 보류 판정을 받은 건데요.

당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는, 조선옷이 북한 당국의 통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제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이나 각종 국가 기념 행사때 조선옷 착용을 의무화 하고 있는데요.

특히 여성들의 사회적 일탈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큽니다.

지난 2월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 경제 사회 인식실태 보고서’도 "여성에게 조선옷 착용을 강조하는 것은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회귀를 위한 조치”로 해석했습니다.

최근엔 외부 문물 유입으로 인한 청년들의 사상 이완을 경계하고 옷차림, 즉 생활 풍습을 다잡아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기도 합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2020년 이후에 만들어졌던 많은 사회통제법이 있잖아요. 사회통제법 중 하나가 청년사상교양보장법이 있는데 청년사상교양보장법에 어떤 내용이 있냐면 이색적인 옷차림 그리고 결혼식에서 입는 옷차림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개인주의적인 생활양식이라든가 소비주의적인 생활양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다채로운 자기표현 욕구가 생긴단 말이에요. 그러면 다양한 옷차림이 나오는데 이것을 통제하려면 결국 조선옷으로서, 민족문화 혹은 전통이라고 이야기되는 조선옷으로 강제할 수밖에 없는 거고 이게 바로 북한 문화, 집단주의 문화의 취약성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지적들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북한은 조선옷이 연령, 성별과 관계 없이 즐긴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명절, 절기, 일생의례에 입는 전통 복식이라는 것도 부각하며 인류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하승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이번 재추진에서 만약 등재된다면 유네스코가 이런 부분들을 긍정적으로 고려를 했다고 볼 수 있을 거 같고요. 유네스코에서는 무형 문화유산의 특징으로 문화 다양성 그리고 인류 창조성의 증진, 공동체 간의 상호 존중과 지속 가능한 발전, 이런 부분에 부합해야 한다고 협약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 등재 여부가) 앞으로 통제 수단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다른 북한의 문화에 대해서도 해석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에 주목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우리의 장 담그기와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북한의 ‘조선 옷차림 풍습’과연 북한의 다섯 번째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될지, 아니면 또 한 번 좌절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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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조선 옷차림’ 풍습
    • 입력 2024-11-16 08:37:13
    • 수정2024-11-16 08: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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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콩을 발효해 된장과 간장을 만드는 우리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가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에 ‘등재 권고’ 판정을 내린 건데요.

최종 등재 여부는 내달 초에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 신청한 ‘조선 옷차림 풍습‘도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아 눈길을 끌었는데요.

북한은 신청서에서 주민들이 조선옷을 연령, 성별과 관계없이 즐긴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의 한복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조선 옷.

그런데 북한이 ‘조선 옷차림 풍습’을 부각하는 데는 조금 남다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포즈를 취하는 어린이 , 남매가 함께 한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예, 좋습니다. 자, 이제 웃자요."]

가족사진을 찍으며 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백일만 : "늙으면 추억에 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뜨락에는 온통 꽃밭이고, 지붕에는 박이 주렁지고. 이걸 보니까 내가 어릴 때 우리 어머니가 지져준 녹두지짐을 맛있게 해 먹던 생각이 절로 납니다."]

명절이나 특별한 기념일에 한복을 입고 보내는 모습은 우리와 참 닮아 있는데요.

[안옥주/사진사 : "우리의 민족 옷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아름다운 민족 옷과 고상한 민족 풍습, 정말 이런 모습들을 화면에 담을 때면 우리 민족의 우수한 모든 것을 화폭에 담아가는 사진사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선 한복을 ‘조선옷’이라고 부릅니다.

[조선중앙TV : "조선옷은 독특한 형태와 그 아름다움으로 해서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고, 또 오늘도 우리 옷차림 문화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옷을 오랜 전통문화 속에서 형성된 민족의 복식으로 여기며 중요 문화유산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우리 인민은 예로부터 첫돌과 혼례, 60돌 생일이나 상례 등 일생에서 순차대로 겪게 되는 중요한 의례 때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자녀들은 부모들에게 옷을 정성껏 마련하는 것을 전통적인 풍습으로 여겼고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북한은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에‘조선 옷차림 풍습’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는데요.

최근 평가기구가 등재 권고 판정을 내린 만큼 ‘조선 옷차림 풍습’의 등재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아리랑, 씨름, 김치 담그기, 평양냉면에 이어 다섯 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됩니다.

북한이 무형문화유산 보호에 관심을 보인 것은 2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2008년에야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에 가입했고, 2009년, 무형문화유산을 관리하는‘비물질유산보호위원회’를 조직한데 이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직후인 2012년에 ‘문화유산보호법’을 제정했습니다.

이후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도 의욕적으로 나섰는데요.

북한이 처음으로 등재한 유산은 아리랑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2014년 : "우리 인민들 속에서 널리 불리는 조선 민요 ‘아리랑’이 우리나라의 첫 세계 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아리랑을 민족의 대표 민요이자, 현재의 시대상까지 반영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음악으로 소개했습니다.

[로철수/민족유산보호지도국 부국장/2014년 : "이번에 조선 민요 아리랑이 처음으로 세계 비물질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우리 민족의 슬기와 재능, 그리고 유구한 우리 문화의 우수성, 그리고 우리 당의 민족 유산 보호 정책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내외에 힘 있게 과시한 중요한 계기로 됩니다."]

북한이 이렇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에는 한국이 2년 먼저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등재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승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북한은 민족 정체성이나 상징이면서 하나의 공동체 결집 목적으로 아리랑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아리랑을 다양하게 발전시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먼저 등재를 신청한 것이죠. 북한도 뒤이어서 아리랑을 유네스코 무형유산 목록에 등재 신청하게 됐는데요. 우리가 김장 문화를 신청한 것에 이어서도 북한에서 무형유산 등록을 신청하게 됩니다."]

2013년 한국의 ‘김장문화’에 이어 2015년 ‘김치 담그기’를 등재한 북한.

[프리트비라지싱 루펀/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의장/2018년 : "씨름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합니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었던 2018년엔 한반도 고유의 세시풍속인 씨름이 남북 공동의 이름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조선중앙TV/2022년 : "민요 아리랑과 김치 담그기 풍습, 씨름과 같은 비물질유산들이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데 이어서, 이번에 4번째로 평양냉면 풍습이 인류의 대표적인 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록됐습니다."]

2022년엔 평양냉면의 전반적인 문화를 담은‘평양냉면 풍습’이 등재되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신청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들은 과거의 문화재들과는 차이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해석입니다.

민족의 전통성 보다 북한의 독립적인 문화를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하승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2019년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우리 국가 제일주의 신념화’를 강조한 이후로 자국을 독립된 하나의 개별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2023년에는 ‘국가 상징법’을 제정하기도 하고요. 2024년에는 애국가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변화를 시킵니다. 국가의 공식적인 표징들을 정립하기 시작하는데요. 유네스코에 등재하는의복 또한 그런 맥락의 일환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 옷차림 풍습’의 등재 신청 역시 타민족, 타국가와 구별되는 “조선”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라는 겁니다.

[조휘남/북한 사회과학원 실장 : "우리 민족 옷은 그 어느 나라나, 그 어느 민족 옷과도 전혀 비슷하지 않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옷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 그 어디에 가도 깃발이 없이도 국적을 알아볼 수 있는 옷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는 한반도이지만 북한은 조선 반도이고 그리고 우리에겐 한민족이지만 북한이 규정하는 것은 조선 민족이에요. 그럼 조선옷이란 건 뭐냐면 조선 민족이 입는 옷이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한민족이 입는 한복하고는 구분이 다른 거죠. 그래서 북한이 조선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조선옷에 방점을 두는 것 중의 하나는 조선 민족이 입는 조선옷에 대한 의미와 가치 부여에 있어서 한국과 혹은 남한과 개념의 쟁투를 벌이는 것이고."]

그런데 ‘조선 옷차림 풍습’과 관련해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20년에도 ‘조선 옷차림 풍습’의 등재를 추진했지만 보류 판정을 받은 건데요.

당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는, 조선옷이 북한 당국의 통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제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이나 각종 국가 기념 행사때 조선옷 착용을 의무화 하고 있는데요.

특히 여성들의 사회적 일탈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큽니다.

지난 2월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 경제 사회 인식실태 보고서’도 "여성에게 조선옷 착용을 강조하는 것은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회귀를 위한 조치”로 해석했습니다.

최근엔 외부 문물 유입으로 인한 청년들의 사상 이완을 경계하고 옷차림, 즉 생활 풍습을 다잡아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기도 합니다.

[이지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2020년 이후에 만들어졌던 많은 사회통제법이 있잖아요. 사회통제법 중 하나가 청년사상교양보장법이 있는데 청년사상교양보장법에 어떤 내용이 있냐면 이색적인 옷차림 그리고 결혼식에서 입는 옷차림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개인주의적인 생활양식이라든가 소비주의적인 생활양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다채로운 자기표현 욕구가 생긴단 말이에요. 그러면 다양한 옷차림이 나오는데 이것을 통제하려면 결국 조선옷으로서, 민족문화 혹은 전통이라고 이야기되는 조선옷으로 강제할 수밖에 없는 거고 이게 바로 북한 문화, 집단주의 문화의 취약성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지적들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북한은 조선옷이 연령, 성별과 관계 없이 즐긴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명절, 절기, 일생의례에 입는 전통 복식이라는 것도 부각하며 인류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하승희/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이번 재추진에서 만약 등재된다면 유네스코가 이런 부분들을 긍정적으로 고려를 했다고 볼 수 있을 거 같고요. 유네스코에서는 무형 문화유산의 특징으로 문화 다양성 그리고 인류 창조성의 증진, 공동체 간의 상호 존중과 지속 가능한 발전, 이런 부분에 부합해야 한다고 협약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 등재 여부가) 앞으로 통제 수단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다른 북한의 문화에 대해서도 해석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에 주목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우리의 장 담그기와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북한의 ‘조선 옷차림 풍습’과연 북한의 다섯 번째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될지, 아니면 또 한 번 좌절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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