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증언]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현승보 할아버지의 기억

입력 2024.11.21 (19:52) 수정 2024.11.2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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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의 역사를 증언으로 기록하는 KBS 연속기획 순서입니다.

현승보 할아버지는 두 살에 아버지가 죄도 없이 경찰에 끌려간 뒤 행방불명되면서 평생 가슴 속에 고통을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유용두, 강재윤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현승보/4·3 희생자 유족 : "(1947년) 6.6사건에 관련이 돼 가지고 종달리 두문포에서 종달리 청년회들이 모였는데 이것을 해산시키라고 이런 불법적인 것은 안 된다고 이렇게 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거기에서 싸움이 터진 모양이에요. 아버지는 뭐 거기를 다닐 여유도 없었고 목수일 하니까. 그런데 거기에서 직접 가해자들은 도망을 가버리고. (학교 건물 짓는 곳에서) 목수 일을 하는 도중에 그 종달국민학교 바로 뒤편에 큰 퐁낭이 하나 있어요. 종달리에 오지봉 씨라는 사람이 있어요. 오지봉 씨하고 다음은 지서에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그 사람하고 가면서 여기도 젊은 사람 한 사람이 있다고 이렇게 얘기를 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그 울담을 넘어가지고 아버지를 체포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현승보/4·3 희생자 유족 : "국가 기록을 보니까 대전형무소도 있었고 부산에서도 있었고 네 군데 거친 것 같아요 형무소를.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부산 쪽에 내려와서 행방불명됐죠. (오지봉 씨를) 아버지 원수라고 생각해서 내가 자라면 꼭 복수를 하겠다고 이런 마음도 먹은 적 있어요."]

[현승보/4·3 희생자 유족 : "(아버지 죄명이) 강도하고 남의 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주거침입. 주거침입으로 나왔어요. (아버지가 죄를 지을) 아무 이유가 없었어요. (경찰이) 김봉추라는 사람을 잡으러 왔어요. 근데 그게 잡으러 온 순사들이 봉추 어디 있냐고 하니까 이름이 같은 이름이었어요. 현봉추를 잡아가지고 그래서 자기는 김봉추가 아니고 현봉추라고 이렇게 해도 잡혀가서, 체포해서 집결시켜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단지 자기만 법만 잘 지키고 이렇게 하면 살 수 있다고 했지만, 그때 당시에 법은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현승보/4·3 희생자 유족 : "농사일하면서 살 수가 있었지만, 어머니는 어머니 나름대로 그래도 자식 하나 낳은 것이라도 잘 키워보려고 육지 삼천포로 물질을 나섰어요. 그러니까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의 부모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잖아요. (중학교 다닐 때) 할아버지가 막 위독하니까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을 시켜야 한다고 이렇게 해가지고 결혼을 시킨 게 3월에 결혼했어요. 나는 아버지처럼 할아버지처럼 문맹자는 되고 싶지 않다고 이런 어떤 조그마한 마음이라도 그러한 결심을 했던 것 같아. 집사람에게 당신 나 좀 공부하고 싶으니까 학교 보내 달라고 사정사정했어요. 오현고등학교로 야간 학교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래서 졸업하게 됐죠."]

[현승보/4·3 희생자 유족 : "(일본에서 돈 벌며 30년 가까이 살다 보니 자식들) 결혼식에는 참석을 못 했지만, 마음속으로라도 너희 아버지는 그래도 너희들을 잊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을 심어주기 위해서 그래도 마음속으로라도 노력해야지 하는 마음밖에 없었어요. 58세가 들어가니까 아무래도 고향도 보고 싶고 애들도 보고 싶고 이래서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집사람의 많은 노력이 있었죠.

[현승보/4·3 희생자 유족 : "무슨 말을 못 해서 제가 생각하기엔 눈물만 흘리고 나왔던 걸로 기억이 되는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어요. 그렇지만 아버지 사진 한 장 가져 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할 때는 너무 외롭고. 그런 세상은 다시 오지 말아야 하겠지만. 법도 없고 질서가 아무것도 없는 세상 아닙니까?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평화도 있어야 하고 화해도 해야 하고 언제나 그 울분을 가져서, 언제까지 마음에 두면은 그것을 알아줄 만한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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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 증언]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현승보 할아버지의 기억
    • 입력 2024-11-21 19:52:28
    • 수정2024-11-21 20: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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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의 역사를 증언으로 기록하는 KBS 연속기획 순서입니다.

현승보 할아버지는 두 살에 아버지가 죄도 없이 경찰에 끌려간 뒤 행방불명되면서 평생 가슴 속에 고통을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유용두, 강재윤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현승보/4·3 희생자 유족 : "(1947년) 6.6사건에 관련이 돼 가지고 종달리 두문포에서 종달리 청년회들이 모였는데 이것을 해산시키라고 이런 불법적인 것은 안 된다고 이렇게 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거기에서 싸움이 터진 모양이에요. 아버지는 뭐 거기를 다닐 여유도 없었고 목수일 하니까. 그런데 거기에서 직접 가해자들은 도망을 가버리고. (학교 건물 짓는 곳에서) 목수 일을 하는 도중에 그 종달국민학교 바로 뒤편에 큰 퐁낭이 하나 있어요. 종달리에 오지봉 씨라는 사람이 있어요. 오지봉 씨하고 다음은 지서에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그 사람하고 가면서 여기도 젊은 사람 한 사람이 있다고 이렇게 얘기를 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그 울담을 넘어가지고 아버지를 체포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현승보/4·3 희생자 유족 : "국가 기록을 보니까 대전형무소도 있었고 부산에서도 있었고 네 군데 거친 것 같아요 형무소를.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부산 쪽에 내려와서 행방불명됐죠. (오지봉 씨를) 아버지 원수라고 생각해서 내가 자라면 꼭 복수를 하겠다고 이런 마음도 먹은 적 있어요."]

[현승보/4·3 희생자 유족 : "(아버지 죄명이) 강도하고 남의 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주거침입. 주거침입으로 나왔어요. (아버지가 죄를 지을) 아무 이유가 없었어요. (경찰이) 김봉추라는 사람을 잡으러 왔어요. 근데 그게 잡으러 온 순사들이 봉추 어디 있냐고 하니까 이름이 같은 이름이었어요. 현봉추를 잡아가지고 그래서 자기는 김봉추가 아니고 현봉추라고 이렇게 해도 잡혀가서, 체포해서 집결시켜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단지 자기만 법만 잘 지키고 이렇게 하면 살 수 있다고 했지만, 그때 당시에 법은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현승보/4·3 희생자 유족 : "농사일하면서 살 수가 있었지만, 어머니는 어머니 나름대로 그래도 자식 하나 낳은 것이라도 잘 키워보려고 육지 삼천포로 물질을 나섰어요. 그러니까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의 부모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잖아요. (중학교 다닐 때) 할아버지가 막 위독하니까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을 시켜야 한다고 이렇게 해가지고 결혼을 시킨 게 3월에 결혼했어요. 나는 아버지처럼 할아버지처럼 문맹자는 되고 싶지 않다고 이런 어떤 조그마한 마음이라도 그러한 결심을 했던 것 같아. 집사람에게 당신 나 좀 공부하고 싶으니까 학교 보내 달라고 사정사정했어요. 오현고등학교로 야간 학교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래서 졸업하게 됐죠."]

[현승보/4·3 희생자 유족 : "(일본에서 돈 벌며 30년 가까이 살다 보니 자식들) 결혼식에는 참석을 못 했지만, 마음속으로라도 너희 아버지는 그래도 너희들을 잊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을 심어주기 위해서 그래도 마음속으로라도 노력해야지 하는 마음밖에 없었어요. 58세가 들어가니까 아무래도 고향도 보고 싶고 애들도 보고 싶고 이래서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집사람의 많은 노력이 있었죠.

[현승보/4·3 희생자 유족 : "무슨 말을 못 해서 제가 생각하기엔 눈물만 흘리고 나왔던 걸로 기억이 되는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어요. 그렇지만 아버지 사진 한 장 가져 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할 때는 너무 외롭고. 그런 세상은 다시 오지 말아야 하겠지만. 법도 없고 질서가 아무것도 없는 세상 아닙니까?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평화도 있어야 하고 화해도 해야 하고 언제나 그 울분을 가져서, 언제까지 마음에 두면은 그것을 알아줄 만한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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