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불, 170여 대 피해…“배상 불가” 이유는?

[앵커]

약 석 달 전에, 청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난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170여 대나 되는 피해 차량 주인들은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어디서도 피해를 구제 받을 수 없는 상황이어선데요.

어찌된 일인지 이자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새벽 시간, 불이 나 뿌연 연기로 가득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차량과 바닥이 새까맣게 그을렸습니다.

천장에 있는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불은 주차돼있던 한 승용차에서 시작돼 20여 분만에 꺼졌습니다.

차 전체나 일부가 불에 타거나 그을리는 등 피해를 입은 차량이 무려 170여 대에 달합니다.

화재 원인을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자동차 엔진룸의 브레이크 관련 부품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불이 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불이 난 차의 보험사가 "차주의 과실로 화재가 발생한 게 아니기 때문에 배상할 수 없다"고 전해온 겁니다.

"차주가 주차한 지 2시간 정도 지난 뒤 불이 나 엔진 과열로 인한 화재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보험사 관계자/음성변조 : "(차주분의 과실이 아니라고 판단하신 거예요?)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파트 차원에서 가입한 단체 화재 보험으로도 배상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보험 회사에서는) '아파트 화재로도 못 해준다'(고 합니다). 스프링클러가 안 터졌다는 우리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처럼 무과실 책임이 있어서 면책된다는 거예요."]

피해 주민들은 결국, 보험사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해야 구제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화재 피해 차주/음성변조 : "아파트에 정해진 주차장에서 주차했는데 갑자기 가만히 있는데 불이 나서…. 이걸 저희들이 다 하라는 게 맞는 건지…. 피해자만 남는 상황인 거잖아요."]

새벽 시간, 느닷없이 아파트 화재 피해를 입은 주민들.

납득할만한 책임 소재도 확인하지 못한 채 소송 부담까지 떠안을 처지입니다.

KBS 뉴스 이자현입니다.

촬영기자:박용호/그래픽:최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