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유전무죄’…삼성은 결백해?

입력 2005.12.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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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방금 전 보도에서도 언급됐지만 삼성의 대선자금 내용을 담은 도청록 이른바 엑스파일 수사결과 발표가 어제 있었는데요 검찰의 이 결과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무차별 도청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입이 딱 벌어지셨을텐데.

수사 결과를 보고는 또 한번 입을 다물지 못하시는 분들 많으셨을 겁니다.

그러셨겠죠? 철저한 수사를 약속하며 당당하던 검찰의 모습을 보고 이번엔 좀 다르겠구나 하고 믿었는데..

하지만 수사 내용은 어땠습니까?

녹취록에 등장한 주요 인물들은 쏙 빠지고 도청록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기자들만 처벌을 받았는데요

"역시 검찰이야" 하는 비아냥이 그냥 나오는 건 아니겠죠?

강민수 기자. 검찰이 비판을 피해갈 수가 없겠죠?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죽은 권력엔 강했고, 살아있는 삼성에는 약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그래서 그런 것일까요?

돈이 가장 많다는 삼성은 결국 처벌받지 않게 됐습니다.

또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편이라, 검찰 내부의 비리 의혹도 유야무야됐습니다.

5개월여 만의 수사 끝에 어제 전격 발표된 X파일 수사 발표,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봤습니다.

지난 97년 대선 직전 재벌그룹 경영진과 모 신문사 간부가 대선후보에 대한 자금지원을 논의한 녹취록이 나와...

최대 재벌이 언론사주를 동원해 은밀하게 대선자금을 전달하라는 비밀 대화, 그리고 이를 몰래 엿듣던 어둠속의 권력, 언론에 의해 이 모든 내용이 공개되자 세상은 발칵 뒤집어 졌습니다.

불같이 이는 여론에 등 떠밀리다 시피 시작된 검찰 수사.

하지만 일단 칼은 뽑았으면 제대로 휘두르겠며 사뭇 자신 만만한 모습을 보였었죠,

<녹취> 김종빈(前 검찰총장) : "전 세계적으로 봐도 부끄럽지 않은 (수사) 결과를 내 놓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며 기대하던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역시나 거대 재벌 앞에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검찰은 안기부 도청록 내용과 관련해 이건희 삼성 회장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 이학수 부회장 등 삼성 측 관련자들에 대해 전원 형사처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녹취> 황교안(서울중앙지검 2차장) : "자금 출처가 이건희 회장 개인자금이 아니고 계열사 자금을 유용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뇌물 공여의 점은 공소시효가 완성..."

검찰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97년 이회창 후보 측에 건넨 돈은 개인 돈이었다는 삼성 측의 주장을 믿지 않을 만한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건희 회장에게는 서면으로 조사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검찰은 또 홍석현 전 주미대사와 삼성 측 인사들이 이 회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한 것도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하지 않은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의 지난 97년 기아차 인수를 위한 로비 의혹도 삼성관계자들이 금품제공을 부인하고 있다며 불기소처분했습니다.

이쯤 되자 이번 검찰 발표가 삼성 변호인단의 변론과 다를게 뭐냐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습니다.

<인터뷰> 이강원(경실련 시민입법국장) : "세풍 당시에 주요 진술인들의 진술내용이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상식적으로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노회찬(민주노동당 의원) : "검사 수사 발표는 변호인의 변론 요지에 가깝다 검찰이 재벌 감싸기 넘어 재벌앞에 엎드리기...계열사 아닌가?"

검찰은 또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이 지난 97년에 삼성으로부터 수 천만 원 씩의 '명절 떡값'을 받았다는 사건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증거가 없다며 모두 무혐의 처리한 것입니다.

<인터뷰> 노회찬(민주노동당 의원) : "떡값 검사 관련 전혀 수사 안해 감찰도 안해, 경찰이 하겠다고 하니 검찰이 수사하겠다고 지휘권 발동 해 놓고 아무도 부르지 않아..."

제식구들과 재벌에 대해 무딘 검찰의 칼날은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게만 예리했습니다.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인데요.

검찰은 "이들이 도청록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실정법 위반인 것을 알았고 특히 문화방송은 법원의 방송금지가처분을 무시하고 방송했다"며 처벌 이유를 밝혔습니다.

형사처벌을 감수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폭로한 비리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인을 형사처벌하는 검찰, 이젠 애초부터 검찰에 맡긴 것이 잘못이라며 특검을 도입하자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오는 실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부끄럽지 않을 수사를 하겠다던 전 검찰총장의 말,

애초부터 분수에 맞지 않았던 호언장담이 아니었는지 되새겨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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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12-15 08: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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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방금 전 보도에서도 언급됐지만 삼성의 대선자금 내용을 담은 도청록 이른바 엑스파일 수사결과 발표가 어제 있었는데요 검찰의 이 결과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무차별 도청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입이 딱 벌어지셨을텐데. 수사 결과를 보고는 또 한번 입을 다물지 못하시는 분들 많으셨을 겁니다. 그러셨겠죠? 철저한 수사를 약속하며 당당하던 검찰의 모습을 보고 이번엔 좀 다르겠구나 하고 믿었는데.. 하지만 수사 내용은 어땠습니까? 녹취록에 등장한 주요 인물들은 쏙 빠지고 도청록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기자들만 처벌을 받았는데요 "역시 검찰이야" 하는 비아냥이 그냥 나오는 건 아니겠죠? 강민수 기자. 검찰이 비판을 피해갈 수가 없겠죠?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죽은 권력엔 강했고, 살아있는 삼성에는 약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그래서 그런 것일까요? 돈이 가장 많다는 삼성은 결국 처벌받지 않게 됐습니다. 또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편이라, 검찰 내부의 비리 의혹도 유야무야됐습니다. 5개월여 만의 수사 끝에 어제 전격 발표된 X파일 수사 발표,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봤습니다. 지난 97년 대선 직전 재벌그룹 경영진과 모 신문사 간부가 대선후보에 대한 자금지원을 논의한 녹취록이 나와... 최대 재벌이 언론사주를 동원해 은밀하게 대선자금을 전달하라는 비밀 대화, 그리고 이를 몰래 엿듣던 어둠속의 권력, 언론에 의해 이 모든 내용이 공개되자 세상은 발칵 뒤집어 졌습니다. 불같이 이는 여론에 등 떠밀리다 시피 시작된 검찰 수사. 하지만 일단 칼은 뽑았으면 제대로 휘두르겠며 사뭇 자신 만만한 모습을 보였었죠, <녹취> 김종빈(前 검찰총장) : "전 세계적으로 봐도 부끄럽지 않은 (수사) 결과를 내 놓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며 기대하던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역시나 거대 재벌 앞에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검찰은 안기부 도청록 내용과 관련해 이건희 삼성 회장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 이학수 부회장 등 삼성 측 관련자들에 대해 전원 형사처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녹취> 황교안(서울중앙지검 2차장) : "자금 출처가 이건희 회장 개인자금이 아니고 계열사 자금을 유용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뇌물 공여의 점은 공소시효가 완성..." 검찰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97년 이회창 후보 측에 건넨 돈은 개인 돈이었다는 삼성 측의 주장을 믿지 않을 만한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건희 회장에게는 서면으로 조사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검찰은 또 홍석현 전 주미대사와 삼성 측 인사들이 이 회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한 것도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하지 않은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의 지난 97년 기아차 인수를 위한 로비 의혹도 삼성관계자들이 금품제공을 부인하고 있다며 불기소처분했습니다. 이쯤 되자 이번 검찰 발표가 삼성 변호인단의 변론과 다를게 뭐냐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습니다. <인터뷰> 이강원(경실련 시민입법국장) : "세풍 당시에 주요 진술인들의 진술내용이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상식적으로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노회찬(민주노동당 의원) : "검사 수사 발표는 변호인의 변론 요지에 가깝다 검찰이 재벌 감싸기 넘어 재벌앞에 엎드리기...계열사 아닌가?" 검찰은 또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이 지난 97년에 삼성으로부터 수 천만 원 씩의 '명절 떡값'을 받았다는 사건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증거가 없다며 모두 무혐의 처리한 것입니다. <인터뷰> 노회찬(민주노동당 의원) : "떡값 검사 관련 전혀 수사 안해 감찰도 안해, 경찰이 하겠다고 하니 검찰이 수사하겠다고 지휘권 발동 해 놓고 아무도 부르지 않아..." 제식구들과 재벌에 대해 무딘 검찰의 칼날은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게만 예리했습니다.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인데요. 검찰은 "이들이 도청록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실정법 위반인 것을 알았고 특히 문화방송은 법원의 방송금지가처분을 무시하고 방송했다"며 처벌 이유를 밝혔습니다. 형사처벌을 감수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폭로한 비리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인을 형사처벌하는 검찰, 이젠 애초부터 검찰에 맡긴 것이 잘못이라며 특검을 도입하자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오는 실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부끄럽지 않을 수사를 하겠다던 전 검찰총장의 말, 애초부터 분수에 맞지 않았던 호언장담이 아니었는지 되새겨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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