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아침]겨울이 두려운 ‘비닐하우스촌’

입력 2005.12.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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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호남 지방에 내린 이번 폭설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 비닐하우스라고 하죠?

작물 등을 재배하 는 비닐하우슨데 이런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특히 겨울만 되면 비닐하우스 거주민들은 정말 살기 위해 힘겨운 헤쳐 나가기를 해야만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자 동네라는 강남에만도 이런 비닐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이 6,0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분들은 특히 주소가 없어서 생활보호대상에서도 제외되기 일쑤라는데 고민정 아나운서, 말 그대로 힘든 겨울나기겠어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하지만, 관계당국과 땅주인, 그리고 주민들의 의견이 서로 달라 뾰족한 해결책이 마련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다 보니 주민들은 생명을 위협받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어렵게 삶을 꾸려가고 있는데요.

화면 보면서 자세한 이야기 전해 드리겠습니다.

수백 채의 비닐하우스들이 마을을 이룬 서울 내곡동.

이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한 비닐하우스가 대평이가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하는 보금자리입니다.

대평이는 올해 중학교 1학년. 등교준비에 바쁜 대평이가 생수물로 고양이 세수를 합니다.

연이은 한파에 지하수를 끌어올리던 펌프가 얼어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이상호(61살) : "여기에서 지하수가 올라와 집으로 공급이 되는 거죠. 여기는 주거지가 아니기 때문에 수도가 안 들어와요."

한겨울 칼바람을 막아주는 건 얇은 비닐하우스와 볏짚이 전부.

그나마 구청에서 연탄 900장을 나눠줘 간신히 물을 끓일 수가 있습니다.

대평이의 공부방. 어지러운 책상 옆으로 침대가 보이고 그 바로 옆으로 변기가 놓여있습니다.

하우스 내부지만 물은 꽁꽁 얼었는데요.

<인터뷰> 이대평(14살) : "밤에 춥고 가로등이 없는 게 불편해요. 겨울은 참을 만한데 여름에는 씻는 게 불편해요."

가방도 제대로 추스를 새 없이 대평인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걷습니다.

등교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잠시도 쉴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이대평(14살) : "학교 교실까지 들어가는데 50분에서 1시간이 걸려요. 겨울에 눈이 와서 추울 때, 비가 올 때 힘들고 나머지는 견딜만해요."

대평이 아버지는 벌써 5년째 간암으로 투병 중입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게 주는 월 57만 원이 수입의 전부이다 보니 꾸준한 치료는 꿈도 못 꾸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이상호(61살) : "대평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볼 때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대평이가 학교에 가고 없으면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간을) 이식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니까 아무런 희망이 없는 거죠."

비닐하우스촌에는 자체에 주소가 없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는 가구들이 상당합니다.

그래도 대평이네는 인근에 주소지를 옮기는 편법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상호(61살) : "비닐하우스에 사는 다른 사람들도 인근지역에 주소지를 옮겨 놓았어요. 우편물이나 학교문제 때문에 주소는 반드시 주거지에 등재를 해야만 하니까.."

하우스의 주거환경은 열악한데다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가스통은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또 전기를 불법으로 끌어 사용하다보니 화재 위험 역시 큰데요. 게다가 비닐하우스 특성상 한번 불이 나면 그 피해가 상당히 큽니다.

<인터뷰> 김성훈(내곡동사무소 사회담당자) : "난방 같은 경우는 전기장판을 깔고, 전기난로를 놓고 쓰실 수 있겠는데 전기안전사고 때문에 항상 요주의 되고 ..."

지난 10월, 두 명의 어린이가 생명을 잃었던 서울 원지동 비닐하우스 화재 사건 때도 두 동의 비닐하우스가 전소하는 데에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올해 아흔두 살의 김씨 할머니. 영하의 날씨에도 찬물에 빨래를 하는 할머니가 꽁꽁 언 손을 녹일 수 있는 건 전기장판과 전기난로뿐입니다.

<인터뷰> 김미김(92살) : "죽으면 편할 텐데 안 죽으니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살아요.아무리 죽으려 해도 안 죽어져요."

비닐하우스 촌에 밤이 찾아왔습니다.

외투를 입고 잠을 청하는 대평이와 아버지. 추위가 계속 될수록 겨울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터뷰> 이상호(61살) : "물이 제일 걱정이죠. 물이 한 번 나오기 시작하면 틀어 놓으면 되는데 물이 얼어서..."

정부는 현재 하우스촌의 실제 거주자에 한해 주소지 전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하루빨리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마무리 돼 의료비 지원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봅니다.

<앵커 멘트>

죽지 못 해 사신다는 할머니의 절규, 흘려 들어서는 안 되겠죠?

네, 정말 어려운 분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각별히 배려가 좀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고민정 아나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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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의 아침]겨울이 두려운 ‘비닐하우스촌’
    • 입력 2005-12-15 08: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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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호남 지방에 내린 이번 폭설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 비닐하우스라고 하죠? 작물 등을 재배하 는 비닐하우슨데 이런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특히 겨울만 되면 비닐하우스 거주민들은 정말 살기 위해 힘겨운 헤쳐 나가기를 해야만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자 동네라는 강남에만도 이런 비닐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이 6,0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분들은 특히 주소가 없어서 생활보호대상에서도 제외되기 일쑤라는데 고민정 아나운서, 말 그대로 힘든 겨울나기겠어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하지만, 관계당국과 땅주인, 그리고 주민들의 의견이 서로 달라 뾰족한 해결책이 마련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다 보니 주민들은 생명을 위협받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어렵게 삶을 꾸려가고 있는데요. 화면 보면서 자세한 이야기 전해 드리겠습니다. 수백 채의 비닐하우스들이 마을을 이룬 서울 내곡동. 이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외진 곳에 위치한 비닐하우스가 대평이가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하는 보금자리입니다. 대평이는 올해 중학교 1학년. 등교준비에 바쁜 대평이가 생수물로 고양이 세수를 합니다. 연이은 한파에 지하수를 끌어올리던 펌프가 얼어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이상호(61살) : "여기에서 지하수가 올라와 집으로 공급이 되는 거죠. 여기는 주거지가 아니기 때문에 수도가 안 들어와요." 한겨울 칼바람을 막아주는 건 얇은 비닐하우스와 볏짚이 전부. 그나마 구청에서 연탄 900장을 나눠줘 간신히 물을 끓일 수가 있습니다. 대평이의 공부방. 어지러운 책상 옆으로 침대가 보이고 그 바로 옆으로 변기가 놓여있습니다. 하우스 내부지만 물은 꽁꽁 얼었는데요. <인터뷰> 이대평(14살) : "밤에 춥고 가로등이 없는 게 불편해요. 겨울은 참을 만한데 여름에는 씻는 게 불편해요." 가방도 제대로 추스를 새 없이 대평인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걷습니다. 등교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잠시도 쉴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이대평(14살) : "학교 교실까지 들어가는데 50분에서 1시간이 걸려요. 겨울에 눈이 와서 추울 때, 비가 올 때 힘들고 나머지는 견딜만해요." 대평이 아버지는 벌써 5년째 간암으로 투병 중입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게 주는 월 57만 원이 수입의 전부이다 보니 꾸준한 치료는 꿈도 못 꾸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이상호(61살) : "대평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볼 때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대평이가 학교에 가고 없으면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간을) 이식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니까 아무런 희망이 없는 거죠." 비닐하우스촌에는 자체에 주소가 없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는 가구들이 상당합니다. 그래도 대평이네는 인근에 주소지를 옮기는 편법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상호(61살) : "비닐하우스에 사는 다른 사람들도 인근지역에 주소지를 옮겨 놓았어요. 우편물이나 학교문제 때문에 주소는 반드시 주거지에 등재를 해야만 하니까.." 하우스의 주거환경은 열악한데다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가스통은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또 전기를 불법으로 끌어 사용하다보니 화재 위험 역시 큰데요. 게다가 비닐하우스 특성상 한번 불이 나면 그 피해가 상당히 큽니다. <인터뷰> 김성훈(내곡동사무소 사회담당자) : "난방 같은 경우는 전기장판을 깔고, 전기난로를 놓고 쓰실 수 있겠는데 전기안전사고 때문에 항상 요주의 되고 ..." 지난 10월, 두 명의 어린이가 생명을 잃었던 서울 원지동 비닐하우스 화재 사건 때도 두 동의 비닐하우스가 전소하는 데에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올해 아흔두 살의 김씨 할머니. 영하의 날씨에도 찬물에 빨래를 하는 할머니가 꽁꽁 언 손을 녹일 수 있는 건 전기장판과 전기난로뿐입니다. <인터뷰> 김미김(92살) : "죽으면 편할 텐데 안 죽으니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살아요.아무리 죽으려 해도 안 죽어져요." 비닐하우스 촌에 밤이 찾아왔습니다. 외투를 입고 잠을 청하는 대평이와 아버지. 추위가 계속 될수록 겨울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터뷰> 이상호(61살) : "물이 제일 걱정이죠. 물이 한 번 나오기 시작하면 틀어 놓으면 되는데 물이 얼어서..." 정부는 현재 하우스촌의 실제 거주자에 한해 주소지 전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하루빨리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마무리 돼 의료비 지원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봅니다. <앵커 멘트> 죽지 못 해 사신다는 할머니의 절규, 흘려 들어서는 안 되겠죠? 네, 정말 어려운 분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각별히 배려가 좀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고민정 아나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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