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내 집인 줄 알았는데 남의 집?”

입력 2005.12.15 (09:17) 수정 2005.12.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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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내 집 마련의 꿈, 집 없는 분들의 가장 큰 소망인데요.

그런데 차곡차곡 돈을 모아 산 자신의 집에 갑자기 다른 사람이 주인이라고 나타났다면 어떠시겠습니까?

참, 황당하죠.

말도 안되는 이같은 일이 지금 한 다세대 주택에서 일어났습니다.

홍희정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홍 기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째 살아왔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죠?

<리포트>

네. 문제는 선분양, 그리고 이중 계약이었는데요, 원래 땅주인이 있는 상태에서 중간에 분양업자가 매매계약을 맺고 돈을 챙겨 달아난 후, 땅주인은 또 다른 사람에게 집을 판 것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그 집에 살아왔던 입주민들은 등기조차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꼼짝없이 길거리에 쫓겨날 처지에 놓여있다고 하는데요, 이들의 억울한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서울시 은평구의 한 다세대 주택. “입주자들은 어디로 가란 말이냐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3년 가까이 살아온 집에서 내쫓겨 길에 나앉게 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다세대 주택 주민 : “이 엄동설한에 내쫓으면 어디로 가요? 불을 지르고 죽던지 말던지 해야죠. 나갈 데가 없는데 죽는 수 밖에 더 있어요?”

이들이 이 다세대 주택에 들어온 것은 지난 2002년. 당시 입주민들은 분양업자와 매매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인터뷰>다세대 주택 주민 : “저는 2002년 12월에 들어와서 전기세, 수도세 낸 고지서가 다 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내 집으로 알고 살아온 이들 앞에 다른 사람이 집주인이라며 나타나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알고 봤더니 자신들에게 집을 판 분양업자는 온데 간데 없고, 원래 땅주인은 이 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것이었습니다.

<인터뷰>다세대 주택 주민 : “그러니까 기가 막힌다는 거죠. 우리는 우리 앞으로 당연히 등기 나고 우리 앞으로 당연히 해줄 줄 알았는데.. 소장이 날아와서 보니까 우리가 그때서야 안 거죠. 우리에게 안 오고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구나..”

새 집주인은 이들을 상대로 집을 비워달라는 소송을 냈고 입주민들은 소송에서도 지고 말았습니다. 이들 이름으로 등기가 돼 있지 않아 법적으로는 권리를 보장받을 근거가 없었던 것입니다.

<인터뷰>이원호(변호사) : “건물이 준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계약을 체결해 놓으니까 단순히 채권자의 권리만 갖고 있는 것이죠.그런데 실제로 건축주가 건물보존등기를 안한 상태에서 넘겨 버리면 넘겨받는 사람한테 대항할 수가 없는 거예요. 채권자에 불과하니까 그게 선분양의 문제죠.”

알뜰살뜰 돈을 모아 마련한 작은 집에서 신혼의 단꿈을 키워왔던 이들 부부는 언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상탭니다.

<인터뷰>박형동, 최선영 부부(다세대 주택 주민) : “(언제 찍은 결혼사진이예요?) 2003년 12월 14일”“내년이 딱 2주년 되네요. 결혼 2주년 되는 날 쫓겨난다는 판결받게 생겼어요.”

뇌졸중으로 쓰러져 편찮으신 아버지가 집이 넘어간 사실을 알면 충격을 받고 돌아가실지도 몰라 이런 사실을 비밀로 했습니다. 며칠 전 어쩔 수 없이 털어놓았는데요.

<인터뷰>박형동 (다세대 주택 주민) : “우리 부모님께 한마디 얘기도 안 했어요. 엊그제 법원 가서 나를 모른다고 하기에 너무 기가 막혀서 속상하고 그래서 술 먹고난리를 쳤어요. 그 때 처음 아셨어요.”

전 재산 7천만원을 쏟아 붓고 장만한 신혼집을 돈 한푼 못 돌려받고 ?겨날지 모르는 암 담한 상황.. 이들 가족은 앞날이 캄캄하기만 합니다.

<인터뷰>박형동, 최선형 부부 (다세대 주택 주민) : “거리로 나 앉으면 살 방법이 없잖아요. 평생동안 벌어가지고 이렇게 살았는데 다 그렇게 내쫓으면 어떻게 합니까? 너무 억울하다는 거예요. 바로 쫓겨나면 어디서 살라고...”

전세금을 빼서 무리하게 분양받은 정미경씨 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집 문제로 다투다 남편과는 별거 중이고, 이로 인해 정씨는 마음의 병까지 얻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더 큰 상처를 입은 건 딸입니다. 방안에 틀어 박혀 지내던 딸은 얼마전 약까지 집어삼켰는데요. 현재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인터뷰>정미경(다세대 주택 주민) : “우리 딸은 스무살이지만 학교 다 포기했어요. 수능도 못 보고 당연히 얘가 아픈데 못 보죠. 애가 35키로 나가는데.. 병원에서 내 시경으로 세척했는데..”

내 집이 아니다 보니 문제가 생겨도 아무 것도 손 댈 수 없습니다. 소송 때문에 발코니 새시도 못 달아 비닐로 바람을 막고 있습니다. 뚫린 천정에서 물이 새고 있지만 고칠 수도 없어 주민들은 속만 태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터뷰>아파트 주민 : “아무 것도 못 건드려요. 무너지면 무너지는 대로 살아야 되고 발코니 새시를 하면 따뜻할텐데... 추워서 얼어죽게 생겼으니 이렇게 해놓은 거예요.”

경기도 양주의 한 아파트 주민들도 돈 내고 분양받은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있습니다. 임시 사용승인이 나기 전후로 140여 가구가 입주를 했는데, 시공사가 부도가 나면서 채 권자들이 이 아파트 건물을 가압류 한 것입니다.

<인터뷰>아파트 주민 : “나중에 (입주하고) 20일 지나서 알고보니 (가압류가) 80억원이란 돈이 들어와 버렸어요.”

분양대금을 고스란히 내고 입주했지만, 등기를 하지 못했던 주민들은 집을 지킬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상태... 결국 이곳에서 살려면 또 돈을 주고 사야 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인터뷰>아파트 주민 : “감정가는 6천인데 경매가 어느 시점에서 될 지는 모르지만 4-5천은 있어야 경매를 받게 생겼는데 그 돈을 마련한 사람이 과연 되겠느냐 그래서 이게 심각한 거예요.”

분양받은 집을 전세를 놓아 대출금을 갚으려던 송 모씨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세 도 못 놓고, 융자금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인터뷰>송씨 : “신용불량이 됐어요.. 아무것도 못 쓰죠. 지금 카드고 뭐고없어진 상태에요..”

이 과정에서 부부는 한때 이혼까지 생각했다고 합니다.

<인터뷰>송씨 : “이렇게 되고 나서는 엉망진창이 됐죠. 이혼할뻔도 하고. 이 아파트 때문에7개월 넘게 별거를 하고원래 남편이 하지 말라는 것을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강제로 했어요. 남편이 돈이 없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까 가정이 파탄지경까지 갔어요.”

언제 쫓겨날 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 송씨 가족. 그래도 부인은 아이를 위해 지푸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인터뷰>송씨 : “애들이 없으면 진짜 극한 상황까지 갈 정도로 희망이 없을 때가 많아요. 애들 때문에 위안을 삼고 살 때가 많거든요. 그게 제일 가슴이 아파요.”

건설사 부도에 따른 입주민 피해 등 선분양의 문제점 때문에 지난달 처음으로 후분양 아파트가 선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 후분양제 확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입주민들의 주의와 또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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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12-15 08:19:45
    • 수정2005-12-15 09: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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