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수해 이겨낸 풍년”…달라진 재난대응 체계
입력 2024.12.07 (08:18)
수정 2024.12.07 (08: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농민들이 유독 힘들었던 해였습니다.
이런 이상기후 현상은 갈수록 더 심해질 전망인데요.
북한도 재해성 이상기후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올해 심각한 수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식량 생산에서 큰 성과를 냈다며 대대적 선전에 나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기후위기 대응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작동되고 있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끝없이 펼쳐지는 황금빛 들판.
알알이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 모습에 농부는 콧노래가 절로 납니다.
지난달 말, 북한 조선중앙TV는 황해남도의 풍작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했는데요.
농민들 역시 이런 대풍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황해남도 농장원 :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농장이 정보당 1.7톤 정도 증수했습니다."]
[황해남도 농장원 : "내가 농사를 한 30년 정도 지었는데 올해처럼 이렇게 농사가 잘되기는 처음입니다."]
북한 당국이 생산량 증가 이유로 꼽은 것은 농업의 기계화와 과학화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상기후에 과학적으로 대응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는데요.
[고직철/배천군 추정농장 작업반장 : "최근에 불리한 날씨 조건에서 과학적인 영농방법을 하지 않고서는 알곡 소출을 높일 수 없다는 걸 자각하고."]
그러면서 이런 대응 체계는 김정은 위원장의 큰 구상 덕분이었다며 최고지도자의 지도력을 치켜세웠습니다.
[조선중앙TV/11월 28일 :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이상기후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넣으면서 농작물 비배 관리를 과학기술 쪽으로 하면 얼마든지 지난해 못지않은 좋은 결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하시면서."]
황해남도에도 올해 많은 비가 왔지만 이런 이상기후의 영향을 이겨내고 풍요로운 가을을 맞았다는 겁니다.
[채경실/연안군 부운농장 농장원 : "하늘의 조화라고 하는데 아무리 비가 억수로 폭우로 쏟아져도 마음먹고 일어나서 일을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북한에선 대규모 수해가 여러 곳에서 발생한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말, 압록강 하류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건데요.
압록강 유역에서 일어난 홍수로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에 큰 피해가 발생했고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만 3천여 헥타르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도 직접 현장을 찾아 사태의 심각성을 살폈습니다.
[조선중앙TV : "정은 동지께서는 고무 단정에 오르시어 지형지물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잠겨 든 침수지역을 돌아보시면서..."]
북서부 농경지 대부분이 물에 잠긴 만큼 올해 북한의 전체 작황에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그러나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북한의 주장대로 올해 곡물 생산량이 풍작이었던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겁니다.
그 이유는, 달라진 북한의 재난 재해 대응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김정은이 2012년 집권 이후 몇 차례 재해를 겪으면서 2014년에 재해방지 및 구조 복구법이라고 하는 법을 새롭게 제정했습니다. 법을 통해서 체계적인 관리 체계를 만들었고 2020년에 북한이 대규모 수해를 겪으면서 또 한 번 바꿉니다. 2020년에는 기존 조직을 좀 더 강화해 선택과 집중을 해서 자연재해와 사회재해는 재해 관련된 복구법으로 집중 관리하고 보건 관련해서는 비상방역법으로 집중 관리를 하고 관리 체계가 굉장히 달라졌거든요."]
실제 지난번 북부지역 수해 당시 북한 당국은 대단히 신속하게 움직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나서 수재민들을 직접 챙겼고, 수해로 집을 잃은 1만 3천 명의 수재민들을 평양에 임시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자애로운 원수님 품에 운명도 미래도 다 맡기고 사는 사회주의 대가정의 부러움 없는 행복상을 뜨겁게 새겨주는 혈연의 화폭들이 펼쳐졌습니다."]
수해 지역의 빠른 복구를 위해 30만 명에 달하는 백두산영웅청년 돌격대를 파견하는 등 대규모 인력 투입도 아끼지 않았는데요.
그리고 매체를 통해 복구 현장 소식도 수시로 전달했습니다.
[리철준/황해남도 당원연대 대대장 : "단순한 살림집을 건설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인민들을 위함이라면 저 하늘의 별도 따오시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숭고한 인민 사랑이 하루라도 더 빨리 피해지역 수재민들에 가닿기 위하여..."]
김정은 위원장도 수해복구 현장을 찾아 건설 노동자들에게 빠른 완공을 촉구했습니다.
[조선중앙TV/9월 30일 : "모든 건설자들이 배가된 노력과 진정을 기울여 최단기간 내에 살림집 건설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하고 수해 지역 인민들이 행복의 보금자리를 펼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자강도와 평안북도 지역에서는 복구 작업 100여 일 만에 주택 건설 완공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리영수/자강도 당원연대 대대장 : "어머니당에 완공의 보고를 드릴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10월, 김정은 위원장이 석 달 만에 자강도 수해복구 현장을 시찰했을 때도 대부분의 건설이 마감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22일 : "김정은 동지께서는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로 하여 삽시에 폐허로 변하였던 피해지역들이 어느새 재난의 흔적을 말끔히 가셔버리고 변모돼 가고 있는데 대하여 만족을 표시하시면서…."]
여기에 이번 수해 복구현장에선 주목할 만한 변화가 발견됐다는 분석입니다.
11월 4일 김정은 위원장의 평안북도 피해복구 현장을 찾았을 당시 북한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상하수 배관 작업 장면이 포착된 겁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이번 (현지 지도) 사진을 보니까 땅에다 묻는 배관들이 사진에 찍힌 거예요. 그런 것도 땅에 묻히는 거죠. 물이 밑으로 들어가서 배관을 통해서 흘러가고 어느 한쪽엔 모여서 큰 공간에 물을 모아놨다가 끌어 쓰기도 하고. 북한에서 그런 배수 시스템 혹은 상·하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법령도 나타나고 일부 사진도 나타난 걸 보면 조금씩 계속 개선됐다고 보고 있는 거죠."]
또 이렇게 대규모 인력을 수해복구 현장에 투입하면서도, 북한 당국이 농업 분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곡창지대로 잘 알려진 황해도 지역에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졌는데요.
각종 농기계를 북한 전역에서 보내줬고, 대규모 관개시설 정비도 진행했습니다.
한마디로 곡창지대에 선택과 집중을 한 건데요.
다행히 풍작으로 이어지면서 북부 지역 피해 규모까지 보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황해남도 같은 경우에는 북한의 대표적인 농업 대단위 지역이거든요. 그래서 이 지역 같은 경우엔 기본적으로 평야가 많기 때문에 북한이 2021년 이후부터 계속해서 기계를 공급하고 그 지역에 물 공급을 위해서 여러 가지 시설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이런 집중적인 중앙의 지원이 결국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가 있겠죠."]
물론 이러한 결과만 놓고 북한의 이상기후 대응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수해 복구의 경우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선 것은 물론 재해복구법의 변화를 통해 주민 개개인의 참여를 강제한 부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최근 재해복구법의 큰 변화중 하나인데요. 과거에는 형벌 조항만 있었거든요. 위반 시 (책임자를) 교화형에 보내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벌금 조항이 들어갔어요. 그만큼 개개인들에게 너희들이 너희 집 앞에 제대로 재해 관리를 안 해서 피해가 났다면 모두에게 벌금형을 주겠다. 벌금을 다 내게 하겠다."]
일각에선 북한 당국의 이러한 조치가 북한 주민들의 피로감만 높이는 통치술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사실 제도적인 개선은 결국 통제 수단이거든요.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제도가 잘 갖춰져서 거기에 맞게 잘 진행이 되어야 하는데 현장 실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결국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된다기보다 현장에 동원되어야 하고 제도적인 측면을 쫓아가는 과정에선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거죠."]
실제 중국 SNS에 올라온 북한 수해복구 현장의 모습을 보면 중장비의 비율은 낮고. 대규모 인력들이 맨손으로 작업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습니다.
게다가 날씨는 갈수록 더 종잡을 수 없어 북한의 자력 갱생식 대응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갑자기 기후가 좋았다가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들이 (일정) 주기를 넘어서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을 현재 북한의 상황에선 대응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을 거 같습니다."]
대규모 수해에도 불구하고 빠른 복구는 물론, 풍작까지 이뤘다고 선전하는 북한.
앞으로도 북한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지속적으로 식량 증산에 성공할지, 아니면 보여주기에 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농민들이 유독 힘들었던 해였습니다.
이런 이상기후 현상은 갈수록 더 심해질 전망인데요.
북한도 재해성 이상기후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올해 심각한 수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식량 생산에서 큰 성과를 냈다며 대대적 선전에 나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기후위기 대응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작동되고 있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끝없이 펼쳐지는 황금빛 들판.
알알이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 모습에 농부는 콧노래가 절로 납니다.
지난달 말, 북한 조선중앙TV는 황해남도의 풍작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했는데요.
농민들 역시 이런 대풍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황해남도 농장원 :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농장이 정보당 1.7톤 정도 증수했습니다."]
[황해남도 농장원 : "내가 농사를 한 30년 정도 지었는데 올해처럼 이렇게 농사가 잘되기는 처음입니다."]
북한 당국이 생산량 증가 이유로 꼽은 것은 농업의 기계화와 과학화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상기후에 과학적으로 대응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는데요.
[고직철/배천군 추정농장 작업반장 : "최근에 불리한 날씨 조건에서 과학적인 영농방법을 하지 않고서는 알곡 소출을 높일 수 없다는 걸 자각하고."]
그러면서 이런 대응 체계는 김정은 위원장의 큰 구상 덕분이었다며 최고지도자의 지도력을 치켜세웠습니다.
[조선중앙TV/11월 28일 :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이상기후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넣으면서 농작물 비배 관리를 과학기술 쪽으로 하면 얼마든지 지난해 못지않은 좋은 결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하시면서."]
황해남도에도 올해 많은 비가 왔지만 이런 이상기후의 영향을 이겨내고 풍요로운 가을을 맞았다는 겁니다.
[채경실/연안군 부운농장 농장원 : "하늘의 조화라고 하는데 아무리 비가 억수로 폭우로 쏟아져도 마음먹고 일어나서 일을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북한에선 대규모 수해가 여러 곳에서 발생한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말, 압록강 하류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건데요.
압록강 유역에서 일어난 홍수로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에 큰 피해가 발생했고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만 3천여 헥타르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도 직접 현장을 찾아 사태의 심각성을 살폈습니다.
[조선중앙TV : "정은 동지께서는 고무 단정에 오르시어 지형지물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잠겨 든 침수지역을 돌아보시면서..."]
북서부 농경지 대부분이 물에 잠긴 만큼 올해 북한의 전체 작황에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그러나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북한의 주장대로 올해 곡물 생산량이 풍작이었던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겁니다.
그 이유는, 달라진 북한의 재난 재해 대응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김정은이 2012년 집권 이후 몇 차례 재해를 겪으면서 2014년에 재해방지 및 구조 복구법이라고 하는 법을 새롭게 제정했습니다. 법을 통해서 체계적인 관리 체계를 만들었고 2020년에 북한이 대규모 수해를 겪으면서 또 한 번 바꿉니다. 2020년에는 기존 조직을 좀 더 강화해 선택과 집중을 해서 자연재해와 사회재해는 재해 관련된 복구법으로 집중 관리하고 보건 관련해서는 비상방역법으로 집중 관리를 하고 관리 체계가 굉장히 달라졌거든요."]
실제 지난번 북부지역 수해 당시 북한 당국은 대단히 신속하게 움직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나서 수재민들을 직접 챙겼고, 수해로 집을 잃은 1만 3천 명의 수재민들을 평양에 임시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자애로운 원수님 품에 운명도 미래도 다 맡기고 사는 사회주의 대가정의 부러움 없는 행복상을 뜨겁게 새겨주는 혈연의 화폭들이 펼쳐졌습니다."]
수해 지역의 빠른 복구를 위해 30만 명에 달하는 백두산영웅청년 돌격대를 파견하는 등 대규모 인력 투입도 아끼지 않았는데요.
그리고 매체를 통해 복구 현장 소식도 수시로 전달했습니다.
[리철준/황해남도 당원연대 대대장 : "단순한 살림집을 건설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인민들을 위함이라면 저 하늘의 별도 따오시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숭고한 인민 사랑이 하루라도 더 빨리 피해지역 수재민들에 가닿기 위하여..."]
김정은 위원장도 수해복구 현장을 찾아 건설 노동자들에게 빠른 완공을 촉구했습니다.
[조선중앙TV/9월 30일 : "모든 건설자들이 배가된 노력과 진정을 기울여 최단기간 내에 살림집 건설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하고 수해 지역 인민들이 행복의 보금자리를 펼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자강도와 평안북도 지역에서는 복구 작업 100여 일 만에 주택 건설 완공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리영수/자강도 당원연대 대대장 : "어머니당에 완공의 보고를 드릴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10월, 김정은 위원장이 석 달 만에 자강도 수해복구 현장을 시찰했을 때도 대부분의 건설이 마감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22일 : "김정은 동지께서는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로 하여 삽시에 폐허로 변하였던 피해지역들이 어느새 재난의 흔적을 말끔히 가셔버리고 변모돼 가고 있는데 대하여 만족을 표시하시면서…."]
여기에 이번 수해 복구현장에선 주목할 만한 변화가 발견됐다는 분석입니다.
11월 4일 김정은 위원장의 평안북도 피해복구 현장을 찾았을 당시 북한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상하수 배관 작업 장면이 포착된 겁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이번 (현지 지도) 사진을 보니까 땅에다 묻는 배관들이 사진에 찍힌 거예요. 그런 것도 땅에 묻히는 거죠. 물이 밑으로 들어가서 배관을 통해서 흘러가고 어느 한쪽엔 모여서 큰 공간에 물을 모아놨다가 끌어 쓰기도 하고. 북한에서 그런 배수 시스템 혹은 상·하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법령도 나타나고 일부 사진도 나타난 걸 보면 조금씩 계속 개선됐다고 보고 있는 거죠."]
또 이렇게 대규모 인력을 수해복구 현장에 투입하면서도, 북한 당국이 농업 분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곡창지대로 잘 알려진 황해도 지역에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졌는데요.
각종 농기계를 북한 전역에서 보내줬고, 대규모 관개시설 정비도 진행했습니다.
한마디로 곡창지대에 선택과 집중을 한 건데요.
다행히 풍작으로 이어지면서 북부 지역 피해 규모까지 보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황해남도 같은 경우에는 북한의 대표적인 농업 대단위 지역이거든요. 그래서 이 지역 같은 경우엔 기본적으로 평야가 많기 때문에 북한이 2021년 이후부터 계속해서 기계를 공급하고 그 지역에 물 공급을 위해서 여러 가지 시설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이런 집중적인 중앙의 지원이 결국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가 있겠죠."]
물론 이러한 결과만 놓고 북한의 이상기후 대응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수해 복구의 경우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선 것은 물론 재해복구법의 변화를 통해 주민 개개인의 참여를 강제한 부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최근 재해복구법의 큰 변화중 하나인데요. 과거에는 형벌 조항만 있었거든요. 위반 시 (책임자를) 교화형에 보내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벌금 조항이 들어갔어요. 그만큼 개개인들에게 너희들이 너희 집 앞에 제대로 재해 관리를 안 해서 피해가 났다면 모두에게 벌금형을 주겠다. 벌금을 다 내게 하겠다."]
일각에선 북한 당국의 이러한 조치가 북한 주민들의 피로감만 높이는 통치술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사실 제도적인 개선은 결국 통제 수단이거든요.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제도가 잘 갖춰져서 거기에 맞게 잘 진행이 되어야 하는데 현장 실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결국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된다기보다 현장에 동원되어야 하고 제도적인 측면을 쫓아가는 과정에선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거죠."]
실제 중국 SNS에 올라온 북한 수해복구 현장의 모습을 보면 중장비의 비율은 낮고. 대규모 인력들이 맨손으로 작업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습니다.
게다가 날씨는 갈수록 더 종잡을 수 없어 북한의 자력 갱생식 대응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갑자기 기후가 좋았다가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들이 (일정) 주기를 넘어서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을 현재 북한의 상황에선 대응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을 거 같습니다."]
대규모 수해에도 불구하고 빠른 복구는 물론, 풍작까지 이뤘다고 선전하는 북한.
앞으로도 북한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지속적으로 식량 증산에 성공할지, 아니면 보여주기에 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로즈업 북한] “수해 이겨낸 풍년”…달라진 재난대응 체계
-
- 입력 2024-12-07 08:18:41
- 수정2024-12-07 08:27:18
[앵커]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농민들이 유독 힘들었던 해였습니다.
이런 이상기후 현상은 갈수록 더 심해질 전망인데요.
북한도 재해성 이상기후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올해 심각한 수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식량 생산에서 큰 성과를 냈다며 대대적 선전에 나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기후위기 대응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작동되고 있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끝없이 펼쳐지는 황금빛 들판.
알알이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 모습에 농부는 콧노래가 절로 납니다.
지난달 말, 북한 조선중앙TV는 황해남도의 풍작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했는데요.
농민들 역시 이런 대풍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황해남도 농장원 :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농장이 정보당 1.7톤 정도 증수했습니다."]
[황해남도 농장원 : "내가 농사를 한 30년 정도 지었는데 올해처럼 이렇게 농사가 잘되기는 처음입니다."]
북한 당국이 생산량 증가 이유로 꼽은 것은 농업의 기계화와 과학화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상기후에 과학적으로 대응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는데요.
[고직철/배천군 추정농장 작업반장 : "최근에 불리한 날씨 조건에서 과학적인 영농방법을 하지 않고서는 알곡 소출을 높일 수 없다는 걸 자각하고."]
그러면서 이런 대응 체계는 김정은 위원장의 큰 구상 덕분이었다며 최고지도자의 지도력을 치켜세웠습니다.
[조선중앙TV/11월 28일 :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이상기후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넣으면서 농작물 비배 관리를 과학기술 쪽으로 하면 얼마든지 지난해 못지않은 좋은 결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하시면서."]
황해남도에도 올해 많은 비가 왔지만 이런 이상기후의 영향을 이겨내고 풍요로운 가을을 맞았다는 겁니다.
[채경실/연안군 부운농장 농장원 : "하늘의 조화라고 하는데 아무리 비가 억수로 폭우로 쏟아져도 마음먹고 일어나서 일을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북한에선 대규모 수해가 여러 곳에서 발생한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말, 압록강 하류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건데요.
압록강 유역에서 일어난 홍수로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에 큰 피해가 발생했고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만 3천여 헥타르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도 직접 현장을 찾아 사태의 심각성을 살폈습니다.
[조선중앙TV : "정은 동지께서는 고무 단정에 오르시어 지형지물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잠겨 든 침수지역을 돌아보시면서..."]
북서부 농경지 대부분이 물에 잠긴 만큼 올해 북한의 전체 작황에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그러나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북한의 주장대로 올해 곡물 생산량이 풍작이었던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겁니다.
그 이유는, 달라진 북한의 재난 재해 대응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김정은이 2012년 집권 이후 몇 차례 재해를 겪으면서 2014년에 재해방지 및 구조 복구법이라고 하는 법을 새롭게 제정했습니다. 법을 통해서 체계적인 관리 체계를 만들었고 2020년에 북한이 대규모 수해를 겪으면서 또 한 번 바꿉니다. 2020년에는 기존 조직을 좀 더 강화해 선택과 집중을 해서 자연재해와 사회재해는 재해 관련된 복구법으로 집중 관리하고 보건 관련해서는 비상방역법으로 집중 관리를 하고 관리 체계가 굉장히 달라졌거든요."]
실제 지난번 북부지역 수해 당시 북한 당국은 대단히 신속하게 움직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나서 수재민들을 직접 챙겼고, 수해로 집을 잃은 1만 3천 명의 수재민들을 평양에 임시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자애로운 원수님 품에 운명도 미래도 다 맡기고 사는 사회주의 대가정의 부러움 없는 행복상을 뜨겁게 새겨주는 혈연의 화폭들이 펼쳐졌습니다."]
수해 지역의 빠른 복구를 위해 30만 명에 달하는 백두산영웅청년 돌격대를 파견하는 등 대규모 인력 투입도 아끼지 않았는데요.
그리고 매체를 통해 복구 현장 소식도 수시로 전달했습니다.
[리철준/황해남도 당원연대 대대장 : "단순한 살림집을 건설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인민들을 위함이라면 저 하늘의 별도 따오시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숭고한 인민 사랑이 하루라도 더 빨리 피해지역 수재민들에 가닿기 위하여..."]
김정은 위원장도 수해복구 현장을 찾아 건설 노동자들에게 빠른 완공을 촉구했습니다.
[조선중앙TV/9월 30일 : "모든 건설자들이 배가된 노력과 진정을 기울여 최단기간 내에 살림집 건설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하고 수해 지역 인민들이 행복의 보금자리를 펼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자강도와 평안북도 지역에서는 복구 작업 100여 일 만에 주택 건설 완공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리영수/자강도 당원연대 대대장 : "어머니당에 완공의 보고를 드릴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10월, 김정은 위원장이 석 달 만에 자강도 수해복구 현장을 시찰했을 때도 대부분의 건설이 마감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22일 : "김정은 동지께서는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로 하여 삽시에 폐허로 변하였던 피해지역들이 어느새 재난의 흔적을 말끔히 가셔버리고 변모돼 가고 있는데 대하여 만족을 표시하시면서…."]
여기에 이번 수해 복구현장에선 주목할 만한 변화가 발견됐다는 분석입니다.
11월 4일 김정은 위원장의 평안북도 피해복구 현장을 찾았을 당시 북한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상하수 배관 작업 장면이 포착된 겁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이번 (현지 지도) 사진을 보니까 땅에다 묻는 배관들이 사진에 찍힌 거예요. 그런 것도 땅에 묻히는 거죠. 물이 밑으로 들어가서 배관을 통해서 흘러가고 어느 한쪽엔 모여서 큰 공간에 물을 모아놨다가 끌어 쓰기도 하고. 북한에서 그런 배수 시스템 혹은 상·하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법령도 나타나고 일부 사진도 나타난 걸 보면 조금씩 계속 개선됐다고 보고 있는 거죠."]
또 이렇게 대규모 인력을 수해복구 현장에 투입하면서도, 북한 당국이 농업 분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곡창지대로 잘 알려진 황해도 지역에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졌는데요.
각종 농기계를 북한 전역에서 보내줬고, 대규모 관개시설 정비도 진행했습니다.
한마디로 곡창지대에 선택과 집중을 한 건데요.
다행히 풍작으로 이어지면서 북부 지역 피해 규모까지 보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황해남도 같은 경우에는 북한의 대표적인 농업 대단위 지역이거든요. 그래서 이 지역 같은 경우엔 기본적으로 평야가 많기 때문에 북한이 2021년 이후부터 계속해서 기계를 공급하고 그 지역에 물 공급을 위해서 여러 가지 시설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이런 집중적인 중앙의 지원이 결국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가 있겠죠."]
물론 이러한 결과만 놓고 북한의 이상기후 대응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수해 복구의 경우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선 것은 물론 재해복구법의 변화를 통해 주민 개개인의 참여를 강제한 부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최근 재해복구법의 큰 변화중 하나인데요. 과거에는 형벌 조항만 있었거든요. 위반 시 (책임자를) 교화형에 보내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벌금 조항이 들어갔어요. 그만큼 개개인들에게 너희들이 너희 집 앞에 제대로 재해 관리를 안 해서 피해가 났다면 모두에게 벌금형을 주겠다. 벌금을 다 내게 하겠다."]
일각에선 북한 당국의 이러한 조치가 북한 주민들의 피로감만 높이는 통치술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사실 제도적인 개선은 결국 통제 수단이거든요.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제도가 잘 갖춰져서 거기에 맞게 잘 진행이 되어야 하는데 현장 실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결국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된다기보다 현장에 동원되어야 하고 제도적인 측면을 쫓아가는 과정에선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거죠."]
실제 중국 SNS에 올라온 북한 수해복구 현장의 모습을 보면 중장비의 비율은 낮고. 대규모 인력들이 맨손으로 작업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습니다.
게다가 날씨는 갈수록 더 종잡을 수 없어 북한의 자력 갱생식 대응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갑자기 기후가 좋았다가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들이 (일정) 주기를 넘어서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을 현재 북한의 상황에선 대응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을 거 같습니다."]
대규모 수해에도 불구하고 빠른 복구는 물론, 풍작까지 이뤘다고 선전하는 북한.
앞으로도 북한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지속적으로 식량 증산에 성공할지, 아니면 보여주기에 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농민들이 유독 힘들었던 해였습니다.
이런 이상기후 현상은 갈수록 더 심해질 전망인데요.
북한도 재해성 이상기후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올해 심각한 수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식량 생산에서 큰 성과를 냈다며 대대적 선전에 나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기후위기 대응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작동되고 있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끝없이 펼쳐지는 황금빛 들판.
알알이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 모습에 농부는 콧노래가 절로 납니다.
지난달 말, 북한 조선중앙TV는 황해남도의 풍작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했는데요.
농민들 역시 이런 대풍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황해남도 농장원 :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농장이 정보당 1.7톤 정도 증수했습니다."]
[황해남도 농장원 : "내가 농사를 한 30년 정도 지었는데 올해처럼 이렇게 농사가 잘되기는 처음입니다."]
북한 당국이 생산량 증가 이유로 꼽은 것은 농업의 기계화와 과학화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상기후에 과학적으로 대응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는데요.
[고직철/배천군 추정농장 작업반장 : "최근에 불리한 날씨 조건에서 과학적인 영농방법을 하지 않고서는 알곡 소출을 높일 수 없다는 걸 자각하고."]
그러면서 이런 대응 체계는 김정은 위원장의 큰 구상 덕분이었다며 최고지도자의 지도력을 치켜세웠습니다.
[조선중앙TV/11월 28일 :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이상기후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넣으면서 농작물 비배 관리를 과학기술 쪽으로 하면 얼마든지 지난해 못지않은 좋은 결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하시면서."]
황해남도에도 올해 많은 비가 왔지만 이런 이상기후의 영향을 이겨내고 풍요로운 가을을 맞았다는 겁니다.
[채경실/연안군 부운농장 농장원 : "하늘의 조화라고 하는데 아무리 비가 억수로 폭우로 쏟아져도 마음먹고 일어나서 일을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북한에선 대규모 수해가 여러 곳에서 발생한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말, 압록강 하류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건데요.
압록강 유역에서 일어난 홍수로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에 큰 피해가 발생했고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만 3천여 헥타르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도 직접 현장을 찾아 사태의 심각성을 살폈습니다.
[조선중앙TV : "정은 동지께서는 고무 단정에 오르시어 지형지물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잠겨 든 침수지역을 돌아보시면서..."]
북서부 농경지 대부분이 물에 잠긴 만큼 올해 북한의 전체 작황에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그러나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북한의 주장대로 올해 곡물 생산량이 풍작이었던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겁니다.
그 이유는, 달라진 북한의 재난 재해 대응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김정은이 2012년 집권 이후 몇 차례 재해를 겪으면서 2014년에 재해방지 및 구조 복구법이라고 하는 법을 새롭게 제정했습니다. 법을 통해서 체계적인 관리 체계를 만들었고 2020년에 북한이 대규모 수해를 겪으면서 또 한 번 바꿉니다. 2020년에는 기존 조직을 좀 더 강화해 선택과 집중을 해서 자연재해와 사회재해는 재해 관련된 복구법으로 집중 관리하고 보건 관련해서는 비상방역법으로 집중 관리를 하고 관리 체계가 굉장히 달라졌거든요."]
실제 지난번 북부지역 수해 당시 북한 당국은 대단히 신속하게 움직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나서 수재민들을 직접 챙겼고, 수해로 집을 잃은 1만 3천 명의 수재민들을 평양에 임시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자애로운 원수님 품에 운명도 미래도 다 맡기고 사는 사회주의 대가정의 부러움 없는 행복상을 뜨겁게 새겨주는 혈연의 화폭들이 펼쳐졌습니다."]
수해 지역의 빠른 복구를 위해 30만 명에 달하는 백두산영웅청년 돌격대를 파견하는 등 대규모 인력 투입도 아끼지 않았는데요.
그리고 매체를 통해 복구 현장 소식도 수시로 전달했습니다.
[리철준/황해남도 당원연대 대대장 : "단순한 살림집을 건설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인민들을 위함이라면 저 하늘의 별도 따오시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숭고한 인민 사랑이 하루라도 더 빨리 피해지역 수재민들에 가닿기 위하여..."]
김정은 위원장도 수해복구 현장을 찾아 건설 노동자들에게 빠른 완공을 촉구했습니다.
[조선중앙TV/9월 30일 : "모든 건설자들이 배가된 노력과 진정을 기울여 최단기간 내에 살림집 건설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하고 수해 지역 인민들이 행복의 보금자리를 펼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자강도와 평안북도 지역에서는 복구 작업 100여 일 만에 주택 건설 완공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리영수/자강도 당원연대 대대장 : "어머니당에 완공의 보고를 드릴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10월, 김정은 위원장이 석 달 만에 자강도 수해복구 현장을 시찰했을 때도 대부분의 건설이 마감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22일 : "김정은 동지께서는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로 하여 삽시에 폐허로 변하였던 피해지역들이 어느새 재난의 흔적을 말끔히 가셔버리고 변모돼 가고 있는데 대하여 만족을 표시하시면서…."]
여기에 이번 수해 복구현장에선 주목할 만한 변화가 발견됐다는 분석입니다.
11월 4일 김정은 위원장의 평안북도 피해복구 현장을 찾았을 당시 북한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상하수 배관 작업 장면이 포착된 겁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이번 (현지 지도) 사진을 보니까 땅에다 묻는 배관들이 사진에 찍힌 거예요. 그런 것도 땅에 묻히는 거죠. 물이 밑으로 들어가서 배관을 통해서 흘러가고 어느 한쪽엔 모여서 큰 공간에 물을 모아놨다가 끌어 쓰기도 하고. 북한에서 그런 배수 시스템 혹은 상·하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법령도 나타나고 일부 사진도 나타난 걸 보면 조금씩 계속 개선됐다고 보고 있는 거죠."]
또 이렇게 대규모 인력을 수해복구 현장에 투입하면서도, 북한 당국이 농업 분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곡창지대로 잘 알려진 황해도 지역에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졌는데요.
각종 농기계를 북한 전역에서 보내줬고, 대규모 관개시설 정비도 진행했습니다.
한마디로 곡창지대에 선택과 집중을 한 건데요.
다행히 풍작으로 이어지면서 북부 지역 피해 규모까지 보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황해남도 같은 경우에는 북한의 대표적인 농업 대단위 지역이거든요. 그래서 이 지역 같은 경우엔 기본적으로 평야가 많기 때문에 북한이 2021년 이후부터 계속해서 기계를 공급하고 그 지역에 물 공급을 위해서 여러 가지 시설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이런 집중적인 중앙의 지원이 결국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가 있겠죠."]
물론 이러한 결과만 놓고 북한의 이상기후 대응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수해 복구의 경우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선 것은 물론 재해복구법의 변화를 통해 주민 개개인의 참여를 강제한 부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최근 재해복구법의 큰 변화중 하나인데요. 과거에는 형벌 조항만 있었거든요. 위반 시 (책임자를) 교화형에 보내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벌금 조항이 들어갔어요. 그만큼 개개인들에게 너희들이 너희 집 앞에 제대로 재해 관리를 안 해서 피해가 났다면 모두에게 벌금형을 주겠다. 벌금을 다 내게 하겠다."]
일각에선 북한 당국의 이러한 조치가 북한 주민들의 피로감만 높이는 통치술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사실 제도적인 개선은 결국 통제 수단이거든요.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제도가 잘 갖춰져서 거기에 맞게 잘 진행이 되어야 하는데 현장 실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결국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된다기보다 현장에 동원되어야 하고 제도적인 측면을 쫓아가는 과정에선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거죠."]
실제 중국 SNS에 올라온 북한 수해복구 현장의 모습을 보면 중장비의 비율은 낮고. 대규모 인력들이 맨손으로 작업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습니다.
게다가 날씨는 갈수록 더 종잡을 수 없어 북한의 자력 갱생식 대응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갑자기 기후가 좋았다가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들이 (일정) 주기를 넘어서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들을 현재 북한의 상황에선 대응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가 있을 거 같습니다."]
대규모 수해에도 불구하고 빠른 복구는 물론, 풍작까지 이뤘다고 선전하는 북한.
앞으로도 북한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지속적으로 식량 증산에 성공할지, 아니면 보여주기에 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