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 포고령 분노한 사직 전공의들 [지금뉴스]
입력 2024.12.08 (18:39)
수정 2024.12.0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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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들과 서울의대 학생들이 비상계엄 포고령 작성자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또 '비민주적인 의료 정책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서울의대 학생회는 오늘(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사직 전공의 발언
2024년 2월 우리는 두 눈으로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지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업무 개시 명령을 포함한 각종 명령으로 무장한 정부의 부당한 억압 속에서 젊은 의사의 헌신과 열정은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이제는 독재 정권의 잔혹한 그림자가 우리의 미래까지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3일 차디찬 밤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국가세력 척결을 이유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이어 발표된 계엄사 포고령에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계엄사 포고문 제1호 5항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에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
이게 말이 됩니까?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으로 국회, 정당, 언론에 이어 의료인을, 의료인을 정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한다. 포고령에 새겨진 이 한마디는 국가 권력을 무기로 우리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겠다는 선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파업 중인 의료인이 있습니까? 불법적으로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가 있습니까? 전공의들은 파업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망쳐놓은 의료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사직한 전공의들이 아직도 파업 중이라는 왜곡된 현실 인식에 근거한 계엄령을 선포하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로써 스스로 그토록 부르짖던 민주주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지난 9월 한덕수 총리는 의료 사태 해결 방안으로 플랜B와 플랜C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개할 수 없고 공개하면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지난 10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사태가 악화될 때를 대비한 플랜B가 있다고 했습니다. 의료 재난 사태를 해결할 플랜B가 계엄이었습니까? 전공의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명령에 불복종할 경우 처단하려던 것이 플랜B였습니까? 그렇다면 플랫C는 무엇입니까? 더 이상 얼마나 더한 억압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무엇입니까? 2020년 9월 4일 의료계와 정부가 어렵게 합의한 9.4 의정합의를 올해 2월 윤석열 정부는 무참히 파괴하였습니다. 의정 합의문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최소한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세운 마지막 보루였습니다. 정부는 이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부수고 전혀 근거 없는 의대 정원 확대 및 의료 농단 패키지를 강행했습니다. 고등교육법상 이미 정해진 대입 전형은 천재지변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이미 작년에 정해진 의대 정원을 제대로 논의 없이 하루 아침에 바꾸었습니다.
헌법상 계엄은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만 선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계엄의 발령 조건을 완전히 무시한 채 위헌적인 계엄을 강행했습니다. 의료 농단과 이번 계엄 사태는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의대 정원을 증원하고 의료계는 일제히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듣지 않았습니다. 의대 교육을 평가하는 의평원을 무력화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을 뿐입니다.
계엄령이 내려지고 정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입니까?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폐쇄하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려 했습니다. 유일하게 계엄을 중단시킬 수 있는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습니다. 정부의 교육 농단과 계엄은 폭압적이고 독재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이번 사태가 헌정 사상 초유의 의료 계엄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까? 단지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의대 교육과 의료를 수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부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하나,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의료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십시오.
하나, 의료인에게는 계엄령과 다를 바 없는 업무 개시 명령을 철폐하십시오.
하나, 포고령에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폭압적인 문구를 넣은 책임자를 모두 강력히 처벌하십시오.
우리의 목소리는 단지 의료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오늘의 목소리는 내일의 자유가 될 것입니다. 오늘의 용기는 대한민국 의료의 희망입니다. 이 자리에 모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서울의대 학생회는 오늘(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사직 전공의 발언
2024년 2월 우리는 두 눈으로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지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업무 개시 명령을 포함한 각종 명령으로 무장한 정부의 부당한 억압 속에서 젊은 의사의 헌신과 열정은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이제는 독재 정권의 잔혹한 그림자가 우리의 미래까지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3일 차디찬 밤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국가세력 척결을 이유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이어 발표된 계엄사 포고령에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계엄사 포고문 제1호 5항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에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
이게 말이 됩니까?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으로 국회, 정당, 언론에 이어 의료인을, 의료인을 정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한다. 포고령에 새겨진 이 한마디는 국가 권력을 무기로 우리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겠다는 선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파업 중인 의료인이 있습니까? 불법적으로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가 있습니까? 전공의들은 파업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망쳐놓은 의료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사직한 전공의들이 아직도 파업 중이라는 왜곡된 현실 인식에 근거한 계엄령을 선포하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로써 스스로 그토록 부르짖던 민주주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지난 9월 한덕수 총리는 의료 사태 해결 방안으로 플랜B와 플랜C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개할 수 없고 공개하면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지난 10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사태가 악화될 때를 대비한 플랜B가 있다고 했습니다. 의료 재난 사태를 해결할 플랜B가 계엄이었습니까? 전공의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명령에 불복종할 경우 처단하려던 것이 플랜B였습니까? 그렇다면 플랫C는 무엇입니까? 더 이상 얼마나 더한 억압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무엇입니까? 2020년 9월 4일 의료계와 정부가 어렵게 합의한 9.4 의정합의를 올해 2월 윤석열 정부는 무참히 파괴하였습니다. 의정 합의문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최소한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세운 마지막 보루였습니다. 정부는 이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부수고 전혀 근거 없는 의대 정원 확대 및 의료 농단 패키지를 강행했습니다. 고등교육법상 이미 정해진 대입 전형은 천재지변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이미 작년에 정해진 의대 정원을 제대로 논의 없이 하루 아침에 바꾸었습니다.
헌법상 계엄은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만 선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계엄의 발령 조건을 완전히 무시한 채 위헌적인 계엄을 강행했습니다. 의료 농단과 이번 계엄 사태는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의대 정원을 증원하고 의료계는 일제히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듣지 않았습니다. 의대 교육을 평가하는 의평원을 무력화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을 뿐입니다.
계엄령이 내려지고 정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입니까?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폐쇄하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려 했습니다. 유일하게 계엄을 중단시킬 수 있는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습니다. 정부의 교육 농단과 계엄은 폭압적이고 독재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이번 사태가 헌정 사상 초유의 의료 계엄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까? 단지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의대 교육과 의료를 수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부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하나,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의료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십시오.
하나, 의료인에게는 계엄령과 다를 바 없는 업무 개시 명령을 철폐하십시오.
하나, 포고령에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폭압적인 문구를 넣은 책임자를 모두 강력히 처벌하십시오.
우리의 목소리는 단지 의료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오늘의 목소리는 내일의 자유가 될 것입니다. 오늘의 용기는 대한민국 의료의 희망입니다. 이 자리에 모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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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들과 서울의대 학생들이 비상계엄 포고령 작성자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또 '비민주적인 의료 정책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서울의대 학생회는 오늘(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사직 전공의 발언
2024년 2월 우리는 두 눈으로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지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업무 개시 명령을 포함한 각종 명령으로 무장한 정부의 부당한 억압 속에서 젊은 의사의 헌신과 열정은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이제는 독재 정권의 잔혹한 그림자가 우리의 미래까지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3일 차디찬 밤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국가세력 척결을 이유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이어 발표된 계엄사 포고령에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계엄사 포고문 제1호 5항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에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
이게 말이 됩니까?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으로 국회, 정당, 언론에 이어 의료인을, 의료인을 정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한다. 포고령에 새겨진 이 한마디는 국가 권력을 무기로 우리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겠다는 선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파업 중인 의료인이 있습니까? 불법적으로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가 있습니까? 전공의들은 파업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망쳐놓은 의료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사직한 전공의들이 아직도 파업 중이라는 왜곡된 현실 인식에 근거한 계엄령을 선포하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로써 스스로 그토록 부르짖던 민주주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지난 9월 한덕수 총리는 의료 사태 해결 방안으로 플랜B와 플랜C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개할 수 없고 공개하면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지난 10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사태가 악화될 때를 대비한 플랜B가 있다고 했습니다. 의료 재난 사태를 해결할 플랜B가 계엄이었습니까? 전공의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명령에 불복종할 경우 처단하려던 것이 플랜B였습니까? 그렇다면 플랫C는 무엇입니까? 더 이상 얼마나 더한 억압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무엇입니까? 2020년 9월 4일 의료계와 정부가 어렵게 합의한 9.4 의정합의를 올해 2월 윤석열 정부는 무참히 파괴하였습니다. 의정 합의문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최소한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세운 마지막 보루였습니다. 정부는 이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부수고 전혀 근거 없는 의대 정원 확대 및 의료 농단 패키지를 강행했습니다. 고등교육법상 이미 정해진 대입 전형은 천재지변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이미 작년에 정해진 의대 정원을 제대로 논의 없이 하루 아침에 바꾸었습니다.
헌법상 계엄은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만 선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계엄의 발령 조건을 완전히 무시한 채 위헌적인 계엄을 강행했습니다. 의료 농단과 이번 계엄 사태는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의대 정원을 증원하고 의료계는 일제히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듣지 않았습니다. 의대 교육을 평가하는 의평원을 무력화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을 뿐입니다.
계엄령이 내려지고 정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입니까?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폐쇄하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려 했습니다. 유일하게 계엄을 중단시킬 수 있는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습니다. 정부의 교육 농단과 계엄은 폭압적이고 독재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이번 사태가 헌정 사상 초유의 의료 계엄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까? 단지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의대 교육과 의료를 수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부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하나,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의료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십시오.
하나, 의료인에게는 계엄령과 다를 바 없는 업무 개시 명령을 철폐하십시오.
하나, 포고령에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폭압적인 문구를 넣은 책임자를 모두 강력히 처벌하십시오.
우리의 목소리는 단지 의료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오늘의 목소리는 내일의 자유가 될 것입니다. 오늘의 용기는 대한민국 의료의 희망입니다. 이 자리에 모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서울의대 학생회는 오늘(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사직 전공의 발언
2024년 2월 우리는 두 눈으로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지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업무 개시 명령을 포함한 각종 명령으로 무장한 정부의 부당한 억압 속에서 젊은 의사의 헌신과 열정은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이제는 독재 정권의 잔혹한 그림자가 우리의 미래까지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3일 차디찬 밤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국가세력 척결을 이유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이어 발표된 계엄사 포고령에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계엄사 포고문 제1호 5항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에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
이게 말이 됩니까?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으로 국회, 정당, 언론에 이어 의료인을, 의료인을 정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한다. 포고령에 새겨진 이 한마디는 국가 권력을 무기로 우리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겠다는 선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파업 중인 의료인이 있습니까? 불법적으로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가 있습니까? 전공의들은 파업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망쳐놓은 의료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사직한 전공의들이 아직도 파업 중이라는 왜곡된 현실 인식에 근거한 계엄령을 선포하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로써 스스로 그토록 부르짖던 민주주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지난 9월 한덕수 총리는 의료 사태 해결 방안으로 플랜B와 플랜C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개할 수 없고 공개하면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지난 10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사태가 악화될 때를 대비한 플랜B가 있다고 했습니다. 의료 재난 사태를 해결할 플랜B가 계엄이었습니까? 전공의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명령에 불복종할 경우 처단하려던 것이 플랜B였습니까? 그렇다면 플랫C는 무엇입니까? 더 이상 얼마나 더한 억압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무엇입니까? 2020년 9월 4일 의료계와 정부가 어렵게 합의한 9.4 의정합의를 올해 2월 윤석열 정부는 무참히 파괴하였습니다. 의정 합의문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최소한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세운 마지막 보루였습니다. 정부는 이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부수고 전혀 근거 없는 의대 정원 확대 및 의료 농단 패키지를 강행했습니다. 고등교육법상 이미 정해진 대입 전형은 천재지변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이미 작년에 정해진 의대 정원을 제대로 논의 없이 하루 아침에 바꾸었습니다.
헌법상 계엄은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만 선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계엄의 발령 조건을 완전히 무시한 채 위헌적인 계엄을 강행했습니다. 의료 농단과 이번 계엄 사태는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의대 정원을 증원하고 의료계는 일제히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듣지 않았습니다. 의대 교육을 평가하는 의평원을 무력화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을 뿐입니다.
계엄령이 내려지고 정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입니까?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폐쇄하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려 했습니다. 유일하게 계엄을 중단시킬 수 있는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습니다. 정부의 교육 농단과 계엄은 폭압적이고 독재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이번 사태가 헌정 사상 초유의 의료 계엄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까? 단지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의대 교육과 의료를 수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부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하나,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의료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십시오.
하나, 의료인에게는 계엄령과 다를 바 없는 업무 개시 명령을 철폐하십시오.
하나, 포고령에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폭압적인 문구를 넣은 책임자를 모두 강력히 처벌하십시오.
우리의 목소리는 단지 의료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오늘의 목소리는 내일의 자유가 될 것입니다. 오늘의 용기는 대한민국 의료의 희망입니다. 이 자리에 모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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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정 기자 mabel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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