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법 위반 누명 옥살이…44년 만에 무죄

[앵커]

비상계엄이 이어지던 1980년, 반공법 위반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한 피해자가 4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국가의 폭력에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피해자는 "더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며 이번 계엄 사태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최위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재판이 끝나고 덤덤한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오는 이태영 씨.

가족과 지인에게 꽃다발을 건네받고 애써 옅은 미소를 짓습니다.

1980년 비상계엄 당시 '반공법 위반' 누명을 쓰고 끌려가 고문 끝에 2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 씨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부산지법 형사5부는 "이 씨가 구속영장 없이 불법 구금된 채 보안대 수사관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해 당시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습니다.

부산대를 졸업하고 1년 차 교사였던 이 씨의 삶은 국가 폭력에 송두리째 뿌리 뽑혔고, 명예를 회복하는데 44년이 걸렸습니다.

암 투병으로 말을 할 수 없는 이 씨는 필담으로 아내를 통해 소회를 밝혔습니다.

[박문옥/이태영 씨 배우자 : "머리와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그 무거운 바위에 항상 짓눌려있는 그런 기분이었는데 그걸 이제 다 내려놓은 기분이라고…."]

45년 만에 다시 내려진 비상계엄에 이 씨와 이 씨 가족은 되살아난 공포와 불안으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박문옥/이태영 씨 배우자 :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르지만 우리는 직접 가족이 그 상황을 겪고 그 긴 세월을 힘들게 살았잖아요. 그래서 다시는 그런 피해를 젊은 세대들이 입고 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재판을 받으며 제대로 치료도 할 수 없었던 이 씨는 당분간 치료에 전념하고, 국가를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위지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그래픽: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