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대통령 윤석열 [더 보다]

입력 2024.12.15 (22:21) 수정 2024.12.1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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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의 날.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탄핵 찬성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녹취> 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
오늘은 우리 모두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만 생각해야 합니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여당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한 차례 무산됐던 대통령 탄핵안.

<녹취>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사적 관점 그리고 국가적 관점에서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녹취> 김대식 /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
일단 우리 국민의힘은 이번 표결에 들어간다. 두번째는 당론은 부결을 한다.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고,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본회의장 의석을 채웠습니다.

<녹취> 박찬대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는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헌법이 부여한 권한으로 윤석열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합니다.

긴장 속에 시작된 표결의 시간. 국민들의 이목은 국회로 향했습니다.

<녹취> 우원식 국회의장
총 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헌정 사상 세 번째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 드러난 진실

지난 12일, 닷새간의 침묵을 깨고 국민 앞에 선 윤석열 대통령.

<녹취> 윤석열 대통령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습니다.

비상계엄은 정당했다며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에 병력을 투입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하여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합니다.

사실일까.

담화 이틀 전.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군 지휘관들의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녹취>(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
-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대통령과 두 번째 통화를 한 시간이 정확히 언제쯤입니까?
-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00시 30분부터 00시 40분 그 어간 때가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12월 4일 0시 34분 국회의사당 앞.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국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모여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녹취>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를 하셨습니다.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라고 하셨습니다).

비상계엄 해제안 가결 정족수 150명.

이 숫자를 넘기면 안 된다는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녹취>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지난 9일 기자회견)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국회의원들이 모이고 있단다,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단다, 막아라, 안 되면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냐.

<인터뷰> 최정학 /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결정적으로 ‘문을 부수고 끌어내라’라고 했다든가 이거는 (대통령이 담화에서) 말한 거하고는 반대되는 정황이잖아요. 그러면서도 지금 정당하다고 하니 정말 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의원들을 끌어낸 후 어떻게 조치할지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녹취>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
-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 구금시설로 체포해서 넣으라고 지시했죠?
- 이경민 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 그런 사실 없습니다.

이때 뒷줄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손을 듭니다.

<녹취> 김대우 / 국군방첩사령부 수사단장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
제가 여인형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습니다. 'B-1 벙커'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고.

구금시설 확인 지시, 그리고 체포 대상도 전달받았다고 증언합니다.

<녹취>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
- 김대우 국군방첩사령부 수사단장: (여인형 사령관이) ‘장관께서 직접 명단을 불러주셨다' 그러면서 받아 적으라고 해서 제가 그 명단을 받아 적었고.
- 조국 당시 조국혁신당 의원: 여인형 사령관이 불러준 정치인 명단이 14명이죠?
- 김대우 국군방첩사령부 수사단장: 예 맞습니다.

<인터뷰> 장재규 / 영남대 군사학과 교수
군인이 (임무를) 외부로 표출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이죠. 근데 이 계엄이라는 상황이 이 사건의 성격상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앞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도 윤 대통령이 전화해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준비된 체포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14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터뷰> 배종호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현재 대통령 권력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은 입법, 사법을 통틀어서 모든 권력을 다 독점할 수 있는 그런 왕 같은 독재자가 되겠다라는 생각이 분명히 이 체포 대상자 명단에 녹아 있다.

유일하게 국방장관과 계엄을 준비했다고 한 윤 대통령.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난 12일)
저는 이번 비상계엄을 준비하면서 오로지 국방장관하고만 논의하였고, 대통령실과 내각 일부 인사에게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알렸습니다.

조지호 경찰청장도 당초 계엄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 현안질의)
-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청장님, 대통령 비상계엄을 언제 알았나요?
- 조지호 경찰청장: 언론 통해서 알았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진술은 달랐습니다.

조 청장은 계엄 선포 3시간 전 삼청동 대통령실 안가에서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장관을 김봉식 서울경찰청장과 함께 만났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장악 대상 기관이 담긴 A4용지 한 장을 건넸다고도 말했습니다.


계엄 선포 뒤 윤 대통령이 6차례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과 엇갈린 관계자들의 진술. 비상계엄의 진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대통령의 계엄에는 스스로 밝힌 또 하나의 목적이 있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난 12일)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입니다.

<인터뷰> 최정학 /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여러 사람이 우려하는 대로 대통령이 정말 아주 극우, 일부의 극우적인 시각 지금까지 선거가 계속 부정하게 이루어졌다든가 선관위가 자료를 조작했다든가 이런 걸 정말 확고하게 믿고 있는 거 아닌가. 그걸 아직도 저렇게 담화에서 얘기하는 걸 보면 그런 의심이 강하게 들죠.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정당화할수록 그의 판단력은 더 이상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 돌아선 의원들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다음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과 정국 수습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의 명령에 따라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무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하여, 민생과 국정 차질 없이 챙길 것입니다.

야당은 이를 사실상의 ‘2차 내란’으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8일)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와 여당의 대표가 나눠서 같이 행사하겠다는 이런 해괴망측한 이런 공식 발표를 어떻게 할 수가 있습니까? 이거야말로 헌정 질서를 파괴한 또 다른 쿠데타 아닙니까?

친윤계 의원들은 탄핵 찬성표를 막기 위한 내부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녹취> 윤상현 / 국민의힘 의원 (지난 8일, 유튜브 '따따부따 배승희 라이브')
야, 재섭아, 나도 박 대통령 탄핵 앞장 서서 반대했다. 끝까지 갔어. 근데 그때 나 욕 많이 했어. 나 욕 많이 먹었어. 그런데 1년 후에는 다 '야, 윤상현이 의리 있어서 좋아.' 그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주더라.


<녹취> 이언주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 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소리 아닙니까? 웃기지 마십시오.

민심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윤상현 의원이 언급한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를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서울 도봉구 주민 (지난 11일)
개혁적이라고 그럴까? 좀 그래서 많이 투표를 하고 지지를 했는데 이번에 보니까 그게 아닌 거예요. 일반 저기랑 똑같은 거예요. 실망도 보통 실망은 아니죠.

<녹취> 서울 도봉구 주민 (지난 11일)
당신은 이미 젊음을 버렸고 양심이 없는 사람이고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나올 생각 아예 하지 말라고 전해 주고 싶어요.

이날 김재섭 의원은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녹취> 김재섭 (지난 11일)
저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앞서 탄핵 1차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김상욱 의원이 사흘 만에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고,

<녹취> 김상욱 / 국민의힘 의원 (지난 10일)
반헌법적, 반민주적 비상계엄을 기획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에 적극 찬성합니다.


조경태 의원도 탄핵 찬성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인터뷰> 박원호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지역구를 잃을 거기 때문에 우리가 선거에서 질 거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될 거기 때문에 탄핵은 꼭 피해야 된다거나 탄핵은 늦춰야 된다거나 이제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탄핵의 시점이 계산된다는 건 그건 절대로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탄핵안 가결 정족수까지 3명 남은 시점에 대통령의 네 번째 담화가 나왔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난 12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에 모두 하나가 되어주시길 간곡한 마음으로 호소드립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대통령. ‘질서 있는 퇴진’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었습니다.

<녹취> 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 (지난 12일 대통령 담화 후 국민의힘 의원총회)
저는 당론으로 탄핵을 찬성하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친한계 진종오, 한지아 의원이 잇따라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표결에 참석하겠다고 한 여당 의원들은 두 자릿수를 넘어섰습니다.

<인터뷰> 배종호 /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대통령이) 나는 전혀 잘못이 없다. 거꾸로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비상 계엄을 했다라고 얘기했거든요. 도저히 이 윤석열 대통령을 더 이상 옹호할 수 없다. 탄핵 단일대오의 둑은 무너졌다.

탄핵소추안 두 번째 표결의 날.

일주일 전, 표결을 앞두고 자리를 떠났던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모두 이번엔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어진 투표.

<녹취> 우원식 / 국회의장
총 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써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공개적으로 찬성을 밝혔던 국민의힘 의원은 7명. 여기에 최소 5명이 추가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배종호 /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고는 나라는 물론이고 자신의 미래도 어렵다 자신도 민심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그런 것 때문에 종합적으로 탄핵 가결 쪽으로 표를 던져서 탄핵 가결이 된 것이 아닌가.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성립되지 않았던 첫 표결.

하지만 일주일 만에 여당 의원들을 움직였던 힘은 또 있었습니다.

■ 시민의 힘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어진 탄핵 촉구 집회.

시민들이 손에 쥔 건 무기도 촛불도 아닌, 응원봉이었습니다.


<인터뷰> 20대 집회 참가자
누가 들고 나오라고 한 건 아닌데 촛불 대신에 응원봉은 꺼지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런 의미로 들고 나와서 동참하려고 가져왔습니다. (이거 BTS 거예요? 뭐예요?) 몬스타엑스.

축제를 방불케 한 집회 현장.


많은 시민들이 집단의 정치색이 아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깃발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김민정 / 집회 참가자
나무늘보가 느림과 평화의 상징인데 이제 빨리 평화적으로 탄핵되었으면 좋겠어서 만들어 왔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줄 알았던 젊은 세대들. 이곳에선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인터뷰> 20대 집회 참가자
정치에 사실은 제 일상생활을 사느라 그렇게 큰 관심을 못 뒀지만 그래도 지금만큼 전 국민이 다 같이 위기 상황일 때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도 이렇게라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10대 집회 참가자
집에 있는 것보다 나와서 저의 마음을 알리고 싶어서…

<인터뷰> 김윤태 / 고려대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 교수
정당이나 시민단체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 비율은 좀 낮은 편이지만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의식은 아주 높은 편입니다. 자기 삶에 직접 관련이 있는 이슈라면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경향도 강하고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집회 현장에선 엄숙하고 무거운 음악들이 흘러나왔습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세대에게 집회 분위기의 변화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인터뷰> 최용현 / 집회 참가자 (63세)
(과거 집회는) 약간 투박하고 일촉즉발이라든지 이런 긴장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긴장감은 전혀 없고 아주 웃으면서 정말로 뜻하는 바를 끝까지 이어나가는, 정말로 이제 우리나라가 꽃이 피어나가는 이 순간을 느끼는 게 완전히 예전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인터뷰> 김헌식 / 문화평론가
딱딱하고 엄숙한 집회 현장이지만 그거를 우리의 어떤 마당으로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들이 굉장히 강해요. 그러니까 이런 생각과 또 기성세대가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려고 하는 맞물리는 어떤 흐름들이 탄핵 집회 현장에서 문화적으로 지금 표출이 되고 있고.


탄핵 촉구 집회의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양현서 씨.

고등학생인 현서 씨가 왜 이 자리에 나왔을까.

<인터뷰> 양현서 / 집회 참가자
저 하나하나가 도움이 되는 상황이잖아요. 지금은 팬들 응원봉 들고 있는 것도 봤고, 노래들도 서로서로 10대, 20대가 좋아하는 노래 틀어달라,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노래 틀어 달라 하는 거 보고 분위기가 너무 좋을 것 같아서 나오게 됐어요.

서울에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쉽게 동행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양현서 / 집회 참가자
SNS에 글을 게시하거나 저희 단체 대화방이 따로 있거든요. 동행을 구하는 단체 대화방. 거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낯을 가리긴 하지만 어차피 똑같은 마음으로 모인 사람이라서 딱히 긴장감이 오래 가는 것 같지 않아요.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의 뜻을 보여준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집회 현장 근처 음식점엔 음료나 음식값을 미리 계산해두는 ‘선결제’가 잇따랐습니다.


<인터뷰> 서은진 / 카페 사장
시위에 참석해서 추위에 떨고 계셨던 분들한테 다 나누어 달라고 이렇게 말씀하시고, 제가 몇 잔씩 남았다라고 문자를 넣어드리면 SNS에 올려서 오신 분들 가셔서 많이 드셔라, 자유롭게 드셔라 이렇게 많이 글도 남겨주시는 것 같고.

집회가 끝난 뒤 쓰레기를 치우러 모인 여성들. 서로 일면식도 없었지만 SNS를 통해 만났습니다.


<인터뷰> 홍하율 / 여성촛불청소연합
쓰레기 줍는 건 어렵지 않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너무 보람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고요, 얼마든지 이런 식으로 같이 연대할 수 있다는 거를 좀 알았으면 했어요.

<인터뷰> 김헌식 / 문화평론가
워낙 SNS를 통해서 자기의 어떤 취향이라든지 의사 같이 할 사람들을 모으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소통과 연대가 이제 충분히 가능한 세대였다는 것을 이번에 잘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무장한 군인들을 동원한 비상계엄.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은 평화로운 방식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설가 한강은 “이번 일로 시민들이 보여준 진심과 용기 때문에 감동을 많이 했다”며,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들의 평화적인 요구는 정치인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인터뷰> 박원호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저는 굉장히 큰 요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옛날을 생각하면서 두려움을 느끼는데 젊은 세대들은 이거는 그냥 자기들 기준에는 그냥 맞지 않는 거예요. 비정상인 거죠.

<인터뷰> 김윤태 / 고려대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 교수
평화적인 집회 자체가 정치적 의사 결정을 바꿀 수는 없죠. 그러나 평화 집회에 다수의 대중 참여를 이끌 수 있습니다. 인구 중에 시민 참여가 15%가 넘으면 국가의 의제가 됩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거죠. 30% 이상이 참여한다면 시민의 요구가 관철된다는 전세계적인 비교 연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평화 집회를 할수록 집회의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여론을 바꿀 수 있고 정치인과 국회에 대한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 심판의 시간

헌정사상 3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인터뷰> 노희범 / 변호사 · 전 헌법연구관
대통령은 지위는 대통령이지만 모든 권한 행사는 다 넘어간 상태죠. 그러니까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비롯해서 그 어떠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대통령의 직무 정지와 함께 수사는 더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에게는 어떤 혐의가 적용될까.

김용현 전 국방장관 구속영장에 나온 혐의. “윤석열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


김 전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자 혐의가 적용됐고, 윤 대통령에겐 내란 수괴. 즉 내란의 우두머리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 최정학 /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국방장관의 건의를 받아서 수용하는 형식으로 했다고 하지만 결국 계엄 계엄령을 발표했고 발표한 장면을 모든 국민에게 자기가 스스로 했고. 그걸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자가 대통령이고. 그건 그야말로 최정점에 있었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죠.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섰던 경찰. 경호처와 8시간 넘게 대치한 끝에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녹취> 김근만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안보수사1과장
저희가 직접 대통령실 등 장소에 들어가서 직접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강력 요청을 하였습니다만 공무상 비밀, 군사상 비밀 등의 이유로 직접 들어가지는 못한다고 지금 거부를 하였고 그에 따라 임의제출 받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떠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노희범 / 변호사 · 전 헌법연구관
대통령이 대통령실은 이제 권한 정지되면 이용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관저에 계속 머무르는 정도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어요. 대통령은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야죠.

윤 대통령은 법리 다툼에 대비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난 12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입니다.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입니까?

<인터뷰> 노희범 / 변호사 · 전 헌법연구관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고 그러는데 내란은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면 내란죄예요. 한 1년 정도 내란이 있어야 내란죄가 되고 뭐 1시간짜리 내란은 내란이 아니고 그런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인터뷰> 최정학 /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아무리 고도의 통치 행위, 통치 행위를 넘어선 초고도의 통치 행위를 한다 하더라도 헌법 질서를 벗어나는 것을 통치 행위라고 얘기할 수 없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접수일로부터 180일, 즉 6개월 이내에 결론이 납니다. 헌재의 결정은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 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

헌재는 91일의 심리 끝에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인터뷰> 전학선 /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때도 12월 중순에서 3월 초에 이제 종국 결정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길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직무 집행이 정지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면 굉장히 국가가 정체돼 있다는 거거든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과 국헌 문란의 목적이 있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인터뷰> 노희범 / 변호사 · 전 헌법연구관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주로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위헌 위법성이거든요. 비록 내란죄 부분도 있지만 그리고 어떻게 보면 사실관계가 많이 드러나 있고 법 위반 사항이 명확이 드러난 부분이 많이 있어요, 현재.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보다는 훨씬 더 쟁점이나 사실관계가 더 심플하다.

현재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이 공석입니다.


국회는 올해 말까지 재판관 3명에 대한 추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노희범 / 변호사 · 전 헌법연구관
9명의 재판관으로 완전체를 구성해서 절차적인 어떤 이견이나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나흘 만에 침묵을 깨고 나타난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서 한 발짝 물러설 뜻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난 7일)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닷새 뒤, 기존 입장을 뒤집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난 12일)
범죄자 집단이 국정을 장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인터뷰> 박원호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대국민담화 같은 경우에는 자기를, 자기만을 지지하는 10% 15%의 유권자분들 잠재적인 지지자들에게 이야기를 한 거죠. 그래서 저는 그런 의미에서... 좀 굉장히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해야 되나요?

이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안 21건과 시행령 21건을 재가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이틀 뒤,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은 정지됐습니다.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지만, 비상계엄이 초래한 혼란과 분열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광화문의 우리 애국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윤 대통령님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권준혁 /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
민주주의가 아직까지 살아있구나. 그리고 우리 국민은 아직까지도 힘을 낼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희망을 좀 더 품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정자현 /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
너무 좋았어요. 역사책 속에 들어온 거 같아서. 제가 뭔가 큰일을 한 거 같은 그런 느낌. 국민의 뜻대로 된 거니까 우리가 승리했다.

■ 에필로그

<녹취> 윤석열 / 당시 여주지청장 (2013년)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그것을 어떻게 따릅니까?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2013년, 정권의 수사 외압을 거침없이 폭로한 검사 윤석열.

이 말로 평검사로 좌천된 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복귀하면서 그가 강조했던 것, 법과 원칙이었습니다.


<녹취> 윤석열 / 당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 (2016년)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

이후 검찰총장으로 파격 발탁됐지만, 정권과 등을 진 채 돌아섰습니다.


<녹취> 윤석열 / 당시 검찰총장 (2021년)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습니다.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지금 이제까지입니다.

보수 야당의 대선후보로 화려하게 부활한 윤 대통령.


<녹취> 윤석열 /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2021년)
마치 민주화 투사인 것처럼 지금까지 자기들끼리 끼리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이렇게 살아온 그 집단들이 이번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국가와 국민을 약탈하고 있습니다.

정권을 잡은 뒤 그가 내건 약속.

<녹취> 윤석열 / 당시 대통령 당선인 (2022년)
대통령직을 정식으로 맡게 되면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헌법 정신과 의회 존중, 그리고 협치였습니다.


하지만 재임 기간 내내 야당인 민주당과 대립각만 세웠고....

<녹취> 윤석열 대통령 (2023년 6월 28일)
허위 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정치적 해결을 포기한 채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2024년 12월 3일)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내란죄 피의자’가 된 대통령, 자신의 잘못을 단 한 가지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2024년 12월 12일)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입니다.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습니까? 저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대통령에게는 이제 법과 원칙에 입각한 심판이 남았습니다.

취재: 조정인 김기화 강나루 이규명 김가람 이지은 김채린 강병수 방준원 박진수
촬영: 조선기 강우용 설태훈
촬영기자: 김민준
편집: 최정연 이기승 김기곤
그래픽: 장수현 이시영
자료조사: 이승민 한혜민 권현서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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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의자 대통령 윤석열 [더 보다]
    • 입력 2024-12-15 22:21:16
    • 수정2024-12-15 22:21:34
    정치

■ 프롤로그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의 날.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탄핵 찬성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녹취> 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
오늘은 우리 모두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만 생각해야 합니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여당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한 차례 무산됐던 대통령 탄핵안.

<녹취>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사적 관점 그리고 국가적 관점에서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녹취> 김대식 /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
일단 우리 국민의힘은 이번 표결에 들어간다. 두번째는 당론은 부결을 한다.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고,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본회의장 의석을 채웠습니다.

<녹취> 박찬대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는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헌법이 부여한 권한으로 윤석열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합니다.

긴장 속에 시작된 표결의 시간. 국민들의 이목은 국회로 향했습니다.

<녹취> 우원식 국회의장
총 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헌정 사상 세 번째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 드러난 진실

지난 12일, 닷새간의 침묵을 깨고 국민 앞에 선 윤석열 대통령.

<녹취> 윤석열 대통령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습니다.

비상계엄은 정당했다며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에 병력을 투입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하여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합니다.

사실일까.

담화 이틀 전.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군 지휘관들의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녹취>(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
-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대통령과 두 번째 통화를 한 시간이 정확히 언제쯤입니까?
-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00시 30분부터 00시 40분 그 어간 때가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12월 4일 0시 34분 국회의사당 앞.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국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모여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녹취>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를 하셨습니다.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라고 하셨습니다).

비상계엄 해제안 가결 정족수 150명.

이 숫자를 넘기면 안 된다는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녹취>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지난 9일 기자회견)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국회의원들이 모이고 있단다,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단다, 막아라, 안 되면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냐.

<인터뷰> 최정학 /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결정적으로 ‘문을 부수고 끌어내라’라고 했다든가 이거는 (대통령이 담화에서) 말한 거하고는 반대되는 정황이잖아요. 그러면서도 지금 정당하다고 하니 정말 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의원들을 끌어낸 후 어떻게 조치할지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녹취>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
-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 구금시설로 체포해서 넣으라고 지시했죠?
- 이경민 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 그런 사실 없습니다.

이때 뒷줄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손을 듭니다.

<녹취> 김대우 / 국군방첩사령부 수사단장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
제가 여인형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습니다. 'B-1 벙커'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고.

구금시설 확인 지시, 그리고 체포 대상도 전달받았다고 증언합니다.

<녹취>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
- 김대우 국군방첩사령부 수사단장: (여인형 사령관이) ‘장관께서 직접 명단을 불러주셨다' 그러면서 받아 적으라고 해서 제가 그 명단을 받아 적었고.
- 조국 당시 조국혁신당 의원: 여인형 사령관이 불러준 정치인 명단이 14명이죠?
- 김대우 국군방첩사령부 수사단장: 예 맞습니다.

<인터뷰> 장재규 / 영남대 군사학과 교수
군인이 (임무를) 외부로 표출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이죠. 근데 이 계엄이라는 상황이 이 사건의 성격상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앞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도 윤 대통령이 전화해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준비된 체포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14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터뷰> 배종호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현재 대통령 권력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은 입법, 사법을 통틀어서 모든 권력을 다 독점할 수 있는 그런 왕 같은 독재자가 되겠다라는 생각이 분명히 이 체포 대상자 명단에 녹아 있다.

유일하게 국방장관과 계엄을 준비했다고 한 윤 대통령.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난 12일)
저는 이번 비상계엄을 준비하면서 오로지 국방장관하고만 논의하였고, 대통령실과 내각 일부 인사에게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알렸습니다.

조지호 경찰청장도 당초 계엄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 현안질의)
-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청장님, 대통령 비상계엄을 언제 알았나요?
- 조지호 경찰청장: 언론 통해서 알았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진술은 달랐습니다.

조 청장은 계엄 선포 3시간 전 삼청동 대통령실 안가에서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장관을 김봉식 서울경찰청장과 함께 만났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장악 대상 기관이 담긴 A4용지 한 장을 건넸다고도 말했습니다.


계엄 선포 뒤 윤 대통령이 6차례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과 엇갈린 관계자들의 진술. 비상계엄의 진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대통령의 계엄에는 스스로 밝힌 또 하나의 목적이 있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난 12일)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입니다.

<인터뷰> 최정학 /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여러 사람이 우려하는 대로 대통령이 정말 아주 극우, 일부의 극우적인 시각 지금까지 선거가 계속 부정하게 이루어졌다든가 선관위가 자료를 조작했다든가 이런 걸 정말 확고하게 믿고 있는 거 아닌가. 그걸 아직도 저렇게 담화에서 얘기하는 걸 보면 그런 의심이 강하게 들죠.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정당화할수록 그의 판단력은 더 이상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 돌아선 의원들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다음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과 정국 수습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의 명령에 따라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무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하여, 민생과 국정 차질 없이 챙길 것입니다.

야당은 이를 사실상의 ‘2차 내란’으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8일)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와 여당의 대표가 나눠서 같이 행사하겠다는 이런 해괴망측한 이런 공식 발표를 어떻게 할 수가 있습니까? 이거야말로 헌정 질서를 파괴한 또 다른 쿠데타 아닙니까?

친윤계 의원들은 탄핵 찬성표를 막기 위한 내부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녹취> 윤상현 / 국민의힘 의원 (지난 8일, 유튜브 '따따부따 배승희 라이브')
야, 재섭아, 나도 박 대통령 탄핵 앞장 서서 반대했다. 끝까지 갔어. 근데 그때 나 욕 많이 했어. 나 욕 많이 먹었어. 그런데 1년 후에는 다 '야, 윤상현이 의리 있어서 좋아.' 그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주더라.


<녹취> 이언주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 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소리 아닙니까? 웃기지 마십시오.

민심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윤상현 의원이 언급한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를 찾아가봤습니다.


<녹취> 서울 도봉구 주민 (지난 11일)
개혁적이라고 그럴까? 좀 그래서 많이 투표를 하고 지지를 했는데 이번에 보니까 그게 아닌 거예요. 일반 저기랑 똑같은 거예요. 실망도 보통 실망은 아니죠.

<녹취> 서울 도봉구 주민 (지난 11일)
당신은 이미 젊음을 버렸고 양심이 없는 사람이고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나올 생각 아예 하지 말라고 전해 주고 싶어요.

이날 김재섭 의원은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녹취> 김재섭 (지난 11일)
저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앞서 탄핵 1차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김상욱 의원이 사흘 만에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고,

<녹취> 김상욱 / 국민의힘 의원 (지난 10일)
반헌법적, 반민주적 비상계엄을 기획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에 적극 찬성합니다.


조경태 의원도 탄핵 찬성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인터뷰> 박원호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지역구를 잃을 거기 때문에 우리가 선거에서 질 거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될 거기 때문에 탄핵은 꼭 피해야 된다거나 탄핵은 늦춰야 된다거나 이제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탄핵의 시점이 계산된다는 건 그건 절대로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탄핵안 가결 정족수까지 3명 남은 시점에 대통령의 네 번째 담화가 나왔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난 12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에 모두 하나가 되어주시길 간곡한 마음으로 호소드립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대통령. ‘질서 있는 퇴진’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었습니다.

<녹취> 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 (지난 12일 대통령 담화 후 국민의힘 의원총회)
저는 당론으로 탄핵을 찬성하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친한계 진종오, 한지아 의원이 잇따라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표결에 참석하겠다고 한 여당 의원들은 두 자릿수를 넘어섰습니다.

<인터뷰> 배종호 /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대통령이) 나는 전혀 잘못이 없다. 거꾸로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비상 계엄을 했다라고 얘기했거든요. 도저히 이 윤석열 대통령을 더 이상 옹호할 수 없다. 탄핵 단일대오의 둑은 무너졌다.

탄핵소추안 두 번째 표결의 날.

일주일 전, 표결을 앞두고 자리를 떠났던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모두 이번엔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어진 투표.

<녹취> 우원식 / 국회의장
총 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써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공개적으로 찬성을 밝혔던 국민의힘 의원은 7명. 여기에 최소 5명이 추가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배종호 /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고는 나라는 물론이고 자신의 미래도 어렵다 자신도 민심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그런 것 때문에 종합적으로 탄핵 가결 쪽으로 표를 던져서 탄핵 가결이 된 것이 아닌가.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성립되지 않았던 첫 표결.

하지만 일주일 만에 여당 의원들을 움직였던 힘은 또 있었습니다.

■ 시민의 힘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어진 탄핵 촉구 집회.

시민들이 손에 쥔 건 무기도 촛불도 아닌, 응원봉이었습니다.


<인터뷰> 20대 집회 참가자
누가 들고 나오라고 한 건 아닌데 촛불 대신에 응원봉은 꺼지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런 의미로 들고 나와서 동참하려고 가져왔습니다. (이거 BTS 거예요? 뭐예요?) 몬스타엑스.

축제를 방불케 한 집회 현장.


많은 시민들이 집단의 정치색이 아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깃발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김민정 / 집회 참가자
나무늘보가 느림과 평화의 상징인데 이제 빨리 평화적으로 탄핵되었으면 좋겠어서 만들어 왔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줄 알았던 젊은 세대들. 이곳에선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인터뷰> 20대 집회 참가자
정치에 사실은 제 일상생활을 사느라 그렇게 큰 관심을 못 뒀지만 그래도 지금만큼 전 국민이 다 같이 위기 상황일 때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도 이렇게라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10대 집회 참가자
집에 있는 것보다 나와서 저의 마음을 알리고 싶어서…

<인터뷰> 김윤태 / 고려대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 교수
정당이나 시민단체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 비율은 좀 낮은 편이지만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의식은 아주 높은 편입니다. 자기 삶에 직접 관련이 있는 이슈라면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경향도 강하고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집회 현장에선 엄숙하고 무거운 음악들이 흘러나왔습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세대에게 집회 분위기의 변화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인터뷰> 최용현 / 집회 참가자 (63세)
(과거 집회는) 약간 투박하고 일촉즉발이라든지 이런 긴장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긴장감은 전혀 없고 아주 웃으면서 정말로 뜻하는 바를 끝까지 이어나가는, 정말로 이제 우리나라가 꽃이 피어나가는 이 순간을 느끼는 게 완전히 예전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인터뷰> 김헌식 / 문화평론가
딱딱하고 엄숙한 집회 현장이지만 그거를 우리의 어떤 마당으로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들이 굉장히 강해요. 그러니까 이런 생각과 또 기성세대가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려고 하는 맞물리는 어떤 흐름들이 탄핵 집회 현장에서 문화적으로 지금 표출이 되고 있고.


탄핵 촉구 집회의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양현서 씨.

고등학생인 현서 씨가 왜 이 자리에 나왔을까.

<인터뷰> 양현서 / 집회 참가자
저 하나하나가 도움이 되는 상황이잖아요. 지금은 팬들 응원봉 들고 있는 것도 봤고, 노래들도 서로서로 10대, 20대가 좋아하는 노래 틀어달라,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노래 틀어 달라 하는 거 보고 분위기가 너무 좋을 것 같아서 나오게 됐어요.

서울에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쉽게 동행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양현서 / 집회 참가자
SNS에 글을 게시하거나 저희 단체 대화방이 따로 있거든요. 동행을 구하는 단체 대화방. 거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낯을 가리긴 하지만 어차피 똑같은 마음으로 모인 사람이라서 딱히 긴장감이 오래 가는 것 같지 않아요.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의 뜻을 보여준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집회 현장 근처 음식점엔 음료나 음식값을 미리 계산해두는 ‘선결제’가 잇따랐습니다.


<인터뷰> 서은진 / 카페 사장
시위에 참석해서 추위에 떨고 계셨던 분들한테 다 나누어 달라고 이렇게 말씀하시고, 제가 몇 잔씩 남았다라고 문자를 넣어드리면 SNS에 올려서 오신 분들 가셔서 많이 드셔라, 자유롭게 드셔라 이렇게 많이 글도 남겨주시는 것 같고.

집회가 끝난 뒤 쓰레기를 치우러 모인 여성들. 서로 일면식도 없었지만 SNS를 통해 만났습니다.


<인터뷰> 홍하율 / 여성촛불청소연합
쓰레기 줍는 건 어렵지 않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너무 보람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고요, 얼마든지 이런 식으로 같이 연대할 수 있다는 거를 좀 알았으면 했어요.

<인터뷰> 김헌식 / 문화평론가
워낙 SNS를 통해서 자기의 어떤 취향이라든지 의사 같이 할 사람들을 모으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소통과 연대가 이제 충분히 가능한 세대였다는 것을 이번에 잘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무장한 군인들을 동원한 비상계엄.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은 평화로운 방식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설가 한강은 “이번 일로 시민들이 보여준 진심과 용기 때문에 감동을 많이 했다”며,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들의 평화적인 요구는 정치인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인터뷰> 박원호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저는 굉장히 큰 요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옛날을 생각하면서 두려움을 느끼는데 젊은 세대들은 이거는 그냥 자기들 기준에는 그냥 맞지 않는 거예요. 비정상인 거죠.

<인터뷰> 김윤태 / 고려대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 교수
평화적인 집회 자체가 정치적 의사 결정을 바꿀 수는 없죠. 그러나 평화 집회에 다수의 대중 참여를 이끌 수 있습니다. 인구 중에 시민 참여가 15%가 넘으면 국가의 의제가 됩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거죠. 30% 이상이 참여한다면 시민의 요구가 관철된다는 전세계적인 비교 연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평화 집회를 할수록 집회의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여론을 바꿀 수 있고 정치인과 국회에 대한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 심판의 시간

헌정사상 3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인터뷰> 노희범 / 변호사 · 전 헌법연구관
대통령은 지위는 대통령이지만 모든 권한 행사는 다 넘어간 상태죠. 그러니까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비롯해서 그 어떠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대통령의 직무 정지와 함께 수사는 더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에게는 어떤 혐의가 적용될까.

김용현 전 국방장관 구속영장에 나온 혐의. “윤석열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


김 전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자 혐의가 적용됐고, 윤 대통령에겐 내란 수괴. 즉 내란의 우두머리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 최정학 /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국방장관의 건의를 받아서 수용하는 형식으로 했다고 하지만 결국 계엄 계엄령을 발표했고 발표한 장면을 모든 국민에게 자기가 스스로 했고. 그걸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자가 대통령이고. 그건 그야말로 최정점에 있었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죠.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섰던 경찰. 경호처와 8시간 넘게 대치한 끝에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녹취> 김근만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안보수사1과장
저희가 직접 대통령실 등 장소에 들어가서 직접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강력 요청을 하였습니다만 공무상 비밀, 군사상 비밀 등의 이유로 직접 들어가지는 못한다고 지금 거부를 하였고 그에 따라 임의제출 받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떠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노희범 / 변호사 · 전 헌법연구관
대통령이 대통령실은 이제 권한 정지되면 이용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관저에 계속 머무르는 정도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어요. 대통령은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야죠.

윤 대통령은 법리 다툼에 대비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난 12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입니다.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입니까?

<인터뷰> 노희범 / 변호사 · 전 헌법연구관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고 그러는데 내란은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면 내란죄예요. 한 1년 정도 내란이 있어야 내란죄가 되고 뭐 1시간짜리 내란은 내란이 아니고 그런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인터뷰> 최정학 /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아무리 고도의 통치 행위, 통치 행위를 넘어선 초고도의 통치 행위를 한다 하더라도 헌법 질서를 벗어나는 것을 통치 행위라고 얘기할 수 없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접수일로부터 180일, 즉 6개월 이내에 결론이 납니다. 헌재의 결정은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 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

헌재는 91일의 심리 끝에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인터뷰> 전학선 /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때도 12월 중순에서 3월 초에 이제 종국 결정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길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직무 집행이 정지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면 굉장히 국가가 정체돼 있다는 거거든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과 국헌 문란의 목적이 있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인터뷰> 노희범 / 변호사 · 전 헌법연구관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주로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위헌 위법성이거든요. 비록 내란죄 부분도 있지만 그리고 어떻게 보면 사실관계가 많이 드러나 있고 법 위반 사항이 명확이 드러난 부분이 많이 있어요, 현재.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보다는 훨씬 더 쟁점이나 사실관계가 더 심플하다.

현재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이 공석입니다.


국회는 올해 말까지 재판관 3명에 대한 추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노희범 / 변호사 · 전 헌법연구관
9명의 재판관으로 완전체를 구성해서 절차적인 어떤 이견이나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나흘 만에 침묵을 깨고 나타난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서 한 발짝 물러설 뜻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난 7일)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닷새 뒤, 기존 입장을 뒤집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난 12일)
범죄자 집단이 국정을 장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인터뷰> 박원호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대국민담화 같은 경우에는 자기를, 자기만을 지지하는 10% 15%의 유권자분들 잠재적인 지지자들에게 이야기를 한 거죠. 그래서 저는 그런 의미에서... 좀 굉장히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해야 되나요?

이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안 21건과 시행령 21건을 재가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이틀 뒤,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은 정지됐습니다.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지만, 비상계엄이 초래한 혼란과 분열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광화문의 우리 애국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윤 대통령님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권준혁 /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
민주주의가 아직까지 살아있구나. 그리고 우리 국민은 아직까지도 힘을 낼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희망을 좀 더 품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정자현 /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
너무 좋았어요. 역사책 속에 들어온 거 같아서. 제가 뭔가 큰일을 한 거 같은 그런 느낌. 국민의 뜻대로 된 거니까 우리가 승리했다.

■ 에필로그
<녹취> 윤석열 / 당시 여주지청장 (2013년)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그것을 어떻게 따릅니까?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2013년, 정권의 수사 외압을 거침없이 폭로한 검사 윤석열.

이 말로 평검사로 좌천된 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복귀하면서 그가 강조했던 것, 법과 원칙이었습니다.


<녹취> 윤석열 / 당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 (2016년)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

이후 검찰총장으로 파격 발탁됐지만, 정권과 등을 진 채 돌아섰습니다.


<녹취> 윤석열 / 당시 검찰총장 (2021년)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습니다.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지금 이제까지입니다.

보수 야당의 대선후보로 화려하게 부활한 윤 대통령.


<녹취> 윤석열 /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2021년)
마치 민주화 투사인 것처럼 지금까지 자기들끼리 끼리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이렇게 살아온 그 집단들이 이번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국가와 국민을 약탈하고 있습니다.

정권을 잡은 뒤 그가 내건 약속.

<녹취> 윤석열 / 당시 대통령 당선인 (2022년)
대통령직을 정식으로 맡게 되면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헌법 정신과 의회 존중, 그리고 협치였습니다.


하지만 재임 기간 내내 야당인 민주당과 대립각만 세웠고....

<녹취> 윤석열 대통령 (2023년 6월 28일)
허위 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정치적 해결을 포기한 채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2024년 12월 3일)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내란죄 피의자’가 된 대통령, 자신의 잘못을 단 한 가지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2024년 12월 12일)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입니다.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습니까? 저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대통령에게는 이제 법과 원칙에 입각한 심판이 남았습니다.

취재: 조정인 김기화 강나루 이규명 김가람 이지은 김채린 강병수 방준원 박진수
촬영: 조선기 강우용 설태훈
촬영기자: 김민준
편집: 최정연 이기승 김기곤
그래픽: 장수현 이시영
자료조사: 이승민 한혜민 권현서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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