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외치던 북한…막상 ‘계엄·탄핵’ 기사는 신문 귀퉁이에? [뒷北뉴스]

입력 2024.12.21 (07:00) 수정 2024.12.2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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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비상계엄 ·탄핵사태' 노동신문 6면에 보도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보통 총 6면으로 발행됩니다. 체제 선전과 선동 같은 거부감 드는 내용이 가득하지만 기사 배치 방식은 남한 신문과 닮았습니다.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일수록 앞면에 넣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부 활동이나 신형 무기 시험 같은 내용은 1면에 커다란 사진과 함께 실립니다. 반면 맨 '마지막 장'인 6면은 주로 '가자지대에서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살륙만행' 같은 북한 시각이 담긴 국제뉴스나 '더운 물의 건강효과' 같은 생활 소식 따위과 함께 채워집니다.

북한도 비상계엄과 현재 탄핵 정국까지 남한 내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보도나 언급은 현재까지 딱 3번뿐이었습니다.

지난 11일 '괴뢰한국에서 비상계엄사태로 사회적동란 확대, 전역에서 100만명이상의 군중이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항의행동 전개, 국제사회가 엄정히 주시'라는 긴 제목으로 북한 매체들의 첫 보도가 나왔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약 1주일 만입니다. 국회의사당 앞 촛불집회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군의 국회 진입, 이후 해제 과정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12월 11일 북한 노동신문 6면12월 11일 북한 노동신문 6면

다음날인 12일에도 "비상계엄 사태의 진상이 점차 밝혀지면서 윤석열 괴뢰의 탄핵을 요구하는 항의의 목소리가 연일 고조 되고 있으며, 정치적 혼란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4일 발생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은 북한에선 16일에 보도됐습니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당시엔, 해당 내용을 4시간 만에 보도했는데 이번엔 이틀 걸렸습니다.

12월 16일 북한 노동신문12월 16일 북한 노동신문

남한 내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에 대한 노동신문 기사는 공통적으로 6면에 실렸습니다. 쉽게 말해 비중있게 다루지 않은 겁니다. 해외 반응을 빌리는 형식으로 대남 비난을 하긴 했지만, 평가보단 사안 전달에 집중했습니다. 만약 북한이 이 사안을 제대로 다루고자 했다면 6면에 배치하는 기사 대신 공식 담화나 성명을 발표했을 것이고 이는 노동신문 앞면에 나왔을 겁니다.

■국정원 "북한, 한국 정세 급변에 '로우키' 유지"…그 이유는?

국정원은 지난 19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개최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이 한국의 정세 급변에 대해 '로우키(low-key·절제된 방식)'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남한 비방을 쏟아낸 북한이 정작 남한 위기 상황에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정원은 3가지 분석을 내놨습니다.

첫 번째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를 가지고 대남 무관심 모양새를 견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새로 규정했습니다. 남북이 더는 동족이 아니니 통일도 하지 않겠다는 충격 선언이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이 말을 시작으로 올해 꾸준히 남북 관계 단절 조치를 이어갔습니다. 남북 간 연결 도로를 폭파하고, 방벽을 쌓고, 지뢰를 설치했습니다. 이러한 행위의 연장선에서 남한은 이제 다른 나라니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한국 국내 정치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전쟁을 계속 위협하고 있고 전쟁 임박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지난 몇 달 동안 강조를 해 왔다"며 이번 사태를 자신들 주장의 근거로 삼으며 이용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굳이 공세를 펼쳐서 현 프레임 안에 자신들이 들어가는 것보다 현재 한국에 프레임이 집중되도록 한 뒤 자신의 정당성을 나중에 얻어가려고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1만 1천여 명의 자국 핵심 전력이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떠난 상황에서 굳이 남북 간 긴장을 높이길 원치 않는 측면도 있습니다. 국정원은 파병된 북한군이 이달 들어 전투에 투입돼 최소 백여 명이 숨지고, 천여 명이 다쳤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는 " 우리 민주적 시스템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게 되면 체제 관리에 부담 발생한다고 생각해 사실 관계 의거해 보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지난 11일 처음으로 비상계엄 사태를 보도할 당시 21장의 사진을 함께 실었습니다. 모두 집회 현장 사진이었습니다.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을 보좌진과 시민들이 막아선 모습은 단 한장도 담기지 않았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권력 자체가 완벽하게 관철되는 것을 정치 문화로 갖고 있기 때문에, '시민 저항'에 의해서 뭔가 거부되는 모습들을 공개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질 뻔한 초유의 사태를 막아내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한국의 정치 시스템을 체제의 억압을 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는 겁니다.

12월 11일 북한 노동신문12월 11일 북한 노동신문

■ 곧 '연말 전원회의'…북한 새 대남 메시지는?

북한은 이달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개최합니다. 북한 연말 전원회의는 한 해를 결산하고 새해 국정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입니다. 지난해엔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 방침을 바로 이 회의에서 처음 공개했습니다. 남한 내 정치 상황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이번에 북한의 대남 메시지가 나올지, 나온다면 어떤 내용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홍 선임연위원은 "대남 또는 대미 관련한 메시지는 굉장히 원칙적인 발언을 하거나 상당히 건조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비상계엄 사태 수사 결과가 나오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 결과가 가시화하는 시점에 북한이 그것을 공세적으로 선전 또는 심리전 측면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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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21 07:00:02
    • 수정2024-12-21 07: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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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비상계엄 ·탄핵사태' 노동신문 6면에 보도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보통 총 6면으로 발행됩니다. 체제 선전과 선동 같은 거부감 드는 내용이 가득하지만 기사 배치 방식은 남한 신문과 닮았습니다.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일수록 앞면에 넣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부 활동이나 신형 무기 시험 같은 내용은 1면에 커다란 사진과 함께 실립니다. 반면 맨 '마지막 장'인 6면은 주로 '가자지대에서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살륙만행' 같은 북한 시각이 담긴 국제뉴스나 '더운 물의 건강효과' 같은 생활 소식 따위과 함께 채워집니다.

북한도 비상계엄과 현재 탄핵 정국까지 남한 내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보도나 언급은 현재까지 딱 3번뿐이었습니다.

지난 11일 '괴뢰한국에서 비상계엄사태로 사회적동란 확대, 전역에서 100만명이상의 군중이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항의행동 전개, 국제사회가 엄정히 주시'라는 긴 제목으로 북한 매체들의 첫 보도가 나왔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약 1주일 만입니다. 국회의사당 앞 촛불집회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군의 국회 진입, 이후 해제 과정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12월 11일 북한 노동신문 6면
다음날인 12일에도 "비상계엄 사태의 진상이 점차 밝혀지면서 윤석열 괴뢰의 탄핵을 요구하는 항의의 목소리가 연일 고조 되고 있으며, 정치적 혼란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4일 발생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은 북한에선 16일에 보도됐습니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당시엔, 해당 내용을 4시간 만에 보도했는데 이번엔 이틀 걸렸습니다.

12월 16일 북한 노동신문
남한 내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에 대한 노동신문 기사는 공통적으로 6면에 실렸습니다. 쉽게 말해 비중있게 다루지 않은 겁니다. 해외 반응을 빌리는 형식으로 대남 비난을 하긴 했지만, 평가보단 사안 전달에 집중했습니다. 만약 북한이 이 사안을 제대로 다루고자 했다면 6면에 배치하는 기사 대신 공식 담화나 성명을 발표했을 것이고 이는 노동신문 앞면에 나왔을 겁니다.

■국정원 "북한, 한국 정세 급변에 '로우키' 유지"…그 이유는?

국정원은 지난 19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개최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이 한국의 정세 급변에 대해 '로우키(low-key·절제된 방식)'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남한 비방을 쏟아낸 북한이 정작 남한 위기 상황에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정원은 3가지 분석을 내놨습니다.

첫 번째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를 가지고 대남 무관심 모양새를 견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새로 규정했습니다. 남북이 더는 동족이 아니니 통일도 하지 않겠다는 충격 선언이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이 말을 시작으로 올해 꾸준히 남북 관계 단절 조치를 이어갔습니다. 남북 간 연결 도로를 폭파하고, 방벽을 쌓고, 지뢰를 설치했습니다. 이러한 행위의 연장선에서 남한은 이제 다른 나라니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한국 국내 정치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전쟁을 계속 위협하고 있고 전쟁 임박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지난 몇 달 동안 강조를 해 왔다"며 이번 사태를 자신들 주장의 근거로 삼으며 이용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굳이 공세를 펼쳐서 현 프레임 안에 자신들이 들어가는 것보다 현재 한국에 프레임이 집중되도록 한 뒤 자신의 정당성을 나중에 얻어가려고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1만 1천여 명의 자국 핵심 전력이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떠난 상황에서 굳이 남북 간 긴장을 높이길 원치 않는 측면도 있습니다. 국정원은 파병된 북한군이 이달 들어 전투에 투입돼 최소 백여 명이 숨지고, 천여 명이 다쳤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는 " 우리 민주적 시스템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게 되면 체제 관리에 부담 발생한다고 생각해 사실 관계 의거해 보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지난 11일 처음으로 비상계엄 사태를 보도할 당시 21장의 사진을 함께 실었습니다. 모두 집회 현장 사진이었습니다.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을 보좌진과 시민들이 막아선 모습은 단 한장도 담기지 않았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권력 자체가 완벽하게 관철되는 것을 정치 문화로 갖고 있기 때문에, '시민 저항'에 의해서 뭔가 거부되는 모습들을 공개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질 뻔한 초유의 사태를 막아내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한국의 정치 시스템을 체제의 억압을 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는 겁니다.

12월 11일 북한 노동신문
■ 곧 '연말 전원회의'…북한 새 대남 메시지는?

북한은 이달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개최합니다. 북한 연말 전원회의는 한 해를 결산하고 새해 국정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입니다. 지난해엔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 방침을 바로 이 회의에서 처음 공개했습니다. 남한 내 정치 상황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이번에 북한의 대남 메시지가 나올지, 나온다면 어떤 내용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홍 선임연위원은 "대남 또는 대미 관련한 메시지는 굉장히 원칙적인 발언을 하거나 상당히 건조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비상계엄 사태 수사 결과가 나오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 결과가 가시화하는 시점에 북한이 그것을 공세적으로 선전 또는 심리전 측면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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