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치장 잘못 표기한 경찰…성범죄 피의자가 거리로

[앵커]

그런데 이 40대 성범죄 피의자는 체포 열흘 만에 거리로 나왔습니다.

경찰이 구금 당시 '유치장' 장소를 잘못 적어 '불법 구금' 판단이 내려져 피의자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황당한 상황 이후 여성은 거리에서 성범죄 피의자와 마주치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김옥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울산 동부경찰서가 40대 남성 박 모 씨를 유사강간, 폭행 등 혐의와 박 씨의 아내를 방조 혐의로 함께 체포한 건 지난 11월.

경찰은 체포 시간 36시간안에 피해자와 주변인 진술을 모아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습니다.

그런데 구속영장신청 서류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유치장이 없는 동부서는 통상적으로 피의자를 울산 북부경찰서 유치장으로 통합 배정해 왔는데, 구속 영장 신청안 시스템의 자동 설정이 잘못돼 구금 장소를 중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처리했습니다.

동부서 측은 수기로 수정해 다시 청구했지만, 검찰 측은 시스템 상 잘못된 정보만 조회하고, 수기로 내용을 고친 서류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서류와 실제 구금장소가 달라 피의자 부부는 '불법 구금' 우려가 있다는 검찰 판단에 열흘만에 유치장에서 풀려났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 직원이 집행할 때 한번 봤어야 되는데, 그걸 못 본 게 좀 실수입니다."]

[검찰 관계자/음성변조 : "적법 절차를 준수를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인 것도 같습니다."]

이후 영장을 재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미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으며, 피의자 부부의 거주지가 일정하고, 출석 요구에 제대로 응하고 있다며 구속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부랴부랴 피해 여성을 위한 경호를 강화했지만, 여성은 물론 가족을 상대로도 살해 협박을 한 피의자 부부와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게 됐습니다.

여성은 피해 증거 수집을 이유로 통화 내역서를 뽑기 위해 인근 통신사 기지국을 향했는데, 결국 그곳에서 박 씨를 마주쳤다고 말합니다.

[피해 여성/음성변조 : "제 의지랑 상관없이 몸이 막 떨리고, 심장이 빨리 뛰고 컨트롤(조종)이 안 되니까, 경호원분들께서 막아서고 계셨고…."]

울산경찰청은 처음 행정 실수를 범한 동부서 직원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최진백/그래픽:박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