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바람 멈출 때까지 방법이 없다”…미 LA 산불도 ‘기후 변화’ 영향

입력 2025.01.14 (15:28) 수정 2025.01.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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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LA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화재, 역대 최악의 화재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그야말로 이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현지 시각 지난 7일 난 화재인데 지금까지 진화가 안 되는 거잖아요?

피해 규모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일 것 같습니다.

[기자]

현지 시각으로 13일 현재 산불 5개 가운데 2개는 완전히 꺼졌고, 3개가 번지고 있는데요.

이번 화재로 최소 24명이 목숨을 잃고 23명이 실종됐습니다.

또 18만 명 이상이 현재 대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재 발생 전후로 캘리포니아 일대를 촬영한 위성 사진입니다.

주택 수천 개가 모여 있던 한 지역은 화마가 휩쓸고 간 뒤 검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이렇게 현재까지 160제곱킬로미터 이상의 면적이 불에 타 사라졌습니다.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 이상이 며칠 사이 재가 돼버린 셈인데요.

주택과 건물 등 만 2천 채가 전부 타버렸거나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금액으로 따져보자면 현재까지 최대 우리 돈 220조 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됩니다.

[후안 페레즈/캘리포니아주 알타데나 주민 : "20여 년 전 이 집을 지었는데, 완전히 사라졌어요. 저뿐만 아니라 이웃 모두 집이 사라졌어요. 어떻게 복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모르겠어요."]

[앵커]

주민들의 절망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요.

유명인들도 피해를 많이 입었다고요?

[기자]

네, LA에는 할리우드가 있어서 배우 등 유명인이 많이 살기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특히 할리우드 배우, 스포츠 스타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LA 해안가 말리부 지역도 화재 피해가 컸습니다.

바로 그 말리부 지역을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바닷가를 따라 지어진 집들이 이번 산불로 모두 타버린 모습입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배우 멜 깁슨, 힐튼 그룹의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 집도 전소됐고요.

배우 빌리 크리스털, 애덤 브로디 등 뿐만 아니라 전 메이저리그 박찬호 선수의 저택도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피해가 어마어마한데,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바로 '샌타 애나'라고 불리는 엄청난 강풍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불길을 잡으려고 해도 불이 번지는 속도가 더 빠른 상황입니다.

샌타 애나는 해마다 9월부터 이듬해 5월 사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강한 바람입니다.

미국 남서부 네바다와 유타의 일부에 걸친 사막 지역에서 형성되는데요.

이 지대는 남부 캘리포니아보다 높습니다.

여기서 공기가 협곡 등을 지나 캘리포니아로 이동하면서 속도가 빨라지는 겁니다.

건물 사이로 바람이 통과할 때 거세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 바람이 남부 캘리포니아에 도달할 때쯤이면 시속 60에서 90킬로미터에 달하게 되는데요.

돌풍으로 변할 때는 시속 110킬로미터를 가뿐히 넘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이면 불길이 잡히기는 할까요?

미 소방 당국의 고충도 크겠습니다.

[기자]

네, 실제 화재 진화율은 불길이 큰 지역 중 하나인 팰리세이즈 지역의 경우 14%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현지 시각 15일까지 돌풍이 또 예고돼 있다는 겁니다.

[앤서니 마론/LA 카운티 소방서장/현지 시각 13일 : "심각한 화재 기상 조건은 수요일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해당 지역의 모든 소방서와 모든 법 집행 기관이 대비하고 있으니 안심하시기를 바랍니다."]

현지 시각 14일 가장 위험한 날이라고 경고한 소방 당국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우선 교도소 수감자 천 명 정도를 진화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수감자 소방관들인데, 캘리포니아주 당국의 18개월짜리 소방 관련 훈련을 이수 받은 사람들입니다.

또 소방 용수가 고갈되면서 마지막 수단으로 바닷물까지 퍼 나르는 중입니다.

보통 바닷물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소방 장비를 부식시키기 때문에 소방 용수로는 사용되지 않는데요.

지금은 민물, 바닷물 가려서 사용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죠.

[앵커]

그런데 샌타 애나가 이렇게 수시로 발생하는 거면, 사실 해마다 문제가 반복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사실 그동안 샌타 애나로 인한 크고 작은 산불은 종종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기후변화로, 산불이 보통 나지 않는 시기에 날 가능성, 그리고 한번 나면 크게 날 가능성 모두 점점 커지고 있는 건데요.

[린든 프론토/유럽 산림연구소 화재 관리 수석 전문가 : "이번의 경우 기후변화의 명백한 영향은, 산불을 낼 수 있는 초목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연평균 일수가 1980년대 이후 두 배로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의 산불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을 오가는 극단적 날씨가 강화되고 있는데요.

이 같은 기후변화가 캘리포니아 지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지난해에는 비가 많이 와서 초목이 무성하게 자랐다가, 최근 심한 가뭄으로 바짝 마르면서 산불이 번지기에 최적의 조건이 됐다는 겁니다.

기후변화로 산불의 강도가 매해 강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지역이 점점 줄어들 것이란 암울한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이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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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14 15:28:45
    • 수정2025-01-14 15:35:37
    월드24
[앵커]

미국 LA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화재, 역대 최악의 화재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그야말로 이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현지 시각 지난 7일 난 화재인데 지금까지 진화가 안 되는 거잖아요?

피해 규모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일 것 같습니다.

[기자]

현지 시각으로 13일 현재 산불 5개 가운데 2개는 완전히 꺼졌고, 3개가 번지고 있는데요.

이번 화재로 최소 24명이 목숨을 잃고 23명이 실종됐습니다.

또 18만 명 이상이 현재 대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재 발생 전후로 캘리포니아 일대를 촬영한 위성 사진입니다.

주택 수천 개가 모여 있던 한 지역은 화마가 휩쓸고 간 뒤 검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이렇게 현재까지 160제곱킬로미터 이상의 면적이 불에 타 사라졌습니다.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 이상이 며칠 사이 재가 돼버린 셈인데요.

주택과 건물 등 만 2천 채가 전부 타버렸거나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금액으로 따져보자면 현재까지 최대 우리 돈 220조 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됩니다.

[후안 페레즈/캘리포니아주 알타데나 주민 : "20여 년 전 이 집을 지었는데, 완전히 사라졌어요. 저뿐만 아니라 이웃 모두 집이 사라졌어요. 어떻게 복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모르겠어요."]

[앵커]

주민들의 절망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요.

유명인들도 피해를 많이 입었다고요?

[기자]

네, LA에는 할리우드가 있어서 배우 등 유명인이 많이 살기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특히 할리우드 배우, 스포츠 스타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LA 해안가 말리부 지역도 화재 피해가 컸습니다.

바로 그 말리부 지역을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바닷가를 따라 지어진 집들이 이번 산불로 모두 타버린 모습입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배우 멜 깁슨, 힐튼 그룹의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 집도 전소됐고요.

배우 빌리 크리스털, 애덤 브로디 등 뿐만 아니라 전 메이저리그 박찬호 선수의 저택도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피해가 어마어마한데,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바로 '샌타 애나'라고 불리는 엄청난 강풍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불길을 잡으려고 해도 불이 번지는 속도가 더 빠른 상황입니다.

샌타 애나는 해마다 9월부터 이듬해 5월 사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강한 바람입니다.

미국 남서부 네바다와 유타의 일부에 걸친 사막 지역에서 형성되는데요.

이 지대는 남부 캘리포니아보다 높습니다.

여기서 공기가 협곡 등을 지나 캘리포니아로 이동하면서 속도가 빨라지는 겁니다.

건물 사이로 바람이 통과할 때 거세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 바람이 남부 캘리포니아에 도달할 때쯤이면 시속 60에서 90킬로미터에 달하게 되는데요.

돌풍으로 변할 때는 시속 110킬로미터를 가뿐히 넘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이면 불길이 잡히기는 할까요?

미 소방 당국의 고충도 크겠습니다.

[기자]

네, 실제 화재 진화율은 불길이 큰 지역 중 하나인 팰리세이즈 지역의 경우 14%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현지 시각 15일까지 돌풍이 또 예고돼 있다는 겁니다.

[앤서니 마론/LA 카운티 소방서장/현지 시각 13일 : "심각한 화재 기상 조건은 수요일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해당 지역의 모든 소방서와 모든 법 집행 기관이 대비하고 있으니 안심하시기를 바랍니다."]

현지 시각 14일 가장 위험한 날이라고 경고한 소방 당국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우선 교도소 수감자 천 명 정도를 진화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수감자 소방관들인데, 캘리포니아주 당국의 18개월짜리 소방 관련 훈련을 이수 받은 사람들입니다.

또 소방 용수가 고갈되면서 마지막 수단으로 바닷물까지 퍼 나르는 중입니다.

보통 바닷물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소방 장비를 부식시키기 때문에 소방 용수로는 사용되지 않는데요.

지금은 민물, 바닷물 가려서 사용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죠.

[앵커]

그런데 샌타 애나가 이렇게 수시로 발생하는 거면, 사실 해마다 문제가 반복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사실 그동안 샌타 애나로 인한 크고 작은 산불은 종종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기후변화로, 산불이 보통 나지 않는 시기에 날 가능성, 그리고 한번 나면 크게 날 가능성 모두 점점 커지고 있는 건데요.

[린든 프론토/유럽 산림연구소 화재 관리 수석 전문가 : "이번의 경우 기후변화의 명백한 영향은, 산불을 낼 수 있는 초목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연평균 일수가 1980년대 이후 두 배로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의 산불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을 오가는 극단적 날씨가 강화되고 있는데요.

이 같은 기후변화가 캘리포니아 지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지난해에는 비가 많이 와서 초목이 무성하게 자랐다가, 최근 심한 가뭄으로 바짝 마르면서 산불이 번지기에 최적의 조건이 됐다는 겁니다.

기후변화로 산불의 강도가 매해 강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지역이 점점 줄어들 것이란 암울한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이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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