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잊힌 전쟁’ 수단 2년째 내전 중…희생양은 국민들
입력 2025.01.15 (15:24)
수정 2025.01.1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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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 멀리 아프리카에 올해로 2년째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수단인데요.
국민의 30% 정도가 피난 중이지만 국제 사회 관심이 점점 줄어들면서 '잊힌 전쟁'이 돼가고 있습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내전이 이렇게 길어지고 있는데, 그동안 전해진 뉴스가 많지 않았잖아요?
최근 들려오는 소식이 좀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에 가려져 그동안 수단 내전은 상대적으로 국제적 관심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투가 격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수단 정부군 :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우리는 절대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습니다. 부르한 (장군) 부르한 (장군)!"]
정부군이 1년여 만에 주요 전략 요충지인 와드 메다니를 되찾은 건데요.
수단 국민들이 정부군의 승리를 함께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이곳은 정부군에 맞서 무장세력인 신속지원군이 2023년 12월부터 점령하고 있던 곳인데요.
와드 메다니는 전국 주요 지역을 잇는 간선 도로가 교차하는 곳입니다.
또 수단의 수도 하르툼과도 가깝습니다.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만큼, 이곳을 신속지원군이 다시 찾겠다고 밝히면서 전투가 격화될 수밖에는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정부군과 신속지원군, 그런데 어쩌다가 내전까지 벌이게 된 건가요?
[기자]
네, 쉽게 정리하자면 수단 내전은 두 군벌 간 벌이고 있는 권력 다툼이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 수단은 30년 동안 오마르 알-바시르라는 독재자의 통치 아래에 있었는데요.
그런데 2019년 4월에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이 힘을 합쳐 이 대통령을 쫓아냅니다.
이후 민정 이양을 위한 준비 내각이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이 준비 내각을 2년 뒤인 2021년에 또다시 쿠데타로 무너뜨립니다.
이때 주축이 됐던 정부군의 알-부르한 장군과 신속지원군의 다갈로 사령관, 이 둘이 권력을 사실상 장악하게 되는데요.
이후 두 세력은, 정부군 안에 신속지원군을 통합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기 시작합니다.
결국 알-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한때는 동맹이었던 두 군벌의 싸움은 2023년 4월 15일 유혈 충돌로 비화됐습니다.
[앵커]
30년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내전이라니, 수단 국민들이야말로 가장 절망스러울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독재 정권이 끝나고 새 세상이 오겠구나 했던 수단 국민들이 내전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내전이 벌어진 뒤 1년 사이에만 2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바시르/수단 피란민 : "분쟁으로 인해 우리는 고향을 떠나 피난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약 20일 전에 포트 수단에 도착했어요."]
바시르처럼 피란길에 오른 수단인들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천4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단의 전체 인구가 4천8백만 명 정도라고 하니까, 30% 달하는 국민이 내란을 피해 떠돌고 있는 겁니다.
3백 20만 명 정도는 이웃 나라인 차드, 이집트 등으로 아예 이주했고, 일부는 유럽으로까지 도피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범죄는 도망을 가도 피할 수가 없으니 수단인들 고통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내전 기간 정부군과 신속지원군 모두 민간인을 학살하고 폭행하는 등 민간인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신속지원군의 경우 민간인들 상대로 즉결 처분과 약탈, 여기에 조직적인 성폭행까지 저지르면서 이들에 대한 국제 사회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엔은 신속지원군이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고 보고 다갈로를 제재 명단에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앵커]
내전이 하루빨리 끝나야 할 텐데 최근 격화 조짐을 보인다면, 수단 국민들 고통, 계속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내전이 끝나야 국민들 고통도 줄어들 텐데, 현재로서는 두 군벌의 싸움이 언제 끝날지 속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미 유엔, 아프리카연합, 아랍연맹 등 정말 여러 곳이 나서서 계속 중재를 시도했고요.
두 달 전에는 미국의 수단 특사가 휴전을 종용하기 위해 수단을 직접 찾기도 했습니다.
[토마스 페리엘로/미국 수단 특사/지난해 11월 18일 : "우리는 이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종식되기를, 최근 자지라 주와 다른 곳에서 목격된 끔찍한 잔혹 행위가 끝나기를 바라는 열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당사자인 알-부르한 장군 등을 만나도 수단 내전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수단에는 심각한 기근까지 닥쳤습니다.
이미 5개 지역에서 기근이 발생했고 앞으로 6개월 안에 다른 지역도 식량이 심각하게 부족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요.
유엔은 810만 명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관심과 인도적 도움이 절실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전이 하루빨리 끝나야 하겠습니다.
그래픽:강민수/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이장미
저 멀리 아프리카에 올해로 2년째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수단인데요.
국민의 30% 정도가 피난 중이지만 국제 사회 관심이 점점 줄어들면서 '잊힌 전쟁'이 돼가고 있습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내전이 이렇게 길어지고 있는데, 그동안 전해진 뉴스가 많지 않았잖아요?
최근 들려오는 소식이 좀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에 가려져 그동안 수단 내전은 상대적으로 국제적 관심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투가 격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수단 정부군 :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우리는 절대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습니다. 부르한 (장군) 부르한 (장군)!"]
정부군이 1년여 만에 주요 전략 요충지인 와드 메다니를 되찾은 건데요.
수단 국민들이 정부군의 승리를 함께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이곳은 정부군에 맞서 무장세력인 신속지원군이 2023년 12월부터 점령하고 있던 곳인데요.
와드 메다니는 전국 주요 지역을 잇는 간선 도로가 교차하는 곳입니다.
또 수단의 수도 하르툼과도 가깝습니다.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만큼, 이곳을 신속지원군이 다시 찾겠다고 밝히면서 전투가 격화될 수밖에는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정부군과 신속지원군, 그런데 어쩌다가 내전까지 벌이게 된 건가요?
[기자]
네, 쉽게 정리하자면 수단 내전은 두 군벌 간 벌이고 있는 권력 다툼이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 수단은 30년 동안 오마르 알-바시르라는 독재자의 통치 아래에 있었는데요.
그런데 2019년 4월에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이 힘을 합쳐 이 대통령을 쫓아냅니다.
이후 민정 이양을 위한 준비 내각이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이 준비 내각을 2년 뒤인 2021년에 또다시 쿠데타로 무너뜨립니다.
이때 주축이 됐던 정부군의 알-부르한 장군과 신속지원군의 다갈로 사령관, 이 둘이 권력을 사실상 장악하게 되는데요.
이후 두 세력은, 정부군 안에 신속지원군을 통합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기 시작합니다.
결국 알-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한때는 동맹이었던 두 군벌의 싸움은 2023년 4월 15일 유혈 충돌로 비화됐습니다.
[앵커]
30년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내전이라니, 수단 국민들이야말로 가장 절망스러울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독재 정권이 끝나고 새 세상이 오겠구나 했던 수단 국민들이 내전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내전이 벌어진 뒤 1년 사이에만 2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바시르/수단 피란민 : "분쟁으로 인해 우리는 고향을 떠나 피난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약 20일 전에 포트 수단에 도착했어요."]
바시르처럼 피란길에 오른 수단인들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천4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단의 전체 인구가 4천8백만 명 정도라고 하니까, 30% 달하는 국민이 내란을 피해 떠돌고 있는 겁니다.
3백 20만 명 정도는 이웃 나라인 차드, 이집트 등으로 아예 이주했고, 일부는 유럽으로까지 도피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범죄는 도망을 가도 피할 수가 없으니 수단인들 고통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내전 기간 정부군과 신속지원군 모두 민간인을 학살하고 폭행하는 등 민간인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신속지원군의 경우 민간인들 상대로 즉결 처분과 약탈, 여기에 조직적인 성폭행까지 저지르면서 이들에 대한 국제 사회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엔은 신속지원군이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고 보고 다갈로를 제재 명단에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앵커]
내전이 하루빨리 끝나야 할 텐데 최근 격화 조짐을 보인다면, 수단 국민들 고통, 계속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내전이 끝나야 국민들 고통도 줄어들 텐데, 현재로서는 두 군벌의 싸움이 언제 끝날지 속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미 유엔, 아프리카연합, 아랍연맹 등 정말 여러 곳이 나서서 계속 중재를 시도했고요.
두 달 전에는 미국의 수단 특사가 휴전을 종용하기 위해 수단을 직접 찾기도 했습니다.
[토마스 페리엘로/미국 수단 특사/지난해 11월 18일 : "우리는 이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종식되기를, 최근 자지라 주와 다른 곳에서 목격된 끔찍한 잔혹 행위가 끝나기를 바라는 열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당사자인 알-부르한 장군 등을 만나도 수단 내전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수단에는 심각한 기근까지 닥쳤습니다.
이미 5개 지역에서 기근이 발생했고 앞으로 6개월 안에 다른 지역도 식량이 심각하게 부족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요.
유엔은 810만 명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관심과 인도적 도움이 절실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전이 하루빨리 끝나야 하겠습니다.
그래픽:강민수/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이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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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1-15 15: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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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아프리카에 올해로 2년째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수단인데요.
국민의 30% 정도가 피난 중이지만 국제 사회 관심이 점점 줄어들면서 '잊힌 전쟁'이 돼가고 있습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내전이 이렇게 길어지고 있는데, 그동안 전해진 뉴스가 많지 않았잖아요?
최근 들려오는 소식이 좀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에 가려져 그동안 수단 내전은 상대적으로 국제적 관심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투가 격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수단 정부군 :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우리는 절대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습니다. 부르한 (장군) 부르한 (장군)!"]
정부군이 1년여 만에 주요 전략 요충지인 와드 메다니를 되찾은 건데요.
수단 국민들이 정부군의 승리를 함께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이곳은 정부군에 맞서 무장세력인 신속지원군이 2023년 12월부터 점령하고 있던 곳인데요.
와드 메다니는 전국 주요 지역을 잇는 간선 도로가 교차하는 곳입니다.
또 수단의 수도 하르툼과도 가깝습니다.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만큼, 이곳을 신속지원군이 다시 찾겠다고 밝히면서 전투가 격화될 수밖에는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정부군과 신속지원군, 그런데 어쩌다가 내전까지 벌이게 된 건가요?
[기자]
네, 쉽게 정리하자면 수단 내전은 두 군벌 간 벌이고 있는 권력 다툼이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 수단은 30년 동안 오마르 알-바시르라는 독재자의 통치 아래에 있었는데요.
그런데 2019년 4월에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이 힘을 합쳐 이 대통령을 쫓아냅니다.
이후 민정 이양을 위한 준비 내각이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이 준비 내각을 2년 뒤인 2021년에 또다시 쿠데타로 무너뜨립니다.
이때 주축이 됐던 정부군의 알-부르한 장군과 신속지원군의 다갈로 사령관, 이 둘이 권력을 사실상 장악하게 되는데요.
이후 두 세력은, 정부군 안에 신속지원군을 통합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기 시작합니다.
결국 알-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한때는 동맹이었던 두 군벌의 싸움은 2023년 4월 15일 유혈 충돌로 비화됐습니다.
[앵커]
30년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내전이라니, 수단 국민들이야말로 가장 절망스러울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독재 정권이 끝나고 새 세상이 오겠구나 했던 수단 국민들이 내전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내전이 벌어진 뒤 1년 사이에만 2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바시르/수단 피란민 : "분쟁으로 인해 우리는 고향을 떠나 피난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약 20일 전에 포트 수단에 도착했어요."]
바시르처럼 피란길에 오른 수단인들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천4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단의 전체 인구가 4천8백만 명 정도라고 하니까, 30% 달하는 국민이 내란을 피해 떠돌고 있는 겁니다.
3백 20만 명 정도는 이웃 나라인 차드, 이집트 등으로 아예 이주했고, 일부는 유럽으로까지 도피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범죄는 도망을 가도 피할 수가 없으니 수단인들 고통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내전 기간 정부군과 신속지원군 모두 민간인을 학살하고 폭행하는 등 민간인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신속지원군의 경우 민간인들 상대로 즉결 처분과 약탈, 여기에 조직적인 성폭행까지 저지르면서 이들에 대한 국제 사회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엔은 신속지원군이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고 보고 다갈로를 제재 명단에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앵커]
내전이 하루빨리 끝나야 할 텐데 최근 격화 조짐을 보인다면, 수단 국민들 고통, 계속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내전이 끝나야 국민들 고통도 줄어들 텐데, 현재로서는 두 군벌의 싸움이 언제 끝날지 속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미 유엔, 아프리카연합, 아랍연맹 등 정말 여러 곳이 나서서 계속 중재를 시도했고요.
두 달 전에는 미국의 수단 특사가 휴전을 종용하기 위해 수단을 직접 찾기도 했습니다.
[토마스 페리엘로/미국 수단 특사/지난해 11월 18일 : "우리는 이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종식되기를, 최근 자지라 주와 다른 곳에서 목격된 끔찍한 잔혹 행위가 끝나기를 바라는 열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당사자인 알-부르한 장군 등을 만나도 수단 내전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수단에는 심각한 기근까지 닥쳤습니다.
이미 5개 지역에서 기근이 발생했고 앞으로 6개월 안에 다른 지역도 식량이 심각하게 부족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요.
유엔은 810만 명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관심과 인도적 도움이 절실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전이 하루빨리 끝나야 하겠습니다.
그래픽:강민수/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이장미
저 멀리 아프리카에 올해로 2년째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수단인데요.
국민의 30% 정도가 피난 중이지만 국제 사회 관심이 점점 줄어들면서 '잊힌 전쟁'이 돼가고 있습니다.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내전이 이렇게 길어지고 있는데, 그동안 전해진 뉴스가 많지 않았잖아요?
최근 들려오는 소식이 좀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에 가려져 그동안 수단 내전은 상대적으로 국제적 관심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투가 격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수단 정부군 :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우리는 절대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습니다. 부르한 (장군) 부르한 (장군)!"]
정부군이 1년여 만에 주요 전략 요충지인 와드 메다니를 되찾은 건데요.
수단 국민들이 정부군의 승리를 함께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이곳은 정부군에 맞서 무장세력인 신속지원군이 2023년 12월부터 점령하고 있던 곳인데요.
와드 메다니는 전국 주요 지역을 잇는 간선 도로가 교차하는 곳입니다.
또 수단의 수도 하르툼과도 가깝습니다.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만큼, 이곳을 신속지원군이 다시 찾겠다고 밝히면서 전투가 격화될 수밖에는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정부군과 신속지원군, 그런데 어쩌다가 내전까지 벌이게 된 건가요?
[기자]
네, 쉽게 정리하자면 수단 내전은 두 군벌 간 벌이고 있는 권력 다툼이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 수단은 30년 동안 오마르 알-바시르라는 독재자의 통치 아래에 있었는데요.
그런데 2019년 4월에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이 힘을 합쳐 이 대통령을 쫓아냅니다.
이후 민정 이양을 위한 준비 내각이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이 준비 내각을 2년 뒤인 2021년에 또다시 쿠데타로 무너뜨립니다.
이때 주축이 됐던 정부군의 알-부르한 장군과 신속지원군의 다갈로 사령관, 이 둘이 권력을 사실상 장악하게 되는데요.
이후 두 세력은, 정부군 안에 신속지원군을 통합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기 시작합니다.
결국 알-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한때는 동맹이었던 두 군벌의 싸움은 2023년 4월 15일 유혈 충돌로 비화됐습니다.
[앵커]
30년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내전이라니, 수단 국민들이야말로 가장 절망스러울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독재 정권이 끝나고 새 세상이 오겠구나 했던 수단 국민들이 내전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내전이 벌어진 뒤 1년 사이에만 2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바시르/수단 피란민 : "분쟁으로 인해 우리는 고향을 떠나 피난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약 20일 전에 포트 수단에 도착했어요."]
바시르처럼 피란길에 오른 수단인들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천4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단의 전체 인구가 4천8백만 명 정도라고 하니까, 30% 달하는 국민이 내란을 피해 떠돌고 있는 겁니다.
3백 20만 명 정도는 이웃 나라인 차드, 이집트 등으로 아예 이주했고, 일부는 유럽으로까지 도피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범죄는 도망을 가도 피할 수가 없으니 수단인들 고통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내전 기간 정부군과 신속지원군 모두 민간인을 학살하고 폭행하는 등 민간인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신속지원군의 경우 민간인들 상대로 즉결 처분과 약탈, 여기에 조직적인 성폭행까지 저지르면서 이들에 대한 국제 사회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엔은 신속지원군이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고 보고 다갈로를 제재 명단에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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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이 하루빨리 끝나야 할 텐데 최근 격화 조짐을 보인다면, 수단 국민들 고통, 계속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내전이 끝나야 국민들 고통도 줄어들 텐데, 현재로서는 두 군벌의 싸움이 언제 끝날지 속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미 유엔, 아프리카연합, 아랍연맹 등 정말 여러 곳이 나서서 계속 중재를 시도했고요.
두 달 전에는 미국의 수단 특사가 휴전을 종용하기 위해 수단을 직접 찾기도 했습니다.
[토마스 페리엘로/미국 수단 특사/지난해 11월 18일 : "우리는 이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종식되기를, 최근 자지라 주와 다른 곳에서 목격된 끔찍한 잔혹 행위가 끝나기를 바라는 열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당사자인 알-부르한 장군 등을 만나도 수단 내전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수단에는 심각한 기근까지 닥쳤습니다.
이미 5개 지역에서 기근이 발생했고 앞으로 6개월 안에 다른 지역도 식량이 심각하게 부족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요.
유엔은 810만 명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관심과 인도적 도움이 절실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전이 하루빨리 끝나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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