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아침]가계빚 ‘수렁 탈출’ 이제부터 시작

입력 2005.12.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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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견디기 힘들 정도의 빚을 졌던 경험 있으신 분들, 그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으실텐데요.

그 고통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신 분들,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 내용 보시면서 다시 한번 삶의 의지를 다잡아 보셨으면 합니다.

최영철 기자 자리했습니다.

최 기자, 어려움 속에서도 자활에 성공한 분들을 만나보셨다구요?

<리포트>

충북 청주의 한 중국 음식점.

배달 주문이 끊이지 않고 울리는 이곳은 동갑내기 부부 문창희, 박명남 씨가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입니다.

개업한지 불과 10여 개월 밖에 안됐지만 주위의 입소문을 타고 이제는 동네의 맛좋은 음식점으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하지만 이곳을다시 운영하기까지 문창희,박명남 씨 부부에게 지난 3년간은 세상의 모든 고통을 겪은 만큼의 힘겨웠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문창희(남편) : "애견 사업이 괜찮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1억 이상의 빚을 지고 카드 빚도 4,000만 원 정도 돼서 신용불량자가 됐죠."

2000년, 그동안 하던 중국음식점을 접고 새롭게 시작한 애견카페 사업은 3년간 1억원 이상의 적자만 냈는데요.

월세 집으로 옮겨 빚을 갚았지만 결국 신용불량자라는 굴레만 남겼습니다.

<인터뷰> 박명남(부인) : "제발 내일 아침에 눈 안 떴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을 정도로 심각했었죠. 우울증도 있었어요.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했고 누가 (집에)오는 것도 싫어했고..."

결국 애견 사업 3년 만에 빚 4,000만 원을 떠안고 부인 박 씨는 가게 점원으로 남편은 중국음식점 배달원으로 나섰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부인 박 씨의 건강에도 이상이 왔습니다.

조금만 힘이 들어도 몸에 무리가 왔지만 내색조차 할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나날이었습니다.

<인터뷰> 문창희(남편) : "그때는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죠. 남편으로서 아이들한테 아빠 도리도 못했고, 지인들하고 관계도 어려웠죠."

올해 2월, 부부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주에 중국음식점을 개업했습니다.

월세 보증금 1,500만 원과 친정에서 빌린 1,000만 원.

부인 박 씨의 신용카드 4장으로 받은 현금서비스 500만 원이 밑천이었습니다.

부인은 홀에서 음식을 나르고 남편은 배달을 하고 부부는 하루 14시간을 꼬박 가게에서 보냈습니다.

다행히 하루 매출이 40만 원에 이를 정도로 장사는 잘됐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음식점 개업을 하면서 무리하게 쓴 카드빚 때문에 고민하던 이들 부부는 저소득층에게 무담보로 대출을 해 주는 사회연대 은행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이들의 자활 의지를 높이 사 대출이 이뤄지면서 급한 빚을 갚을 수 있게 되면서 한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렇게 힘든 4년을 보내고 이들 부부는 4년 만에 처음으로 월 10만 원을 붓는 적금 통장까지 만들었는데요.

<인터뷰> 박명남(부인) : "지난달까지 (빚이) 완전히 정리가 됐고요. 이제 적금 하나 들어가고 있어요. 이 통장은 재료비 빼고 남은 수입을 입금 시키고 있어요."

나락으로 떨어졌던 고통의 시간을 겪었기에 이들 부부는 이제 희망을 이야기하고 주위의 어려움에도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문창희(남편) : "저희들도 아직 미약하지만 저희들보다 어려운 분들한테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미아리의 한 족발집.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곳은 희망을 대출 받은 사장님이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손님 : "아줌마, 고기 맛있는 걸로 주세요. (예, 최고로만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어엿한 사장님이지만 김연옥씨 역시 지난 5년간 절망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연옥 :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 15년 동안을 다른 사람 잠 잘 때 일하고, 새벽 2시에 들어가서 자고 5시면 일어나서 시장 다니면서 돈을 벌었는데, 친구 보증을 한 것이 잘못돼서 (그때는) 기가 막혔죠. 죽고 싶고..."

친구 빚 보증으로 날린 1억 5천은 김연옥 씨 가족의 전 재산이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남편과 어린 아들까지 뿔뿔이 흩어져 생활해야 했던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연옥 : "월급 타서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아들 생일에도 5,000원짜리 케이크 하나 못 사줬어요. 그렇게 옷 한 벌 못 사주면서 벌어가지고 빚 갚고 지금까지 온 거예요."

5년 만에 1억 5천만원의 빚을 다 갚은 김연옥 씨는 사회연대은행에서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이제 자신의 가게까지 갖게 됐는데요.

힘든 시간을 이겨낸 만큼 지금의 행복이 더 없이 소중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김연옥 :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제가 웃음이 너무 많아요. 지금은 ..."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듯한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들은 다시 한번 시작한다는 각오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자활의 꿈은 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앵커 멘트>

죽을 각오로 산다는 말도 있잖아요?

이 말이 새삼 떠 오르네요. 그동안 열심히 살지 못했던 저희 삶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만드네요.

지금까지 최영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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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12-26 0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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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견디기 힘들 정도의 빚을 졌던 경험 있으신 분들, 그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으실텐데요. 그 고통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신 분들,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 내용 보시면서 다시 한번 삶의 의지를 다잡아 보셨으면 합니다. 최영철 기자 자리했습니다. 최 기자, 어려움 속에서도 자활에 성공한 분들을 만나보셨다구요? <리포트> 충북 청주의 한 중국 음식점. 배달 주문이 끊이지 않고 울리는 이곳은 동갑내기 부부 문창희, 박명남 씨가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입니다. 개업한지 불과 10여 개월 밖에 안됐지만 주위의 입소문을 타고 이제는 동네의 맛좋은 음식점으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하지만 이곳을다시 운영하기까지 문창희,박명남 씨 부부에게 지난 3년간은 세상의 모든 고통을 겪은 만큼의 힘겨웠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문창희(남편) : "애견 사업이 괜찮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1억 이상의 빚을 지고 카드 빚도 4,000만 원 정도 돼서 신용불량자가 됐죠." 2000년, 그동안 하던 중국음식점을 접고 새롭게 시작한 애견카페 사업은 3년간 1억원 이상의 적자만 냈는데요. 월세 집으로 옮겨 빚을 갚았지만 결국 신용불량자라는 굴레만 남겼습니다. <인터뷰> 박명남(부인) : "제발 내일 아침에 눈 안 떴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을 정도로 심각했었죠. 우울증도 있었어요.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했고 누가 (집에)오는 것도 싫어했고..." 결국 애견 사업 3년 만에 빚 4,000만 원을 떠안고 부인 박 씨는 가게 점원으로 남편은 중국음식점 배달원으로 나섰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부인 박 씨의 건강에도 이상이 왔습니다. 조금만 힘이 들어도 몸에 무리가 왔지만 내색조차 할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나날이었습니다. <인터뷰> 문창희(남편) : "그때는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죠. 남편으로서 아이들한테 아빠 도리도 못했고, 지인들하고 관계도 어려웠죠." 올해 2월, 부부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주에 중국음식점을 개업했습니다. 월세 보증금 1,500만 원과 친정에서 빌린 1,000만 원. 부인 박 씨의 신용카드 4장으로 받은 현금서비스 500만 원이 밑천이었습니다. 부인은 홀에서 음식을 나르고 남편은 배달을 하고 부부는 하루 14시간을 꼬박 가게에서 보냈습니다. 다행히 하루 매출이 40만 원에 이를 정도로 장사는 잘됐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음식점 개업을 하면서 무리하게 쓴 카드빚 때문에 고민하던 이들 부부는 저소득층에게 무담보로 대출을 해 주는 사회연대 은행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이들의 자활 의지를 높이 사 대출이 이뤄지면서 급한 빚을 갚을 수 있게 되면서 한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렇게 힘든 4년을 보내고 이들 부부는 4년 만에 처음으로 월 10만 원을 붓는 적금 통장까지 만들었는데요. <인터뷰> 박명남(부인) : "지난달까지 (빚이) 완전히 정리가 됐고요. 이제 적금 하나 들어가고 있어요. 이 통장은 재료비 빼고 남은 수입을 입금 시키고 있어요." 나락으로 떨어졌던 고통의 시간을 겪었기에 이들 부부는 이제 희망을 이야기하고 주위의 어려움에도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문창희(남편) : "저희들도 아직 미약하지만 저희들보다 어려운 분들한테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미아리의 한 족발집.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곳은 희망을 대출 받은 사장님이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손님 : "아줌마, 고기 맛있는 걸로 주세요. (예, 최고로만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어엿한 사장님이지만 김연옥씨 역시 지난 5년간 절망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연옥 :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 15년 동안을 다른 사람 잠 잘 때 일하고, 새벽 2시에 들어가서 자고 5시면 일어나서 시장 다니면서 돈을 벌었는데, 친구 보증을 한 것이 잘못돼서 (그때는) 기가 막혔죠. 죽고 싶고..." 친구 빚 보증으로 날린 1억 5천은 김연옥 씨 가족의 전 재산이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남편과 어린 아들까지 뿔뿔이 흩어져 생활해야 했던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연옥 : "월급 타서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아들 생일에도 5,000원짜리 케이크 하나 못 사줬어요. 그렇게 옷 한 벌 못 사주면서 벌어가지고 빚 갚고 지금까지 온 거예요." 5년 만에 1억 5천만원의 빚을 다 갚은 김연옥 씨는 사회연대은행에서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이제 자신의 가게까지 갖게 됐는데요. 힘든 시간을 이겨낸 만큼 지금의 행복이 더 없이 소중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김연옥 :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제가 웃음이 너무 많아요. 지금은 ..."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듯한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들은 다시 한번 시작한다는 각오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자활의 꿈은 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앵커 멘트> 죽을 각오로 산다는 말도 있잖아요? 이 말이 새삼 떠 오르네요. 그동안 열심히 살지 못했던 저희 삶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만드네요. 지금까지 최영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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