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사고기 엔진서 ‘가창오리’ 유전자…“조류 있다” 직후 블랙박스 꺼져

지난달 29일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와 충돌한 조류는 가창오리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종사들이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가 있다”고 대화한 직후 사고기의 음성·비행기록장치는 저장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한 초기 현장 조사를 마치고, 오늘(25일) 무안공항에서 유가족을 대상으로 사고 조사 진행 현황과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사고 발생 30일째인 오는 27일까지 사조위는 조사 초기 확보한 사실 정보를 담은 ‘예비보고서’를 국제민간항공기구와 미국, 프랑스, 태국 등 관계국에 보내야 합니다.

사조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8시 54분 43초 제주항공 여객기는 무안 관제탑과 교신해 착륙 허가를 받았고 3분 뒤인 57분 50초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주의 정보를 받았습니다.

이후 8시 58분 11초에 조종사들이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가 있다고 대화한 내용이 남아있었지만, 대화 직후인 8시 58분 50초부터 사고기의 음성·비행기록장치는 동시에 기록이 중단됐습니다.

6초 뒤, 8시 58분 56초에 조종사는 복행 중 관제탑에 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선언 ‘메이데이’를 실시했습니다.

조류 충돌 직후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지면서 음성·비행 기록 저장도 멈췄고 곧바로 조종사는 메이데이를 선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약 4분간 사고 여객기는 활주로 좌측 상공으로 비행하다가 우측으로 선회한 후 활주로에 접근했으며,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 뒤 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조위는 공항 감시 카메라 영상을 통해 사고 항공기가 복행 중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양쪽 엔진에서 발견한 조류 깃털과 혈흔은 유전자 분석 결과 ‘가창오리’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조위는 현재 발견된 시료로는 조류 개체수나 다른 종류의 조류 포함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며, 엔진 상태 확인과 추가 시료 채취를 위해 엔진을 분해해 검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조류 영향과 로컬라이저 둔덕에 대해서는 별도로 연구용역을 의뢰해 전문적인 조사와 분석을 할 예정입니다.

사조위는 현재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프랑스 사고 조사 당국과 합동으로 사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달 20일, 초기 현장 조사를 종료했으며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잔해는 김포공항에 있는 사조위 시험분석 센터로 운송한 상태입니다.

사조위는 “앞으로도 유가족에게 사고 조사 진행 상황을 가장 먼저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