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드러난 폭발사고, 피해 학생 추가 확인

입력 2025.02.04 (07:57) 수정 2025.02.0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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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 당시 군경이 버리고 간 폭발물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희생됐다는 KBS 보도 이후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희생자가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안서연 고성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백사장 앞에 설 때마다 8살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와 발목을 잡습니다.

그날 형들은 바닷물로 피 묻은 책상을 씻고 있었습니다.

[오윤범/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생존자 : "책상 위에 촛물 떨어진 것처럼, 촛농처럼 핏자국이 뚝뚝뚝 있는 거야. 고학년들이 두 사람이 책상 하나씩 날라서 밖에 나가서 씻는 것도 기억에."]

책상에 누워 죽어간 아이들은 살아남은 이들의 가슴을 오래도록 두드렸습니다.

[오윤범/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생존자 : "국민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게 됐는데. 숙직할 때마다 그게 떠올라서 무서워서. 숙직 때마다 그게 떠올라서 밤중에. 그래서 숙직하는 거에 막 몸살 났어."]

폭발사고로 어린이 30여 명이 숨지거나 다친 1950년 7월 14일.

그 현장에 있던 1학년 소년은 친구의 죽음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故박장길/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목격자 : "(김두홍은) 살아있었어요. 창자만 나온 채 살아있었어요. 그러고 조금 있으니까 죽어버렸죠. 우리 동창 하나(김형수)는 또 손이 이렇게 잘려서."`]

70여 년이 지나서야 그날의 진상을 알게 된 동생은 마음이 무너집니다.

[김만봉/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희생자 故김두홍 동생 : "동네 형님이 방송 봐서 '표선초등학교에서 너희 형도 그 폭발물에 터져서 다 같이 돌아가셨는데 다른 사람들은 (희생자) 신청했다고 하는데 너네는 왜 신청 안 했냐'고 해서."]

파편에 맞아 엄지손가락을 잃고 이른 나이에 숨진 1학년 김형수의 피해도 드러났습니다.

[김순길/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생존자 故김형수 동생 : "운동장이 피로 막 범벅되고 다 쓰러져서 죽고 그랬는데 나중에 우리 오빠를 찾아서 보니 손가락 잘려서 피가 철철 나서 울었데."]

당시 제적부를 뒤지자 6학년 김창웅도 그날 숨졌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9년 전 위령탑에 새겨진 18명 이외에 또 다른 희생자들이 확인된 겁니다.

[故박장길/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목격자 : "불쌍한 아이들, 정말 억울하지 않게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친구들의 희생을 알린 박장길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한을 풀어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두 달 뒤 돌아가셨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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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전 드러난 폭발사고, 피해 학생 추가 확인
    • 입력 2025-02-04 07:57:06
    • 수정2025-02-04 08:29:48
    뉴스광장(제주)
[앵커]

4·3 당시 군경이 버리고 간 폭발물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희생됐다는 KBS 보도 이후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희생자가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안서연 고성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백사장 앞에 설 때마다 8살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와 발목을 잡습니다.

그날 형들은 바닷물로 피 묻은 책상을 씻고 있었습니다.

[오윤범/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생존자 : "책상 위에 촛물 떨어진 것처럼, 촛농처럼 핏자국이 뚝뚝뚝 있는 거야. 고학년들이 두 사람이 책상 하나씩 날라서 밖에 나가서 씻는 것도 기억에."]

책상에 누워 죽어간 아이들은 살아남은 이들의 가슴을 오래도록 두드렸습니다.

[오윤범/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생존자 : "국민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게 됐는데. 숙직할 때마다 그게 떠올라서 무서워서. 숙직 때마다 그게 떠올라서 밤중에. 그래서 숙직하는 거에 막 몸살 났어."]

폭발사고로 어린이 30여 명이 숨지거나 다친 1950년 7월 14일.

그 현장에 있던 1학년 소년은 친구의 죽음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故박장길/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목격자 : "(김두홍은) 살아있었어요. 창자만 나온 채 살아있었어요. 그러고 조금 있으니까 죽어버렸죠. 우리 동창 하나(김형수)는 또 손이 이렇게 잘려서."`]

70여 년이 지나서야 그날의 진상을 알게 된 동생은 마음이 무너집니다.

[김만봉/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희생자 故김두홍 동생 : "동네 형님이 방송 봐서 '표선초등학교에서 너희 형도 그 폭발물에 터져서 다 같이 돌아가셨는데 다른 사람들은 (희생자) 신청했다고 하는데 너네는 왜 신청 안 했냐'고 해서."]

파편에 맞아 엄지손가락을 잃고 이른 나이에 숨진 1학년 김형수의 피해도 드러났습니다.

[김순길/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생존자 故김형수 동생 : "운동장이 피로 막 범벅되고 다 쓰러져서 죽고 그랬는데 나중에 우리 오빠를 찾아서 보니 손가락 잘려서 피가 철철 나서 울었데."]

당시 제적부를 뒤지자 6학년 김창웅도 그날 숨졌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9년 전 위령탑에 새겨진 18명 이외에 또 다른 희생자들이 확인된 겁니다.

[故박장길/표선초등학교 폭발사고 목격자 : "불쌍한 아이들, 정말 억울하지 않게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친구들의 희생을 알린 박장길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한을 풀어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두 달 뒤 돌아가셨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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