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방치된 폐교, 전선도 떼어간다
입력 2025.02.20 (19:23)
수정 2025.02.2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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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아이들이 뛰놀았지만, 이제는 텅 비어버린 운동장.
가속화되는 지방소멸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현장, 폐교입니다.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학교가 문을 닫는 건 불가항력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빈 학교를 어쩌지 못하면서 골칫거리가 된다는 겁니다.
방치되는 폐교,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지만, 오랫동안 답을 못 찾고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인구 감소로 폐교가 늘어난다는 건데요.
폐교 관리 실태,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리포트]
시골 마을, 좁은 도로 옆으로 보이는 낡은 건물.
협조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폐교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학교, 건물은 나무에 뒤덮여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벽면엔 곰팡이가 가득하고 창문과 마룻바닥은 부서져 있습니다.
학생들의 발길이 끊긴 지 25년, 하지만 마을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추억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1967년 개교 당시 직접 흙과 돌을 날라 학교를 지은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정일남/1회 졸업생 : "어릴 때 그 마음이 항상 있죠, 여기를 보면. 가끔 한 번씩 오면 여기를 둘러보고 둘러보는데 나만 그러겠어요? 오신 분들이 다 그런 마음으로 한 번씩 둘러보고 가지, (그리고) 왜 학교가 이러냐고 그런 말들이 많아요."]
폐교를 활용하려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문회가 관리했고, 마을 행사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애정이 컸던 만큼 동문회 차원의 매입 시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 매각을 지양하라는 당시 교육청 방침 때문에 불발됐습니다.
[정일남/1회 졸업생 : "임대를 하든 어떻게 하든 하려고 계획서를 몇 번 냈어요. 학교를 보시면 지금 건물이 (안전상) 싹 철거가 돼야 될 부분이거든요 지금은. 그러다 보니까 좀 안타까운 것이 많죠."]
학교가 문을 닫은 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활용방안을 마련하기는 힘들어집니다.
내부 건물은 더 낡아가고 주변 환경도 나빠지면서 가치가 점점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2010년 문을 닫은 또 다른 폐교입니다.
엄연히 교육지원청 소유 시설인데, 변변한 출입문도 없습니다.
운동장에는 경운기가 세워져 있고, 건물 주변에는 풀이 무성히 자라 있습니다.
학교 정문이 개방돼 있어서 누구의 제지도 없이 들어올 수 있었는데 보시는 것처럼 문도 이렇게 떨어져 있고요.
이쪽에 보시면 유리창도 깨져 있어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눈에 띄는 건 뜯겨진 전기 시설.
구리와 전선, 차단기 등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누군가 떼어 간 흔적이 역력합니다.
[정총무/인근 마을 주민 : "(건물이) 비어 있으면 사람들이 손대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있으면 주인이 없다 보니까 고물상이나 아니면 필요한 물건들을 이렇게 손대는 부분이 파손의 어떤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지난해 보성에서는 마을 이장이 폐교를 빌려 쌀농사를 짓기도 하는 등, 폐교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
지난해까지 전남에서 문을 닫은 학교 844곳 중에 매각되거나 임대되지 않은 '미활용 폐교'는 69곳입니다.
전남교육청 자료를 보면, 이중 56곳은 '매각·대부 예정'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 자체 계획만 있고 실제 팔거나 빌릴 곳을 찾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매년 같은 내용이 지적되자, 전남교육청은 2021년부터 3년 동안 50억 원을 투입해 폐교 30여 곳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현재 절반이 넘는 18곳에서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남교육청은 올해부터 매달 9일을 '폐교 점검의 날'로 정했고 활용 방안도 찾기로 했지만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닙니다.
[김경순/전남도교육청 재산관리팀장 : "지역 주민들이 소득을 증대할 수 있는 시설, 그 안에서 공동으로 작목반을 한다든지 폐교를 활용해서. 그리고 아니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요즘 많이 문의 들어온 것이 파크 골크장, 그런 것들에 대해서 주민 복지 차원에서도 하고."]
입학철인 다음 달에만 전남에서 학교 10곳이 또 문을 닫습니다.
[박남기/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우리 지역사회의 특징에 맞춰서 어떻게 활용되는 것이 좋을 것인지, 이렇게 서로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또 이걸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용하고자 할 때 정부로부터는 어떤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왜냐하면 지역 사회가 다 해내기가 어렵거든요."]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범죄가 퍼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은 폐교 문제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폐교가 깨진 유리창이 아니라,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공간이 되도록 제도적,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한때 아이들이 뛰놀았지만, 이제는 텅 비어버린 운동장.
가속화되는 지방소멸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현장, 폐교입니다.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학교가 문을 닫는 건 불가항력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빈 학교를 어쩌지 못하면서 골칫거리가 된다는 겁니다.
방치되는 폐교,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지만, 오랫동안 답을 못 찾고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인구 감소로 폐교가 늘어난다는 건데요.
폐교 관리 실태,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리포트]
시골 마을, 좁은 도로 옆으로 보이는 낡은 건물.
협조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폐교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학교, 건물은 나무에 뒤덮여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벽면엔 곰팡이가 가득하고 창문과 마룻바닥은 부서져 있습니다.
학생들의 발길이 끊긴 지 25년, 하지만 마을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추억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1967년 개교 당시 직접 흙과 돌을 날라 학교를 지은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정일남/1회 졸업생 : "어릴 때 그 마음이 항상 있죠, 여기를 보면. 가끔 한 번씩 오면 여기를 둘러보고 둘러보는데 나만 그러겠어요? 오신 분들이 다 그런 마음으로 한 번씩 둘러보고 가지, (그리고) 왜 학교가 이러냐고 그런 말들이 많아요."]
폐교를 활용하려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문회가 관리했고, 마을 행사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애정이 컸던 만큼 동문회 차원의 매입 시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 매각을 지양하라는 당시 교육청 방침 때문에 불발됐습니다.
[정일남/1회 졸업생 : "임대를 하든 어떻게 하든 하려고 계획서를 몇 번 냈어요. 학교를 보시면 지금 건물이 (안전상) 싹 철거가 돼야 될 부분이거든요 지금은. 그러다 보니까 좀 안타까운 것이 많죠."]
학교가 문을 닫은 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활용방안을 마련하기는 힘들어집니다.
내부 건물은 더 낡아가고 주변 환경도 나빠지면서 가치가 점점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2010년 문을 닫은 또 다른 폐교입니다.
엄연히 교육지원청 소유 시설인데, 변변한 출입문도 없습니다.
운동장에는 경운기가 세워져 있고, 건물 주변에는 풀이 무성히 자라 있습니다.
학교 정문이 개방돼 있어서 누구의 제지도 없이 들어올 수 있었는데 보시는 것처럼 문도 이렇게 떨어져 있고요.
이쪽에 보시면 유리창도 깨져 있어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눈에 띄는 건 뜯겨진 전기 시설.
구리와 전선, 차단기 등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누군가 떼어 간 흔적이 역력합니다.
[정총무/인근 마을 주민 : "(건물이) 비어 있으면 사람들이 손대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있으면 주인이 없다 보니까 고물상이나 아니면 필요한 물건들을 이렇게 손대는 부분이 파손의 어떤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지난해 보성에서는 마을 이장이 폐교를 빌려 쌀농사를 짓기도 하는 등, 폐교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
지난해까지 전남에서 문을 닫은 학교 844곳 중에 매각되거나 임대되지 않은 '미활용 폐교'는 69곳입니다.
전남교육청 자료를 보면, 이중 56곳은 '매각·대부 예정'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 자체 계획만 있고 실제 팔거나 빌릴 곳을 찾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매년 같은 내용이 지적되자, 전남교육청은 2021년부터 3년 동안 50억 원을 투입해 폐교 30여 곳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현재 절반이 넘는 18곳에서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남교육청은 올해부터 매달 9일을 '폐교 점검의 날'로 정했고 활용 방안도 찾기로 했지만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닙니다.
[김경순/전남도교육청 재산관리팀장 : "지역 주민들이 소득을 증대할 수 있는 시설, 그 안에서 공동으로 작목반을 한다든지 폐교를 활용해서. 그리고 아니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요즘 많이 문의 들어온 것이 파크 골크장, 그런 것들에 대해서 주민 복지 차원에서도 하고."]
입학철인 다음 달에만 전남에서 학교 10곳이 또 문을 닫습니다.
[박남기/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우리 지역사회의 특징에 맞춰서 어떻게 활용되는 것이 좋을 것인지, 이렇게 서로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또 이걸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용하고자 할 때 정부로부터는 어떤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왜냐하면 지역 사회가 다 해내기가 어렵거든요."]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범죄가 퍼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은 폐교 문제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폐교가 깨진 유리창이 아니라,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공간이 되도록 제도적,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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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2-20 19:23:13
- 수정2025-02-20 19: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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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아이들이 뛰놀았지만, 이제는 텅 비어버린 운동장.
가속화되는 지방소멸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현장, 폐교입니다.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학교가 문을 닫는 건 불가항력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빈 학교를 어쩌지 못하면서 골칫거리가 된다는 겁니다.
방치되는 폐교,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지만, 오랫동안 답을 못 찾고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인구 감소로 폐교가 늘어난다는 건데요.
폐교 관리 실태,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리포트]
시골 마을, 좁은 도로 옆으로 보이는 낡은 건물.
협조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폐교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학교, 건물은 나무에 뒤덮여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벽면엔 곰팡이가 가득하고 창문과 마룻바닥은 부서져 있습니다.
학생들의 발길이 끊긴 지 25년, 하지만 마을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추억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1967년 개교 당시 직접 흙과 돌을 날라 학교를 지은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정일남/1회 졸업생 : "어릴 때 그 마음이 항상 있죠, 여기를 보면. 가끔 한 번씩 오면 여기를 둘러보고 둘러보는데 나만 그러겠어요? 오신 분들이 다 그런 마음으로 한 번씩 둘러보고 가지, (그리고) 왜 학교가 이러냐고 그런 말들이 많아요."]
폐교를 활용하려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문회가 관리했고, 마을 행사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애정이 컸던 만큼 동문회 차원의 매입 시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 매각을 지양하라는 당시 교육청 방침 때문에 불발됐습니다.
[정일남/1회 졸업생 : "임대를 하든 어떻게 하든 하려고 계획서를 몇 번 냈어요. 학교를 보시면 지금 건물이 (안전상) 싹 철거가 돼야 될 부분이거든요 지금은. 그러다 보니까 좀 안타까운 것이 많죠."]
학교가 문을 닫은 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활용방안을 마련하기는 힘들어집니다.
내부 건물은 더 낡아가고 주변 환경도 나빠지면서 가치가 점점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2010년 문을 닫은 또 다른 폐교입니다.
엄연히 교육지원청 소유 시설인데, 변변한 출입문도 없습니다.
운동장에는 경운기가 세워져 있고, 건물 주변에는 풀이 무성히 자라 있습니다.
학교 정문이 개방돼 있어서 누구의 제지도 없이 들어올 수 있었는데 보시는 것처럼 문도 이렇게 떨어져 있고요.
이쪽에 보시면 유리창도 깨져 있어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눈에 띄는 건 뜯겨진 전기 시설.
구리와 전선, 차단기 등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누군가 떼어 간 흔적이 역력합니다.
[정총무/인근 마을 주민 : "(건물이) 비어 있으면 사람들이 손대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있으면 주인이 없다 보니까 고물상이나 아니면 필요한 물건들을 이렇게 손대는 부분이 파손의 어떤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지난해 보성에서는 마을 이장이 폐교를 빌려 쌀농사를 짓기도 하는 등, 폐교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
지난해까지 전남에서 문을 닫은 학교 844곳 중에 매각되거나 임대되지 않은 '미활용 폐교'는 69곳입니다.
전남교육청 자료를 보면, 이중 56곳은 '매각·대부 예정'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 자체 계획만 있고 실제 팔거나 빌릴 곳을 찾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매년 같은 내용이 지적되자, 전남교육청은 2021년부터 3년 동안 50억 원을 투입해 폐교 30여 곳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현재 절반이 넘는 18곳에서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남교육청은 올해부터 매달 9일을 '폐교 점검의 날'로 정했고 활용 방안도 찾기로 했지만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닙니다.
[김경순/전남도교육청 재산관리팀장 : "지역 주민들이 소득을 증대할 수 있는 시설, 그 안에서 공동으로 작목반을 한다든지 폐교를 활용해서. 그리고 아니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요즘 많이 문의 들어온 것이 파크 골크장, 그런 것들에 대해서 주민 복지 차원에서도 하고."]
입학철인 다음 달에만 전남에서 학교 10곳이 또 문을 닫습니다.
[박남기/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우리 지역사회의 특징에 맞춰서 어떻게 활용되는 것이 좋을 것인지, 이렇게 서로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또 이걸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용하고자 할 때 정부로부터는 어떤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왜냐하면 지역 사회가 다 해내기가 어렵거든요."]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범죄가 퍼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은 폐교 문제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폐교가 깨진 유리창이 아니라,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공간이 되도록 제도적,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한때 아이들이 뛰놀았지만, 이제는 텅 비어버린 운동장.
가속화되는 지방소멸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현장, 폐교입니다.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학교가 문을 닫는 건 불가항력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빈 학교를 어쩌지 못하면서 골칫거리가 된다는 겁니다.
방치되는 폐교,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지만, 오랫동안 답을 못 찾고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인구 감소로 폐교가 늘어난다는 건데요.
폐교 관리 실태,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리포트]
시골 마을, 좁은 도로 옆으로 보이는 낡은 건물.
협조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폐교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학교, 건물은 나무에 뒤덮여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벽면엔 곰팡이가 가득하고 창문과 마룻바닥은 부서져 있습니다.
학생들의 발길이 끊긴 지 25년, 하지만 마을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추억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1967년 개교 당시 직접 흙과 돌을 날라 학교를 지은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정일남/1회 졸업생 : "어릴 때 그 마음이 항상 있죠, 여기를 보면. 가끔 한 번씩 오면 여기를 둘러보고 둘러보는데 나만 그러겠어요? 오신 분들이 다 그런 마음으로 한 번씩 둘러보고 가지, (그리고) 왜 학교가 이러냐고 그런 말들이 많아요."]
폐교를 활용하려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문회가 관리했고, 마을 행사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애정이 컸던 만큼 동문회 차원의 매입 시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 매각을 지양하라는 당시 교육청 방침 때문에 불발됐습니다.
[정일남/1회 졸업생 : "임대를 하든 어떻게 하든 하려고 계획서를 몇 번 냈어요. 학교를 보시면 지금 건물이 (안전상) 싹 철거가 돼야 될 부분이거든요 지금은. 그러다 보니까 좀 안타까운 것이 많죠."]
학교가 문을 닫은 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활용방안을 마련하기는 힘들어집니다.
내부 건물은 더 낡아가고 주변 환경도 나빠지면서 가치가 점점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2010년 문을 닫은 또 다른 폐교입니다.
엄연히 교육지원청 소유 시설인데, 변변한 출입문도 없습니다.
운동장에는 경운기가 세워져 있고, 건물 주변에는 풀이 무성히 자라 있습니다.
학교 정문이 개방돼 있어서 누구의 제지도 없이 들어올 수 있었는데 보시는 것처럼 문도 이렇게 떨어져 있고요.
이쪽에 보시면 유리창도 깨져 있어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눈에 띄는 건 뜯겨진 전기 시설.
구리와 전선, 차단기 등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누군가 떼어 간 흔적이 역력합니다.
[정총무/인근 마을 주민 : "(건물이) 비어 있으면 사람들이 손대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있으면 주인이 없다 보니까 고물상이나 아니면 필요한 물건들을 이렇게 손대는 부분이 파손의 어떤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지난해 보성에서는 마을 이장이 폐교를 빌려 쌀농사를 짓기도 하는 등, 폐교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
지난해까지 전남에서 문을 닫은 학교 844곳 중에 매각되거나 임대되지 않은 '미활용 폐교'는 69곳입니다.
전남교육청 자료를 보면, 이중 56곳은 '매각·대부 예정'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 자체 계획만 있고 실제 팔거나 빌릴 곳을 찾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매년 같은 내용이 지적되자, 전남교육청은 2021년부터 3년 동안 50억 원을 투입해 폐교 30여 곳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현재 절반이 넘는 18곳에서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남교육청은 올해부터 매달 9일을 '폐교 점검의 날'로 정했고 활용 방안도 찾기로 했지만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닙니다.
[김경순/전남도교육청 재산관리팀장 : "지역 주민들이 소득을 증대할 수 있는 시설, 그 안에서 공동으로 작목반을 한다든지 폐교를 활용해서. 그리고 아니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요즘 많이 문의 들어온 것이 파크 골크장, 그런 것들에 대해서 주민 복지 차원에서도 하고."]
입학철인 다음 달에만 전남에서 학교 10곳이 또 문을 닫습니다.
[박남기/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우리 지역사회의 특징에 맞춰서 어떻게 활용되는 것이 좋을 것인지, 이렇게 서로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또 이걸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용하고자 할 때 정부로부터는 어떤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왜냐하면 지역 사회가 다 해내기가 어렵거든요."]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범죄가 퍼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은 폐교 문제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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