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넘은’ 진화대 ‘노후’ 장비…산불 대응 우려

입력 2025.02.28 (07:55) 수정 2025.02.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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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바짝 마른 날씨에 곳곳에서 산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커지는 걸 막으려면 초동 진화가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이 임무를 맡은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환갑'을 훌쩍 넘길 정도로 고령화 돼 문젭니다.

여기에, 진화 장비까지 오래돼 제대로 산불에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조휴연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뻘건 불길이 산등성이를 휘감았습니다.

산세가 워낙 가팔라 진화는 쉽지 않습니다.

불은 18시간 동안 임야 30만 제곱미터를 태운 뒤에야 꺼졌습니다.

산불예방진화대 대원들이 줄지어 소방호스를 끌고 올라갑니다.

["좀 더 좀 더. 출발."]

안전모 사이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방염복, 등짐 펌프 등 15kg이 넘는 장비에 몸을 잔뜩 움츠린 대원도 있습니다.

이날 훈련에 참여한 산불진화대원 60여 명의 평균 연령은 69살.

81살 고령자까지 있습니다.

[고홍선/산불전문예방진화대/62살 : "뭔가를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이제 군청에 찾아가서 일자리 좀 있지 않느냐 해서 국유림 소개를 해서."]

산불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 열에 아홉은 산림청과 지자체에 소속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입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북부산림청 소속의 예방진화대 평균 나이는 67살입니다.

시군 소속 가운데는 철원의 예방진화대가 평균 68살, 동해·양구는 66살 정돕니다.

선발 기준은 '만 18살 이상 주민'으로 돼 있지만, 젊은 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급여는 최저 시급에, 봄과 가을 몇 달만 일하는 자리라, 사실상 '노인 일자리'로 운영되는 겁니다.

고령화가 심해지다 보니, 진화대 체력 검정을 치르던 70대가 숨지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산림 당국도 문제를 알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습니다.

[신성식/북부지방산림청 산림보호팀장 : "체력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초동진화보다는 후속 산불 잔불 정리나 산불 감시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늙어가는 건 장비도 마찬가집니다.

양구의 산불대응센터.

산불이 나면 현장에 무조건 투입되는 방제 차량입니다.

이 차들은 각각 진화용수를 1톤씩 담을 수 있습니다.

앞 유리에 붙인 필증에 2014년 식이라고 돼 있습니다.

산림청이 정한 내구연한 10년을 이미 넘겼습니다.

전국적으로 산불 현장에 투입되는 차량 140대 가운데 3대 중 1대는 같은 상황입니다.

창고에서는 고장난 등짐펌프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산림청 진화 장비 예산은 3년째 제자리.

강원도 역시 5억 정도 느는 데 그쳤습니다.

현장에선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봉형수/산불전문예방진화대 : "방염복 이것도 저희가 지금 거의 한 10년 입은 겁니다. 세탁을 해서 입고 세탁을 해서 입고 그러는데 난 이게 만일에 진짜 불이 덤볐을 때 이게 방염 처리가 돼서 우리 몸을 보호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전문가들은 갈수록 대형화되는 산불 앞에서 전문 인력과 진화 장비가 초동대응 성패를 좌우한다고 지적합니다.

[황정석/산불방지정책연구소장 : "산불 현장에 90% 이상은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노령화가 되고 있는 문제라서 사실상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실제 초기 대응을 투입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진화대 처우 개선과 전문 교육, 장비 예산 투입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임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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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갑 넘은’ 진화대 ‘노후’ 장비…산불 대응 우려
    • 입력 2025-02-28 07:55:47
    • 수정2025-02-28 08:34:35
    뉴스광장(춘천)
[앵커]

최근, 바짝 마른 날씨에 곳곳에서 산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커지는 걸 막으려면 초동 진화가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이 임무를 맡은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환갑'을 훌쩍 넘길 정도로 고령화 돼 문젭니다.

여기에, 진화 장비까지 오래돼 제대로 산불에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조휴연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뻘건 불길이 산등성이를 휘감았습니다.

산세가 워낙 가팔라 진화는 쉽지 않습니다.

불은 18시간 동안 임야 30만 제곱미터를 태운 뒤에야 꺼졌습니다.

산불예방진화대 대원들이 줄지어 소방호스를 끌고 올라갑니다.

["좀 더 좀 더. 출발."]

안전모 사이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방염복, 등짐 펌프 등 15kg이 넘는 장비에 몸을 잔뜩 움츠린 대원도 있습니다.

이날 훈련에 참여한 산불진화대원 60여 명의 평균 연령은 69살.

81살 고령자까지 있습니다.

[고홍선/산불전문예방진화대/62살 : "뭔가를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이제 군청에 찾아가서 일자리 좀 있지 않느냐 해서 국유림 소개를 해서."]

산불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 열에 아홉은 산림청과 지자체에 소속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입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북부산림청 소속의 예방진화대 평균 나이는 67살입니다.

시군 소속 가운데는 철원의 예방진화대가 평균 68살, 동해·양구는 66살 정돕니다.

선발 기준은 '만 18살 이상 주민'으로 돼 있지만, 젊은 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급여는 최저 시급에, 봄과 가을 몇 달만 일하는 자리라, 사실상 '노인 일자리'로 운영되는 겁니다.

고령화가 심해지다 보니, 진화대 체력 검정을 치르던 70대가 숨지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산림 당국도 문제를 알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습니다.

[신성식/북부지방산림청 산림보호팀장 : "체력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초동진화보다는 후속 산불 잔불 정리나 산불 감시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늙어가는 건 장비도 마찬가집니다.

양구의 산불대응센터.

산불이 나면 현장에 무조건 투입되는 방제 차량입니다.

이 차들은 각각 진화용수를 1톤씩 담을 수 있습니다.

앞 유리에 붙인 필증에 2014년 식이라고 돼 있습니다.

산림청이 정한 내구연한 10년을 이미 넘겼습니다.

전국적으로 산불 현장에 투입되는 차량 140대 가운데 3대 중 1대는 같은 상황입니다.

창고에서는 고장난 등짐펌프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산림청 진화 장비 예산은 3년째 제자리.

강원도 역시 5억 정도 느는 데 그쳤습니다.

현장에선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봉형수/산불전문예방진화대 : "방염복 이것도 저희가 지금 거의 한 10년 입은 겁니다. 세탁을 해서 입고 세탁을 해서 입고 그러는데 난 이게 만일에 진짜 불이 덤볐을 때 이게 방염 처리가 돼서 우리 몸을 보호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전문가들은 갈수록 대형화되는 산불 앞에서 전문 인력과 진화 장비가 초동대응 성패를 좌우한다고 지적합니다.

[황정석/산불방지정책연구소장 : "산불 현장에 90% 이상은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노령화가 되고 있는 문제라서 사실상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실제 초기 대응을 투입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진화대 처우 개선과 전문 교육, 장비 예산 투입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임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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