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각국 정상들의 ‘트럼프 교본’…‘선물주고 말려들지 마’

입력 2025.03.05 (12:33) 수정 2025.03.0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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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줄을 선 곳이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줄인데요.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관세 압박과 이민자 추방, 동맹도 아랑곳하지 않는 안보 위협에 각국 정상들 사이에선 '트럼프를 다루는 법'을 두고 교본이 등장할 정돕니다.

국제부 김양순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트럼프를 다루는 법, 뭡니까?

상당히 궁금한데요?

[기자]

압박에 말려들지 말아라, 트럼프가 원하는 선물을 안겨라, 칭찬하고, 필요하다면 아부해라.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영국의 채텀하우스에서 각국 정상들과 트럼프의 회담을 분석해서 나온 조언인데요.

뼈를 때리는 구석이 있습니다.

[앵커]

실제론 어땠나 되짚어 볼까요.

제일 먼저 트럼프를 만난 정상이죠.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

선물을 안겼죠?

[기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황금 삐삐를 선물했습니다.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사용하는 삐삐와 무전기에 폭발물과 악성코드를 심어놓은 뒤 수천 개를 동시다발적으로 폭파해 하마스를 궤멸하는 용도로 썼는데요.

이걸 상징화해 황금 삐삐를 선물했고, 트럼프는 정말 훌륭한 작전이었다, 흡족해했습니다.

대가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모두 내보내고, 휴양지로 개발하자라는 선물을 받아냈습니다.

황금은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걸로, 트럼프가 지은 호텔과 트럼프 타워에 가면 내부와 외부 모두 인테리어가 황금색으로 돼 있는 걸 보실 수 있는데요.

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1기 때 만나 황금 골프채를 선물했고, 뒤에 나오겠지만 현 이시바 일본 총리는 황금 사무라이 헬멧을 선물했습니다.

[앵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1기 때도 절친이어서 회담에 큰 고민이 없었을 것 같은데.

일본과 인도 정상과의 만남은 좀 결이 달랐어요?

[기자]

칭찬해라, 혹은 아부해라의 교본을 먼저 보시죠.

[이시바 시게루/일본 총리/지난달 7일 : "실제로 찾아뵈니 정말로 성실하고, 강력하고, 미국과 세계를 위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계신 분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느꼈습니다. 아첨이나 아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부하려는 건 아닙니다, 라며 극진하게 칭찬하는 이시바 총리의 말에 트럼프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데요.

트럼프의 마음을 얻은 순간이다,라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도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각오해라라는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우리도 인도와 똑같이 하려고 합니다. 인도가 부과하면 우리도 부과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젠 인도가 관세를 얼마를 부과하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똑같이 할 거니까요)."]

[나렌드라 모디/인도 총리 : "(트럼프의) 표현을 빌려, 발전된 인도를 위한 우리의 비전은 인도를 더 위대하게 만들자(Make India Great Again), '미가'입니다."]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에너지와 무기 수입을 약속했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규모 물류 인프라 프로젝트도 합의했습니다.

[앵커]

그래도 여기까지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만한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두고 유럽 정상들과의 만남, 긴장감이 고조됐어요?

[기자]

유럽에선 황금 대신 아예 미국에 돈다발을 들고 갔습니다.

국방비 증액인데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선물을 단계적으로 선사하는 고급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회담 전에 선제적으로 영국이 국방비를 2035년까지 GDP의 3%까지 올리겠다고 하면서 필요한 재원은 영국의 국제원조를 삭감하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와 같은 방식을 쓰겠다는 걸 대내외에 알린 건데요.

직접 만나서는 영국 찰스 국왕의 초대장을 들고 가서 건넸습니다.

결과는 영국은 관세에서 안전할 것이라는 관세 면제를 받아왔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좀 다른 전략을 썼습니다.

두 사람의 악수 대결은 유명한데요.

서로 손을 꽉 쥐고 놓질 않습니다.

2017년엔 30초가 넘었고요.

이번 회담에서도 위아래로 꽉 쥔 두 손, 다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의 기선 제압에 밀리지 않겠다 시작부터 교본을 따르지 않았는데요.

중간에 트럼프의 말을 끊고 할 말도 다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빌려준 돈입니다. 돌려받아야 할 돈이에요."]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 "아닙니다. 아니에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리가 낸 겁니다. 우리가 전체 지원금의 60%를 준 거예요."]

마크롱의 말에 반응하는 트럼프의 표정 보이시죠.

마크롱 대통령, 성과 없이 발을 돌려야 했습니다.

[앵커]

최악이었다, 라는 평가를 받는 건 역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일 텐데요?

[기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트럼프가 비꼬면서 하는 압박에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했는데요.

파국으로 끝난 회담 장면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즉각 중단한다고 선포했습니다.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집권 1기 때의 앙금이 남아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만큼 미운털이 박혔습니다.

젤렌스키와 트뤼도의 특징은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스타일이라는 겁니다.

결과는 보시다시피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불고 있습니다.

[앵커]

세계 주요국 정상들, 번호표를 뽑듯이 트럼프와 만나고 있습니다.

남은 건 푸틴과 시진핑, 그리고 우리나라에요?

[기자]

앞서 제가 말씀드렸죠.

트럼프 교본은 압박에 말려들지 말아라, 원하는 선물을 안겨라, 칭찬하고, 필요하다면 아부해라.

이건 만났을 때 얘기고요.

가장 좋은 건, 눈에 띄지 마라. 트럼프가 알아채지 못하게 가만히 있어라.

최고의 전략이라고 합니다.

우리로선 트럼프에 대응하는 시간을 벌고 있다, 그러니 항상 하던 대로가 아닌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는 게 필요한데요.

단기적인 작은 양보로 미국의 시야에서 벗어난 뒤 내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지면서 트럼프의 힘이 빠지길 기다리는 게 많은 국가들의 전략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 한미희 김은주/그래픽:강민수/ 자료조사: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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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in뉴스] 각국 정상들의 ‘트럼프 교본’…‘선물주고 말려들지 마’
    • 입력 2025-03-05 12:33:15
    • 수정2025-03-05 13:06:10
    뉴스 12
[앵커]

전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줄을 선 곳이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줄인데요.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관세 압박과 이민자 추방, 동맹도 아랑곳하지 않는 안보 위협에 각국 정상들 사이에선 '트럼프를 다루는 법'을 두고 교본이 등장할 정돕니다.

국제부 김양순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트럼프를 다루는 법, 뭡니까?

상당히 궁금한데요?

[기자]

압박에 말려들지 말아라, 트럼프가 원하는 선물을 안겨라, 칭찬하고, 필요하다면 아부해라.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영국의 채텀하우스에서 각국 정상들과 트럼프의 회담을 분석해서 나온 조언인데요.

뼈를 때리는 구석이 있습니다.

[앵커]

실제론 어땠나 되짚어 볼까요.

제일 먼저 트럼프를 만난 정상이죠.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

선물을 안겼죠?

[기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황금 삐삐를 선물했습니다.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사용하는 삐삐와 무전기에 폭발물과 악성코드를 심어놓은 뒤 수천 개를 동시다발적으로 폭파해 하마스를 궤멸하는 용도로 썼는데요.

이걸 상징화해 황금 삐삐를 선물했고, 트럼프는 정말 훌륭한 작전이었다, 흡족해했습니다.

대가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모두 내보내고, 휴양지로 개발하자라는 선물을 받아냈습니다.

황금은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걸로, 트럼프가 지은 호텔과 트럼프 타워에 가면 내부와 외부 모두 인테리어가 황금색으로 돼 있는 걸 보실 수 있는데요.

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1기 때 만나 황금 골프채를 선물했고, 뒤에 나오겠지만 현 이시바 일본 총리는 황금 사무라이 헬멧을 선물했습니다.

[앵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1기 때도 절친이어서 회담에 큰 고민이 없었을 것 같은데.

일본과 인도 정상과의 만남은 좀 결이 달랐어요?

[기자]

칭찬해라, 혹은 아부해라의 교본을 먼저 보시죠.

[이시바 시게루/일본 총리/지난달 7일 : "실제로 찾아뵈니 정말로 성실하고, 강력하고, 미국과 세계를 위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계신 분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느꼈습니다. 아첨이나 아부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부하려는 건 아닙니다, 라며 극진하게 칭찬하는 이시바 총리의 말에 트럼프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데요.

트럼프의 마음을 얻은 순간이다,라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도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각오해라라는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우리도 인도와 똑같이 하려고 합니다. 인도가 부과하면 우리도 부과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젠 인도가 관세를 얼마를 부과하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똑같이 할 거니까요)."]

[나렌드라 모디/인도 총리 : "(트럼프의) 표현을 빌려, 발전된 인도를 위한 우리의 비전은 인도를 더 위대하게 만들자(Make India Great Again), '미가'입니다."]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에너지와 무기 수입을 약속했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규모 물류 인프라 프로젝트도 합의했습니다.

[앵커]

그래도 여기까지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만한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두고 유럽 정상들과의 만남, 긴장감이 고조됐어요?

[기자]

유럽에선 황금 대신 아예 미국에 돈다발을 들고 갔습니다.

국방비 증액인데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선물을 단계적으로 선사하는 고급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회담 전에 선제적으로 영국이 국방비를 2035년까지 GDP의 3%까지 올리겠다고 하면서 필요한 재원은 영국의 국제원조를 삭감하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와 같은 방식을 쓰겠다는 걸 대내외에 알린 건데요.

직접 만나서는 영국 찰스 국왕의 초대장을 들고 가서 건넸습니다.

결과는 영국은 관세에서 안전할 것이라는 관세 면제를 받아왔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좀 다른 전략을 썼습니다.

두 사람의 악수 대결은 유명한데요.

서로 손을 꽉 쥐고 놓질 않습니다.

2017년엔 30초가 넘었고요.

이번 회담에서도 위아래로 꽉 쥔 두 손, 다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의 기선 제압에 밀리지 않겠다 시작부터 교본을 따르지 않았는데요.

중간에 트럼프의 말을 끊고 할 말도 다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빌려준 돈입니다. 돌려받아야 할 돈이에요."]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 "아닙니다. 아니에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리가 낸 겁니다. 우리가 전체 지원금의 60%를 준 거예요."]

마크롱의 말에 반응하는 트럼프의 표정 보이시죠.

마크롱 대통령, 성과 없이 발을 돌려야 했습니다.

[앵커]

최악이었다, 라는 평가를 받는 건 역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일 텐데요?

[기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트럼프가 비꼬면서 하는 압박에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했는데요.

파국으로 끝난 회담 장면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즉각 중단한다고 선포했습니다.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집권 1기 때의 앙금이 남아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만큼 미운털이 박혔습니다.

젤렌스키와 트뤼도의 특징은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스타일이라는 겁니다.

결과는 보시다시피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불고 있습니다.

[앵커]

세계 주요국 정상들, 번호표를 뽑듯이 트럼프와 만나고 있습니다.

남은 건 푸틴과 시진핑, 그리고 우리나라에요?

[기자]

앞서 제가 말씀드렸죠.

트럼프 교본은 압박에 말려들지 말아라, 원하는 선물을 안겨라, 칭찬하고, 필요하다면 아부해라.

이건 만났을 때 얘기고요.

가장 좋은 건, 눈에 띄지 마라. 트럼프가 알아채지 못하게 가만히 있어라.

최고의 전략이라고 합니다.

우리로선 트럼프에 대응하는 시간을 벌고 있다, 그러니 항상 하던 대로가 아닌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는 게 필요한데요.

단기적인 작은 양보로 미국의 시야에서 벗어난 뒤 내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지면서 트럼프의 힘이 빠지길 기다리는 게 많은 국가들의 전략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 한미희 김은주/그래픽:강민수/ 자료조사: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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