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맑은 칠, 원주 옻과 한평생”

입력 2025.03.24 (21:55) 수정 2025.03.2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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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에 숨겨진 문화 유산을 찾아보는 순서입니다.

천년 간다는 '칠'을 들어보셨는지요?

이 '칠' 을 위해 평생 옻나무와 함께 한 '칠정제장'이 원주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전통 방식 그대로, 칠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현장에 김문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실험 도구가 즐비한 33㎡ 좁은 공간.

80대 장인이 세월에 탄 검은 쇠 통에 뭔가를 붓습니다.

지난여름 한 방울씩 모은 '옻'나무 원액, 생칠입니다.

손때 묻은 전등을 켜고 서서히 수분을 날립니다.

40도까지 온도를 높여 가열하기를 5~6시간.

정제통이 회전하며 마찰하는 열에 의해 생칠은 맑은 정제칠로 재탄생합니다.

최고의 품질을 위해 유리판에 점성과 탁도를 검수하는 과정은 필숩니다.

[김동환/칠정제장 전수장학생 : "기법에 따라서 무광이 될 수도 있고 반 무광이 될 수도 있고 유광이 될 수 있고 좋은 칠을 또 그렇게 묘사할 수 있고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정밀도가 들어가는 부분이거든요."]

박원동 칠정제장이 이 일에 뛰어든 건 24살이던 1964년.

국내 첫 옻칠전문업체인 '원주칠공예주식회사'에 들어온 이훕니다.

종자 육성에서 묘목 조림, 채취까지 60여 년을 꼬박 옻과 함께 했습니다.

회사는 1981년 파산했지만 옛터를 지키며 기법을 전승해 2003년 강원도의 무형유산이 됐습니다.

'칠'의 매력은 천년을 간다는 '강인함'에 있습니다.

300도의 고온이나 산성도 견뎌, 장롱이나 그릇, 공예품에 고루 쓰였습니다.

일제시대에는 군수품에 쓰였다고도 전해집니다.

[박원동/칠정제장 : "(비행기) 레이더가 그걸 피해 갈 수 있죠. 일본 사람들이 그걸 많이 이용했어요. 칠은 좋으니까 일본 사람들이 사 갔죠. 와서. 호저 신평리라는 데 거기는 동네 사람 전부가 징용 안 가고 면제시키고 옻 채취 기술을 가르쳤어요."]

정제칠은 전통 칠화의 맥을 잇는 장인에게는 채색 안료의 접착제와 같습니다.

색과 무늬에 볼수록 깊이를 더합니다.

[양유전/채화칠장 : "선생님 칠을 제가 특별히 쓰는 것은 다른 칠보다 맑으니까 색이 잘 나와요. 그다음에 단단하고요. (작품을 더 빛나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하시나요?) 그렇죠. 선생님이 계셔서 그게 되는 거예요."]

오랜 기다림 속에 더 맑게 태어난 정제칠, 작은 사물에 천년의 숨결을 불어 넣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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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의 맑은 칠, 원주 옻과 한평생”
    • 입력 2025-03-24 21:55:45
    • 수정2025-03-24 22:08:30
    뉴스9(춘천)
[앵커]

강원도에 숨겨진 문화 유산을 찾아보는 순서입니다.

천년 간다는 '칠'을 들어보셨는지요?

이 '칠' 을 위해 평생 옻나무와 함께 한 '칠정제장'이 원주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전통 방식 그대로, 칠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현장에 김문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실험 도구가 즐비한 33㎡ 좁은 공간.

80대 장인이 세월에 탄 검은 쇠 통에 뭔가를 붓습니다.

지난여름 한 방울씩 모은 '옻'나무 원액, 생칠입니다.

손때 묻은 전등을 켜고 서서히 수분을 날립니다.

40도까지 온도를 높여 가열하기를 5~6시간.

정제통이 회전하며 마찰하는 열에 의해 생칠은 맑은 정제칠로 재탄생합니다.

최고의 품질을 위해 유리판에 점성과 탁도를 검수하는 과정은 필숩니다.

[김동환/칠정제장 전수장학생 : "기법에 따라서 무광이 될 수도 있고 반 무광이 될 수도 있고 유광이 될 수 있고 좋은 칠을 또 그렇게 묘사할 수 있고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정밀도가 들어가는 부분이거든요."]

박원동 칠정제장이 이 일에 뛰어든 건 24살이던 1964년.

국내 첫 옻칠전문업체인 '원주칠공예주식회사'에 들어온 이훕니다.

종자 육성에서 묘목 조림, 채취까지 60여 년을 꼬박 옻과 함께 했습니다.

회사는 1981년 파산했지만 옛터를 지키며 기법을 전승해 2003년 강원도의 무형유산이 됐습니다.

'칠'의 매력은 천년을 간다는 '강인함'에 있습니다.

300도의 고온이나 산성도 견뎌, 장롱이나 그릇, 공예품에 고루 쓰였습니다.

일제시대에는 군수품에 쓰였다고도 전해집니다.

[박원동/칠정제장 : "(비행기) 레이더가 그걸 피해 갈 수 있죠. 일본 사람들이 그걸 많이 이용했어요. 칠은 좋으니까 일본 사람들이 사 갔죠. 와서. 호저 신평리라는 데 거기는 동네 사람 전부가 징용 안 가고 면제시키고 옻 채취 기술을 가르쳤어요."]

정제칠은 전통 칠화의 맥을 잇는 장인에게는 채색 안료의 접착제와 같습니다.

색과 무늬에 볼수록 깊이를 더합니다.

[양유전/채화칠장 : "선생님 칠을 제가 특별히 쓰는 것은 다른 칠보다 맑으니까 색이 잘 나와요. 그다음에 단단하고요. (작품을 더 빛나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하시나요?) 그렇죠. 선생님이 계셔서 그게 되는 거예요."]

오랜 기다림 속에 더 맑게 태어난 정제칠, 작은 사물에 천년의 숨결을 불어 넣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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