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책방 도와야지” 인간 띠…“인류애 충전”

입력 2025.04.20 (11:00) 수정 2025.04.2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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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을 돕기 위해 주민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책을 운반했다 (13일 미국 미시간주 첼시)동네 서점을 돕기 위해 주민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책을 운반했다 (13일 미국 미시간주 첼시)

"운반비가 꽤 들 텐데" 미국 미시간주의 소도시 첼시의 동네 책방 주인 미셸은 고민했습니다. 주민들이 즐겨 찾는 책방 '우연한 발견(세렌디피티)'을 한 블록 옆으로 확장 이전하는데요. 생각보다 이사 비용이 나올 것 같아서죠. 비좁은 서점이지만 새 책과 중고를 합쳐서 책 재고가 9,100권이나 있고 머그잔같은 소박한 기념품도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세렌디피티 서점 홈페이지출처: 세렌디피티 서점 홈페이지

한가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자원자를 받아서 한 줄로 쭉 줄을 서서 책을 손에서 손으로 운반하면 돈도 아끼고 다들 재밌어할 거 같다는 생각이죠. 인구 5천 명의 작은 마을이고 서점을 아끼는 주민들도 많아서 참여가 있을 거라고 본 것입니다. 세렌디피티는 그동안 거의 매주 독서 모임 등 행사를 열어왔거든요.

그래서 홈페이지에 이런 공지를 올렸습니다. 일요일인 13일 오후에 일렬로 서서 책을 운반하자고요.


이 아이디어는 금세 동네 화제가 됐습니다. 일요일 오후고, 심심했던 주민들은 3백여 명이나 몰려나와 줄을 선 것입니다. 100미터가 넘는 인간 띠가 만들어졌습니다.

91살 할머니부터 6살 아이까지, 수염 허옇게 기른 아저씨도 참가했습니다. 춤추는 사람도 있었고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은 노동요도 불러가면서 책 옮기기에 동참했습니다.



사람이 몰려 인간 띠는 두 줄이 됐습니다. 책을 옮기며 "이 책 봤어?" "이거 재밌어" 이런 대화도 이루어졌고요. 책 이사가 두 시간만에 깔끔하게 끝난 건 물론입니다. 영상은 TV 뉴스를 통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박대기의 핫클립] “동네 책방 돕자” 인간띠로 책 운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30633

이 소식은 미국 NBC, CBS, AP 등 주요 언론을 거쳐 유럽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SNS를 통해서 한국에서도 회자됐습니다.

기자가 이 소식을 처음 접하게 된 것도 김정호(amdg77) 님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서였습니다. 해당 게시물 댓글에는 "IMF 때 금 모으기 운동 생각난다", "삼성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자원봉사 한 일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우리 공동체 정신이 그립다는 말입니다. 일부 이용자는 "트럼프 집권 이전의 따뜻했던 미국 사회 같다"는 의견도 남겼습니다.


수많은 외신이 주목했고 한국인들도 관심을 가진 건 지역 공동체가 살아있다는 모습이 부럽기 때문입니다. 첼시는 디트로이트에서 95km 떨어진 작은 마을이지만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동네입니다.

한국에도 그런 동네들이 아직 꽤 있습니다. 대학가 주변이나 서울 마포 성미산 마을이 대표적이죠. 특히 어려운 가운데 독립 서점이나 마을 카페를 운영하시는 자영업자들도 전국 곳곳에 많습니다.

소설가 한강도 오랜 기간 동네 책방을 운영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책방 오늘'인데요. 과거에는 책을 사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귀를 한강 작가가 직접 써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책방지기가 남긴 글귀가 서점 여기저기에 붙어있습니다.

독자를 위해 싸인해주는 한강 작가독자를 위해 싸인해주는 한강 작가

"요즘 애들은 책도 안 봐"라는 말이 무색하게 1020세대는 열심히 독서하고 있습니다. YES24에 따르면 지난해 1020세대의 도서 구입은 18% 증가했습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과 SNS에서의 시집 독서 인증사진 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문제는 언제나 어른들입니다.

마을 공동체도 살리고 서점도 운영하느라 고생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 동네의 책방 한 번 찾아가보시는 건 어떨지요? 우리가 찾지 않으면 서점도 공동체도 점점 더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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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4-20 1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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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을 돕기 위해 주민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책을 운반했다 (13일 미국 미시간주 첼시)
"운반비가 꽤 들 텐데" 미국 미시간주의 소도시 첼시의 동네 책방 주인 미셸은 고민했습니다. 주민들이 즐겨 찾는 책방 '우연한 발견(세렌디피티)'을 한 블록 옆으로 확장 이전하는데요. 생각보다 이사 비용이 나올 것 같아서죠. 비좁은 서점이지만 새 책과 중고를 합쳐서 책 재고가 9,100권이나 있고 머그잔같은 소박한 기념품도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세렌디피티 서점 홈페이지
한가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자원자를 받아서 한 줄로 쭉 줄을 서서 책을 손에서 손으로 운반하면 돈도 아끼고 다들 재밌어할 거 같다는 생각이죠. 인구 5천 명의 작은 마을이고 서점을 아끼는 주민들도 많아서 참여가 있을 거라고 본 것입니다. 세렌디피티는 그동안 거의 매주 독서 모임 등 행사를 열어왔거든요.

그래서 홈페이지에 이런 공지를 올렸습니다. 일요일인 13일 오후에 일렬로 서서 책을 운반하자고요.


이 아이디어는 금세 동네 화제가 됐습니다. 일요일 오후고, 심심했던 주민들은 3백여 명이나 몰려나와 줄을 선 것입니다. 100미터가 넘는 인간 띠가 만들어졌습니다.

91살 할머니부터 6살 아이까지, 수염 허옇게 기른 아저씨도 참가했습니다. 춤추는 사람도 있었고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은 노동요도 불러가면서 책 옮기기에 동참했습니다.



사람이 몰려 인간 띠는 두 줄이 됐습니다. 책을 옮기며 "이 책 봤어?" "이거 재밌어" 이런 대화도 이루어졌고요. 책 이사가 두 시간만에 깔끔하게 끝난 건 물론입니다. 영상은 TV 뉴스를 통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박대기의 핫클립] “동네 책방 돕자” 인간띠로 책 운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30633

이 소식은 미국 NBC, CBS, AP 등 주요 언론을 거쳐 유럽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SNS를 통해서 한국에서도 회자됐습니다.

기자가 이 소식을 처음 접하게 된 것도 김정호(amdg77) 님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서였습니다. 해당 게시물 댓글에는 "IMF 때 금 모으기 운동 생각난다", "삼성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자원봉사 한 일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우리 공동체 정신이 그립다는 말입니다. 일부 이용자는 "트럼프 집권 이전의 따뜻했던 미국 사회 같다"는 의견도 남겼습니다.


수많은 외신이 주목했고 한국인들도 관심을 가진 건 지역 공동체가 살아있다는 모습이 부럽기 때문입니다. 첼시는 디트로이트에서 95km 떨어진 작은 마을이지만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동네입니다.

한국에도 그런 동네들이 아직 꽤 있습니다. 대학가 주변이나 서울 마포 성미산 마을이 대표적이죠. 특히 어려운 가운데 독립 서점이나 마을 카페를 운영하시는 자영업자들도 전국 곳곳에 많습니다.

소설가 한강도 오랜 기간 동네 책방을 운영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책방 오늘'인데요. 과거에는 책을 사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귀를 한강 작가가 직접 써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책방지기가 남긴 글귀가 서점 여기저기에 붙어있습니다.

독자를 위해 싸인해주는 한강 작가
"요즘 애들은 책도 안 봐"라는 말이 무색하게 1020세대는 열심히 독서하고 있습니다. YES24에 따르면 지난해 1020세대의 도서 구입은 18% 증가했습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과 SNS에서의 시집 독서 인증사진 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문제는 언제나 어른들입니다.

마을 공동체도 살리고 서점도 운영하느라 고생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 동네의 책방 한 번 찾아가보시는 건 어떨지요? 우리가 찾지 않으면 서점도 공동체도 점점 더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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