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모든 것이 멈췄다”…‘블랙 아웃’ 24시간의 공포
입력 2025.04.30 (15:33)
수정 2025.04.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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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시대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은 사태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했습니다.
대규모 정전으로 나라 전체가 하루 동안 사실상 마비됐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복구됐단 소식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야말로 스페인 전역에 전기가 아예 안들어 왔다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전은 스페인 대부분 지역과 포르투갈,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 발생했는데요.
전력이 끊기면서 가정과 회사, 지하철과 통신, 심지어는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경기까지 멈춰 섰습니다.
[미구엘 앙겔/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민 : "상점은 문을 닫았고요. 우리는 지불도 못 합니다. 현금인출기에서 출금도 못해요. 혼란스러워요. 마치 전쟁이 난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전쟁' 같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은 그 순간은, 현지 시각 28일 정오 무렵 찾아왔습니다.
지하철이 터널 한가운데 멈춰서면서, 승객들이 어둠을 뚫고 철로를 걸어 나오고 있는데요.
마드리드 지하철 일부 노선은 아예 운행이 중단되면서 승객은 안에 갇혀 몇 시간을 보냈고요.
고속열차로 보이는 기차는 운행 중 산속 한복판에 덩그러니 멈춰 섰습니다.
도로는 신호등이 꺼지면서, 교차로마다 차량으로 꽉 막혀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먹통이 된 신호등 대신 경찰관과 시민들이 수신호로 차량 통제에 나섰고요.
예비 전력 시스템이 운영됐지만 공항 곳곳에서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결항됐습니다.
병원과 같은 필수 시설은 비상 발전기를 가동해 큰 피해는 없었지만, 중소 상점과 레스토랑은 대낮부터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눈으로 확인해 보니, 정말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 거 같은데요. 온 국민이 겪었을 불안감도 엄청났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인프라 작동이 순식간에 멈춰서면서 물리적인 불편함이 커졌다면, 여기서 시작된 불안감과 공포는 훨씬 더 컸는데요.
아예 인터넷이 안 되거나 휴대전화 통신까지 끊기는 그곳이 생기면서 불안은 극에 달했습니다.
[안토니오 발바/스페인 마드리드 시민 : "인터넷도 안되고 휴대전화 등 다 안 돼요.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접속하려고 하고 있어요. 문제에요."]
현지 언론 엘파이스에 따르면 일하던 중 전력이 끊기자 마드리드 시민들이 당황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신호등은 물론 손에 든 휴대전화까지 먹통이 되자 패닉에 빠진 건데요.
이처럼 장시간 전기가 끊긴 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뭐라도 알고 싶은 사람들은 아날로그 라디오 앞에 모였고요.
여행 온 사람들은 지도 앱 없이 길을 찾고, 손전등 불빛으로 숙소를 찾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유학생 : "아마 우리는 두려운 것이겠죠. 그것(전기)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었는지 보여주잖아요."]
[앵커]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진 모습인데, 스페인과 포르투갈 당국의 대처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 스페인을 멈추게 만든 대정전에 당국은 곧바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불안해진 시민들이 당장 마트나 주유소로 달려가는걸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루이스 미구엘 아로요/학생 : "전기가 나간 지 꽤 됐잖아요. 얼마나 더 이럴지 모르니 우리는 지금 살 수 있는 걸 사는 거."]
사람들이 물과, 캔 음식 등 비상식품을 사기 위해 몰리면서 슈퍼마켓마다 긴 행렬이 이어졌는데요.
주유소도 연료를 사놓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가게에서 카드 결제기가 작동하지 않아서 현금 없는 시민들은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앵커]
장시간 계속된 혼란에도 발 빠른 대처가 이뤄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력이 끊긴 이유, 지금까지 나온 게 좀 있습니까?
[기자]
아직 원인이 이거다.
이렇게 밝혀진 건 없습니다.
스페인 당국은 어떤 요인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단 '사이버 테러'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지 시각 28일 대정전이 시작된 지 10시간여 만에 일부 지역에 불이 들어오자 환호의 함성이 도심 전체에 울려 퍼졌습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력이 복구됐는데요.
초기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와 스페인을 연결하는 전력 공급선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자동 차단 시스템이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드로 산체스/스페인 총리 : "전력망과 모든 민간사업자로부터 얻은 기록을 검토한 후에 이러한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떤 가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결과는 공개될 것입니다."]
스페인 당국은 이번 정전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고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까지 나서서 유럽 송전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텐데요.
이번 대정전 사태가 전기와 인터넷에 의존하는 현대 사회의 취약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영상편집:구자람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영상출처:@ernestodx1906 (x.com)
요즘 시대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은 사태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했습니다.
대규모 정전으로 나라 전체가 하루 동안 사실상 마비됐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복구됐단 소식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야말로 스페인 전역에 전기가 아예 안들어 왔다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전은 스페인 대부분 지역과 포르투갈,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 발생했는데요.
전력이 끊기면서 가정과 회사, 지하철과 통신, 심지어는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경기까지 멈춰 섰습니다.
[미구엘 앙겔/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민 : "상점은 문을 닫았고요. 우리는 지불도 못 합니다. 현금인출기에서 출금도 못해요. 혼란스러워요. 마치 전쟁이 난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전쟁' 같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은 그 순간은, 현지 시각 28일 정오 무렵 찾아왔습니다.
지하철이 터널 한가운데 멈춰서면서, 승객들이 어둠을 뚫고 철로를 걸어 나오고 있는데요.
마드리드 지하철 일부 노선은 아예 운행이 중단되면서 승객은 안에 갇혀 몇 시간을 보냈고요.
고속열차로 보이는 기차는 운행 중 산속 한복판에 덩그러니 멈춰 섰습니다.
도로는 신호등이 꺼지면서, 교차로마다 차량으로 꽉 막혀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먹통이 된 신호등 대신 경찰관과 시민들이 수신호로 차량 통제에 나섰고요.
예비 전력 시스템이 운영됐지만 공항 곳곳에서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결항됐습니다.
병원과 같은 필수 시설은 비상 발전기를 가동해 큰 피해는 없었지만, 중소 상점과 레스토랑은 대낮부터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눈으로 확인해 보니, 정말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 거 같은데요. 온 국민이 겪었을 불안감도 엄청났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인프라 작동이 순식간에 멈춰서면서 물리적인 불편함이 커졌다면, 여기서 시작된 불안감과 공포는 훨씬 더 컸는데요.
아예 인터넷이 안 되거나 휴대전화 통신까지 끊기는 그곳이 생기면서 불안은 극에 달했습니다.
[안토니오 발바/스페인 마드리드 시민 : "인터넷도 안되고 휴대전화 등 다 안 돼요.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접속하려고 하고 있어요. 문제에요."]
현지 언론 엘파이스에 따르면 일하던 중 전력이 끊기자 마드리드 시민들이 당황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신호등은 물론 손에 든 휴대전화까지 먹통이 되자 패닉에 빠진 건데요.
이처럼 장시간 전기가 끊긴 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뭐라도 알고 싶은 사람들은 아날로그 라디오 앞에 모였고요.
여행 온 사람들은 지도 앱 없이 길을 찾고, 손전등 불빛으로 숙소를 찾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유학생 : "아마 우리는 두려운 것이겠죠. 그것(전기)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었는지 보여주잖아요."]
[앵커]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진 모습인데, 스페인과 포르투갈 당국의 대처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 스페인을 멈추게 만든 대정전에 당국은 곧바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불안해진 시민들이 당장 마트나 주유소로 달려가는걸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루이스 미구엘 아로요/학생 : "전기가 나간 지 꽤 됐잖아요. 얼마나 더 이럴지 모르니 우리는 지금 살 수 있는 걸 사는 거."]
사람들이 물과, 캔 음식 등 비상식품을 사기 위해 몰리면서 슈퍼마켓마다 긴 행렬이 이어졌는데요.
주유소도 연료를 사놓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가게에서 카드 결제기가 작동하지 않아서 현금 없는 시민들은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앵커]
장시간 계속된 혼란에도 발 빠른 대처가 이뤄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력이 끊긴 이유, 지금까지 나온 게 좀 있습니까?
[기자]
아직 원인이 이거다.
이렇게 밝혀진 건 없습니다.
스페인 당국은 어떤 요인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단 '사이버 테러'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지 시각 28일 대정전이 시작된 지 10시간여 만에 일부 지역에 불이 들어오자 환호의 함성이 도심 전체에 울려 퍼졌습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력이 복구됐는데요.
초기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와 스페인을 연결하는 전력 공급선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자동 차단 시스템이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드로 산체스/스페인 총리 : "전력망과 모든 민간사업자로부터 얻은 기록을 검토한 후에 이러한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떤 가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결과는 공개될 것입니다."]
스페인 당국은 이번 정전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고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까지 나서서 유럽 송전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텐데요.
이번 대정전 사태가 전기와 인터넷에 의존하는 현대 사회의 취약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영상편집:구자람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영상출처:@ernestodx1906 (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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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 이슈] “모든 것이 멈췄다”…‘블랙 아웃’ 24시간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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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4-30 15:33:08
- 수정2025-04-30 15: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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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은 사태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했습니다.
대규모 정전으로 나라 전체가 하루 동안 사실상 마비됐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복구됐단 소식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야말로 스페인 전역에 전기가 아예 안들어 왔다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전은 스페인 대부분 지역과 포르투갈,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 발생했는데요.
전력이 끊기면서 가정과 회사, 지하철과 통신, 심지어는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경기까지 멈춰 섰습니다.
[미구엘 앙겔/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민 : "상점은 문을 닫았고요. 우리는 지불도 못 합니다. 현금인출기에서 출금도 못해요. 혼란스러워요. 마치 전쟁이 난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전쟁' 같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은 그 순간은, 현지 시각 28일 정오 무렵 찾아왔습니다.
지하철이 터널 한가운데 멈춰서면서, 승객들이 어둠을 뚫고 철로를 걸어 나오고 있는데요.
마드리드 지하철 일부 노선은 아예 운행이 중단되면서 승객은 안에 갇혀 몇 시간을 보냈고요.
고속열차로 보이는 기차는 운행 중 산속 한복판에 덩그러니 멈춰 섰습니다.
도로는 신호등이 꺼지면서, 교차로마다 차량으로 꽉 막혀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먹통이 된 신호등 대신 경찰관과 시민들이 수신호로 차량 통제에 나섰고요.
예비 전력 시스템이 운영됐지만 공항 곳곳에서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결항됐습니다.
병원과 같은 필수 시설은 비상 발전기를 가동해 큰 피해는 없었지만, 중소 상점과 레스토랑은 대낮부터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눈으로 확인해 보니, 정말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 거 같은데요. 온 국민이 겪었을 불안감도 엄청났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인프라 작동이 순식간에 멈춰서면서 물리적인 불편함이 커졌다면, 여기서 시작된 불안감과 공포는 훨씬 더 컸는데요.
아예 인터넷이 안 되거나 휴대전화 통신까지 끊기는 그곳이 생기면서 불안은 극에 달했습니다.
[안토니오 발바/스페인 마드리드 시민 : "인터넷도 안되고 휴대전화 등 다 안 돼요.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접속하려고 하고 있어요. 문제에요."]
현지 언론 엘파이스에 따르면 일하던 중 전력이 끊기자 마드리드 시민들이 당황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신호등은 물론 손에 든 휴대전화까지 먹통이 되자 패닉에 빠진 건데요.
이처럼 장시간 전기가 끊긴 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뭐라도 알고 싶은 사람들은 아날로그 라디오 앞에 모였고요.
여행 온 사람들은 지도 앱 없이 길을 찾고, 손전등 불빛으로 숙소를 찾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유학생 : "아마 우리는 두려운 것이겠죠. 그것(전기)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었는지 보여주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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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진 모습인데, 스페인과 포르투갈 당국의 대처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 스페인을 멈추게 만든 대정전에 당국은 곧바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불안해진 시민들이 당장 마트나 주유소로 달려가는걸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루이스 미구엘 아로요/학생 : "전기가 나간 지 꽤 됐잖아요. 얼마나 더 이럴지 모르니 우리는 지금 살 수 있는 걸 사는 거."]
사람들이 물과, 캔 음식 등 비상식품을 사기 위해 몰리면서 슈퍼마켓마다 긴 행렬이 이어졌는데요.
주유소도 연료를 사놓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가게에서 카드 결제기가 작동하지 않아서 현금 없는 시민들은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앵커]
장시간 계속된 혼란에도 발 빠른 대처가 이뤄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력이 끊긴 이유, 지금까지 나온 게 좀 있습니까?
[기자]
아직 원인이 이거다.
이렇게 밝혀진 건 없습니다.
스페인 당국은 어떤 요인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단 '사이버 테러'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지 시각 28일 대정전이 시작된 지 10시간여 만에 일부 지역에 불이 들어오자 환호의 함성이 도심 전체에 울려 퍼졌습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력이 복구됐는데요.
초기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와 스페인을 연결하는 전력 공급선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자동 차단 시스템이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드로 산체스/스페인 총리 : "전력망과 모든 민간사업자로부터 얻은 기록을 검토한 후에 이러한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떤 가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결과는 공개될 것입니다."]
스페인 당국은 이번 정전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고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까지 나서서 유럽 송전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텐데요.
이번 대정전 사태가 전기와 인터넷에 의존하는 현대 사회의 취약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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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은 사태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했습니다.
대규모 정전으로 나라 전체가 하루 동안 사실상 마비됐는데요.
월드 이슈, 이랑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복구됐단 소식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야말로 스페인 전역에 전기가 아예 안들어 왔다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전은 스페인 대부분 지역과 포르투갈,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 발생했는데요.
전력이 끊기면서 가정과 회사, 지하철과 통신, 심지어는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경기까지 멈춰 섰습니다.
[미구엘 앙겔/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민 : "상점은 문을 닫았고요. 우리는 지불도 못 합니다. 현금인출기에서 출금도 못해요. 혼란스러워요. 마치 전쟁이 난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전쟁' 같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은 그 순간은, 현지 시각 28일 정오 무렵 찾아왔습니다.
지하철이 터널 한가운데 멈춰서면서, 승객들이 어둠을 뚫고 철로를 걸어 나오고 있는데요.
마드리드 지하철 일부 노선은 아예 운행이 중단되면서 승객은 안에 갇혀 몇 시간을 보냈고요.
고속열차로 보이는 기차는 운행 중 산속 한복판에 덩그러니 멈춰 섰습니다.
도로는 신호등이 꺼지면서, 교차로마다 차량으로 꽉 막혀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먹통이 된 신호등 대신 경찰관과 시민들이 수신호로 차량 통제에 나섰고요.
예비 전력 시스템이 운영됐지만 공항 곳곳에서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결항됐습니다.
병원과 같은 필수 시설은 비상 발전기를 가동해 큰 피해는 없었지만, 중소 상점과 레스토랑은 대낮부터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눈으로 확인해 보니, 정말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 거 같은데요. 온 국민이 겪었을 불안감도 엄청났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인프라 작동이 순식간에 멈춰서면서 물리적인 불편함이 커졌다면, 여기서 시작된 불안감과 공포는 훨씬 더 컸는데요.
아예 인터넷이 안 되거나 휴대전화 통신까지 끊기는 그곳이 생기면서 불안은 극에 달했습니다.
[안토니오 발바/스페인 마드리드 시민 : "인터넷도 안되고 휴대전화 등 다 안 돼요.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접속하려고 하고 있어요. 문제에요."]
현지 언론 엘파이스에 따르면 일하던 중 전력이 끊기자 마드리드 시민들이 당황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신호등은 물론 손에 든 휴대전화까지 먹통이 되자 패닉에 빠진 건데요.
이처럼 장시간 전기가 끊긴 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뭐라도 알고 싶은 사람들은 아날로그 라디오 앞에 모였고요.
여행 온 사람들은 지도 앱 없이 길을 찾고, 손전등 불빛으로 숙소를 찾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유학생 : "아마 우리는 두려운 것이겠죠. 그것(전기)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었는지 보여주잖아요."]
[앵커]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진 모습인데, 스페인과 포르투갈 당국의 대처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 스페인을 멈추게 만든 대정전에 당국은 곧바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불안해진 시민들이 당장 마트나 주유소로 달려가는걸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루이스 미구엘 아로요/학생 : "전기가 나간 지 꽤 됐잖아요. 얼마나 더 이럴지 모르니 우리는 지금 살 수 있는 걸 사는 거."]
사람들이 물과, 캔 음식 등 비상식품을 사기 위해 몰리면서 슈퍼마켓마다 긴 행렬이 이어졌는데요.
주유소도 연료를 사놓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가게에서 카드 결제기가 작동하지 않아서 현금 없는 시민들은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앵커]
장시간 계속된 혼란에도 발 빠른 대처가 이뤄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력이 끊긴 이유, 지금까지 나온 게 좀 있습니까?
[기자]
아직 원인이 이거다.
이렇게 밝혀진 건 없습니다.
스페인 당국은 어떤 요인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단 '사이버 테러'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지 시각 28일 대정전이 시작된 지 10시간여 만에 일부 지역에 불이 들어오자 환호의 함성이 도심 전체에 울려 퍼졌습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력이 복구됐는데요.
초기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와 스페인을 연결하는 전력 공급선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자동 차단 시스템이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드로 산체스/스페인 총리 : "전력망과 모든 민간사업자로부터 얻은 기록을 검토한 후에 이러한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떤 가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결과는 공개될 것입니다."]
스페인 당국은 이번 정전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고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까지 나서서 유럽 송전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텐데요.
이번 대정전 사태가 전기와 인터넷에 의존하는 현대 사회의 취약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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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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