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유해보며 ‘울먹’…“파병 정당화” 외

입력 2025.07.05 (07:51) 수정 2025.07.0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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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재명 정부가 전임 정부에서 사실상 차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적극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가 최근 통일부의 승인을 받고 오늘 9월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양궁선수권 대회에 북한 선수단을 초청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남북관계가 개선됐을 때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 스포츠 교류마저 끊겼는데요.

이번 초청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7월의 첫 번째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북러 조약 체결 1주년을 맞아 북한에서 열린 기념공연에서 이례적인 장면들이 연출됐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군의 전투 모습은 물론 전사자 유해 송환 장면까지 처음 공개한 겁니다.

문화예술을 수단으로 파병을 정당화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자세한 내용,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말 평양에 위치한 동평양대극장.

김정은 위원장이 방북한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부 장관과 나란히 입장합니다.

북러 간 새로운 조약 체결 1주년을 맞아 러시아 측의 기념 공연이 열렸습니다.

러시아 예술단이 기예에 가까운 민속무용을 뽐내자 감탄하는 김정은 위원장.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여성 가수들이 아리랑을 열창할 땐 방끗 웃으며 기뻐하기도 합니다.

[조선중앙TV : "이날 우리 예술인들의 답례 공연이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북한 측의 답례 공연이 이어졌는데, 러시아 측 공연과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공연을 지켜보는 김 위원장.

그 이유는 공연 말미에 드러났습니다.

북한의 대표 가수 김옥주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러시아에 파병간 북한 군인들을 기리는 추모곡을 부르는 순간.

["아~ 우리의 영웅들. 내 조국의 빛나는 별들이여."]

무대 배경 화면에선 참전한 북한군의 모습과 피 묻은 수첩 등이 흘러나왔습니다.

김 위원장이 울먹이며 평양에 도착한 전사자들의 유해를 맞이하는 장면도 공개됐습니다.

기립해 이 영상을 지켜보던 김 위원장은, 몸까지 흔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연출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용감히 싸웠고, 그 무엇을 충실하였는지. 두 눈을 감을 제 무엇을 그렸고, 어떤 소원 남기고 갔는지."]

북한은 6개월 간 파병 사실을 감춰오다 지난 4월에서야 참전을 공식화했는데, 군인들의 전투 모습과 유해 송환 사실을 직접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공개 파병에 주민 동요가 있었다고 알려진 만큼 희생 장병을 예우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해 민심을 달래고, 추가 파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에 착수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두진호/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 : "사실 이번에 파병된 북한 특수작전군은 주로 평양이라든지 수도권에서 징집된 자원들이 아니고 성분이 낮은 지방에 있는 그런 자원들, 청년 자원들이 대부분 입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 이런 부분들을 통해서 굉장한 예우를 할 것입니다. 또 추가 파병, 파병의 장기화라고 하는 상황 속에서 러시아에 대한 파병 정책의 정당성과 또 지속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북한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공병과 건설 인력 6천 명을 추가로 보내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CNN은, 이보다 5배나 많은 3만 명이 추가로 파병될 거라는 정보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으로부터 입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군을 실어나른 선박과 같은 종류의 수송선이 러시아 두나이 항구에서 포착됐습니다.

지난 6월 평양 순안국제공항엔 일루신 계열의 수송기들도 포착됐다며, 이는 북한군을 추가로 파견하기 위한 준비작업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기자/CNN 보도 : "꽤 좋은 벙커네요. 따뜻합니다."]

또 CNN이 입수한 영상 보고서엔, 20대 초중반의 북한군이 벙커에서 한식을 먹는 듯한 모습과 훈련을 받는 모습들이 담겼습니다.

[러시아군 교관/CNN 보도 : "북한 병사들은 신체 조건이 좋습니다. 러시아군만큼 훌륭해요. 적군은 서둘러 도망갑니다. 총격전을 무서워하니까요."]

북한이 뒤늦게 파병군 모습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건, 내부 단합 목적 외에 러시아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파병 부대에 세 차례 공격을 지시했다는 김 위원장의 친필 명령서도 이번에 처음 공개됐는데, 이 또한 러시아를 향한 거라는 분석입니다.

[두진호/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 : "작전 계획에 김 위원장이 서명했다는 건 러시아와의 관계가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고 상호 대등한 관계라고 하는 부분들을 부각시키는 의도가 포함돼 있고요. 또 한 가지는 만약 한반도 유사시 상황이 발생한다면 러시아군이 참여할 수 있다고 하는 기정사실화 전략도 같이 포함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앵커]

▲‘원양함대’ 추진…북 노림수는?▲

북한의 추가 파병이 더욱 우려되는 건,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자금과 최신 군사기술을 넘겨받아 재래식 전력을 현대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 들어 북한은 대규모의 자원이 필요한, 원양함대 건설 계획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리포트]

진수 밧줄을 자르자 축포가 터지고, 북한의 5천 톤급 구축함 강건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북한이 지난 5월 말 좌초됐던 함정을 일으켜 세워 복구한 뒤, 사고 22일 만에 다시 진수식을 개최한 겁니다.

함정을 둘러본 김 위원장은 구축함을 완전히 복구했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조선중앙TV/6월 13일 : "황당한 곡절이 있었지만, 그 어떤 난관도 해군 전력 강화의 중대한 로정(과정)은 결코 지연시킬 수 없었다고 하시면서..."]

하지만 급하게 수리된 흔적들은 미처 지우지 못했습니다.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생긴 듯 표면은 울퉁불퉁했고, 미사일 발사대가 있어야 할 자리도 비어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축함을 매해 두 척씩 취역시킬 거라며, 최종 목표를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연설 대독/6월 12일 : "우리가 원양작전 능력을 보유하고 대양에서 해군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가 주권과 안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선택입니다."]

즉, 강건호 같은 다목적 구축함에 더해 핵추진잠수함과 순양함, 호위함 등을 건조해 원양작전함대를 꾸리겠다는 겁니다.

현재 한반도에서 유사상황이 발생하면, 미국 본토 외에도 하와이 태평양사령부와 괌, 일본 오키나와 기지 등에서 미 해군 전력이 출동합니다.

북한의 원양함대 구상은 유사시 태평양까지 진출해 미군 증원 전력을 먼 바다에서부터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문근식/한양대 특임교수/전 잠수함 함장 :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한미 연합 해군 전력이에요. 전쟁이 일어나면 개전 초에 미군 항공모함 전단이 4개가 오게 돼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완전히 포위 돼 버린다고. 연안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에 북한이 그걸 탈피하겠다."]

하지만, 북한의 계획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해군 전력은 곧 국력과 비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김대중/대통령/2002년 3월 : "머지않아 수상과 수중, 항공의 균형된 첨단 일체의 전력으로 구성된 대양해군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될 것입니다."]

한국이 2000년 이후 대양해군 건설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계속 성장을 해온 경제력 덕분입니다.

우리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의 건조 비용은 약 1조 원대, 도산안창호급 디젤 잠수함 또한 약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근식/한양대 특임교수/전 잠수함 함장 : "핵추진 잠수함 같으면 2조 정도 되고. 북한이 주장하는 그런 최소 전력만 구축하려고 해도 줄잡아 한 15조 원에서 20조 원에 육박해요, 그 돈이. 그런데 북한이 1년 국방비가 5조 내지 7조 원이에요. 그럼 몇 년 걸리겠어요? 이 엄청난 돈을 해군만 다 쓸 수 있느냐. 그건 아니죠. 육군, 공군도 있기 때문에."]

게다가 전 세계 해군 함정은 모두 이른바 ‘3직제’로 운용됩니다.

즉, 1척이 작전 중이면, 다른 1척은 대기를 하고, 나머지 1척은 정비에 들어갑니다.

구축함도, 핵추진 잠수함도 최소 3척씩은 있어야 제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진호/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 : "북한 능력만으로는 쉽지 않기 때문에 큰 차원에서 러시아의 해군 전략에 편승해서 예를 들어서 극동지역에 있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와 함께 이런 연합 태세를 발전시켜감으로써 미국의 전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겠습니다."]

북한이 원양함대까진 아니더라도 러시아 지원을 바탕으로 일정 부분 해군 현대화에 성공한다면 핵 압박이 더욱 노골화될 거란 우려도 큽니다.

[문근식/한양대 특임교수/전 잠수함 함장 : "과거에 우리가 ‘북한 돈도 없어, 기술력도 떨어져, 군사력도 약해’ 그랬는데 북한이 현 수준에서 더 강화되고 특히 핵무기를 만든 걸 지상에만 두기 불안하니까 핵잠수함에 넣어서 바닷속에 숨긴다. 이 정도 되면 함부로 건들 수가 없는 거예요. 이제."]

북한은 최근에도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란 사실을 거듭 주장하며, 군사력 강화에 계속해서 힘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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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유해보며 ‘울먹’…“파병 정당화” 외
    • 입력 2025-07-05 07:51:06
    • 수정2025-07-05 08:23:09
    남북의 창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재명 정부가 전임 정부에서 사실상 차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적극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가 최근 통일부의 승인을 받고 오늘 9월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양궁선수권 대회에 북한 선수단을 초청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남북관계가 개선됐을 때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 스포츠 교류마저 끊겼는데요.

이번 초청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7월의 첫 번째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북러 조약 체결 1주년을 맞아 북한에서 열린 기념공연에서 이례적인 장면들이 연출됐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군의 전투 모습은 물론 전사자 유해 송환 장면까지 처음 공개한 겁니다.

문화예술을 수단으로 파병을 정당화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자세한 내용,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말 평양에 위치한 동평양대극장.

김정은 위원장이 방북한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부 장관과 나란히 입장합니다.

북러 간 새로운 조약 체결 1주년을 맞아 러시아 측의 기념 공연이 열렸습니다.

러시아 예술단이 기예에 가까운 민속무용을 뽐내자 감탄하는 김정은 위원장.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여성 가수들이 아리랑을 열창할 땐 방끗 웃으며 기뻐하기도 합니다.

[조선중앙TV : "이날 우리 예술인들의 답례 공연이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북한 측의 답례 공연이 이어졌는데, 러시아 측 공연과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공연을 지켜보는 김 위원장.

그 이유는 공연 말미에 드러났습니다.

북한의 대표 가수 김옥주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러시아에 파병간 북한 군인들을 기리는 추모곡을 부르는 순간.

["아~ 우리의 영웅들. 내 조국의 빛나는 별들이여."]

무대 배경 화면에선 참전한 북한군의 모습과 피 묻은 수첩 등이 흘러나왔습니다.

김 위원장이 울먹이며 평양에 도착한 전사자들의 유해를 맞이하는 장면도 공개됐습니다.

기립해 이 영상을 지켜보던 김 위원장은, 몸까지 흔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연출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용감히 싸웠고, 그 무엇을 충실하였는지. 두 눈을 감을 제 무엇을 그렸고, 어떤 소원 남기고 갔는지."]

북한은 6개월 간 파병 사실을 감춰오다 지난 4월에서야 참전을 공식화했는데, 군인들의 전투 모습과 유해 송환 사실을 직접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공개 파병에 주민 동요가 있었다고 알려진 만큼 희생 장병을 예우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해 민심을 달래고, 추가 파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에 착수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두진호/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 : "사실 이번에 파병된 북한 특수작전군은 주로 평양이라든지 수도권에서 징집된 자원들이 아니고 성분이 낮은 지방에 있는 그런 자원들, 청년 자원들이 대부분 입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 이런 부분들을 통해서 굉장한 예우를 할 것입니다. 또 추가 파병, 파병의 장기화라고 하는 상황 속에서 러시아에 대한 파병 정책의 정당성과 또 지속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북한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공병과 건설 인력 6천 명을 추가로 보내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CNN은, 이보다 5배나 많은 3만 명이 추가로 파병될 거라는 정보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으로부터 입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군을 실어나른 선박과 같은 종류의 수송선이 러시아 두나이 항구에서 포착됐습니다.

지난 6월 평양 순안국제공항엔 일루신 계열의 수송기들도 포착됐다며, 이는 북한군을 추가로 파견하기 위한 준비작업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기자/CNN 보도 : "꽤 좋은 벙커네요. 따뜻합니다."]

또 CNN이 입수한 영상 보고서엔, 20대 초중반의 북한군이 벙커에서 한식을 먹는 듯한 모습과 훈련을 받는 모습들이 담겼습니다.

[러시아군 교관/CNN 보도 : "북한 병사들은 신체 조건이 좋습니다. 러시아군만큼 훌륭해요. 적군은 서둘러 도망갑니다. 총격전을 무서워하니까요."]

북한이 뒤늦게 파병군 모습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건, 내부 단합 목적 외에 러시아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파병 부대에 세 차례 공격을 지시했다는 김 위원장의 친필 명령서도 이번에 처음 공개됐는데, 이 또한 러시아를 향한 거라는 분석입니다.

[두진호/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 : "작전 계획에 김 위원장이 서명했다는 건 러시아와의 관계가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고 상호 대등한 관계라고 하는 부분들을 부각시키는 의도가 포함돼 있고요. 또 한 가지는 만약 한반도 유사시 상황이 발생한다면 러시아군이 참여할 수 있다고 하는 기정사실화 전략도 같이 포함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앵커]

▲‘원양함대’ 추진…북 노림수는?▲

북한의 추가 파병이 더욱 우려되는 건,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자금과 최신 군사기술을 넘겨받아 재래식 전력을 현대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 들어 북한은 대규모의 자원이 필요한, 원양함대 건설 계획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리포트]

진수 밧줄을 자르자 축포가 터지고, 북한의 5천 톤급 구축함 강건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북한이 지난 5월 말 좌초됐던 함정을 일으켜 세워 복구한 뒤, 사고 22일 만에 다시 진수식을 개최한 겁니다.

함정을 둘러본 김 위원장은 구축함을 완전히 복구했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조선중앙TV/6월 13일 : "황당한 곡절이 있었지만, 그 어떤 난관도 해군 전력 강화의 중대한 로정(과정)은 결코 지연시킬 수 없었다고 하시면서..."]

하지만 급하게 수리된 흔적들은 미처 지우지 못했습니다.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생긴 듯 표면은 울퉁불퉁했고, 미사일 발사대가 있어야 할 자리도 비어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축함을 매해 두 척씩 취역시킬 거라며, 최종 목표를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연설 대독/6월 12일 : "우리가 원양작전 능력을 보유하고 대양에서 해군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가 주권과 안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선택입니다."]

즉, 강건호 같은 다목적 구축함에 더해 핵추진잠수함과 순양함, 호위함 등을 건조해 원양작전함대를 꾸리겠다는 겁니다.

현재 한반도에서 유사상황이 발생하면, 미국 본토 외에도 하와이 태평양사령부와 괌, 일본 오키나와 기지 등에서 미 해군 전력이 출동합니다.

북한의 원양함대 구상은 유사시 태평양까지 진출해 미군 증원 전력을 먼 바다에서부터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문근식/한양대 특임교수/전 잠수함 함장 :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한미 연합 해군 전력이에요. 전쟁이 일어나면 개전 초에 미군 항공모함 전단이 4개가 오게 돼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완전히 포위 돼 버린다고. 연안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에 북한이 그걸 탈피하겠다."]

하지만, 북한의 계획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해군 전력은 곧 국력과 비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김대중/대통령/2002년 3월 : "머지않아 수상과 수중, 항공의 균형된 첨단 일체의 전력으로 구성된 대양해군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될 것입니다."]

한국이 2000년 이후 대양해군 건설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계속 성장을 해온 경제력 덕분입니다.

우리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의 건조 비용은 약 1조 원대, 도산안창호급 디젤 잠수함 또한 약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근식/한양대 특임교수/전 잠수함 함장 : "핵추진 잠수함 같으면 2조 정도 되고. 북한이 주장하는 그런 최소 전력만 구축하려고 해도 줄잡아 한 15조 원에서 20조 원에 육박해요, 그 돈이. 그런데 북한이 1년 국방비가 5조 내지 7조 원이에요. 그럼 몇 년 걸리겠어요? 이 엄청난 돈을 해군만 다 쓸 수 있느냐. 그건 아니죠. 육군, 공군도 있기 때문에."]

게다가 전 세계 해군 함정은 모두 이른바 ‘3직제’로 운용됩니다.

즉, 1척이 작전 중이면, 다른 1척은 대기를 하고, 나머지 1척은 정비에 들어갑니다.

구축함도, 핵추진 잠수함도 최소 3척씩은 있어야 제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진호/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 : "북한 능력만으로는 쉽지 않기 때문에 큰 차원에서 러시아의 해군 전략에 편승해서 예를 들어서 극동지역에 있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와 함께 이런 연합 태세를 발전시켜감으로써 미국의 전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겠습니다."]

북한이 원양함대까진 아니더라도 러시아 지원을 바탕으로 일정 부분 해군 현대화에 성공한다면 핵 압박이 더욱 노골화될 거란 우려도 큽니다.

[문근식/한양대 특임교수/전 잠수함 함장 : "과거에 우리가 ‘북한 돈도 없어, 기술력도 떨어져, 군사력도 약해’ 그랬는데 북한이 현 수준에서 더 강화되고 특히 핵무기를 만든 걸 지상에만 두기 불안하니까 핵잠수함에 넣어서 바닷속에 숨긴다. 이 정도 되면 함부로 건들 수가 없는 거예요. 이제."]

북한은 최근에도 자신들이 핵보유국이란 사실을 거듭 주장하며, 군사력 강화에 계속해서 힘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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