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화려한 건설 뒤엔…“청년 강제동원”
입력 2025.07.12 (08:18)
수정 2025.07.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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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31주기를 맞아 북한 전역에서 추모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 선전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일성 주석의 국가건설 업적을 김정은 위원장이 계승·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공개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제8차 당대회 결정의 최대 성과로 꼽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대규모 건설 사업의 이면엔 주민들의 고충과 희생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북한이 건설을 통해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고운 모래사장 해변에 활기가 넘쳐 납니다.
어른들은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고, 아이들은 모래성을 만들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한쪽에선 수상 보트를 타고 시원하게 바다를 가르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지난 1일 개장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풍경입니다.
[‘갈마관광지구’ 이용객 : "들어가기가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들어가 보니까 연로자들이 많지, 기뻐하지, 물이 맑지, 경치가 좋지, 연한 바다가 한눈에 보이지. 내 나라가 제일입니다."]
미끄럼틀, 인공 서핑장 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즐비한 워터파크에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전자오락실에선 증강현실 게임을 체험하고 4D영화를 즐기는 북한 주민들.
그런데 주민들은 이런 대규모 복합리조트 단지 건설을 김정은 위원장의 노고로 치켜세웁니다.
[‘갈마관광지구’ 이용객 : "막상 와보니까 텔레비전에서 보는 거보다 더 황홀하고 더 훌륭하고 우리 원수님께서 우리 인민들을 위해서 이렇게 좋은 혜택을 베풀어 주셨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속에서 눈물이 끓어오릅니다."]
실제 지난달 원산갈마지구 준공식 당시 북한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을 건설의 거장으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융성 발전의 새 전기를 펼쳐가시는 창조와 건설의 거장, 친근하신 어버이를 우러러 최대의 경의를 삼가 드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번 건설을 통해 북한의 건축 수준이 한층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조선중앙TV : "김정은 동지께서는 원산갈마지구의 모든 건축물들은 한해가 다르게 급속히 도약해온 우리 건축술의 원숙한 경지가 집대성된 기념비적 창조물들이라고 하시면서..."]
북한이 추진 중인 대규모 건설사업은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목할 점입니다.
지난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평양에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 살림집을 짓겠다고 발표한 북한.
2022년 송신·송화지구를 시작으로 화성지구 1, 2, 3단계가 순차적으로 완공됐고, 지난 2월에는 화성지구 4단계가 착공됐는데요.
이 공사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마무리되면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계획이 일단락됩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올해의 1만 세대 건설사업으로써 당대회 이후 강력하게 실행되어 온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마침내 완결 단계에 들어서게 됩니다."]
이밖에 대형 온실 농장과 종합병원 등 다양한 분야의 건설을 이어가며‘건설의 대번영기’를 맞았다고 북한 당국은 자처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우리 조국 땅 위에는 오늘도 내일도 건설의 대 번영기가 끝없이 펼쳐질 것입니다."]
중요한 건 이 같은 대규모 건설을 떠받치는 건 결국 주민들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대형 건설 사업에는 당의 지시에 따라 학생, 군인, 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동원됩니다.
그 가운데 중심적인 역할을 맡는 건 군인들입니다.
[한동진/전 러시아 파견 노동자/2022년 탈북 : "그 젊은이들을 10년 동안 군사 복무시키면 국내 젊은 인력은 기본적으로 군대에 집중됩니다. 20~30대 청년들은 다 군대에 있는 셈이죠. 그 사람들 일 시키죠 기본 주력으로. 군대가 북한말로 말하면 조국 방위도 하고 사회주의 건설도 한다는 식으로 군대를 내보내고."]
강동종합온실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그들의 노고를 치하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나는 이 자리를 빌려서 당과 정부를 대표하여 자랑스럽고 영웅적인 우리 군대에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 밖에도 건설 동원 부대인 돌격대를 비롯해 청년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은 비당원 청년들에겐 노동당 입당이라는 동기 부여를, 당원들에겐 훈장과 표창 같은 명예를 내걸며 건설 현장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귀중한 청춘 시절을 오늘의 시대와 하나로 이어놓고 청춘의 꿈과 사랑도 그 길에서 꽃 피운 이들."]
하지만 대부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동원되기 때문에‘강제 동원’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동진/전 러시아 파견 노동자/2022년 탈북 : "‘이제부터 돌격대 가라’ 해서 가는 거예요. 그런데 태공(태업)한다, 안 간다고 하면 공권력을 동원해서 감옥에 넣는 거죠."]
또 최근 몇 년간 건설량이 가중되면서 건설자들의 희생이 적지 않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김지선/탈북민 : "건설장에 올라가서 온실이 아치 모양의 형태인데 거기에 올라가다 (죽고.) 하루 24시간이면 2시간밖에 못 잔답니다. 그러다 보니 브로크(벽돌)를 쥐고 올라가다가 졸면 꼭대기에서 발만 조금 헛딛어도 떨어져 죽는 사람들이 많데요."]
해외 파견을 원하는 근로자들에게는 건설 노동 참여를 자격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마저도 대가 없이, 사실상 무상 노동이 강요됐다고 합니다.
[한동진/전 러시아 파견 노동자/2022년 탈북 : "일하는 동안은 보수가 없고 말하자면 생활을 검토 받는 단계거든요. 이 사람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국가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가. 3년 동안은 국가 대상건설인 원산갈마, 평양시 건설과 같은 그런 건설 사업에 동원되는데 보통 아침 8시에 작업 시작해서 저녁 10시 정도 끝나죠. 그렇게 3년을 버텨야죠. 3년을 버텨서 합격한 사람은 해외 파견 노동자 명단에 들어갑니다."]
군인과 돌격대, 각종 혜택을 기대하며 지원한 인력들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규모 건설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데, 정작 건축물들의 완성도는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차상욱/서울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원장 : "콘크리트를 대한민국에서 다룰 때는 기계식 플랜트에서 정확하게 배합해서 레미콘으로 옮겨서 레미콘이 일정한 시간 안에 현장에 도달한 뒤에 그 양을 투하하고 하면서 강도라는 게 보장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도 인력으로 비비고 줄로 달아서 올리고 그걸 삽으로 퍼서 붓고. 대단히 인력 중심적인 노동환경이기 때문에 최근 RFA(자유아시아방송)라든지 기타 등등의 대북매체를 통해서 낡아서 타일이 떨어지고 비가 새고 균열이 가고 있다 이런 식의 얘기들이 나오고 있잖습니까. 어떤 깊은 계획이나 오래된 깊은 고찰이 없이 지어지는 건물들의 부작용이 막 드러나는 거예요."]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장기간 공사가 중단됐던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도 시설 전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차상욱/서울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원장 : "원산갈마도 거의 골조를 완성해 놓고 그대로 몇 년을 내버려뒀어요. 바닷가에다. 지금 우리가 멋있다고 착각하는 건물의 뼈대는 다 그거 위에 다 만들어진 거예요. 그러니까 정밀하게 안전진단을 해야 할 부분도 있다는 이야기에요. 대한민국 건설인의 선험적인 관점에 놓고 바라보면 분명히 외형은 갖춘 게 맞는데 그것이 완성됐다고 하는 말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토록 대규모 건설에 집착할까?
그동안 북한 최고지도자들은 건설 사업을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건축과 도시 개발을 정치적 이념과 연결하고, 지도자의 업적으로 부각해 온 것입니다.
[차상욱/서울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원장 : "북한 주민들이 우리처럼 해외 사례를 많이 보거나 직접 외국을 나가볼 수가 없기 때문에 그동안 자랑해 왔던 평양의 도시가 아닌 새로운 게 들어서면 무엇이든 최첨단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을 사진으로 총화나 교육 시간 학습 시간에 보여주면 이게 바로 훌륭한 지도자의 정치적 메시지로 둔갑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잘한다 역시 위대하다고 생각하게 되죠."]
최근 북한 당국이 지방 건설에 몰두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데요.
평양 중심이던 개발이 지방까지 확대됐다는 점을 부각하며, 지도자의 위대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조선중앙TV : "갈마반도 개발에서 얻은 성과와 경험에 토대하여 여러 지역에 각이한 유형의 유망한 대규모 관광 문화지구들을 최단기간 내에 건설하는 중대 계획을 당 제9차 대회에서 확정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북한은 벌써부터 대규모 관광·문화지구 건설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화려한 건축물 뒤엔 수많은 주민들의 땀과 희생, 그리고 강제 동원이라는 불편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건설의 번영기’를 자처하는 북한 당국. 그 번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31주기를 맞아 북한 전역에서 추모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 선전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일성 주석의 국가건설 업적을 김정은 위원장이 계승·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공개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제8차 당대회 결정의 최대 성과로 꼽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대규모 건설 사업의 이면엔 주민들의 고충과 희생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북한이 건설을 통해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고운 모래사장 해변에 활기가 넘쳐 납니다.
어른들은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고, 아이들은 모래성을 만들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한쪽에선 수상 보트를 타고 시원하게 바다를 가르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지난 1일 개장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풍경입니다.
[‘갈마관광지구’ 이용객 : "들어가기가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들어가 보니까 연로자들이 많지, 기뻐하지, 물이 맑지, 경치가 좋지, 연한 바다가 한눈에 보이지. 내 나라가 제일입니다."]
미끄럼틀, 인공 서핑장 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즐비한 워터파크에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전자오락실에선 증강현실 게임을 체험하고 4D영화를 즐기는 북한 주민들.
그런데 주민들은 이런 대규모 복합리조트 단지 건설을 김정은 위원장의 노고로 치켜세웁니다.
[‘갈마관광지구’ 이용객 : "막상 와보니까 텔레비전에서 보는 거보다 더 황홀하고 더 훌륭하고 우리 원수님께서 우리 인민들을 위해서 이렇게 좋은 혜택을 베풀어 주셨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속에서 눈물이 끓어오릅니다."]
실제 지난달 원산갈마지구 준공식 당시 북한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을 건설의 거장으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융성 발전의 새 전기를 펼쳐가시는 창조와 건설의 거장, 친근하신 어버이를 우러러 최대의 경의를 삼가 드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번 건설을 통해 북한의 건축 수준이 한층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조선중앙TV : "김정은 동지께서는 원산갈마지구의 모든 건축물들은 한해가 다르게 급속히 도약해온 우리 건축술의 원숙한 경지가 집대성된 기념비적 창조물들이라고 하시면서..."]
북한이 추진 중인 대규모 건설사업은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목할 점입니다.
지난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평양에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 살림집을 짓겠다고 발표한 북한.
2022년 송신·송화지구를 시작으로 화성지구 1, 2, 3단계가 순차적으로 완공됐고, 지난 2월에는 화성지구 4단계가 착공됐는데요.
이 공사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마무리되면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계획이 일단락됩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올해의 1만 세대 건설사업으로써 당대회 이후 강력하게 실행되어 온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마침내 완결 단계에 들어서게 됩니다."]
이밖에 대형 온실 농장과 종합병원 등 다양한 분야의 건설을 이어가며‘건설의 대번영기’를 맞았다고 북한 당국은 자처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우리 조국 땅 위에는 오늘도 내일도 건설의 대 번영기가 끝없이 펼쳐질 것입니다."]
중요한 건 이 같은 대규모 건설을 떠받치는 건 결국 주민들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대형 건설 사업에는 당의 지시에 따라 학생, 군인, 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동원됩니다.
그 가운데 중심적인 역할을 맡는 건 군인들입니다.
[한동진/전 러시아 파견 노동자/2022년 탈북 : "그 젊은이들을 10년 동안 군사 복무시키면 국내 젊은 인력은 기본적으로 군대에 집중됩니다. 20~30대 청년들은 다 군대에 있는 셈이죠. 그 사람들 일 시키죠 기본 주력으로. 군대가 북한말로 말하면 조국 방위도 하고 사회주의 건설도 한다는 식으로 군대를 내보내고."]
강동종합온실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그들의 노고를 치하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나는 이 자리를 빌려서 당과 정부를 대표하여 자랑스럽고 영웅적인 우리 군대에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 밖에도 건설 동원 부대인 돌격대를 비롯해 청년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은 비당원 청년들에겐 노동당 입당이라는 동기 부여를, 당원들에겐 훈장과 표창 같은 명예를 내걸며 건설 현장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귀중한 청춘 시절을 오늘의 시대와 하나로 이어놓고 청춘의 꿈과 사랑도 그 길에서 꽃 피운 이들."]
하지만 대부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동원되기 때문에‘강제 동원’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동진/전 러시아 파견 노동자/2022년 탈북 : "‘이제부터 돌격대 가라’ 해서 가는 거예요. 그런데 태공(태업)한다, 안 간다고 하면 공권력을 동원해서 감옥에 넣는 거죠."]
또 최근 몇 년간 건설량이 가중되면서 건설자들의 희생이 적지 않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김지선/탈북민 : "건설장에 올라가서 온실이 아치 모양의 형태인데 거기에 올라가다 (죽고.) 하루 24시간이면 2시간밖에 못 잔답니다. 그러다 보니 브로크(벽돌)를 쥐고 올라가다가 졸면 꼭대기에서 발만 조금 헛딛어도 떨어져 죽는 사람들이 많데요."]
해외 파견을 원하는 근로자들에게는 건설 노동 참여를 자격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마저도 대가 없이, 사실상 무상 노동이 강요됐다고 합니다.
[한동진/전 러시아 파견 노동자/2022년 탈북 : "일하는 동안은 보수가 없고 말하자면 생활을 검토 받는 단계거든요. 이 사람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국가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가. 3년 동안은 국가 대상건설인 원산갈마, 평양시 건설과 같은 그런 건설 사업에 동원되는데 보통 아침 8시에 작업 시작해서 저녁 10시 정도 끝나죠. 그렇게 3년을 버텨야죠. 3년을 버텨서 합격한 사람은 해외 파견 노동자 명단에 들어갑니다."]
군인과 돌격대, 각종 혜택을 기대하며 지원한 인력들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규모 건설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데, 정작 건축물들의 완성도는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차상욱/서울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원장 : "콘크리트를 대한민국에서 다룰 때는 기계식 플랜트에서 정확하게 배합해서 레미콘으로 옮겨서 레미콘이 일정한 시간 안에 현장에 도달한 뒤에 그 양을 투하하고 하면서 강도라는 게 보장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도 인력으로 비비고 줄로 달아서 올리고 그걸 삽으로 퍼서 붓고. 대단히 인력 중심적인 노동환경이기 때문에 최근 RFA(자유아시아방송)라든지 기타 등등의 대북매체를 통해서 낡아서 타일이 떨어지고 비가 새고 균열이 가고 있다 이런 식의 얘기들이 나오고 있잖습니까. 어떤 깊은 계획이나 오래된 깊은 고찰이 없이 지어지는 건물들의 부작용이 막 드러나는 거예요."]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장기간 공사가 중단됐던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도 시설 전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차상욱/서울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원장 : "원산갈마도 거의 골조를 완성해 놓고 그대로 몇 년을 내버려뒀어요. 바닷가에다. 지금 우리가 멋있다고 착각하는 건물의 뼈대는 다 그거 위에 다 만들어진 거예요. 그러니까 정밀하게 안전진단을 해야 할 부분도 있다는 이야기에요. 대한민국 건설인의 선험적인 관점에 놓고 바라보면 분명히 외형은 갖춘 게 맞는데 그것이 완성됐다고 하는 말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토록 대규모 건설에 집착할까?
그동안 북한 최고지도자들은 건설 사업을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건축과 도시 개발을 정치적 이념과 연결하고, 지도자의 업적으로 부각해 온 것입니다.
[차상욱/서울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원장 : "북한 주민들이 우리처럼 해외 사례를 많이 보거나 직접 외국을 나가볼 수가 없기 때문에 그동안 자랑해 왔던 평양의 도시가 아닌 새로운 게 들어서면 무엇이든 최첨단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을 사진으로 총화나 교육 시간 학습 시간에 보여주면 이게 바로 훌륭한 지도자의 정치적 메시지로 둔갑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잘한다 역시 위대하다고 생각하게 되죠."]
최근 북한 당국이 지방 건설에 몰두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데요.
평양 중심이던 개발이 지방까지 확대됐다는 점을 부각하며, 지도자의 위대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조선중앙TV : "갈마반도 개발에서 얻은 성과와 경험에 토대하여 여러 지역에 각이한 유형의 유망한 대규모 관광 문화지구들을 최단기간 내에 건설하는 중대 계획을 당 제9차 대회에서 확정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북한은 벌써부터 대규모 관광·문화지구 건설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화려한 건축물 뒤엔 수많은 주민들의 땀과 희생, 그리고 강제 동원이라는 불편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건설의 번영기’를 자처하는 북한 당국. 그 번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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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업 북한] 화려한 건설 뒤엔…“청년 강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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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7-12 08:18:31
- 수정2025-07-12 08:30:14

[앵커]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31주기를 맞아 북한 전역에서 추모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 선전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일성 주석의 국가건설 업적을 김정은 위원장이 계승·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공개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제8차 당대회 결정의 최대 성과로 꼽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대규모 건설 사업의 이면엔 주민들의 고충과 희생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북한이 건설을 통해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고운 모래사장 해변에 활기가 넘쳐 납니다.
어른들은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고, 아이들은 모래성을 만들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한쪽에선 수상 보트를 타고 시원하게 바다를 가르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지난 1일 개장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풍경입니다.
[‘갈마관광지구’ 이용객 : "들어가기가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들어가 보니까 연로자들이 많지, 기뻐하지, 물이 맑지, 경치가 좋지, 연한 바다가 한눈에 보이지. 내 나라가 제일입니다."]
미끄럼틀, 인공 서핑장 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즐비한 워터파크에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전자오락실에선 증강현실 게임을 체험하고 4D영화를 즐기는 북한 주민들.
그런데 주민들은 이런 대규모 복합리조트 단지 건설을 김정은 위원장의 노고로 치켜세웁니다.
[‘갈마관광지구’ 이용객 : "막상 와보니까 텔레비전에서 보는 거보다 더 황홀하고 더 훌륭하고 우리 원수님께서 우리 인민들을 위해서 이렇게 좋은 혜택을 베풀어 주셨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속에서 눈물이 끓어오릅니다."]
실제 지난달 원산갈마지구 준공식 당시 북한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을 건설의 거장으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융성 발전의 새 전기를 펼쳐가시는 창조와 건설의 거장, 친근하신 어버이를 우러러 최대의 경의를 삼가 드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번 건설을 통해 북한의 건축 수준이 한층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조선중앙TV : "김정은 동지께서는 원산갈마지구의 모든 건축물들은 한해가 다르게 급속히 도약해온 우리 건축술의 원숙한 경지가 집대성된 기념비적 창조물들이라고 하시면서..."]
북한이 추진 중인 대규모 건설사업은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목할 점입니다.
지난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평양에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 살림집을 짓겠다고 발표한 북한.
2022년 송신·송화지구를 시작으로 화성지구 1, 2, 3단계가 순차적으로 완공됐고, 지난 2월에는 화성지구 4단계가 착공됐는데요.
이 공사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마무리되면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계획이 일단락됩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올해의 1만 세대 건설사업으로써 당대회 이후 강력하게 실행되어 온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마침내 완결 단계에 들어서게 됩니다."]
이밖에 대형 온실 농장과 종합병원 등 다양한 분야의 건설을 이어가며‘건설의 대번영기’를 맞았다고 북한 당국은 자처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우리 조국 땅 위에는 오늘도 내일도 건설의 대 번영기가 끝없이 펼쳐질 것입니다."]
중요한 건 이 같은 대규모 건설을 떠받치는 건 결국 주민들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대형 건설 사업에는 당의 지시에 따라 학생, 군인, 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동원됩니다.
그 가운데 중심적인 역할을 맡는 건 군인들입니다.
[한동진/전 러시아 파견 노동자/2022년 탈북 : "그 젊은이들을 10년 동안 군사 복무시키면 국내 젊은 인력은 기본적으로 군대에 집중됩니다. 20~30대 청년들은 다 군대에 있는 셈이죠. 그 사람들 일 시키죠 기본 주력으로. 군대가 북한말로 말하면 조국 방위도 하고 사회주의 건설도 한다는 식으로 군대를 내보내고."]
강동종합온실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그들의 노고를 치하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나는 이 자리를 빌려서 당과 정부를 대표하여 자랑스럽고 영웅적인 우리 군대에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 밖에도 건설 동원 부대인 돌격대를 비롯해 청년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은 비당원 청년들에겐 노동당 입당이라는 동기 부여를, 당원들에겐 훈장과 표창 같은 명예를 내걸며 건설 현장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귀중한 청춘 시절을 오늘의 시대와 하나로 이어놓고 청춘의 꿈과 사랑도 그 길에서 꽃 피운 이들."]
하지만 대부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동원되기 때문에‘강제 동원’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동진/전 러시아 파견 노동자/2022년 탈북 : "‘이제부터 돌격대 가라’ 해서 가는 거예요. 그런데 태공(태업)한다, 안 간다고 하면 공권력을 동원해서 감옥에 넣는 거죠."]
또 최근 몇 년간 건설량이 가중되면서 건설자들의 희생이 적지 않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김지선/탈북민 : "건설장에 올라가서 온실이 아치 모양의 형태인데 거기에 올라가다 (죽고.) 하루 24시간이면 2시간밖에 못 잔답니다. 그러다 보니 브로크(벽돌)를 쥐고 올라가다가 졸면 꼭대기에서 발만 조금 헛딛어도 떨어져 죽는 사람들이 많데요."]
해외 파견을 원하는 근로자들에게는 건설 노동 참여를 자격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마저도 대가 없이, 사실상 무상 노동이 강요됐다고 합니다.
[한동진/전 러시아 파견 노동자/2022년 탈북 : "일하는 동안은 보수가 없고 말하자면 생활을 검토 받는 단계거든요. 이 사람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국가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가. 3년 동안은 국가 대상건설인 원산갈마, 평양시 건설과 같은 그런 건설 사업에 동원되는데 보통 아침 8시에 작업 시작해서 저녁 10시 정도 끝나죠. 그렇게 3년을 버텨야죠. 3년을 버텨서 합격한 사람은 해외 파견 노동자 명단에 들어갑니다."]
군인과 돌격대, 각종 혜택을 기대하며 지원한 인력들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규모 건설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데, 정작 건축물들의 완성도는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차상욱/서울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원장 : "콘크리트를 대한민국에서 다룰 때는 기계식 플랜트에서 정확하게 배합해서 레미콘으로 옮겨서 레미콘이 일정한 시간 안에 현장에 도달한 뒤에 그 양을 투하하고 하면서 강도라는 게 보장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도 인력으로 비비고 줄로 달아서 올리고 그걸 삽으로 퍼서 붓고. 대단히 인력 중심적인 노동환경이기 때문에 최근 RFA(자유아시아방송)라든지 기타 등등의 대북매체를 통해서 낡아서 타일이 떨어지고 비가 새고 균열이 가고 있다 이런 식의 얘기들이 나오고 있잖습니까. 어떤 깊은 계획이나 오래된 깊은 고찰이 없이 지어지는 건물들의 부작용이 막 드러나는 거예요."]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장기간 공사가 중단됐던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도 시설 전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차상욱/서울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원장 : "원산갈마도 거의 골조를 완성해 놓고 그대로 몇 년을 내버려뒀어요. 바닷가에다. 지금 우리가 멋있다고 착각하는 건물의 뼈대는 다 그거 위에 다 만들어진 거예요. 그러니까 정밀하게 안전진단을 해야 할 부분도 있다는 이야기에요. 대한민국 건설인의 선험적인 관점에 놓고 바라보면 분명히 외형은 갖춘 게 맞는데 그것이 완성됐다고 하는 말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토록 대규모 건설에 집착할까?
그동안 북한 최고지도자들은 건설 사업을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건축과 도시 개발을 정치적 이념과 연결하고, 지도자의 업적으로 부각해 온 것입니다.
[차상욱/서울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원장 : "북한 주민들이 우리처럼 해외 사례를 많이 보거나 직접 외국을 나가볼 수가 없기 때문에 그동안 자랑해 왔던 평양의 도시가 아닌 새로운 게 들어서면 무엇이든 최첨단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을 사진으로 총화나 교육 시간 학습 시간에 보여주면 이게 바로 훌륭한 지도자의 정치적 메시지로 둔갑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잘한다 역시 위대하다고 생각하게 되죠."]
최근 북한 당국이 지방 건설에 몰두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데요.
평양 중심이던 개발이 지방까지 확대됐다는 점을 부각하며, 지도자의 위대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조선중앙TV : "갈마반도 개발에서 얻은 성과와 경험에 토대하여 여러 지역에 각이한 유형의 유망한 대규모 관광 문화지구들을 최단기간 내에 건설하는 중대 계획을 당 제9차 대회에서 확정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북한은 벌써부터 대규모 관광·문화지구 건설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화려한 건축물 뒤엔 수많은 주민들의 땀과 희생, 그리고 강제 동원이라는 불편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건설의 번영기’를 자처하는 북한 당국. 그 번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31주기를 맞아 북한 전역에서 추모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 선전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일성 주석의 국가건설 업적을 김정은 위원장이 계승·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공개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제8차 당대회 결정의 최대 성과로 꼽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대규모 건설 사업의 이면엔 주민들의 고충과 희생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북한이 건설을 통해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고운 모래사장 해변에 활기가 넘쳐 납니다.
어른들은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고, 아이들은 모래성을 만들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한쪽에선 수상 보트를 타고 시원하게 바다를 가르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지난 1일 개장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풍경입니다.
[‘갈마관광지구’ 이용객 : "들어가기가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들어가 보니까 연로자들이 많지, 기뻐하지, 물이 맑지, 경치가 좋지, 연한 바다가 한눈에 보이지. 내 나라가 제일입니다."]
미끄럼틀, 인공 서핑장 등 다양한 놀이기구가 즐비한 워터파크에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전자오락실에선 증강현실 게임을 체험하고 4D영화를 즐기는 북한 주민들.
그런데 주민들은 이런 대규모 복합리조트 단지 건설을 김정은 위원장의 노고로 치켜세웁니다.
[‘갈마관광지구’ 이용객 : "막상 와보니까 텔레비전에서 보는 거보다 더 황홀하고 더 훌륭하고 우리 원수님께서 우리 인민들을 위해서 이렇게 좋은 혜택을 베풀어 주셨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속에서 눈물이 끓어오릅니다."]
실제 지난달 원산갈마지구 준공식 당시 북한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을 건설의 거장으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융성 발전의 새 전기를 펼쳐가시는 창조와 건설의 거장, 친근하신 어버이를 우러러 최대의 경의를 삼가 드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번 건설을 통해 북한의 건축 수준이 한층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조선중앙TV : "김정은 동지께서는 원산갈마지구의 모든 건축물들은 한해가 다르게 급속히 도약해온 우리 건축술의 원숙한 경지가 집대성된 기념비적 창조물들이라고 하시면서..."]
북한이 추진 중인 대규모 건설사업은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목할 점입니다.
지난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평양에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 살림집을 짓겠다고 발표한 북한.
2022년 송신·송화지구를 시작으로 화성지구 1, 2, 3단계가 순차적으로 완공됐고, 지난 2월에는 화성지구 4단계가 착공됐는데요.
이 공사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마무리되면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계획이 일단락됩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올해의 1만 세대 건설사업으로써 당대회 이후 강력하게 실행되어 온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마침내 완결 단계에 들어서게 됩니다."]
이밖에 대형 온실 농장과 종합병원 등 다양한 분야의 건설을 이어가며‘건설의 대번영기’를 맞았다고 북한 당국은 자처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우리 조국 땅 위에는 오늘도 내일도 건설의 대 번영기가 끝없이 펼쳐질 것입니다."]
중요한 건 이 같은 대규모 건설을 떠받치는 건 결국 주민들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대형 건설 사업에는 당의 지시에 따라 학생, 군인, 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동원됩니다.
그 가운데 중심적인 역할을 맡는 건 군인들입니다.
[한동진/전 러시아 파견 노동자/2022년 탈북 : "그 젊은이들을 10년 동안 군사 복무시키면 국내 젊은 인력은 기본적으로 군대에 집중됩니다. 20~30대 청년들은 다 군대에 있는 셈이죠. 그 사람들 일 시키죠 기본 주력으로. 군대가 북한말로 말하면 조국 방위도 하고 사회주의 건설도 한다는 식으로 군대를 내보내고."]
강동종합온실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그들의 노고를 치하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나는 이 자리를 빌려서 당과 정부를 대표하여 자랑스럽고 영웅적인 우리 군대에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 밖에도 건설 동원 부대인 돌격대를 비롯해 청년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은 비당원 청년들에겐 노동당 입당이라는 동기 부여를, 당원들에겐 훈장과 표창 같은 명예를 내걸며 건설 현장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귀중한 청춘 시절을 오늘의 시대와 하나로 이어놓고 청춘의 꿈과 사랑도 그 길에서 꽃 피운 이들."]
하지만 대부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동원되기 때문에‘강제 동원’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동진/전 러시아 파견 노동자/2022년 탈북 : "‘이제부터 돌격대 가라’ 해서 가는 거예요. 그런데 태공(태업)한다, 안 간다고 하면 공권력을 동원해서 감옥에 넣는 거죠."]
또 최근 몇 년간 건설량이 가중되면서 건설자들의 희생이 적지 않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김지선/탈북민 : "건설장에 올라가서 온실이 아치 모양의 형태인데 거기에 올라가다 (죽고.) 하루 24시간이면 2시간밖에 못 잔답니다. 그러다 보니 브로크(벽돌)를 쥐고 올라가다가 졸면 꼭대기에서 발만 조금 헛딛어도 떨어져 죽는 사람들이 많데요."]
해외 파견을 원하는 근로자들에게는 건설 노동 참여를 자격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마저도 대가 없이, 사실상 무상 노동이 강요됐다고 합니다.
[한동진/전 러시아 파견 노동자/2022년 탈북 : "일하는 동안은 보수가 없고 말하자면 생활을 검토 받는 단계거든요. 이 사람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국가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가. 3년 동안은 국가 대상건설인 원산갈마, 평양시 건설과 같은 그런 건설 사업에 동원되는데 보통 아침 8시에 작업 시작해서 저녁 10시 정도 끝나죠. 그렇게 3년을 버텨야죠. 3년을 버텨서 합격한 사람은 해외 파견 노동자 명단에 들어갑니다."]
군인과 돌격대, 각종 혜택을 기대하며 지원한 인력들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규모 건설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데, 정작 건축물들의 완성도는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차상욱/서울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원장 : "콘크리트를 대한민국에서 다룰 때는 기계식 플랜트에서 정확하게 배합해서 레미콘으로 옮겨서 레미콘이 일정한 시간 안에 현장에 도달한 뒤에 그 양을 투하하고 하면서 강도라는 게 보장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도 인력으로 비비고 줄로 달아서 올리고 그걸 삽으로 퍼서 붓고. 대단히 인력 중심적인 노동환경이기 때문에 최근 RFA(자유아시아방송)라든지 기타 등등의 대북매체를 통해서 낡아서 타일이 떨어지고 비가 새고 균열이 가고 있다 이런 식의 얘기들이 나오고 있잖습니까. 어떤 깊은 계획이나 오래된 깊은 고찰이 없이 지어지는 건물들의 부작용이 막 드러나는 거예요."]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장기간 공사가 중단됐던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도 시설 전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차상욱/서울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원장 : "원산갈마도 거의 골조를 완성해 놓고 그대로 몇 년을 내버려뒀어요. 바닷가에다. 지금 우리가 멋있다고 착각하는 건물의 뼈대는 다 그거 위에 다 만들어진 거예요. 그러니까 정밀하게 안전진단을 해야 할 부분도 있다는 이야기에요. 대한민국 건설인의 선험적인 관점에 놓고 바라보면 분명히 외형은 갖춘 게 맞는데 그것이 완성됐다고 하는 말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토록 대규모 건설에 집착할까?
그동안 북한 최고지도자들은 건설 사업을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건축과 도시 개발을 정치적 이념과 연결하고, 지도자의 업적으로 부각해 온 것입니다.
[차상욱/서울시건축사회 북한개발연구원장 : "북한 주민들이 우리처럼 해외 사례를 많이 보거나 직접 외국을 나가볼 수가 없기 때문에 그동안 자랑해 왔던 평양의 도시가 아닌 새로운 게 들어서면 무엇이든 최첨단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을 사진으로 총화나 교육 시간 학습 시간에 보여주면 이게 바로 훌륭한 지도자의 정치적 메시지로 둔갑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잘한다 역시 위대하다고 생각하게 되죠."]
최근 북한 당국이 지방 건설에 몰두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데요.
평양 중심이던 개발이 지방까지 확대됐다는 점을 부각하며, 지도자의 위대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조선중앙TV : "갈마반도 개발에서 얻은 성과와 경험에 토대하여 여러 지역에 각이한 유형의 유망한 대규모 관광 문화지구들을 최단기간 내에 건설하는 중대 계획을 당 제9차 대회에서 확정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북한은 벌써부터 대규모 관광·문화지구 건설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화려한 건축물 뒤엔 수많은 주민들의 땀과 희생, 그리고 강제 동원이라는 불편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건설의 번영기’를 자처하는 북한 당국. 그 번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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