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며느리의 ‘첫 설맞이’

입력 2006.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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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결혼한 뒤 처음 맞는 명절, 여성들에겐 걱정이 앞서는 일이죠.

그런데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외국인 며느리라면 어떨까요?

우리 나라에 시집 온 베트남 신부들의 첫 설맞이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이영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여덟 식구 아침상 차리느라 며느리들은 정신이 없습니다.

무던한 둘째 며느리 버웅 엄담.

눈치 빠른 막내 며느리 쩐티느 곡가이.

둘 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시집와 처음 맞는 설입니다.

<인터뷰> 신임순(시어머니): "(둘째 며느리는) 못하는 게 없이 다 잘해요. 막내 며느리는 좀 싹싹하고 좀 애교가 많아요."

아침을 먹고 본격적인 설음식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척척 전을 붙여내는 시어머니 솜씨에 며느리들은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인터뷰> 쩐티느 곡가이(막내 며느리): "이거 이름이 뭐예요, 엄마?"

<인터뷰> 신임순(시어머니): "동그랑땡.전 부치는 거야 전"

처음 도전해 본 만두 빚기, 역시 보기 만큼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신임순(시어머니): "이게 더 예쁘네.우리 '가이'(막내 며느리)가 만든 게 그래도 낫네."

안되겠다 싶었던지 두 며느리들, 자신 있는 월남쌈으로 명예 회복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쩐티느 곡가이(막내 며느리): (이거 만들어서 누구 줄 거예요?) "울 엄마(시어머니)"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은 계속 싱글벙글,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인터뷰> 이학규(막내 아들): "(혼자 다)하셔도 가르쳐 주면서 하는 재미(가 있잖아요.) 해마다 혼자 하시면서 말도 안 하시고 조용히 하셨는데.."

드디어 설날 아침.

막내 며느리는 벌써 10분 넘게 한복 저고리와 씨름 중입니다.

처음 맞는 설, 예쁘게 차려 입고 싶은데 옷고름 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인터뷰> 이학규(막내 아들): "여보 이거 할 줄 알아요? 모르죠"

손위 둘째 며느리는 어떨까? 역시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인터뷰> 박현순(큰며느리): "이거 이상하잖아.내가 입은 거 봐. 여기가 쏙 들어가 있지?그렇지?"

어렵게 차려 입은 한복.

부모님께 첫 세배를 올리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설픕니다.

<인터뷰> 신임순(시어머니): "이렇게 하고 앉아야 돼.그리고 벌떡 일어나는 거 아니야."

차례를 지내기 위해 새벽부터 큰댁을 찾아 나섰습니다.

집안 어른들에게도 두 며느리는 집안의 복덩어리입니다.

<인터뷰> 이교덕(작은아버지): "(결혼) 잘 했어! 아주 두둑하고"

<인터뷰> 이교남(작은아버지): "난 처음부터 좋아했어"

<인터뷰> 시할머니: "좋지 뭐.이제 걔네 아버지도 원 푼 거야"

가족들이 같이 한 차례상에서도 두 며느리가 만든 월남쌈이 단연 인깁니다.

<인터뷰> 이교덕(작은아버지): "음식이 (입에) 맞는데"

어설프고 부족하기만 했던 두 며느리의 첫 설맞이, 하지만 이들이 있어 집안에선 하루 종일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KBS뉴스 이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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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며느리의 ‘첫 설맞이’
    • 입력 2006-01-31 20:22:09
    뉴스타임
<앵커 멘트> 결혼한 뒤 처음 맞는 명절, 여성들에겐 걱정이 앞서는 일이죠. 그런데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외국인 며느리라면 어떨까요? 우리 나라에 시집 온 베트남 신부들의 첫 설맞이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이영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여덟 식구 아침상 차리느라 며느리들은 정신이 없습니다. 무던한 둘째 며느리 버웅 엄담. 눈치 빠른 막내 며느리 쩐티느 곡가이. 둘 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시집와 처음 맞는 설입니다. <인터뷰> 신임순(시어머니): "(둘째 며느리는) 못하는 게 없이 다 잘해요. 막내 며느리는 좀 싹싹하고 좀 애교가 많아요." 아침을 먹고 본격적인 설음식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척척 전을 붙여내는 시어머니 솜씨에 며느리들은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인터뷰> 쩐티느 곡가이(막내 며느리): "이거 이름이 뭐예요, 엄마?" <인터뷰> 신임순(시어머니): "동그랑땡.전 부치는 거야 전" 처음 도전해 본 만두 빚기, 역시 보기 만큼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신임순(시어머니): "이게 더 예쁘네.우리 '가이'(막내 며느리)가 만든 게 그래도 낫네." 안되겠다 싶었던지 두 며느리들, 자신 있는 월남쌈으로 명예 회복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쩐티느 곡가이(막내 며느리): (이거 만들어서 누구 줄 거예요?) "울 엄마(시어머니)" 옆에서 지켜보는 남편은 계속 싱글벙글,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인터뷰> 이학규(막내 아들): "(혼자 다)하셔도 가르쳐 주면서 하는 재미(가 있잖아요.) 해마다 혼자 하시면서 말도 안 하시고 조용히 하셨는데.." 드디어 설날 아침. 막내 며느리는 벌써 10분 넘게 한복 저고리와 씨름 중입니다. 처음 맞는 설, 예쁘게 차려 입고 싶은데 옷고름 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인터뷰> 이학규(막내 아들): "여보 이거 할 줄 알아요? 모르죠" 손위 둘째 며느리는 어떨까? 역시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인터뷰> 박현순(큰며느리): "이거 이상하잖아.내가 입은 거 봐. 여기가 쏙 들어가 있지?그렇지?" 어렵게 차려 입은 한복. 부모님께 첫 세배를 올리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설픕니다. <인터뷰> 신임순(시어머니): "이렇게 하고 앉아야 돼.그리고 벌떡 일어나는 거 아니야." 차례를 지내기 위해 새벽부터 큰댁을 찾아 나섰습니다. 집안 어른들에게도 두 며느리는 집안의 복덩어리입니다. <인터뷰> 이교덕(작은아버지): "(결혼) 잘 했어! 아주 두둑하고" <인터뷰> 이교남(작은아버지): "난 처음부터 좋아했어" <인터뷰> 시할머니: "좋지 뭐.이제 걔네 아버지도 원 푼 거야" 가족들이 같이 한 차례상에서도 두 며느리가 만든 월남쌈이 단연 인깁니다. <인터뷰> 이교덕(작은아버지): "음식이 (입에) 맞는데" 어설프고 부족하기만 했던 두 며느리의 첫 설맞이, 하지만 이들이 있어 집안에선 하루 종일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KBS뉴스 이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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