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뉴] 더 알고 싶은데…학교는 왜 정치에 침묵할까?

입력 2025.08.12 (19:58) 수정 2025.08.12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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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계엄에 이어 탄핵과 대선을 겪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올바른 정치의 중요성에 대해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따라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정작 중요한 현실 정치를 외면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청소년이 만드는 뉴스 오늘은 청소년이 필요로 하는 학교 현장의 정치 교육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장면이 전국적으로 방영되었습니다.

탄핵이 확정되는 순간, 교실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옵니다.

광주시교육청의 안내에 따라 탄핵심판 선고 장면을 시청한 학생들이 있는 반면, 이를 보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직접 광주 거주 청소년 78명에게 물었더니, 4명중 1명 꼴로 탄핵 심판 선고 장면을 시청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가장 많았던 답변은 '수업 진도를 계속 나가야 해서’였고, '학교나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해서’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여기서 정치적 중립이란, 헌법 제31조 4항에 해당하는 내용인데요.

교육이 특정 정치적 견해에 치우치거나 학생들에게 편향된 정보를 주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저희 청뉴팀은 의문이 생겼습니다.

탄핵 선고 장면을 학생들이 시청하는 것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이 같은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저희 청뉴팀이 직접 법학자들에게 법적 해석을 물어보았습니다.

총 5명의 법학자들이 답변을 보냈는데요.

5명 모두 탄핵 심판을 시청한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박진완/경북대학교 법학교수 : "시민 교육의 차원에서 허용될 수 있는, 그래서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고 볼 순 없죠."]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어느 한쪽의 주장이 아닌, 나라의 공식적인 결정 과정이므로, 청소년들이 이를 지켜보는 것 자체를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정치적 중립’의 명확한 기준이 법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점도 분명했습니다.

당사자인 청소년의 의견은 어떠할까요.

청뉴팀이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박찬빈/광주인성고등학교 : "(학교에서 파면 선고 영상을 보지 못했습니다.)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이 민감한 주제를 활용해 공공연하게 학생들한테 보여주는 것이 좀 안 좋다고 느껴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보여주는 것이고,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님에도 그 자체가 편향될 수 있다고 한 우려는 잘못된 것 같아요."]

이렇게 학교가 침묵하는 사이, 청소년들은 어디서 정치와 사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을까요?

[최진희/조선대학교부설여자고등학교 :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 릴스 같은 간단한 경로를 통해 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SNS로 편향된 정보를 얻음으로써 교실이 점점 혐오정치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결국 학교의 침묵이 청소년의 정치에 대해 거부감을 증가시키고, 안전한 공론장이 없으니 인터넷을 통해 자극적이고 왜곡된 정보를 비판적 사고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김병일/우산중학교 교사 : "가장 중요한 건 먼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그런 기회를 가져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수업시간에도 어떤 사안을 두고 서로 질문하거나 토론하거나 하는 그런 수업 방식들(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건강한 토론과 시민 교육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왜 현실은 바뀌기 어려울까요?

[김병일/우산중학교 교사 : "교육정책을 결정하는데 선생님들이 발언권이 없어요. 심지어는 선생님들은 또 정치활동을 할 수가 없어요. 교육 정책과 교육과정에 대해서 좀 더 선생님들이 영향력이 있다고 한다면 선생님들도 우리 어떻게 가르치고 무엇을 가르쳐야 될까를 좀 더 얘기를 하게 되겠죠."]

교사들 역시 구조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고 이 문제가 결코 교사 개인의 의지 탓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김병일/우산중학교 교사 : "모든 좋은 교육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들이, 입시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다 뒤로 밀리는 거예요. 이게 저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취재 결과, 교육 현장에서 '정치적 중립'이 때로는 '침묵'으로, 그 침묵은 청소년들을 왜곡된 정보의 위험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논의마저도 '입시'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는 힘을 잃고 있었습니다.

학교와 교육 당국은 청소년들이 편향된 정보에 쉽게 노출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교실 안에서 더욱 건강한 토론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구조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청소년이 만드는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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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뉴] 더 알고 싶은데…학교는 왜 정치에 침묵할까?
    • 입력 2025-08-12 19:58:48
    • 수정2025-08-12 20:29:07
    뉴스7(광주)
[앵커]

지난해 계엄에 이어 탄핵과 대선을 겪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올바른 정치의 중요성에 대해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따라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정작 중요한 현실 정치를 외면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청소년이 만드는 뉴스 오늘은 청소년이 필요로 하는 학교 현장의 정치 교육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장면이 전국적으로 방영되었습니다.

탄핵이 확정되는 순간, 교실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옵니다.

광주시교육청의 안내에 따라 탄핵심판 선고 장면을 시청한 학생들이 있는 반면, 이를 보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직접 광주 거주 청소년 78명에게 물었더니, 4명중 1명 꼴로 탄핵 심판 선고 장면을 시청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가장 많았던 답변은 '수업 진도를 계속 나가야 해서’였고, '학교나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해서’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여기서 정치적 중립이란, 헌법 제31조 4항에 해당하는 내용인데요.

교육이 특정 정치적 견해에 치우치거나 학생들에게 편향된 정보를 주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저희 청뉴팀은 의문이 생겼습니다.

탄핵 선고 장면을 학생들이 시청하는 것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이 같은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저희 청뉴팀이 직접 법학자들에게 법적 해석을 물어보았습니다.

총 5명의 법학자들이 답변을 보냈는데요.

5명 모두 탄핵 심판을 시청한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박진완/경북대학교 법학교수 : "시민 교육의 차원에서 허용될 수 있는, 그래서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고 볼 순 없죠."]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어느 한쪽의 주장이 아닌, 나라의 공식적인 결정 과정이므로, 청소년들이 이를 지켜보는 것 자체를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정치적 중립’의 명확한 기준이 법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점도 분명했습니다.

당사자인 청소년의 의견은 어떠할까요.

청뉴팀이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박찬빈/광주인성고등학교 : "(학교에서 파면 선고 영상을 보지 못했습니다.)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이 민감한 주제를 활용해 공공연하게 학생들한테 보여주는 것이 좀 안 좋다고 느껴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보여주는 것이고,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님에도 그 자체가 편향될 수 있다고 한 우려는 잘못된 것 같아요."]

이렇게 학교가 침묵하는 사이, 청소년들은 어디서 정치와 사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을까요?

[최진희/조선대학교부설여자고등학교 :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 릴스 같은 간단한 경로를 통해 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SNS로 편향된 정보를 얻음으로써 교실이 점점 혐오정치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결국 학교의 침묵이 청소년의 정치에 대해 거부감을 증가시키고, 안전한 공론장이 없으니 인터넷을 통해 자극적이고 왜곡된 정보를 비판적 사고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김병일/우산중학교 교사 : "가장 중요한 건 먼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그런 기회를 가져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수업시간에도 어떤 사안을 두고 서로 질문하거나 토론하거나 하는 그런 수업 방식들(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건강한 토론과 시민 교육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왜 현실은 바뀌기 어려울까요?

[김병일/우산중학교 교사 : "교육정책을 결정하는데 선생님들이 발언권이 없어요. 심지어는 선생님들은 또 정치활동을 할 수가 없어요. 교육 정책과 교육과정에 대해서 좀 더 선생님들이 영향력이 있다고 한다면 선생님들도 우리 어떻게 가르치고 무엇을 가르쳐야 될까를 좀 더 얘기를 하게 되겠죠."]

교사들 역시 구조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고 이 문제가 결코 교사 개인의 의지 탓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김병일/우산중학교 교사 : "모든 좋은 교육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들이, 입시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다 뒤로 밀리는 거예요. 이게 저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취재 결과, 교육 현장에서 '정치적 중립'이 때로는 '침묵'으로, 그 침묵은 청소년들을 왜곡된 정보의 위험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논의마저도 '입시'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는 힘을 잃고 있었습니다.

학교와 교육 당국은 청소년들이 편향된 정보에 쉽게 노출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교실 안에서 더욱 건강한 토론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구조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청소년이 만드는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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