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핵 없는 세상을 위하여…합천에서 계속될 증언들

입력 2025.08.12 (20:13) 수정 2025.08.1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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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6일과 9일,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습니다.

["2세 3세 4세까지 오직 부모가 피폭당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금 평생을 치유하지 못할 질병으로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2025년 원폭 투하 80주년을 맞은 오늘날에도 멈추지 않는 그날의 고통들, 이를 치유하려는 연대의 움직임을 따라가 봅니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강제 동원으로 일본에 끌려가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약 10만 명의 조선인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합천.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약 4만 3천여 명의 조선인 피폭자들 역시, 결혼과 취업에서조차 외면당한 채 질병과 가난, 고립이라는 지난한 세월을 견뎌야 했습니다.

[심진태/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 "다리 수술도 두 번 하고 그다음에 피부가 조금 있지요. 우리 원폭 피해자가 제일 많은 것이 피부(질환)이거든요. 그다음에는 암입니다."]

이들의 고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방사능의 유전적 영향은 2세, 3세, 그리고 4세로 이어졌고 암과 면역질환, 정신질환까지 보이지 않는 상처가 대물림됐습니다.

원폭 피해 1세를 위한 국내 유일한 시설인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의 정원은 104명이지만 현재 입소 인원은 60여 명.

원폭 2세, 3세 환우는 법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입소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남재/합천평화의집 원장 : "1세 어르신들은 그나마 일본 정부로부터 의료 지원금 또 건강 보조금을 받고 있는데 2세 3세는 법적 피해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다 보니까 전혀 의료적인 혜택 또 사회적인 지원 대책 전혀 없습니다. 80년이 다 되도록 그런 고통 속에서 지금 살고 있습니다."]

변화의 움직임은 오히려 해외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올해 히로시마현 요코타 미카 부지사 일행이 처음으로 한국원폭피해자협회를 공식 방문한 겁니다.

요코타 부지사는 세상을 떠난 한국인 피폭자들의 위패를 참배하고 피폭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일본인으로서 조선인 피폭자의 존재를 일본 사회에 알리고 그들의 아픔을 기록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토 타카시/포토저널리스트 : "현재 일본 사회에서는 7만 명이나 되는 한국·조선인이 피폭을 당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매우 적습니다. 예전에는 일본 언론이 이런 보도를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확실히 보도가 줄어든 상황입니다. 사진전을 찾은 분들은 이 사실을 알고 매우 놀라며, '일본인 외에도 피폭자가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북한에 거주하는 피폭자들은 전혀 전문적인 피폭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있습니다. 제가 처음 취재했을 때, 양손에 붕대를 감은 상태로 인터뷰에 응해 주신 분이 계셨는데,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해마다 합천에서는 한 세기의 고통을 기억하는 평화의 대회가 열리는데요.

올해는 원폭 투하 80년을 맞아 마셜제도, 카자흐스탄, 콩고, 타히티 등 세계 7개국의 피폭 생존자들이 처음으로 함께 증언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베네틱 카부아 매디슨/마셜제도 피폭 4세 : "저 또한 피해를 겪은 한 사람으로서, 핵무기로 인한 커다란 상실감과 고통에 공감합니다."]

[테아투에헤레 테이티-기에를라크/폴리네시아 : "마지막 핵실험은 제가 태어나기 4년 전에 있었기 때문에 실제 폭발을 겪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 중 많은 사람들이 직접 겪었고, 그 세대적 영향은 지금까지도 저에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피폭 피해자들의 고통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깨닫습니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 원자폭탄 투하 80년을 맞는 해입니다.

[이곡지/히로시마 피폭 2세 : "앞으로는 핵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고 또 우리 손자들과 그런 애들도 그런 영향을 안 미치고 잘 살아줬으면 건강하게 살아줬으면 좋겠지요."]

한국의 원자폭탄 피해자들은 여전히 사회의 냉대 속에서 고통의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기억에서 연대로, 연대에서 평화로 향하는 길은 합천에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구성:정현정/촬영·편집:한동민/내레이션:방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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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속으로] 핵 없는 세상을 위하여…합천에서 계속될 증언들
    • 입력 2025-08-12 20:13:08
    • 수정2025-08-12 20:46:53
    뉴스7(창원)
1945년 8월 6일과 9일,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습니다.

["2세 3세 4세까지 오직 부모가 피폭당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금 평생을 치유하지 못할 질병으로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2025년 원폭 투하 80주년을 맞은 오늘날에도 멈추지 않는 그날의 고통들, 이를 치유하려는 연대의 움직임을 따라가 봅니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강제 동원으로 일본에 끌려가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약 10만 명의 조선인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합천.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약 4만 3천여 명의 조선인 피폭자들 역시, 결혼과 취업에서조차 외면당한 채 질병과 가난, 고립이라는 지난한 세월을 견뎌야 했습니다.

[심진태/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 "다리 수술도 두 번 하고 그다음에 피부가 조금 있지요. 우리 원폭 피해자가 제일 많은 것이 피부(질환)이거든요. 그다음에는 암입니다."]

이들의 고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방사능의 유전적 영향은 2세, 3세, 그리고 4세로 이어졌고 암과 면역질환, 정신질환까지 보이지 않는 상처가 대물림됐습니다.

원폭 피해 1세를 위한 국내 유일한 시설인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의 정원은 104명이지만 현재 입소 인원은 60여 명.

원폭 2세, 3세 환우는 법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입소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남재/합천평화의집 원장 : "1세 어르신들은 그나마 일본 정부로부터 의료 지원금 또 건강 보조금을 받고 있는데 2세 3세는 법적 피해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다 보니까 전혀 의료적인 혜택 또 사회적인 지원 대책 전혀 없습니다. 80년이 다 되도록 그런 고통 속에서 지금 살고 있습니다."]

변화의 움직임은 오히려 해외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올해 히로시마현 요코타 미카 부지사 일행이 처음으로 한국원폭피해자협회를 공식 방문한 겁니다.

요코타 부지사는 세상을 떠난 한국인 피폭자들의 위패를 참배하고 피폭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일본인으로서 조선인 피폭자의 존재를 일본 사회에 알리고 그들의 아픔을 기록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토 타카시/포토저널리스트 : "현재 일본 사회에서는 7만 명이나 되는 한국·조선인이 피폭을 당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매우 적습니다. 예전에는 일본 언론이 이런 보도를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확실히 보도가 줄어든 상황입니다. 사진전을 찾은 분들은 이 사실을 알고 매우 놀라며, '일본인 외에도 피폭자가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북한에 거주하는 피폭자들은 전혀 전문적인 피폭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있습니다. 제가 처음 취재했을 때, 양손에 붕대를 감은 상태로 인터뷰에 응해 주신 분이 계셨는데,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해마다 합천에서는 한 세기의 고통을 기억하는 평화의 대회가 열리는데요.

올해는 원폭 투하 80년을 맞아 마셜제도, 카자흐스탄, 콩고, 타히티 등 세계 7개국의 피폭 생존자들이 처음으로 함께 증언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베네틱 카부아 매디슨/마셜제도 피폭 4세 : "저 또한 피해를 겪은 한 사람으로서, 핵무기로 인한 커다란 상실감과 고통에 공감합니다."]

[테아투에헤레 테이티-기에를라크/폴리네시아 : "마지막 핵실험은 제가 태어나기 4년 전에 있었기 때문에 실제 폭발을 겪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 중 많은 사람들이 직접 겪었고, 그 세대적 영향은 지금까지도 저에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피폭 피해자들의 고통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깨닫습니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 원자폭탄 투하 80년을 맞는 해입니다.

[이곡지/히로시마 피폭 2세 : "앞으로는 핵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고 또 우리 손자들과 그런 애들도 그런 영향을 안 미치고 잘 살아줬으면 건강하게 살아줬으면 좋겠지요."]

한국의 원자폭탄 피해자들은 여전히 사회의 냉대 속에서 고통의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기억에서 연대로, 연대에서 평화로 향하는 길은 합천에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구성:정현정/촬영·편집:한동민/내레이션:방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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