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밴드로 하나된 남북…화합의 아리랑

입력 2025.08.16 (08:25) 수정 2025.08.1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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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는 광복절이었습니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남북한 출신 음악인들이 함께한 밴드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각기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음악을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곡에 담는 감정과 연주 기교가 서로 달랐지만 연습을 거듭하며 맞춰갔는데, 아리랑 선율은 처음부터 익숙했다고 합니다.

네, 이렇게 분단의 세월을 넘어, 음악으로 하나 된 순간, 통일과 통합을 염원하는 선율이 공연장을 채웠습니다.

그 현장을 정미정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무대 위에서 쏟아낸 열창이.

['아름다운 나라' : "더 푸르게.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

관객들의 심금을 울립니다.

남과 북이 하나 되기를 기원하는 간절한 시간.

그 염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데요.

[김경섭/관객 : "이 음악, 이 흥이 한반도 방방곡곡에 퍼져서 우리가 염원하고 있는 평화 통일이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하는 그 마음이 가장 큽니다."]

공연이 열리는 광주광역시로 향합니다.

몰아치는 비를 뚫고 달려간 공연장, 어느새 잦아든 빗줄기가 관객맞이를 준비하는 듯한데요.

이번 공연의 명칭은 '평화의 빛'.

광복 80주년을 맞아 평화의 빛줄기가 한반도 곳곳에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됐다고 합니다.

[강현구/민주평통 광주지역회의 부의장 :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마음을 나누고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시민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하였습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오늘 이곳 광주에서는 노래를 통해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전하는 뜻깊은 행사가 마련됐다고 합니다.

게다가 특별한 사람들이 공연자로 오를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함께 만나러 가보시죠.

공연 음악단은 바로 남북밴드 '리멤버'.

남한과 북한 출신 음악인 8명이 모여 만들었는데요.

화합을 상징하는 밴드 구성만으로도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집니다.

[강현구/민주평통 광주지역회의 부의장 : "남과 북의 음악인들이 8명으로 구성된 리멤버라는 밴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일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사를 함으로써 미래 세대들에게도 통일이 뭔지 좀 더 관심을 갖게 하는 이런 역할들을 하고 있고요."]

통일의 바람이 깃든 선율을 준비하는 현장.

악기 조율에서 음향 상태 확인까지.

["음향 감독님 사운드 체크할까요?"]

공연을 펼칠 밴드의 사전 점검이 한창입니다.

단원들은 한반도 각지에서 왔고, 세대도 다양합니다.

["저는 경기도에서 왔습니다."]

["저는 평양입니다. (저는 경상북도에서 왔습니다.)"]

'기억한다'라는 뜻의 영어, '리멤버'로 밴드 이름을 지은 이유는 뭘까요?

[이지안/남북밴드 '리멤버' 음악총괄감독 : "하나의 한민족 그걸 우리가 기억하고 또 앞으로 우리가 통일될 그날을 기억하자, 그런 의미를 담아서 리멤버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리멤버는 탈북민인 이지안 감독이 3년 전, 통일부 지원사업을 통해 남북 출신 음악인들과 함께 결성했습니다.

[이지안/남북밴드 '리멤버' 음악총괄감독 : "백두산 쪽 함경도, 양강도, 평양, 서울 밑으로 내려가면서 경상도, 전라도까지 한반도의 모든 전 지역이 다 있어요."]

단원들은 서로 다른 음악적 색깔을 맞춰 나가야 했는데요.

[김소정/남북밴드 '리멤버' 건반 연주자 : "북한 곡 같은 경우에는 감성을 더 중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감정을 최대한 담아서 연주하려고 하고 있고요. 남한 곡은 아무래도 그보다 좀 더 정확하고 디테일한 기교가 있는 연주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민족의 정서는, 하나의 하모니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됐다고 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호흡을 맞춰 온 시간이 쌓여, 지금의 무대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재정/남북밴드 '리멤버' 드럼 연주자 : "북한에서 사용되는 장단 이런 게 저희 가요에 나오는 리듬과 다르다 보니까 서로 소통하고 고쳐나가고 이러는 게 재미있는 음악 작업이었던 것 같고..."]

밴드 참여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광선 기타리스트에게도 남다른 경험이 되었다는데요.

[이광선/남북밴드 '리멤버' 기타리스트 : "같은 민족이잖아요. 아리랑(처럼) 같이 알고 있는 멜로디를 남과 북이 연주를 같이 한다는 것 자체도 '우리는 하나다'라는 게 느껴졌어요."]

기타 줄 위로 흐르는 아리랑의 가락.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이지안 음악감독은 과거 평양교예단 소속으로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서울 공연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이지안/남북밴드 '리멤버' 음악총괄감독 : "한국의 주민들과 북한의 주민들이 서로의 노래를 들으면서 호응하고 같이 부르는 그때 너무 뭉클하고 감동을 받았거든요. 그런 무대를 저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습니다."]

한국 정착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음악으로 채워 나간 경험이 밴드 창단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이지안/남북밴드 '리멤버' 음악총괄감독 : "심리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었고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그런 과정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음악으로 남북한의 화해나 힘을 넣어줄 수 있는 그런 게 있을까."]

이 감독의 바람처럼 평화와 화합의 울림을 전할 시간이 서서히 무르익어 갑니다.

무대 위 노래에는 경계가 없다고 합니다.

아리랑에서부터 가요까지 리멤버가 연주하는 통일의 음악, 무척 기대가 됩니다.

하나둘, 모여드는 사람들로 공연장이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설렘으로 가득 찬 객석.

곧이어 악기 소리와 함께 무대의 막이 오릅니다.

['고향 하늘' : "저 산 너머 하늘만 바라봅니다."]

관객들은 북한 노래에 몰입하기도 하고.

[북한 가요 '비둘기야 더 높이 날아라' : "비둘기야 더 높이 날아라."]

'밀양 아리랑'의 장단에 맞춰 흥을 더해가기도 합니다.

['밀양 아리랑' :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남북의 민요 이야기도 함께 전합니다.

[박미화/남북밴드 '리멤버' 민요 가수 : "밀양 아리랑은요. 우리 남북한의 민요예요. 1900년도까지도 남북한이 같이 불렀던 민요입니다."]

북한의 인기 영화에 등장하는 주제가도 울려 퍼졌는데요.

[박미화/남북밴드 '리멤버' 민요 가수 : "이 노래 내용은요. 영화 여자 주인공이 어떤 남자를 사모하여 부른 노래인데요."]

'심장에 남는 사람' 속 애달픈 가사로 물든 무대.

[북한 가요 '심장에 남는 사람' : "기억 속에 남는 이 있네. 나는 못 잊어."]

영화 속 주인공이 사랑하는 이를 향해 부른 연가는 12년 전 함경북도에서 온 한 탈북민의 마음에도 깊게 남았습니다.

그리운 이들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이 짙게 묻어난 시간.

[김은실/관객/탈북민 : "고향에 있는 모든 친구들이 다 같이 와서 통일의 노래를 부르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을 통해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

이지안 감독은 분단 이전의 역사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합니다.

[이지안/남북밴드 '리멤버' 음악총괄감독 : "(분단의) 아픔이 점점 잊혀가고 있고 새 세대들, 청년들도 그렇고 통일에 대해서 별로 관심도 없어지고 무뎌지기 때문에 남과 북이 하나였다는 그런 기억을 우리가 항상 잊지 말아야 된다."]

세대를 넘어, 분단을 넘어, 이들의 화음이 한반도 곳곳에 전해지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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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밴드로 하나된 남북…화합의 아리랑
    • 입력 2025-08-16 08:25:02
    • 수정2025-08-16 21:36:03
    남북의 창
[앵커]

어제는 광복절이었습니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남북한 출신 음악인들이 함께한 밴드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각기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음악을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곡에 담는 감정과 연주 기교가 서로 달랐지만 연습을 거듭하며 맞춰갔는데, 아리랑 선율은 처음부터 익숙했다고 합니다.

네, 이렇게 분단의 세월을 넘어, 음악으로 하나 된 순간, 통일과 통합을 염원하는 선율이 공연장을 채웠습니다.

그 현장을 정미정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무대 위에서 쏟아낸 열창이.

['아름다운 나라' : "더 푸르게.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

관객들의 심금을 울립니다.

남과 북이 하나 되기를 기원하는 간절한 시간.

그 염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데요.

[김경섭/관객 : "이 음악, 이 흥이 한반도 방방곡곡에 퍼져서 우리가 염원하고 있는 평화 통일이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하는 그 마음이 가장 큽니다."]

공연이 열리는 광주광역시로 향합니다.

몰아치는 비를 뚫고 달려간 공연장, 어느새 잦아든 빗줄기가 관객맞이를 준비하는 듯한데요.

이번 공연의 명칭은 '평화의 빛'.

광복 80주년을 맞아 평화의 빛줄기가 한반도 곳곳에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됐다고 합니다.

[강현구/민주평통 광주지역회의 부의장 :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마음을 나누고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시민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하였습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오늘 이곳 광주에서는 노래를 통해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전하는 뜻깊은 행사가 마련됐다고 합니다.

게다가 특별한 사람들이 공연자로 오를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함께 만나러 가보시죠.

공연 음악단은 바로 남북밴드 '리멤버'.

남한과 북한 출신 음악인 8명이 모여 만들었는데요.

화합을 상징하는 밴드 구성만으로도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집니다.

[강현구/민주평통 광주지역회의 부의장 : "남과 북의 음악인들이 8명으로 구성된 리멤버라는 밴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일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사를 함으로써 미래 세대들에게도 통일이 뭔지 좀 더 관심을 갖게 하는 이런 역할들을 하고 있고요."]

통일의 바람이 깃든 선율을 준비하는 현장.

악기 조율에서 음향 상태 확인까지.

["음향 감독님 사운드 체크할까요?"]

공연을 펼칠 밴드의 사전 점검이 한창입니다.

단원들은 한반도 각지에서 왔고, 세대도 다양합니다.

["저는 경기도에서 왔습니다."]

["저는 평양입니다. (저는 경상북도에서 왔습니다.)"]

'기억한다'라는 뜻의 영어, '리멤버'로 밴드 이름을 지은 이유는 뭘까요?

[이지안/남북밴드 '리멤버' 음악총괄감독 : "하나의 한민족 그걸 우리가 기억하고 또 앞으로 우리가 통일될 그날을 기억하자, 그런 의미를 담아서 리멤버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리멤버는 탈북민인 이지안 감독이 3년 전, 통일부 지원사업을 통해 남북 출신 음악인들과 함께 결성했습니다.

[이지안/남북밴드 '리멤버' 음악총괄감독 : "백두산 쪽 함경도, 양강도, 평양, 서울 밑으로 내려가면서 경상도, 전라도까지 한반도의 모든 전 지역이 다 있어요."]

단원들은 서로 다른 음악적 색깔을 맞춰 나가야 했는데요.

[김소정/남북밴드 '리멤버' 건반 연주자 : "북한 곡 같은 경우에는 감성을 더 중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감정을 최대한 담아서 연주하려고 하고 있고요. 남한 곡은 아무래도 그보다 좀 더 정확하고 디테일한 기교가 있는 연주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민족의 정서는, 하나의 하모니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됐다고 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호흡을 맞춰 온 시간이 쌓여, 지금의 무대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재정/남북밴드 '리멤버' 드럼 연주자 : "북한에서 사용되는 장단 이런 게 저희 가요에 나오는 리듬과 다르다 보니까 서로 소통하고 고쳐나가고 이러는 게 재미있는 음악 작업이었던 것 같고..."]

밴드 참여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광선 기타리스트에게도 남다른 경험이 되었다는데요.

[이광선/남북밴드 '리멤버' 기타리스트 : "같은 민족이잖아요. 아리랑(처럼) 같이 알고 있는 멜로디를 남과 북이 연주를 같이 한다는 것 자체도 '우리는 하나다'라는 게 느껴졌어요."]

기타 줄 위로 흐르는 아리랑의 가락.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이지안 음악감독은 과거 평양교예단 소속으로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서울 공연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이지안/남북밴드 '리멤버' 음악총괄감독 : "한국의 주민들과 북한의 주민들이 서로의 노래를 들으면서 호응하고 같이 부르는 그때 너무 뭉클하고 감동을 받았거든요. 그런 무대를 저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습니다."]

한국 정착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음악으로 채워 나간 경험이 밴드 창단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이지안/남북밴드 '리멤버' 음악총괄감독 : "심리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었고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그런 과정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음악으로 남북한의 화해나 힘을 넣어줄 수 있는 그런 게 있을까."]

이 감독의 바람처럼 평화와 화합의 울림을 전할 시간이 서서히 무르익어 갑니다.

무대 위 노래에는 경계가 없다고 합니다.

아리랑에서부터 가요까지 리멤버가 연주하는 통일의 음악, 무척 기대가 됩니다.

하나둘, 모여드는 사람들로 공연장이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설렘으로 가득 찬 객석.

곧이어 악기 소리와 함께 무대의 막이 오릅니다.

['고향 하늘' : "저 산 너머 하늘만 바라봅니다."]

관객들은 북한 노래에 몰입하기도 하고.

[북한 가요 '비둘기야 더 높이 날아라' : "비둘기야 더 높이 날아라."]

'밀양 아리랑'의 장단에 맞춰 흥을 더해가기도 합니다.

['밀양 아리랑' :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남북의 민요 이야기도 함께 전합니다.

[박미화/남북밴드 '리멤버' 민요 가수 : "밀양 아리랑은요. 우리 남북한의 민요예요. 1900년도까지도 남북한이 같이 불렀던 민요입니다."]

북한의 인기 영화에 등장하는 주제가도 울려 퍼졌는데요.

[박미화/남북밴드 '리멤버' 민요 가수 : "이 노래 내용은요. 영화 여자 주인공이 어떤 남자를 사모하여 부른 노래인데요."]

'심장에 남는 사람' 속 애달픈 가사로 물든 무대.

[북한 가요 '심장에 남는 사람' : "기억 속에 남는 이 있네. 나는 못 잊어."]

영화 속 주인공이 사랑하는 이를 향해 부른 연가는 12년 전 함경북도에서 온 한 탈북민의 마음에도 깊게 남았습니다.

그리운 이들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이 짙게 묻어난 시간.

[김은실/관객/탈북민 : "고향에 있는 모든 친구들이 다 같이 와서 통일의 노래를 부르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을 통해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

이지안 감독은 분단 이전의 역사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합니다.

[이지안/남북밴드 '리멤버' 음악총괄감독 : "(분단의) 아픔이 점점 잊혀가고 있고 새 세대들, 청년들도 그렇고 통일에 대해서 별로 관심도 없어지고 무뎌지기 때문에 남과 북이 하나였다는 그런 기억을 우리가 항상 잊지 말아야 된다."]

세대를 넘어, 분단을 넘어, 이들의 화음이 한반도 곳곳에 전해지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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